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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시평(映畵時評) (1929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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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 3
윤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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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시평
 
 
 

1. 원작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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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화사 상에서 1928년이란 그다지 큰 수확을 남겨놓지 못한 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양으로 보아 불과 열 편 내외요, 질적으로 보아서는 더구나 우리들 기대에 일그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기에도 조선 사람이 다가서려 하는 정치적 내지 경제적 조건을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제작상에 있어서 근본적 태도라든다 가능한 범위 내에 영화운동을 문제 삼지 않고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의미 하에 1928년인 신년벽두부터 봉절된 조선영화 수 편에 대하여 먼저 원작만을 검토하고 다음에 표현(기술)을 부분적으로 논평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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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의 예술과 같이 영화예술에 있어서도 내용이 형식을 규범하고 또한 형식이 내용을 규범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술품이나 문예품에 있어서 내용과 표현의 일원적 근거를 찾는 것과 같이 영화에 있어서도 스토리와 표현(제 기술)의 일원적 근거를 문제 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가 한 개의 영화의 생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특별 사정 하에 있는 조선 사람으로서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지나친 기교와 남이 따르지 못할 기술 ─ 과연 영화로서의 구비할 조건과 요소 ─ 로써 한 개의 완전한 영화를 제작했다손 치더라도 결국 사회적으로 의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존재까지 인증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까닭에 영화제작상 원작이란 부분이 가장 중요하게 문제되지 않아서는 안 되겠다. 영화상의 모든 기교와 기술은 원작을 여실히 표현하는 데, 좀더 효과적으로 표현하는데 무기가 될 뿐이다. 만약 조선 안에서 조선 사람의 손으로 된 영화가 내용을 제2의적으로 생각하고 기교와 기술 방면에만 치중하여 결국 한 개의 영화로는 수긍 내지 완성이라고까지 하더라도 스토리가 우리의 요구하는 바가 아니라면 단연히 항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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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화 <곡예단>은 제8예술의 정화요, 영화예술로서의 더할 나위 없이 완성할 작품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선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감명을 주지 못하였다. 오히려 <최후의 인>이나 <제7천국>이 조선 사람의 심금을 다소 찔렀을 것이다. 이것이 일종의 스토리 문제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제작된 영화 중에 가장 많이 돈을 들였다는 <벤허>를 볼 때에 한 사람도 그 영화에 공명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 영화가 상영되어 관중을 얻은 바 이익이라는 것은 고대 유태민족의 ×××민족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것과 종교의 해독과 마취성을 깨닫는 것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제도하에 제작되는 영화가 얼마나 반동성을 띠고 돌아다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제작비를 일천 육백 만원이나 들였다는 점으로 보아 그들이 얼마나 예술정책을 대규모로 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벤허>는 확실히 반동영화였다. 그럼으로 우리는 예술정책권내에 끼여서 그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전반의 그만한 내용을 담은 영화를 조선 안에서 상영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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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영화의 스토리란 중요하고 또한 중대한 것이다. 그러함에 불구하고 조선영화의 스토리란 반동적이 아니면 지나치게 부끄럽도록 빈약한 것이다. 신년 이래에 봉절된 영화만 보더라도 반동적이 아니면 비속, 빈약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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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운규군이 감독한 <벙어리 삼룡이>와 강호군의 작품 <암로(暗路)>와 김철군의 작품 등 <혼가(昏街)> 이상 세 작품이 거의 일시에 봉절되다시피 한 것은 조선영화계를 위하여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세 작품의 원작을 검토한다면 기뻐야만 될 일이 오히려 비관되고 증오의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그렇지만 이상 세분의 제작상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을 믿고 세 작품의 스토리를 간단히 분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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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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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작은 故[고] 나도향군의 작품인 것을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내용으로 말하면 봉건 사상의 화신이다. 거역은 부당이요, 반항은 금물이라는 것을 힘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만치 반동적인 원작을 취하여 영화화시켰다는 나운규군의 심사와 또한 제작상 근본적 태도를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영화를 제작할 생각이라면 하루 바삐 영화계를 떠나주기 바란다. 제일은 영화계 아니 조선 사회를 위하여 다음은 나군 자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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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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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원작은 강윤희군의 것인데 원작으로 대단히 실패하였다. 다만 취할 것이라고는 물레방아간이 정미소로 변하여 봉건시대의 생활이 날로 몰락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뿐이다. 이것은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었으면 다소 원작의 골자를 찾았을 것을 너무나 ‘사랑! 사랑! 하고 애욕에만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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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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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김철군의 원작으로 된 것인데, 이 작품 역시 원작으로 실패하였다고 아니 볼 수 없다. <혼가>에 있어서 원작으로 실패한 세 가지 원인이 있으니 하나는, 중심 사상이 다시 말하면 작품 전체에 흐르는 굵다란 줄거리가 없는 것이요 둘째는, 너무나 산만해서 통일성을 잃어버린 것이요. 셋째는, 중요 인물의 성격이 잘 나타나지 못하여 실감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취할 것이라고는 오직 의식의 과거 생활 묘사뿐이다. 좀더 그의 내압을 표현하였으면 좋을 것을 너무나 짧은 것이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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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세 개 작품이 전혀 원작으로는 수긍할 수 없을 만치 반동적이요, 무식, 빈약하였다. 여기에 원작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서는 아니 될 시기에 당면하였다. 그럼으로 일반 영화인은 더구나 제작의 직접 책임을 질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영화 원작자의 출현을 기대하여마지 않는다.
 
