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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진(權以鎭)은 숙종대왕 때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외손자이다.이진이 어렸을 때에 그 외조부 우암 선생이 사랑하여 항상 슬하(膝下)를 떠나지 않게 하였다. 하루는 밤에 이진이 선생보다 먼저 누워 자는데 우암은 마침 손님과 같이 앉아서 당시 장부의 일을 평론하다가 이진이가 곁에 누 운것을 깨닫고 손님에게 손으로 이진을 가리키며 가만히 말하기를 이 아이가 매우 총명하니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 이는 그 사위가 남인 편당인 까닭 에그 외손주가 그 이야기하는 말을 듣고 다른데 전파할까 염려하여 손님더러 조심하라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이진이는 자다가 그 말을 듣고 곧 대답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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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경상감사로 있을 때에 하루는 노론(老論) 편색의 선비 한 사람이 권의 의조부인 송우암의 화상 족자 한 폭을 가지고 와 서원(書院)을 건축하고 모시자고 청한다. 권은 그 화상 족자를 선화당(宣化堂) 대청(大廳) 벽에 걸어 놓고 보면서 말하기를 저 화상이 어찌하여 우리 외조부 얼굴과 같지 않으냐 아마 연기에 그을어서 그러한가 보다 하고 곧 하인을 불러 물걸레로 그 화상을 닦으라고 한다. 선비는 놀라며 진 걸레로 닦으면 그림과 종이 가다 상한다고 닦지 못하게 한다. 권은 크게 성이 나서 말하기를 어쩐 말인가 자네 혼자만 선생을 공경하고 나는 우리 외조부를 공경할 줄을 모른다는 말이냐 어서 썩 훔치라 하였다. 하인은 감사의 명령대로 여러번 훔치니까 화상의 형상이 다 없어졌다. 권은 다시 말하기를 그림이 본시 잘못된 것인데 닦으니까 더 볼 수가 없다 하고 하인을 시켜 그 선비의 등을 밀어 쫓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