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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때까지 金剛山[금강산] 구경을 못하였기로 틈만 있으면 竹杖麻鞋落考紙[죽장마혜낙고지]들께도 「雲歸[운귀]▣獨立[독립]」한 一[일]만 二[이]천봉을 보러 가자 하였더니, 올 여름에는 적은 틈이 있으나 또한 못가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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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우리가 글 배우던 서당에 洪參奉[홍참봉]이란 渾厚[혼후]한 어른 한 분이 계셔, 항상 金剛山[금강산]이 좋기는 좋되 인연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어도 그 좋은 것을 구경하지 못하는법이라고 하시면서, 자기의 四寸[사촌]이 江原監司[강원감사]로 있을 때에 따라가 있는데, 監司使道[감사사도] 指令[지영]한 度[도]만 가지면 절站[참]을 대어 돈만 아니들 뿐 아니라 依例[의례]히 이 절에서 저 절까지는 바꾸어 차기로 僧徒[승도]들이 모셔다 주며 또 供饋[공궤]가 極盡[극진]할 터이건마는, 평생에 願[원]만 하면서 이내 가서 보지 못한 말씀을 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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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金剛山[금강산] 생각이 날 때마다 이 말 생각이 따라 나서, 나도 洪氏[홍씨] 모양으로 金剛山[금강산]과 前生[전생]부터 緣因[연인]이 없지나 아니한가를 걱정하기를 여러 번 하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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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왜 또 못 가는고? 가려면 挽留[만류]할 사람도 없고 붙들릴 일도 없으나, 내 생각에 一年一度[일년일도] 한 번 구경 행차란 것을 나서는데 아무리 靈秀[영수]하다고 하더라도 그까짓 삐죽삐죽 내어민 산을 보고서 만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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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면 눈이 시원하고, 두 번 보면 가슴이 시원하고 세 번 네 번만 보면 前[전]에 世上[세상]이란 좁은 것, 적은 것, 더러운 것 하던 생각이 뭉텅이째로 없어져 버리고 내 마음속으로부터 몸 밖에 있는 온갖 物象[물상]이 다 시원이란 외폭 褓子[보자]에 싸인 듯하게 감동되는 바다를 아니 본단 말인가 하여 心猿意馬[심원의마]가 한 汽罐車[기관차]에 끌려서 바다란 정거장으로 향하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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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剛山[금강산]으로는 因緣[인연]을 맺을 기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 그렇지 아니하면 아주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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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지 나는 이 여름을 해변에서 지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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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〇九年八月[일구〇구년 팔월] 少年[소년] 第二年[제이년] 第七卷[제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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