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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은메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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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
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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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물의 은메달
 
 
 

1. 1

 
3
명길이는 다른 날보다 기운이 퍽 나아진 것 같았다. 수남이가 명길의 병실로 들어가니까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고 그 얼굴에는 기쁜 빛이 넘쳐 있었다.
 
4
살은 몹시 말랐을망정 그 하얗게 세이다시피 한 얼굴에는 기뻐하는 빛이 떠돌고 두 뺨은 퍽도 불그레하였다. 참말로 더 귀여워 보였다.
 
5
"얘, 명길아, 오늘은 좀 나은 모양 같구나."
 
6
"아! 수남이냐? 오늘은 기쁜 일이 있어서...... 어서 수남이 네가 왔으면 하고 기다리던 판에 잘 왔다."
 
7
"기쁜 일이라니 대관절 무슨 일이냐?"
 
8
수남이도 명길이가 이같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기뻐서 자리 앞으로 가까이 갔다.
 
9
"저- 거시기 다른 게 아니라 요전번에 널더러 보내달라고 부탁한 '병상 일기' 있지 않느냐? 그것이 이번 O월호에 뽑혔겠지."
 
10
명길이는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어린이> 잡지 O월호를 집어서 수남이에게 주었다.
 
11
"무엇? 병상 일기가 뽑혔어? 참 좋구나."
 
12
수남은 제 것이 뽑힌 것이나 같이 기뻐하였다. 파리한 손으로 곱게곱게 넘기어 찾아낸 ‘독자 문단란’에는 명길의 '병상 일기'가 제일 첫째로 입상되어 실려 있었다.
 
13
"아이구, 첫째로 입상이 되었구나?"
 
14
수남이의 눈은 책상 위로 쏠리었다.
 
15
“X월 X일, 오늘도 비가 온다. 오랜 동안 병상에 누워서 듣는 빗소리만치 쓸쓸한 것이 또 어디 있으랴- 더구나 누구 하나 와서 들여다보는 사람조차 없다- 아니 그것은 내 병이 이상한 병이기 때문에 날 찾아오는 사람을 내가 막아야 하겠으니까 내 가슴이 더 아프다. 아- 동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멀리하지 아니하면 안 될 처지에 있으니......
 
16
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을 판에 수남이가 찾아왔다. 참말로 반가웠다. 친한 동무나 친하지 않은 동무나 누구나 할 것 없이 오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에 옳다구나 하고 대문 밖에도 찾아오지 않는 요즈음에도 수남이만은 내가 병을 앓기 전보다도 더 자주 찾아와서 위로해 주었다. 아! 참으로 진실한 동무다.
 
17
"수남아! 벌써 가려니?"
 
18
"뭐 벌써 가다니? 오늘은 휴일이 아니냐?"
 
19
하고 수남이는 깔깔 웃었다. 휴일까지 잊어버리도록 앓는 몸이야말로 참으로 서럽다……“
 

 
20
아직도 두서너 줄이 남았으나 수남이는 아래를 더 계속하여 읽지 못하였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쉴새 없이 흐르게 되었다.
 
21
"명길아! 명길아!"
 
22
하고 수남이는 저고리 소매로 눈물을 씻으면서 오른손으로 명길의 손을 힘있게 잡았다.
 
23
"얘! 수남아, 수남아! 안 된다. 안 된다. 내 손을 붙잡으면 안 된다......"
 
24
하면서 명길이는 손을 뿌리치려 하였다. 그러나 수남이는 놓지 아니하였다.
 
25
"왜 안 된단 말이냐? 응! 왜 안 돼? 너는 밤낮 병을 그렇게 무서워하기 때문에 도무지 낫지를 않는 것이다."
 
26
하고 꾸짖듯이 목소리를 높여 말하면서 더 힘 있게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
 
27
"오늘날같이 진보된 의학을 가지고는 반드시 나을 수가 있는 것이다. 낫지못할 병에 걸렸다고 걱정하던 때는 옛날이다. 자! 앞으로도 오늘같이 기운을 내어야 한다. 알아듣겠니? 명길아!"
 
28
하고 억지로 얼굴에 웃는 빛을 띠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가만히 속으로 생각하고 앉았다.
 
29
명길이는 너무도 마음에 감동이 되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 것같이 고개만 두서너 번 끄덕끄덕 하더니 더운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트렸다.
 
30
마침 그 때에 누이가 어름에 재인 좁쌀미음을 대접에 담아가지고 들어왔다. "이 애야, 퍽 덥겠다. 자! 이것을 한 그릇 먹어라.“
 
31
명길이는 받아들고 한 모금 들이켜더니
 
32
"아! 시원하다!"
 
33
하고 수남이를 바라다보며 빙그레 웃더니 남은 것을 마저 들이마셨다. 뒤뜰을 넘어 들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유리창 가리는 흰 커튼을 흔들었다.
 
34
"얘, 수남아! 메달은 어느 날쯤 오겠니?"
 
35
하고 명길이는 말하였다.
 
36
은빛이 찬란한 메달을 갖고 싶어 하는 생각이 그 힘없는 두 눈에 역력히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37
"글쎄, 어느 날이나 올는지?...... 얘, 명길아! 오늘날까지 메달 말고라도 다른 상을 타 본 일이 없니?"
 
38
"수첩이나 그림엽서 상은 타 보았지...... 규칙에는 작품을 발표한 뒤 한 달 안이라고 하였지만 늦어도 20일 안에는 오더라."
 
39
"얘, 얼른 메달을 갖고 싶지?"
 
