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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2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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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록(受相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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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세상에 날 때에 일생의 필자를 그 얼굴에다 내여 박고 나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대개 그 사람의 팔자가 그 얼굴에 그려 있는 듯이 보이기는 한다. 붙음 붙음이 괴롭게 정리되고, 번듯하게 생긴 얼굴의 소유자는 그것이 그대로 그 사람의 복을 말하는 것 같고, 또 그와는 반대로 얼굴이 조밀작해서 어딘지 구차해 보이는 얼굴의 소유자는 아무리 해도 복은 없을 것 같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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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지도 않은 예를 우리는 빤히 내다볼 수 있는 것이니, 육안으로 보아도 그렇게 번듯하게 복스럽게 생기고 아니 생긴 것으로는 그 사람의 운수를 따져 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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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굴이 번듯하게 생긴 사람을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해도 어쨌든 복 좋은 사람같이 보이는 데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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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그것이 장래의 팔자에는 어찌 되었든 뭇 사람에게 그렇게 복스럽게 보이는 것만 해도 천복을 타고 난 사람 같아 나는 그러한 얼굴의 소유자를 대할 때마다 내 얼굴을 연상하고, 그러면 내 얼굴은 뭇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끔 거울에다 자신의 얼굴을 비춰 놓고 요모조모 뜯어 가며 장단점을 찾아본다. 그리고 오늘까지 보아 오는 동안에 제일 잘생겼다고 인정하던 그런 얼굴에다도 비해 보고, 또 제일 못생기었다고 보였던 그런 얼굴에다도 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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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얼굴은 내가 좋아하는 형으로 그렇게 복스럽게 환하지도 못하고 할복한 형이라고 인정하는 그렇게 조밀작한 얼굴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나 하나의 보통 얼굴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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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내 얼굴 같은 이러한 형은 그 소위 관상학상으로는 어떤 것일까 나는 근래 그것이 무척 궁금하였다. 이것은 무슨 관상법을 믿어서가 아니라 복스럽게 생긴 사람도 복이 없고 복스럽게 생기지 못한 사람도 복이 있는 것을 볼 때 관상학상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보나 하는 호기심이 내 관상에서 한번 그것을 시험하여 보고 싶은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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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일인즉 역시 쑤그러운 짓이라 돈을 주고까지 보일 필요는 없어 한번 보여 보자 하고 그 어떤 기회만을 엿보아 오던 것이 월전(月前)에 우연히도 모모 씨로 더불어 이야기를 하던 끝에 관상이야기가 나서 돈을 아니 받고도 보아 준다는 청운정(淸雲町) 오개석 씨(吳介石氏)를 찾아가 관상을 보인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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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상학상으로 보는 관상은 우리가 척 보기에 그저 번듯하고 아니 번듯한 것으로 복(福), 불복(不服)을 따져 버리는 그런 추상적 관법이 아니라, 사람의 일생에 굴곡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굴에도 그 부분부분에 굴곡이 있어서 그것을 일생에 맞추어 보는 그러한 구체적인 관법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그 보는 법이 아주 과학적이요, 조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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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관상법으로 본 내 얼굴은 어떠하였나, 그 역시 대체로 볼 때는 내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그저 평범한 하나의 보통 얼굴로 본다. 그가 본 내 얼굴의 형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나 자래형이라는 단안을 내린다. 그리고 세부분으로 들어가 일생의 그 소위 팔자를 논하는 데 있어선 머리가 좋으니 초년 팔자는 좋았으나 이마가 들어가 삼십대 팔자는 극히 좋지 못한데, 코가 또한 좋아서 사십대부터는 다시 운수가 좋다 한다. 그러나 그 직업의 가집에 있어 운(運), 불운(不運)이 좌우될 것인즉 문필을 집어 던지고 장사를 하여야 성공을 할 것이라 한다. 그래 그 성공이라는 것이 어떠한 정도의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천 석 하나는 염려 없다는 것이다. 그런 데다 입까지 또한 좋아서 그것을 족히 지킬 것이니 부디 장사를 하란다. 그리고 뺨 아래 뼈가 넙적하게 두드러졌으니 부하를 많이 거느릴 관상으로 유순한 마음은 심성으로 그 부하를 사랑하고 지도하나, 그 심성을 몰라주는 부하들이라 그들로부터의 시비는 면할 수가 없는 형이라고 한다. 이것이 그의 관상법으로 본 내 얼굴에 두드러진 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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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것을 믿을 것은 아니요, 또 믿고 싶은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문필을 던져야 된다는 얼굴이 내게는 갑자기 밉게 보였다. 그리고 가만히 얼굴을 뜯어보니 그 어느 한 모에 문재(文才)를 나타내는 그러한 재기에 찬 부분을 사실상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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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다고 또한 나는 문필을 황금으로 바꾸어 버릴 생각은 조금도 없으니 내 팔자에 타고났던 벼 이천 석을 아깝게도 쌓아 보지 못하고 뉘 집 곳간에다 자선을 베풀게 되는 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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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박문》 )(193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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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단행본〕*『상아탑』(우생출판사, 1955)
【원문】수상록(受相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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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193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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