(15) 도깨비와 할머니
예전에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에게는 도깨비가 항상 붙어 다녔다.
하루는 아이들 목욕을 시키려고 뒤꼍으로 물을 퍼서 가지고 갔는데 집 뒤 언덕에 키가 큰 영감이 하얀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밤이라 더욱 무서움을 느낀 할머니는 뒷마루 문을 열고 자기 집 영감님을 마구 불렀다.
“여보! 여보! 이리 좀 나와보시오.”
“왜 그러우?”
할머니는 아이들이 많으니 도깨비가 있다는 소리는 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씻으려고 하니 좀 나와서 지켜 서 있어요.”
영감님이 나와 지키고 서 있으니 도깨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렇게 목욕을 마치고 방에 들어왔다.
그 이후에도 영감님이 없는 날이면 도깨비가 할머니 등에 실려 으쓱으쓱 춤을 추기도 하였다
하루는 영감님이 밤마실을 갔다. 그 사이에 할머니는 물을 데워서 방에다 퍼놓고 막 씻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밖에서 ‘저벅저벅’ 영감님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계속 나더니 튓마루에 덥석 올라서는 소리가 나서 ‘영감이로구나, 어찌 이리 일찍 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을 열어 보니 아무도 없었다.
또 도깨비가 장난을 한 것이었다.
< 조순옥, 76세, 여, 신북면 신평리, 1998. 9. 24.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