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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몰라”의 죽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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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10.1.
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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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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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국 소년이 아버지를 따라 평생 처음으로 조선 구경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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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국 소년은 조선 사람을 처음 볼 뿐만 아니라 조선말은 단 한 마디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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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소년은 번화한 서울 거리를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다가 어떤 굉장히 큰 집을 보았습니다. 백 칸도 넘을 듯한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 높은 소슬대문이 달리고 긴 벽돌담이 달리고 긴 벽돌담이 둘러 있으며 문 앞에는 , 마차와 자동차까지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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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굉장히 큰 집이다. 아마 조선에서 제일 가는 부자의 집인 모양인데, 대체 이 집 주인이 누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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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소년은 혼자 생각하면서 한참 동안 집 구경을 하고 섰다가 마침 지나가는 어떤 젊은 조선 사람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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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주인 이름이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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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선 사람은 그때 자기의 동생이 병원에 입원하여 있다가 병이 위중하다는 전화를 받고 대단히 걱정을 하면서 급히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 중국 소년과 이야기할 정신이 없을 뿐 아니라 원래 중국말은 한 마디도 모르는 사람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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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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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간단히 대답하고 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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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을 모르는 중국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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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하하 이 집이 나 몰라라는 사람이 사는 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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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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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중국 소년은 전차를 타고 한강까지 구경을 나갔습니다. 맑고 아름다운 한강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그때 마침 배 수십 척이 곡식 가마니를 가득 싣고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몇천 석이나 되는 쌀을 배에서 내려가지고는 트럭에 쌓고 있었습니다. 이것을 본 중국 소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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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쌀도 굉장히 많다. 저 쌀과 저 배가 다 누구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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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몹시 궁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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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나가는 어떤 중학교 학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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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저 많은 배와 저 쌀 임자는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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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중국말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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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중학생이 중국말을 알아들을 리가 있나요? 더구나 그 학생은 지금 다른 중학교와 야구시합을 하는데, 시간을 맞추어 가는 길이므로 중국 소년과 이야기할 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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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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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간단히 대답하고 지나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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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옳지. 나 몰라라는 사람은 정말 부자로구나! 그렇게 큰 집을 가지고 또 저렇게 많은 배를 부리고 몇천 석 쌀을 가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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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대단히 부러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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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 중국 소년은 탑골공원을 구경하고 동대문까지 나가다가 굉장한 장례의 행렬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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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는 고운 꽃으로 장식을 하였고 그 뒤에는 굴관 제복한 상제가 마차를 타고 따르고, 또 그 뒤에는 예복을 입은 신사들이 자동차로 따르고 또 중들은 번쩍번쩍하는 기사를 메고 불경을 외면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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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숙하고도 화려한 장례를 평생 처음 보는 중국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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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떤 사람이 죽었기에 저렇게 굉장한 장사를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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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옆에 서 있는 노인에게 누가 죽었느냐고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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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노인은 중국말은 한 마디도 모를 뿐 아니라 며칠 전에 사랑하는 손자가 죽었으므로 지금 남의 상여가 나가는 것만 봐도 죽은 손자 생각이 나서 눈물이 글썽글썽하는 판이라 옆에서 누가 말을 거는 것도 귀찮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노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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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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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돌아서버렸습니다. 이 소리를 들은 중국 소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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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몰라! 나 몰라 씨가 죽었구나. 아아 그렇게 좋은 집과 그렇게 많은 돈을 다 버리고 나 몰라 씨가 죽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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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슬픈 눈물을 흘리며 상여 뒤를 따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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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학생》 51호 , 10월호 , 1947.10.1.
【원문】“나 몰라”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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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승(高漢承) [저자]
 
  # 소학생 [출처]
 
  194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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