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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수첩(創作手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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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5.25~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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創作手帖[창작수첩]
 
 

1. 小說[소설]의 描寫[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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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수법 중에 ‘묘사’ 라는 것이 있고, 묘사 가운데는 ‘調理[조리]’ 라는 것이 있다는 것쯤은 지금 새삼스러이 말할 필요도 없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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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西[태서]의 모 대가도 그런 말을 하였거니와 소설 수법에 있어서 ‘사실을 사실 그대로 즉, 있는 그대로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 이 사실 묘사다. 똑똑히 관찰하고 정확히 진맥하여 ‘실재한 사실’ 을 혹은 ‘실재할 수 있는 사실’ 을 현실로 즉하여 묘사하는 것이 리얼이 아니다. 그것은 즉 영상으로 비유하자면 ‘사진’ 에 지나지 못한다. ‘사진’ 은 소설 수법상 리얼이 아니다. 리얼이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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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법상 리얼이라 하는 것은 위에도 말한 것같이 ‘있음직한 사실’ 이라야 된다. 이성으로 정확히 타진하면 ‘그런 일이 어디 있으랴’ 하게 생각될 일일지라도 독자가 읽는 도중에 부자연미를 느끼지 않게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소설 수법상의 리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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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인간 사회라든지 혹은 인간 사회의 실재 현실이라는 것은 그 진전이며 단원의 법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측단할 수 없다. 아니 도리어 태반은 부자연스럽게 진전되고 부자연스럽게 결말짓는다. 이것을 자연 그대로 묘사한다 하면 따라서 작품의 내용도 부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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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사람의 세상이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부자연스럽고 모순 천지다. ― 아니 내가 말을 실수했다. 사람의 세상에 생긴 모양이며 진전되는 상태가 ‘자연’ 그대로니까 즉, 그것이 ‘자연스러울 것’ 이다. 이 사람의 세상을 부자연타 보고 모순된다고 보는 사람의 ‘성격’ 이야말로 부자연스럽고 모순된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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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네의 세상이 자기네의 천성과 일치되지 않으니까 자기네의 천성과 일치되지 않는 세상을 모순된다고 보는 것이지 사람의 세상이 모순되지 않을 것이다. 왜? 사람의 세상은 즉 ‘자연’ 그 물건이니까… ‘그러니까 자연적인 인간 세상’ 은 ‘모순적인 인간성’ 으로 보자면 도리어 그것이 모순되게 보일 것이다. 그런지라 자연적인 사람의 세상을 정직하게 정확하게 묘사하면 도리어 그것은 사람의 천성과 배치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눈에는 그것이 부자연하고 모순되게 보일 것이다. 불구자의 부락에 가서 살면 성한 사람이 도리어 불구자로 보이고 불구자의 대접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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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묘사(주로 성격 묘사)에 있어서 사람의 자연적 성격과 그 자연적 진전을 사실 그대로 그린다면 불구자인 ‘사람’ 은 그것을 부자연스럽다 한다. 왜냐하면 자기와 동일하지 않으니까. 즉 ‘자연적’ 이라는 말과 소설 수법상의 자연적이라는 것과는 현저히 다를 뿐더러 대개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뜻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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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대로를 묘사했다, 혹은 사실 실제로 경험한 심리를 그대로 소설에 써 넣었다 하는 말은 대개는 실상으로는 부자연한 느낌을 받는 소설이요, 따라서 부자연한 소설이다. 그와 똑같은 의미로, 그와 꼭 반대의 의미로, 그 소설은 자연스럽다든가 자연스러운 진전을 보인 소설이라 하는 것은 실재 사실― 현실과 자세히 대조 검분한다면 부자연한 사실이요,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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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떤 작품에 대하여 ‘그 작품은 작품 인물의 성격이든 사건의 진전이든 극히 부자연한 작품이다’ 하면 그 작자는, ‘이 작품은 실제로 있는 사실을 소설화했다’ 혹은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다’ 하여 부자연한 까닭이 없다고 변명하는 일을 보는데 그것은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일 것이다. 있은 일을 그대로― 純化[순화]하지 않고 기록했기 때문에 자연미를 잃을 것이다.
 
