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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류(濁流)의 계봉(桂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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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1.7
채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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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濁流[탁류]』의 桂鳳[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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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보고 늙었다고 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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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군산(群山)이었고 개복동(開福洞)서‘둔뱀이’로 가느라고‘콩나물고개’ 를 넘어가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종로 화신앞이다. (그게 생시라면 펄쩍 뛸 일이지만 꿈이라 조금치도 의외롭거나 놀랍지는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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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청년회관 쪽으로 걸어가느라니까 웬 아주 잘생긴 한 이십이나 됐을까? 여학생 차림으로 차린 여자 하나가 나를 보더니 저기서부터 벙싱벙싯 웃으면서 쫓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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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나는 도무지 모르는 여자인데 웬일인가 싶어 혹시 ? 하고 뒤와 옆을 보아도 마침 다른 사람은 없고, 하면 분명코 나는 난데, 하도 미심스러워서(하기야 모르면 모르는만큼 그런 잘생긴 여자가 사뭇 반가와하고 달려드는 게 속으로는 푸짐했지만) 연신 눈만 끄먹거리다가 마침내 딱 마주쳐……마주 내 앞에 가 가로막듯 멈춰서더니“아이유 ! 이런 어른 !”밑도 끝도 없이 단박 이 소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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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머루 먹은 속이지, 점점 더 어리뚱할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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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나를 모르세요 ? 하하하하 ! 내가 계봉이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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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놀랍달까, 반갑달까, 희한하달까, 아마 그 세 가지 전부겠지, 그러느라고 바보같이 에 ? 한마디 소리를 지르고서 비로소 자세히 뜯어보니 아닌게아니라 계봉이는 계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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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릿한 얼굴에 잘 균형이 잡힌 코와 영롱스런 눈과 그리고 하하하하 마음 턱 놓고 웃던 시원스런 입…… 뭐 꼭 계봉이지 일호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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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一刻) 후에 우리는 길 옆 다방의 시원한 선풍기 앞으로 자리를 잡고 마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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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언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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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맨 먼저 초봉이의 소식을 물었고 또 그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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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대루……”끝은 다 잇대지 않아도 복역중이란 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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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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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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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생각한 것과 같군…… 그리고 그애 어린이 송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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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데리고 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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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면서 계봉이는 마침 갖다 놓는 아이스 커피의 스트로에 입을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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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를 마실 여념도 안 나고 일변 탐탁해서 또 일변 감개가 깊어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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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그리구…… 또오 승재는 ?”물으면서 건너다보는 내 눈이 의미심장했던지 계봉이는 수줍은 듯 뱅긋이 웃더니, 같이 있지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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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 저기 애오개 병원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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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지만 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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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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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있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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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찌기 계봉이가 승재를 그렇듯 좋아는 하면서도 결혼할 의사는 좌우간 없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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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곰곰이 앉아서 제 얼굴만 건너다보느라니까 저도 말끄러미 나를 건너다보더니 한단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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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 퍽 젊은 줄 알았더니 인제 보니깐 파파야 !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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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가 나를 마구 승재를 놀려먹듯 하려나보다고 어이가 없어 고개를 돌리는데 선풍기의 바람이 획하고 숨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소스라쳐 깨니 이건 멀쩡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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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러한 꿈도 끔찍한 것이 마침 출판을 하게 되어『탁류』를 스크랩과 복사한 원고를 책상 위에 수북이 싸놓고 퇴고를 하다가 그래도 엎드려 잠이 들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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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 1939.1.7>
【원문】탁류(濁流)의 계봉(桂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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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193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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