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곤장(棍杖) 일백도(一百度) ◈
카탈로그   본문  
1943.5
채만식
1
棍杖[곤장] 一百度[일백도]
 
 
2
얼마 전 전 총력연맹(總力聯盟)에서 청소운동을 일으켰다. 전반도적인 총후(銃後)의 국민생활 개신(改新)운동의 하나였다.
 
3
한 전지역적인 청소운동이 일었다는 것은 그것을 일으키지 아니치 못할 만큼 불결함이 있음을 스스로 말하는 것이다.
 
4
과연 조선은 거리가 특히 도시에 있어서 대단히 불결하다. 그 운동이 시작될 당시 어느 분인지가 라디오를 통하여 취지 설명의 강연을 하던 중 “어떤 내지(內地) 손님이 경성처럼 불결한 도시는 처음 보았노라고 한 말을 들은 일이 있소……”하는 대문이 있었다. 있음직한 말이다. 서울서 늘 사는 우리의 눈에도 서울은 불결한 도시거든, 처음 보는 외방 손님의 눈에야 불결치 아니하게 보였을 이치가 없는 것이다.
 
5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말쑥하게 뺀 위지왈(謂之曰) 신사씨가 종로를 지나면서 서슴지 않고 길바닥에 퉷 침을 배앝는다. 침은 둘째다. 캐액 가래침을 덤벙이로 배앝는다. 아무 거리낌없이 실로 당당히 배앝는다.
 
6
정거장 같은, 바닥이 시멘트 콘크리트로 된 공중집산(公衆集散)의 장소를 가만히 살펴보라. 하루 종일 두고 무수한 침자죽이 마를 사이가 없이 바닥을 반점(斑點)치고 있다.
 
7
종로 등 전면(前面)의 큰거리로부터 한 발만 뒷골목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면 참으로 구역질을 않고는 볼 수 없는 불결함이 거기에 벌어져 있다. 문전마다 절절 넘치는 쓰레기통 ─ 무릇 쓰레기통은 불결한 것을 받되, 잘 뚜껑을 하여 불결한 것을 덮자는 것이 목적이거늘, 서울 뒷골목의 쓰레기통이란 불결한 것을 어엿이 남의 눈앞에다 “자아 이렇소!”하고 전시하는 소용(所用)다운 느낌이 없지가 못하다.
 
8
무릇 거리가 불결하다는 것은 백성이 더럽히기를 잘하는 폐습이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전반적으로 그들이 청소에 대하여 심히 게으른 백성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이 거리를 잘 더럽히며, 더럽히고도 청소까지 게을리한다는 것은 결국 그들이 불결한 것을 불결해 할 줄 아는 신경이 퍽 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공중도덕에 대하여 무관심 · 무책임한 것은 묻지 말기로 하고라도 말이다)
 
9
고 없으면 × 쥐어먹는다는 속담이 있거니와 조금만 불결한 것을 불결해할 줄 아는 신경의 민첩함이 있을진댄 그다지도 불결한 채 심상히 살고 있지는 결단코 아니할 것이다.
 
10
조선 백성은 시방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동아 여러 민족의 어른 노릇을 하여야 하는 자리에 있다.
 
11
그러나 나는 묻는다. 다른 흠이나 부족함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그런 중에서도 자기가 사는 문전과 거리를 그다지도 불결히 하고 살면서도…… 불결한 것을 불결해할 줄 아는 신경이 그다지도 둔하면서도, 그러고도 대동아의 다른 여러 민족들더러 “내가 자네들 어른일세! 선생일세. 자네들일라컨 내 뻔을 떠야 허이!”할 낯이 있느냐고.
 
 
12
마지막 농담 같은 진정 한마디.
 
13
경찰처벌령에, 거리를 불결케 하는 자는 구류(拘留)든가 과료(科料)든가에 처한다는 조목이 있다고 들었다. 만일 나에게 경찰처벌령을 듬씬 강화할 권력이 있다고 한다면, 거리를 더럽히는 자는 또는 더럽히고서 청소치 아니하는 자는 “곤장 일백도, 혹은 벌금 만 원에 처함”이라고 뜯어고쳐 즉일(卽日) 실시케 할 것이다. 그 영(令)이 존재하는 동안 영원히 깨끗한 거리가 될 것을 보증한다. 선 개고기는 소금으로 욱이고 말 안 듣는 백성은 호령이 약인 것이다.
 
 
14
<新時代[신시대] 1943년 5월호>
【원문】곤장(棍杖) 일백도(一百度)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
- 전체 순위 : 6871 위 (5 등급)
- 분류 순위 : 1646 위 / 181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곤장 일백도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 신시대 [출처]
 
  1943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곤장(棍杖) 일백도(一百度)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