 
 

2. 小說[소설]의 純化[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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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법에 ‘순화’ 라는 것이 있다. 성격 묘사에든, 사건 진전에든 극히 필요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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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화라 하는 것은 ‘성격(작중 인물의) 부여’ 혹은 ‘사건 심각화’ 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긴한 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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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 라 하는 것은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회화로 비유할 수 있다. 어떤 물체(경치, 정물, 인물 무엇이든 간에)를 紙上[지상]에 재현하는 데 두 가지의 종류가 있다. 사진과 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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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물건을 지상에 재현하는 데 사진이라는 방법을 취하면 정확무비하여 부족을 칭할 데가 없다. 한 개의 불필요한 주름살, 흠, 티를 막론하고 촬영 순간에 그 현장에 飛來 [비래]한 나비, 벌 등이며 바람에 불려 온 띠끌이며 먼지 혹은 삽입할 필요가 없는 잡물까지라도 남김 없이 캐치가 된다. 그런지라 가령 촬영 목적물이 어느 건물의 露臺[노대]라 할지라도 촬영기를 거치한 장소에 따라서는 정원이며 층단이며 의자, 탁자 기타 그 근처에 있는 물건의 전부― 뿐더러 같은 정도로 중요하게 인화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觀者[관자]는 대체 그 화면의 무엇을 중요하게 나타내려고 제작된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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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작자의 주관이라는 것을 나타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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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반하여 회화는 그렇지 않다. 만약 제작자가 노대를 중시하고 만든 것이면 노대 이외의 것은 즉 불긴한 것은 몽롱히 나타내든가 혹은 전혀 무시해서 제거해 버릴 권리가 있고 필요한 노대는 더욱 명료히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낼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노대에도 자기의 주관에 따라서 가하고 감하고 첨하고 삭하고 혹은 색깔의 형태 위치 등을 변경할 수까지 있을 뿐더러 비목적물(노대가 아닌 자)은 전혀 다른 것을 그릴 수도 있고 정물이며 인물을 장식적으로 가입할 수도 있고 천후, 절기 등은 화제에 능하여 자유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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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서 그 회화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뿐더러 나아가서는 성과를 더욱 크게 하며 불요물을 제하고 필요물을 현장 혹은 모델에는 비록 있는 자라도 不畵[불화]하고 모델에 없는 자라도 창작 가입도 하고, 요컨대 그 목적물을 명료히 하기 위해서는 모델에는 없는 자라도 畵[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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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는 필요물이고 불요물이고를 막론하고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고 화면에 나타나기 때문에 관자는 어느 것이 중하고 어느 것이 경한지 알아 내기 힘들다. 따라서 어떤 사진에서는 그 사진이 인물을 목적하고 寫[사]한 것인지 경치를 목적하고 사한 것인지 판별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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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회화에서는 긴한 자를 치중해 그리고, 불요한 자는 그리는 듯 마는 듯, 경하게 취급한다. 그런지라 관자는 한눈에 벌써 그 그림이 무엇을 그리려고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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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순화라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먼저 ‘사건’으로 논하자면 먼저 그 소설의 진전과 그다지 관계가 없는 사건은 아무리 그 소설의 주인공의 행한 일이든지 아무리 주요 인물이 연관된 일이라도 제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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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으면 아주 경하고 작게 취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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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이 있기 때문에 소설이 이와같이 전개된다든가, 소설 중에서 갑이 이렇게 언행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소설에서)가 생겨났다든가, 이런 자는 크게 과장을 한다. 이렇게 하여 경한 자는 그다지 독자들의 주의를 끌지 않게 하고 중한 자(소설 내용에 중대한 관계를 가진 자)는 독자에게 인상이 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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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불필요한 자는 시원하게 제하여 버린다. ―이것을 순화라 한다. 순화가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세련되지 못한 작품이다. 순화가 소설의 생명을 지배하는 귀중한 연금제다.
 
