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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상영된 수 개 외국 영화를 중심으로 하여 그 작품의 성격과 예술성 그리고 대사 번역 및 검열제도에 관해서 A(일반 관객)와 B(영화평론가)의 대화 형식을 빌린 질의의 골자를 나는 여기에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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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에 상영된 우수한 영화는 대개 어떠한 작품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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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엄격한 의미에 있어서의 좋은 영화는 전연 없다고 할 수 있으나 좀 에누리를 한다면 줄리앙 뒤비비에가 영국에서 감독한 「안나 카레니나」, 「챔피언」으로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마크 로브슨의 「열풍」…… 이것은 작가 제임스 A. 미치너의 소설집 『낙원에 돌아간다』에 수록된 「모건 씨」의 영화화입니다. 그리고 레오니 드 모기라고 전에 「창살 없는 감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감독이 이태리에서 제작한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작품 정도가 아닐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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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내일이면 늦으리」는 저도 보았는데 무척 기대에서 어그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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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확실히 그러합니다. 레오니 드 모기란 감독에 저는 너무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작가에게 있어 그 사람의 의식으로서의 예술성은 어떤 구분이 있는 것 같고 모기는 역시 전전적(戰前的)인 작가라는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사춘기에 있는 소년소녀의 생태를 묘사하는 한편 성교육에 대한 봉건적인 전통의 지배가 주는 무서 운 비극이 어떠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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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그리려고 한 의도는 참으로 훌륭한 데가 있고 우리들 역시 배워야 할 점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관객에게서 멀어져 가기 쉬운 계몽성을 이 영화는 너무 많이 지니고 있으며 그 연출의 구성방법이 대단히 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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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적」, 「종착역」의 명감독 데 시카가 이 영화에 나오는데 그는 전에는 영화배우였던 관계상…… 우리나라에서는 전후에서야 겨우 그를 알았으나 배우로서의 그의 명성은 참으로 오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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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교원(敎員)으로 분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의 대사가 이 영화의 제작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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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별다른 연기는 아니나 이탈리안 리얼리즘의 위대한 감독을 화면에서 직접 보게 된 것은 기쁜 일입니다. 모기는 전부터 많은 소녀들을 데리고 좋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수십 명의 소년소녀를 자유자재로 연출시키고 있으며 그것이 무척 평상적인 것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만 작품의 . 성과가 그리 훌륭하지 못했으며 스토리나 구성이 참으로 개념적이라는 데 나는 불평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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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열풍」은 어떻습니까. 게리 쿠퍼가 출연한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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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마크 로브슨의 전작 「챔피언」에 비하면 소재도 완전히 다를 뿐 아니라 작품 가치에서도 훨씬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고 저는 하나 감동을 했습니다. 그것은 아메리카인들이 무척 미개적인 토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전통을 살리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 솔직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별로 이름도 없는 제작소의 작품인 까닭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쿠퍼 외에는 거의 무명의 사람들이나 로브슨은 현지 로케이션에서 그곳 토인들을 잘 구사하고 있습니다. 음악은 참으로 훌륭합니다. 「하이눈」 으로 널리 알려진 드미트리 티옴킨이 역시 테마뮤직 송을 아름답게 효과적으로 흡입시키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의 음악을 뽑아버린다면 아마 이 작품의 가치는 반감될 것입니다. 여하간 나는 「열풍」은 근래의 아메리카 영화로서는 그 소재가 이색적인 것이며 작가 제임스 A. 미치너의 남태평양을 주제로 한 소설을 이해하기에도 좋은 교시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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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근의 외국 영화의 수준은 어떻습니까? ……물론 우리나라에서 상영되는 것을 기준으로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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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영화업자와 영화의 수준을 말하여야만 되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영화관과 관객의 경우가 지배적인 요소를 갖게 됩니다. 업자들은 대중에게 어필될 것을 수입하기에 급급하고 있으나 대중이 많이 보는 작품은 예술성이 무척 떨어집니다. 한국에서는 서부 활극이나 권총 난사극이 제일 인기가 좋고 너무 예술적이면 손님이 없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의 양화(洋畵)수준은 오락 본위에서는 몰라도 작품 가치에서는 대체로 전보다 훨씬 저락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작연도가 오래된 우수한 작품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심야의 탈주」, 「파리의 아메리카인」같은 것인데 이러한 것은 우연한 일이며 흥행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나는 간혹 이렇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문명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너절한 외국 영화를 가장 시일이 늦게 상영하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나 민간단체에서는 뚜렷한 영화정책이 없고 외국 문화를 청취하는 데 스스로의 양식, 아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영화를 수입하려면 공보처의 추천이 필요하고 상영되기 전에는 검열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이 문자 그대로 무궤도적이며 비문화적인 까닭에 전에 상영된 한국전란의 고아(孤兒)나 「카스바의 사랑」과 같은 것이 나타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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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카스바의 사랑」은 저도 보고 대단히 분개했습니다. 도대체 지워버린 자막이 많고 해서 전후의 흥미를 모르겠고 그 때문인지 이 영화가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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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저도 동감입니다. 영화의 광고문과 작품을 보고 겨우 안 것은 어떤 유부녀가 어린애를 낳고 싶어서 자기 남편의 전처 아들…… 즉 자기 아들을 육체적으로 사랑하게 된다…… 운운의 것인 것 같으며 검열시 대사(슈퍼임포스)에 나오는 ‘아버지’에 관한 것과 그리고 부자간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은 전부 삭제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이처럼 많은 대사를 삭제해야 할 작품을 어찌해서 수입 추천을 했으며 전후의 연결성이 없는 대사의 흥미조차 모를 이런 영화를 공보처가 검열 통과시킨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부 사람은 많은 대사를 삭제했다 해도 원어(불란서어)에서 직접 들을 수도 있겠으나 불란서 영화의 경우 그 일부 역시 참으로 적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욱 「카스바의 사랑」은 그 예술적인 가치도 전연 없습니다. 그 영화의 스토리와 한국의 양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고 그 영화 자체가 저급 프로그램픽처에 불과합니다. 나는 이와 같은 작품이 우리나라에 어떠한 문화적인 도덕적인 해독을 끼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품이 공공연하게 상영되고 있다는 것은 관계 당국의 무지와 무책임한 것을 좌증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여하간 이런 작품이 앞으로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고 원하는 것은 비단 나 혼자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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