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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를 입고 다니자니 터분하고 벗어놓고 다니자니 허전한 게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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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약간 산득거리는 듯도 하고 가끔 흐리는 것도 같다. 다행히 여겨 외투를 입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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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社)에까지 가는 동안에 몇 사람의 ‘동지’를 만난 것이 마음에 저으기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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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이 되어 창경원이나 갈까 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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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안에 섰는 수양버들가지와 길에 나선 젊은 여인의 저고리 고름이 봄의 정(精)을 뽑아먹는 듯이 말쑥하고 가벼워 보인다. 투박한 내 외투와는 더욱 선연히 대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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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일금 12원야라를 주고 레디 메이드 집에서 재작년에 사입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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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동(校洞)을 지나 종로로 나서니 봄이 더 많이 와서 있다. 활활 열어젖힌 전차의 유리창, 자극성이 적은 빛깔에 무늬가 은근한 여인네의 치마폭, 보드라운 봄장갑, 연한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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엷은 회색 모자에 카키빛 레인코트를 아무렇게나 걸친 모뽀, 그 밑으로 보이는 짙은 남색 바짓가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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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서 미리 다가 구경을 온 면장님의 고기작고기작한 세루 스프링과 무릎 나온 세루 바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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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순사와 내 외투가 아직 동면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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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투를 벗어 들어보았다. 벗어들고 생각하니 쑥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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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쟁이 ‘그 집’ 으로 들어가서 일금 1원야라를 받고 거북한 동산(動産)을 처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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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요량을 하고 내의를 얇게 입고 나온 것이 한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 놈 1원으로 뱃속에 알콜을 부어서 열을 올리었다. 그 덕에 봄나물도 금년에는 꽤 일찌기 맛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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