 
 

3. 性格[성격]의 複雜[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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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천성이라 하는 것은 복잡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의 행하는 일이라는 것도 복잡하고 예단을 허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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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천성이 착잡무쌍한 것이라 그 행사도 착잡무쌍하다.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교활한 일면이 있고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불량한 일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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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일 개체 속에는 萬性[만성]이 다 내재하여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 정직성이 강한 사람이 정직한 사람이라 하고, 잔혹성이 강한 사람이 잔혹한 사람이라 칭하지 실제의 인간에는 아무리 정직한 사람이라도 다른 일만 가지 성이 다(강하고 약한 차이는 있을망정) 구비되었고 아무리 악인이라도 성인의 일면, 慈悲者[자비자]의 일면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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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성격 묘사에 있어서 인물 묘사에 그 복잡다단한 인간성을 그대로 여실히 작중 인물에 부여할 수는 없다. 이것은 기술상으로 불가능한 일이어니와 만약 이렇게 하였다가는 독자는 대저 그 인물(작중의)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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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성격의 단순화라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일체 인체에 천부되어 있는 복잡다단한 여러가지 성품 중에는 그것을 해부 분류하여 甲型性[갑형성] 乙型性[을형성] 등등으로 나누어서 필요한 인물에다가 필요한 성격을 부여하여야 한다. 가령 소인물이면 소심한 방면만을 부여하고 쾌활한 사람이면 쾌활한 방면 성격만을 부여하고- 한 개 인물에는 인간성의 일면만을 부여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그 인물(소설상의)은 완전한 성격을 가졌다 하는 것이고 합리적 성격을 가졌다 하는 것이다. 즉 소설 중의 인물 성격이라는 것은 현실상의 인물과 달라서 실제 인물의 일면씩만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독자는 그 소설에서 작중 인물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인물에 친근할 수가 있다. -이것이 즉 성격의 단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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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톨스토이의 명작「전쟁와 평화」에서 들자면 그 소설 중의 인물인 안드레 공작은 톨스토이 자신의 총명한 형의 일면이요, 피에르 백작은 음울한 면의 자신이요, 러스토프 소백작은 열성적인 면이요, 등등 주요한 청년들은 전부가 톨스토이 자신을 해부하여 수개의 면으로 나누어 그 일면씩을 부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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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성격이라는 것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복잡한 면을 그대로 소설에 나타내면(이런 기술도 불가능하거니와) 독자는 도저히 갈피를 차리지 못할 것이다. 1인에게는 1성격씩을, 성격의 단순화한 일면씩만을 주어야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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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의 각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 보자면 가장 자연적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작중 인물들이 독자의 머리에 들어오고 추호도 부자연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再考再思[재고재사]하여 보면 대체 인간이라는 것이 그렇게 어떤 일면의 성격만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사람의 성격이 그렇게 단순한 일면만 가졌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피에르의 성격에도 안드레의 일면이 있고, 러스토프의 일면에도 피에르의 성격이 있을 것이다. 그것일 자연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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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자연적 현상은 소설상에는 부자연한 것이 된다. 성격을 단순화하고야 비로소 ‘소설적 자연성’을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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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소설과는 전혀 다른 점이다. 다를 뿐 아니라 배타까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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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순화와 함께 성격의 단순화라는 것이 소설 구성상 기교상 절대 불가결의 요소이다. 실제의 인생의 ‘피에르의 면과 안드레의 면’을 겸비했다고 소설 중의 인물에게 한 인물에다가 그 양 방면의 성격을 함께 부여하면 그 인물은 이해할 수 없는 모순덩어리 인간이 될 것이다.
 
