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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사장 송진우씨 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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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3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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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 社長 宋鎭禹 氏 面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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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동(花洞) 동아일보 구사옥. 때는 오후 두시. 하루 일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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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자리 암체어에 큼직한 구체(軀體)를 푹신 잠그고 한팔로 뺨을 괸 채 예(例)에 의하여 눈을 감고 오수(午睡) 명상(?)을 하고 있던 송진우 씨가 생각이 났던지 눈을 번쩍 뜨고 바로 그 옆으로 있는 사회부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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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두시니까 사회부 외근기자도 다 들어왔다. 일상 하는 대로 나란히 앉은 고영한(高永翰) 군과 유지영(柳志永) 군도 잠념없이 원고를 쓰고 있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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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송진우 씨가 넓죽한 소리로 “고지영 씨─’ 하고 불러놓았다. 이 서슬에 고영한 유지영 양군이 다같이 한꺼번에 “네?” “네?” 대답을 하고 이편을 바라본다. 그러면서 사회부를 중심으로 웃음이 확 터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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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송진우 씨가 고영한 군을 부르려다가 고지영 씨라고 했는지 류지영 군을 부르려다가 고지영 씨라고 했는지 그것은 모르겠으나 이것으로써 씨가 일상 ‘생각’을 골똘히 함이 많이 있어 뜻밖에 그러한 망발을 잘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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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원이 설렁탕을 먹으면 자기도 설렁탕을 급사더러 시키라고 해놓고 또 다른 B 사원이 모리를 시키면 먼저 시킨 설렁탕은 잊어버리고 모리를 시키라고 하고…… 등등 절창(絶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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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전남 담양 태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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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업에 있어 일신양면(一身兩面)이라고 할 만한 김성수(金性洙) 씨와 한가지로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약 이십 년 전인 듯하다. (그때 하관(下關)서 잘못 이등차를 타고 차장에게 혼이 나서 동경역(?)에 내려 인력거 삼등 타기를 고집했다는 말도 유명한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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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서 명대(明大) 법과를 마치고 귀국하여 김성수와 한가지로 그때 바로 폐문(閉門)의 비운에 빠진 중앙학교(中央學校)를 인계하여 기미사건 이전까지 처음에는 학감(學監)으로 나중에는 교장으로 교육사업에 종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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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씨는 지금의 활달하고 때가 벗은 정치가적 인물임에 비하여 다만 한 교육자요 선생님일 따름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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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자신 역시 학생들에게 “나는 일생을 교육가로서 마치겠다”고 하였다. 그에 알맞게 ―― 말하지면 약간 고릿하게 ―― 시험문제를 도판(塗板)에 써놓고 난로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과연 졸음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나 기미운동을 획기로 씨는 당당히 정략가로서 나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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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辯才)도 그 당시는 그다지 신통스럽든가 싶지 아니하다. 그 고유한 어벽(語辟)과 사투리는 그대로 있으나 ‘……그리각고는’ 하며 꽉 쥔 주먹으로 테이블을 땅 치고 눈을 한번 끔벅 입을 움찟하고 청중을 내려다보는 양은 우습기는 하나 웃음은 나오지 못하고 귀와 눈이 번쩍 띄는 무엇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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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 이후 씨는 다시 김성수 씨와 한가지로 동아릴보를 세우며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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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씨의 말이 여러번 나오니 말이지 이 양씨는 일신양면(一身兩面)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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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에든지 둘이서 같이 나선다. 그것은 마치 한쌍의 부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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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성격은 전연 다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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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착수 혹은 진행하는 데 있어서 김씨는 소극적인 데 반하여 송씨는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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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약간 성(性)이 급한 데 반하여 송씨는 뱃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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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돈을 모으고 송씨는 돈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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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쪽을 맞추고 짝을 짓는 데 반하여 송씨는 떼어놓고 벌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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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군자적으로 얌전하며 살림꾼으로 된 데 반하여 송씨는 외교적이요 『수호지』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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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자자분하니 고요한 데 반하여 송씨는 거칠고 왕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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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군자적으로 공평한 데 반하여 송씨는 정치가적으로 다소 당파적이다. 그러므로 그 수하의 사람 중에 씨가 한번 신임한 사람이면 그 두호가 두터운 반면에 한눈에 벗은 사람이면 포인트 이하로 떠내려놓고 만다. 