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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의 초상」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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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1.9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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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의 초상」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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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네이선의 『제니의 초상』은 그의 대표적인 소설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허백년 씨의 번역으로 출판 소개된 이색의 작품이다. 이것을 영화제작자 D. O. 셀즈닉은 W. 디어틀의 시정(詩情)과 환상적인 낭만의 수법을 빌려 영화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천성의 재능을 가지고 있으나 그 재능을 자극시키는 인스피레이션을 가지지 못한 청년화가는 20년 전에 죽은 소녀와 시간의 관념을 초월하며 사랑하게 된다. 즉 1934년의 겨울……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화가는 소녀와 만나나 소녀는 20년 전에 이미 죽고 있으므로 1934년에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인스피레이션을 찾고 있던 화가에게 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그 이외의 사람에게는 뵈지 않는다. 말하자면 애덤스(화가)가 창조한 환상적인 영원한 여성인 것이다. 이것을 “이 작품의 진실은 스크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다”고 처음에 해설하고 있다. 애덤스와 만난 제니는 “부모는 하마스타인 극장에 출연하고 있다”고 말하나 그 극장은 지금은 없어지고 있으므로 관객은 이 작품이 가지는 이상한 분위기에 끌려가 버린다. 이 장면으로부터의 디어틀의 수법은 환상적인 것이 되며 우리들은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수 없는 지경에 빠진다. 애덤스는 1년간에 여러 번 제니와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제니는 놀랄 정도로 성장되어 있다. 즉 이러한 과거와 현재와의 교착을 설명하기 위하여 애덤스의 모놀로그가 여러 번 삽입되어 있다. 결국 모놀로그를 합해서 작품 전체가 애덤스의 1인칭으로 되어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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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뉴잉글랜드의 해안 등대에서 애덤스와 제니가 파풍에 휩쓸리는 장면이다. 그날은 1934년의 10월 5일이며 제니는 20년 전의 10월 5일 그곳에서 파풍으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날 애덤스는 틀림없이 제니와 만나게 될 것을 확신하면서 농무에 싸인 바다에 배를 이끌고 제니가 탔던 배를 만나는 것인데 역시 모진 풍파로써 실신하고 만다. 그리하여 애덤스가 또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제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현대의 인간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인스피레이션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면 공허한 오늘의 현실은 더욱 냉랭한 것이 되고 우리들은 꿈을 잊은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악마의 황금」, 「욕망의 사막」그리고 「여수」를 감독한 W. 디어틀의 시적 정서는 이 영화에서 더욱 그의 예술의 향기를 우리들에게 풍겨주고 있으며 이 사랑의 줄기찬 환상시(幻想詩)는 테마의 음악으로 쓰고 있는 드뷔시의 곡으로써 더욱 가슴을 찌르는 것이라 하겠다. 끝으로 알리고 싶은 것은 로버트 네이선은 내셔널인스티튜드오브아트앤드레터스의 회원이며 연기에는 조셉 코튼과 제니퍼 존스 외에 에델 베리모어, 릴리언 기시 등이 출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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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문」(1954. 1. 9)
【원문】「제니의 초상」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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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니의 초상 [제목]
 
  박인환(朴寅煥) [저자]
 
  # 태양신문 [출처]
 
  195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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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평론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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