 
 

2. 기술자 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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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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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각색은 될 수 있는 대로 원작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잘 나타났다. 그러나 감독에 있어서는 그다지 눈에 띨만한 수법이 발휘되지 못하였다. 혼인집에 모여든 군중들 사용한 몇 장면만은 다소 성공하였으나 불났는데 뛰어가는 군중과 한군데로 모여든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는 어색하였다. 이 까닭에 영화에 있어서 많은 군중을 쓰는 것은 실패하기 쉬운 점이다. 훌륭한 감독만 있다면 군중을 많이 쓰면 많이 쓸수록 그만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벙어리 삼룡이 역으로 출연한 나운규군은 기대한 것보다는 벙어리 역으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것도 원작이 펄펄 날뛰어야만 성공할 나군의 성격을 죽이고 만 것이다. 천대받고 굴종하는 벙어리가 아니라 반항하고 날뛰는 벙어리였으면 나군 자신으로서 성공하였을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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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삼손군은 전에 보지 못하던 연기를 발휘하였다. 이 영화에 있어서 주군만큼 자기의 역을 살리어 큰 성공을 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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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춘방군은 <사나이>에 출현할 적 보다 실패하였다. 동작이 부드럽지 못하여 마치 인형노는 감을 일으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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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 박정섭 두 분도 눈에 띄울만한 연기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이번 영화에 있어서 두 분은 확실히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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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룡군의 노인 역은 여전하다. 그분의 역만은 언제든지 믿음성이 있다. 촬영에 있어서는 아무런 신경지를 보여준 것이 없다. 이것은 촬영기사 손용진군이 갈수록 퇴보한다는 반증이겠다. 자막만은 쾌감을 주었다.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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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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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에 있어서 전혀 실패하였다. 각색이 혼란하고 전체가 어근버근해서 관중으로 하여금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다. 한 씬에서 다음 씬으로 옮겨가는데 전혀 연락이 닿지 않은 곳이 많다. 감독의 수완이 이 작품에서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앞으로 많은 연구가 없어 가지고는 다시 감독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영화에 있어서 감독의 책임도 있지만은 출연자로서 성공한 사람은 한사람도 찾아낼 수 없다. 그 중에도 ‘니마이매’격인 강장희군은 동작과 표정이 전혀 어색해서 이 영화를 영화로서 살리지 못한데 중대한 책임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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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 박경옥, 차남곤 세분에 있어서도 이러타 할 만한 연기를 발견할 수 없다. 오직 이명래군 만이 다소 어색한 곳이 있으면서도 간간이 연기에 수긍할 점이 있다. 이군의 체격과 인물이 상당한 감독만 만나면 반드시 출연자로서 앞으로 성공할 날이 있을 줄 믿는다. <암로> 한편에서 취할 것이 있다면 오직 자막과 촬영뿐이다. 자막의 내용을 말하는 것은 물론이다. 촬영기사의 공적이 아니면 이 영화를 전혀 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문우양군으로 말하면 이번이 처녀촬영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효과, 그만한 성공을 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앞날의 큰 기대를 아니 할 수 없다. 조선영화계를 위하여 앞으로 많은 노력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 우리들의 큰 기대를 저버리지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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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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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색은 새로운 수법을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있다. 그리고 전체로 그리 성공한 각색법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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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영군은 이번이 두 번째 감독이다. 물론 <유랑>보다는 많은 진전이 보인다. 그러나 대담해야 할 곳에 대담한 수법을 쓰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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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군의 화장은 완전히 실패하였다. 뜨거운 태양을 쏘이고 다니는 마부의 얼굴로서는 너무나 희다. 이번 실패는 자기의 역을 생각하지 않고 미남자로만 나타내고자 하는 것이 그 원인이 된 것이다. 또한 동작에 있어서도 선이 너무나 가늘고 표정도 심각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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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운군은 절뚝바리 역으로 성공하였다. 동작이 자연스러워서 관중으로 하여금 실감을 준다. 표정에 있어서 임군보다 투철이 뛰어난 곳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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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용호군은 중요한 곳에 활약은 하였으나 그다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추군은 이 영화에 있어서 군더더기 같은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실패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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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의 역으로 출연한 이영희는 제일 관중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고 동정을 끌 수 없는 얼굴이다. 이 까닭엔 반드시 동정을 끌어야 할 역인데 동정을 끌지 못하고 내려가기 때문에 긴장미가 없고 흥분이 되지 않는다. 이 영화의 반 생명은 정순이 역이 죽여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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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웅이 역은 대성공하였다. 이 영화에서 인웅의 역이 없었다면 지리파멸을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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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의 숙부 역은 이 영화 중에서 그중 성격이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처음 출연이나 그리 어색한 곳이 없고 분장도 잘되었다. 어느 정도까지 출연에 성공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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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희군은 격투장면에서 동작과 표정에 그의 연기가 다소 있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그러나 강군에 있어서는 조소하는 표정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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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은 실패하였고 촬영은 과히 실패하지 않았다. 이동 같은 것이 군데군데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촬영기사 손용진군의 애쓴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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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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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지광』. 1929년 3월
【원문】영화시평(映畵時評) (192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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