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키장수 부부
옛날에 키장수를 하며 떠돌아 다니는 부부가 있었다. 어느 날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날이 저물었는데, 고개 넘어 큰 마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마을을 찾아가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산에서 노숙을 하게 되어 주위를 살펴보니, 산 속에는 두개의 묘가 있었다. 키장수 부부는 그 두 묘 사이에서 잠을 청했다. 부부는 잠을 자다가 어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깨었다. 분명히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도 계속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갑시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이런 소리가 들리자, 부부는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놀라고 있었다. 이번에는 노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이, 괘씸한 놈. 에이, 괘씸한 놈.”
“그러면 그렇지. 그것들이 그렇지.”
“내가 어지간하면 참을텐데…….”
“그 녀석들이 제사를 제대로 지내줄 리가 있나? 이젠 제발 그만 갑시다.”
키장수 부부가 가만히 들어보니 내용인즉 이러했다. 노부부가 자신들의 제삿날 아들집에 가보니 제삿밥이 진메 그릇에 담겨져 있는데, 그 진메 그릇에 뱀이 뭉개져 있고 국에는 벌레가 빠져 있는 것이었다. 노부부는 너무 괘씸해서 방 안을 돌아다니던 손주를 화로에 엎어뜨리고 와서 신세타령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먼동이 트자 키장수 부부는 잠에서 깨었다. 너무도 기이한 꿈을 꾼 그들은 멀리 내려다 보이는 동네를 보고 시장기나 때우려 내려갔다. 동네에 이르러 한 여자에게 밥적선을 바라는데, 그 여자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어제가 시아버지와 시어머니 제삿날이었는데 아이가 화로에 엎어져 화상을 당한 판에 무슨 적선을 하겠어요?”
키장수 부부는 놀라며 어제 꿈에서 할머니가 옷에 염색을 들이는 잎의 잿물을 발라주면 나을 거라고 한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서 그 말을 하고 여자를 따라 노부부의 아들집으로 찾아갔다. 할머니가 말한 대로 했더니, 아이의 상처는 삼사일 정도 지나자 깨끗이 낫게 되었다.
그 후로 키장수 부부는 그 아들의 집에서 같이 행복하게 살았다.
< 박수근, 남, 내촌면 내촌1리, 1995. 10. >
【인용】포천의 설화(포천문화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