그것은 그렇다고 이상과 같이 송 ․ 김 양씨는 서로 반대되는 두 성격을 잘 종합하여 가지고 오늘날의 사업을 이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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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김씨가 없었으면 오늘날의 송씨와 그 사업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것이요, 송씨가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김씨와 및 그 사업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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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초창기인 화동 구사옥 시절이 가장 어려웠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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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를 배경삼아 오늘날까지 이르는 송진우 씨도 그 시절이 가장 어려운 고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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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으로 사장으로 한번은 일단 인퇴(引退)를 하였다가 다시 고문으로 편집국장으로 급기야 사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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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는 동안에 신문 자체로도 아슬아슬한 경우를 많이 넘겼고 씨도 어려운 재주를 많이 넘겼다. 필화사건으로 철창에 들어간 것도 그때요 말썽 많은 사회단체의 뭇 공격을 받던 때도 그때요. ×××에게 시갈림을 받던 때도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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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니 우스운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이는 부하를 데리고 어떠한 때는 피스톨까지 차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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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붙어 싸울 수도 없는 일이요 그러자니 당하기가 창피하고, 어쩔 수 없이 실컷 시달리고 나서 어떻게 쫓아보내고는 영업국으로 쭈 오면서 당시 영업국장(?)인 신구범 씨더러 “신구범 씨 총 갖다 놓으시오 총 ……그놈이 내일 또 오면 내 그놈을 쏘아죽일 테야” 하며 분에 못이겨 하던 양은 실지로 아니 본 사람 말이지, 아니 웃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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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란이 있었을 뿐 아니라 많은 유혹도 있었다. 이것은 확실하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도지사’라는 미끼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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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곤란과 난관을 디디고 넘어 한 층 두 층 동아일보의 기초가 굳어짐을 따라 송씨의 지반도 든든하여지고 가부간에 씨의 정체도 또한 선명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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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신사옥을 건축하고 다시 사장의 자리로 올라가 앉으면서부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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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이 보기에는 송진우 씨가 평생을 한 저널리스트로 보내리라고는 생각지 아니한다. 그리하기에는 씨는 너무도 정치적으로 두뇌가 생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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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기에는 둔한 것 같고 우물우물하는 것도 같다. 손님을 앉혀놓고 혼자 졸기가 이쑤요 “하이 하이 와다구시가 소징구데스”하는 한심한 일어로 외교는 하건만 어디를 가든지 발을 척 개고 앉았지 납작 엎드려 국궁하거나 반쯤 쪼그리고 앉거나 할 질(質)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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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버틴다. 그리고 그만큼 밝게 관찰을 하며 그 관찰을 실지에 이용할 수단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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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은 송진우 씨가 현재 디디고 서서 있는 바 배경인 그 정세 밑에서라는 전제로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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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만일 그 배경이나 그 정세를 ‘선’으로 보지 아니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논한다 하면 그동안까지 써온 중 송씨의 공적 생활에 대한 것은 전부 부인하게 될 것이다. 그보다 더 그 전체까지도 부인할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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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설(且說), 씨는 앞으로 정치적 무대가 허여된다면 그때에 비로소 씨의 씨다운 활동과 면목이 나올 것이다. 그러므로 동아일보 사장으로의 송진우 씨는 그 앞날로 보아 아직도 잠복기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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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아직 사십이 세. 연령으로 보아도 지금으로부터가 한창 일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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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화동 자택에서 인력거에 몸을 싣고 예의 예대로 팔찌를 꽉 끼고 입도 꽉 다물고 눈을 꽉 감지 않으면 무슨 소린지 흥얼흥얼하면서 사(社)로 향하여 출근을 하고 있다. 그 큼직한 얼굴에 수염이 없는 것이 좀 섭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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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비교적 퍽 건강한 편이요 정객답지 않게 술에는 약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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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사(艶史)를 조금만 썼으면 좋겠으나 선생님 꾸중하실까봐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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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신임하기는 주요한 ․ 설의식 ․ 이광수 3씨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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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씨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전날 구사옥에서 생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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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씨가 병으로 나오지 못하고 그 대리 겸해서 그 부인 허영숙(許英肅) 씨가 학예부 일을 잠시 맡아본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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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침에 지성으로 허영숙 씨를 불러놓고는 “춘원 좀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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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웬일인지 어제 오늘 열이 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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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그거 안됐군! 저 저 허영숙 씨를 춘원한테서 격리를 시켜야 해 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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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외의 농을 하고 모두들 웃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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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간에 소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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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생이 없다는 것보다 연전에 만득(晩得)으로 하나 얻은 아기를 아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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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 혜성(잡지) [출처]
 
  1931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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