 
 

4. 過[과]와 不足[부족]과 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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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사물에 ‘過’ [과]와 ‘適’[적]과 ‘不足’ [부족]의 3과정 3종류가 있다. ‘적’ 을 최상으로 잡고 ‘과’ 나 ‘부족’ 을 동 정도로 불완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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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 또는 ‘不及’ [부급]보다는 ‘과’ 를 승하게 잡는 수도 있다. 과할지언정 미급하면 안 된다. 이렇게 잡는 일이 많이 있다. ‘과’ 하면 과한 자를 뜯어 버리고 ‘적’ 에 합치되니까 이렇게 잡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소설 묘사-서술에 있어서는 대개의 경우에는 그와 반대다. 부족하면 부족하지 과한 자는 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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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장면 어떤 심리의 묘사에 있어서 ‘과’ 보다 ‘미급’ 을 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미급’ 이란다고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정도의 ‘粗’[조]를 말함이 아니다.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簡[간]을 말한다. 어떤 정도까지를 작자가 書[서]하고 거기서 작자는 멈추고 그 이상 그 이외는 독자의 ‘상상’ 에 맡기고 독자의 자유 판단에 맡기는 것- 이것도 창작 기교상의 불가결한 요소의 하나이다. ‘묘사하여 남김이 없다’ 하는 것은 독자로 하여금 빽빽하고 답답한 느낌을 느끼게 하여서 독자는 숨이 차서 괴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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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읽어 내려가다가 작자가 일부러 간략한 데 이르러서 책장 뒤지기를 멈추고 상상할 만한 마음의 여유를 주어야 할 것이다. 독자는 작자가 간략한 데서 殘香[잔향]을 맛보고 餘響[여향]을 들을 수 있도록 적당한 ‘不書’[불서]를 殘置[잔치]하는 것- 이것이 그 작품으로 하여금 잔향을 가지게 하는 긴한 수법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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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히 略[약]하여 독자가 이해할 수 없게까지 되면 그것도 무의미 무가치한 일이지만 과다한 辭句[사구]를 나열하여 독자로 하여금 심각하고 감명적인 감을 일게 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다. 서술이 宂漫[용만]하면 심각미가 감소 혹은 소멸되는 것은 정한 이치이다. 예컨대 격노한 장면이나 심리를 묘사함에 경우에 따라서 ‘주먹이 ××뺨으로 날아갔다’ 쯤으로 간략히 하여두면 독자는 ‘눈을 부릅뜨고’ 혹은 ‘숨을 씨근거리며’ 혹은 ‘몸을 ○며’ 등등쯤은 작자가 수다스럽게 記[기]치 않을지라도 상상할 수 있을뿐더러 폭발된 노염의 기분이 독자에게 박약하게 감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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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과히 친절하거나 혹은 작자가 과히 소심하기 때문에 이렇게 간략히 하였다가는 독자가 그 심리(작중 인물의)를 이해하지 못할까 해서 용만한 설명(말하자면 해설이다)을 하는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독자는 비교적 감수성이며 이해력이 예민하여 작자 이상으로 이해하는 것이라 그런 염려는 불필요한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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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상세한 해설은 독자에게 용만한 느낌을 주고 지리한 느낌을 주고 겸하여 심각하고 예민한 감각을 주지 못한다. 서술이 용만하기 때문에 그것을 읽은 화자의 머리도 산만되어 명확하고 날카로운 감명을 자연히 못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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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음에도 포식보다 약간 부족감을 느낄 정도로 멈추어 두는 것이 최상인 것과 같이 소설에서도 사건 진전에든 성격 묘사에든 좀 미흡할 정도 (물론 독자가 상상하면 작자가 부러 불서한 것을 넉넉히 알아 내고 이해할 수 있을 만치는 써야 할 것이지만)쯤으로 멈추고 그 餘[여]는 작자가 독자의 상상의 길을 암시만하고 작자가 직접 쓰는 일은 피한다. 넉넉히 여유를 남겨 준다. 이 이상은 일 자라도 감할 수 없도록-. 단 일 자라도 감하면 그 작품이 이해할 수 없는 불완전품이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혀 딴 의미를 가진 작품이 되거나 이렇게 최극단의 斧鍼[부침]을 가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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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혹은 천후도 그 소설 진전에 직접 중대한 관련이 없는 자는 극히 간단히 처리해서 독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데 과히 관심해서 중한 데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인도해야 할 것이다.
 
