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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500년간 정승으로 이준(李浚)이 왕실 지친으로 소년 정승을 한 것 외에는 한음 상공(漢陰相公)이 삼십 줄 정승이었다. 임진란에 어렵고 어려운 명(明) 나라의 구원병도 청해 왔고 또 상감의 부르심이 잦은고로 할 수 없이 자기 집을 동궐(東闕)옆에 두고 흔히 궐내에서 잤다. 하루는 일기가 심히 더운데 입궐하여 주상(奏上)을 오래 하였으므로 입이 타도록 갈증이 나서 귀가하는 덧 저절로 먼저 손을 내민즉 소실이 제호탕(醍醐湯)을 예비 하였다가 얼른 아무 말 없이 드린다. 한음은 받고 먹지 않으며 한참 물끄러미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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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너를 버릴 터이니 마음대로 다른 데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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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실은 어쩐 까닭인지 몰라서 밤새도록 울다가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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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감이 오성(鰲城) 대감과 매우 가까우시니 오성 대감께나 말씀하여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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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음과 오성은 절친한 새였다. 첩은, 그것을 생각하고 오성께 가서 그 사실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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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 대감이 본래 특별히 사랑하신 터인데 웬일인고. 내 여쭈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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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한음이 막 찾아오는지라, 오성은 한음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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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이 평일에 사랑하던 소실을 까닭없이 버림은 웬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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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물었다. 한음은 웃으면서 대답하는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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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가 무슨 허물이 있는 게 아니라 일전에 내가 주사(奏事)할 적에 매우 더워 몹시 번갈하여 집에 와서는 말도 하기 전에 손을 내밀었더니 그 애가 마침 제호탕을 준비하였다가 얼른 주는데 그 영리(怜利) 총명(聰明)함이 사랑 할 만하기로 받고서 먹지 않고 물끄러미 본즉 아기자기하게 어여쁘기 가전보다 심한지라 가만히 생각을 하여보니 나라일은 아직 정돈이 못되어 안위(安危)를 알 수 없는데 내가 수상이 되어 첩에게 마음이 쏠리게 되면 나라 일에 실수함이 있을까 염려된지라 그리하여 버린 것이지 그 애가 무슨 죄가 있음은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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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의 이 거사는 참 열렬한 장부라 나로 당치 못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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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으니 예전 어른의 나라를 위하던 순성(純誠)이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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