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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야(一夜)는 옥난간(玉欄干)에 높이 앉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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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주렴(珊瑚珠簾) 비춰들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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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 낄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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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울고가니, 심황후(沈皇后)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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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蘇仲郞)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傳)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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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냐? 도화동(桃花洞)을 가거들랑 불쌍헌 우리 부친 전(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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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랴헐 제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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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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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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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럭은 간곳없고 창망(蒼茫)한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렸이 밝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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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황제, 내궁(內宮)에 들어 와 황후를 살피시니 수심(愁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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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토짐인(率土朕人)의 막비왕토(莫非王土)라, 이 세상에 불쌍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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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盲人)이라,천지일월(天地日月)을 못 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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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포지한(積抱之恨)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원(願)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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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各道) 각(各邑)으로 행관(行關)하되 대소인(大小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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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民間)으로 맹인잔치에 참여(參與)하게 하되 만일 빠진 맹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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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면 그 고을 수령(守領)은 봉고파직(封庫罷職)을 하리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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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여 심봉사는 모진 목숨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僅僅圖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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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내갈 제, 무릉촌(武陵村) 승상부인이 심소저를 보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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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江頭)에 망사대(望思臺)를 지어놓고 춘추(春秋)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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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향(祭享)할 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소저의 효행에 감동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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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대 곁에 타루비(墮淚碑)를 세웠는디, 비문(碑文)에 허였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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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 듯 비(碑)를 하여 세워 놓니 오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퍼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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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지팡막대 흩어짚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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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 더듬 찾아가서 비문(碑文)을 안고 우더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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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一日)은 심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타루비를 찾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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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아비 눈을 띠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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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궁고혼(水宮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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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경이 웬 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 가거라. 나를 다려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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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山神), 부락귀(部落鬼)야 나를 잡어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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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도 나는 귀찮허고 눈 뜨기도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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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碑文) 앞에 가 엎드러져 내리 둥굴 치 둥굴며 머리도 찧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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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도 쾅쾅, 두 발을 굴려 남지서지(南之西之)를 기르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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