40
"그래,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41
명길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시 잡지의 투고란을 뒤적거리었다.
 
 
 

2. 2

 
43
수남이는 명길이와 반대로 몸은 튼튼하지만 집안 살림살이가 아주 말이 아니었다.
 
44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군청에 다니는 형님이 살림살이를 하고 있었다.
 
45
그러므로 다른 애들같이 여름 방학 동안에 바다나 산으로 놀러 다니기 커녕 올해 열다섯 살이 되도록 자기 맘대로 편하게 놀아 본 적조차 한 번도 없었다. 수남이는 명길이를 찾아보고 돌아간 뒤 사흘 후에 30리 밖에 있는 큰아버지 댁으로 양잠하는 것을 시중들러 갔다.
 
46
찌는 듯이 더운 여름날 온종일 누에 똥 냄새 나는 양잠실 속에서 일을 하고 아침 저녁에는 뽕잎을 따러 돌아다녔다. 폐병으로 앓는 동무 명길이를 생각하면서도 한가히 앉아서 위로하는 편지 한 장을 맘대로 쓸 수가 없었다.
 
47
그러나 힘들인 보람이 나타나서 희고 고운 고치가 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때에는 기쁜 눈물이 양편 뺨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48
“집에 돌아갈 날도 며칠 안 남았다. 삯전을 받거들랑 명길이가 좋아하는 사과나 많이 사 가지고 가야겠다......”
 
49
가는 비가 솔솔 내리는 소리와 같이 누에의 뽕잎 먹는 소리를 들으면서 수남이는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에
 
50
"수남아! 너한테 전보가 왔더라."
 
51
하면서 큰어머니가 갖다 주시는 전보 한 장을 받아들고 물끄러미 전보를 들여다보다가 뜯어보았다.
 
52
“명길 위급 지급 귀향.”
 
53
"아!“
 
54
하고 수남이의 얼굴은 해쓱하여졌다. 오늘날까지 한날한시도 잊지 않고 생각하던 동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읽고 이같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남은 전보를 구겨 쥔 채 큰아버지 방으로 뛰어들어가서 전보를 보여 드린 뒤에 여가를 얻어 가지고 한달음에 정거장으로 뛰어갔다.
 
55
수남이가 명길의 집에 이르렀을 때에는 어스름 해지는 저녁이었다.
 
56
"아이구, 수남이 왔구나?“
 
57
두 눈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우신 명길 어머니가 수건으로 부은 눈을 부비시면서 퍽도 반가워하시는 한편에 눈물을 흘리시며 슬퍼하셨다.
 
58
"아! 수남아, 참......"
 
59
명길이는 감고 있던 눈을 힘없이 떠서 수남이를 바라보며 말끝을 채 마치지 못하고 빙긋 웃었다. 얼마 안 된 그 동안 말 아니게 된 명길의 모양을 바라볼 때, 수남이는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 말도 못하였다.
 
60
"명길아! 정신 차려라!"
 
61
"으......응......수남아 이제......나는 더 살지 못할 것......같다......수남아! <어린이>의 메달이 여태 여태......안 왔니?......그것 구경 좀 했으면. 자! 수남아 다음날......응! 다음날 오거든......내 사진과 함께 두고 보아......"
 
62
명길이는 말끝도 채 못 마치고 가래가 끓어올라서 몹시 괴로워하는 모양 같더니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63
"아! 이렇게 약할 수가 있단 말인가......"
 
64
수남이는 이같이 혼자 부르짖고 잠이 들은 명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65
방 속은 고요해졌다. 병상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 명길의 아버지와 어머니, 의사와 간호부의 한숨 소리와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창으로 비치어 들어오는 붉은 저녁 햇빛 속에 떠돌 뿐이다.
 
 
 

3. 3

 
67
캄캄하기 짝이 없는 어두운 밤! 그 어두운 속으로 어린 시체를 불사르는 한줄기 흰 연기가 화장터 굴뚝에서 뭉게뭉게 솟아나왔다.
 
68
아- 연기는 하늘 위로 높이 떠올라서 어린 명길의 고운 혼을 하늘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 같다......
 
69
화장터에서 멀지 아니한 조그만 냇가에 수남이는 두 손을 정성껏 맞잡고 서서 뜨거운 눈물을 줄줄 흘렸다.
 
70
"명길아! 너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니? 하루만 더 참았다면 네가 보고 싶어하던 고운 은메달을 보았을 것을...... 명길아! 너의 아름다운 작품의 상으로 이렇게 반짝거리는 은메달! 아아! 그것이 오늘에야 왔단다!"
 
71
수남이는 이같이 부르짖으면서 뭉게뭉게 올라오는 흰 연기를 바라보았다.
 
72
가끔가끔 연통으로는 붉은 불길이 번쩍거리면서 솟아나왔다. ⁎⁎⁎
 

 
73
그 이튿날 아침에 수남이는 다시 명길의 집에 찾아왔다. 명길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수남이를 보시더니 더한층 명길의 생각이 나셔서 그칠 줄 모르고 우시었다. 수남이는 명길의 어머니와 아버지께 부탁하여 <어린이>사의 은메달을 명길의 사진과 함께 사진틀 속에 넣어서 안 벽 위에 걸어두도록 하였다.
 
74
명길이 아버지 어머니와 수남이는 몇 달 또 해를 지나도록 벽 위에 걸린 명길이 사진과 은메달을 쳐다보기만 하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였다.
【원문】눈물의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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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성흠(延星欽)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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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1년 08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