 
 

5. 小說[소설]의 人生面[인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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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어디까지든지 언제까지든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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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학자들이 어떤 소설을 논함에 ‘이 소설은 절약을 잘하였다’ 혹은 ‘절약이 부족하다’하는 말 또는 절약의 진리를 체득했다, 혹은 못했다 하는 말은 요컨대 조리의 적부적을 말하는 것이다. 진전 수법의 순화가 적당히 되었는지 不然[불연]한지 작중 인물의 성격이 단순화되었는지 불연한지 소설의 목적이 단일화되었는지 불연한지 이것 등은 그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저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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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 수법의 순화-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인생의 어떤 면을 說示[설시]하려 함인지를 독자에게 명료히 알리기 위해서 이야기의 순화라는 것은 없지 못할 과정이다. 조잡된 인간 상태를 순화하지 않고 그냥 만연히 지상에 나열하여 놓으면 독자는 거기서 다만 순서 없고 정리되지 못한 어지러운 개념만을 막연히 느낄 것이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이야기의 진전에 관련되지도 않은, 이야기의 전전에 영향 주지 않을 잡물은 제거해 버리고 다듬어 버려서 정연하고 순정한 단일의 목적을 향하여 진전시켜야 독자는 명료히 작자의 설시하려던 바를 감득할 수가 있을 것이고 따라서 소설의 목적을 달할 수 있을 것이다.
 
52
순화가 부족하다든가 잘못되면 독자는 복잡성에 갈피를 잃어서 아무 소득도 없을 것이요, 따라서 작자의 설시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여 그 소설의 의미가 없어지고 말 것이다. 이것은 장편소설보다 단편소설에서 더 중요한 일이니 단편소설은, 그 소설은 장편소설보다 더 인생면을 예민하게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53
성격의 단순화- 이것은 요컨대 작자 자신의 성격의 해부 분류다. 대체 한 개 인간에게는 수다한 작품이 구비하여서 아무리 편협한 사람에게도 박애의 일면이 있는 것으로 그런 중에 어떤 일종 성격이 다른 것보다 좀 강하다는 것뿐이다.
 
54
그 강한 자를 ‘개성’ 혹은 ‘특성’ 이라 하고 공통된 자를 類性[유성]이라 한다. 소설 중의 한 인물에게 그 수다한 유형이며 개성을 강제로 부여하는 것은 기술상으로도 불가능하거니와 한댔자 독자는 그 강약의 정도를 측정하여 소설 중 인물의 성격을 일일이 구별 이해할 수도 없을 것이다.
 
55
작자는 그 유성 중 여러가지 성격을 분해 분류하여 수개 종의 특성으로 만들어서 소설 중 일 개인에게 일 개 특성씩만을 부여하여야 될 것이다. 실제 인간이 그렇듯 단순한 것이 아니라 하여 소설 중 인물에다가 한사람에게 수종 유성을 부여하면 독자는 그 인물의 특성 발견이 곤란하여 결국은 그 인물의 성격을 알 수가 없이 되어 무성격의 인물들이 될 것이다. 이리하여 비로소 한 개 뚜렷한 성격을 독자에게 감득하게 할 것이다. 요컨대 소설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특수한 일개 특징 있는 일면만이 꼬집어서 설시하는 것이 소설이다.
 
56
그런지라 실제 인생- 유성적인 인생 중에서 특수한 일면만을 집어내고 유성적인 부분은 죄 뜯어 버려서 독자로 하여금 그 특수 부면을 예각적으로 감득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유성적인 산만한 부분은 가급적 소설상에서 제거하여 버려 특성 면만을(더욱 과장하여)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57
요리에 있어서 동일한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인에 따라서 각각 다른 요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소설에 있어서도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작자에 따라서 각각 다른 작품이 된다. 그것은 작자에게도 각각 개성이 따로 있어서 그 개성에 따라서 재료 취급에도 각각 다른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58
문학은 그 창작 근간에 있어서든 제작 수법에 있어서든 ‘개성’ 의 것이다.
 
 
59
(〈每日新報[매일신보]〉, 1941.5.25, 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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