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의 신기가 담긴 애일당(愛日堂) 현판
옛날에 농암선생이 도산면 분천리에 애일당이라는 정자를 짓고 현판을 걸기 위하여 중국에 있는 명필에게 글씨를 받으려고 제자를 보냈거든.
중국까지 먼 길을 가게된 제자는 반 년 만에 고생 고생해서 중국에 도착해서 명필을 찾아 한 달 넘도록 헤메고 다녔어요. 한참을 다니다가 드디어 깊은 산중에 있는 명필을 발견하고는 조선국 농암선생 이야기를 하면서 애일당 현판 글씨를 청하였그던.
그런데 그 사람이 말하기를.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사람의 글씨를 받으려고 그 머나먼 길을 왔으니 내 대번에 글씨를 써 주도록 하지.”
하면서 산에서 꺾어온 칡줄기로 먹을 듬뿍 찍더니 단숨에 '애일당' 석자를 써주거든. 좋은 붓에 근사한 먹을 갈아서 정성스레 써줄 것을 기대했던 제자가 내심 마음에 차지 않거든.
이렇게 보니 그건 글씨가 아니라 장난으로 휘갈긴 글씨 같거던. 그래 제자가 다시 써줄 수 없느냐고 재차 청을 했거든. 그러자 중국 명필은,
“이 글씨가 마음에 안 드시오?”
하더니만 쓴 종이를 두어번 흔드니 글자가 마구 꿈틀거리더니 세 마리 하얀 학이 되어 날아가 버리거든. 그제서야 제자는 자신이 잘못한 줄 알고 다시 써 줄 것을 빌었어요.
제자가 며칠 동안 간절히 청했지만 끝내 써주지 않더니만 마지막에 가서 하는 말이
“이 아래에 내려가면 나보다 더 낮게 쓰는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을 찾아가 보라.”
그래서 제자는 할 수 없어서 그가 말한 대로 산 아래에 있는 명필을 찾아갔어요. 찾아가니 하는 말이
“산중에 계신 분이 우리 스승님인데 그곳을 찾아가 보시오.”
하거든. 그래서 자신이 당한 일을 소상히 이야기 하니,
“중국에서도 남에게 글씨를 주지 않는 분인데, 특별히 조선국에서 왔다하여 써 준 것 같은데."
하면서,
“자기의 글씨는 스승 글씨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학 세 마리는 못되어도 한 마리 정도는 된다"
고 말하면서 붓을 들어 정중히 써 주드라 그래.
우여곡절 끝에 글씨를 받아 가지고 돌아온 제자는 농암선생 볼 낮이 없어,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안 해 주다가 그가 세상을 뜬 후에 사실이 밝혀졌다고 그래.
그러던 어느 해 큰 홍수가 나서 정자를 쓸어 갔는데 현판도 같이 떠내려가서 영영 잃어버렸다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어부가 고기를 잡으려고 강에 나갔더니만 무언가 금빛 찬란한 것이 떠내려 오드라그래. 그래 건져보니 그게 애일당 현판이었다 그래.
안동군 / 1984 / 내고장 전통가꾸기
【인용】안동시청 홈페이지 (전설과 설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