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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조선]의 古代小說[고대소설]은 흔이 이야기책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朝鮮[조선]의 古代小說[고대소설]의 性格[성격]을 가장 잘 表現[표현]하는 듯하다. 그것은 大槪[대개]는 小說[소설]이면서 同時[동시]에 이야기며, 이야기면서 同時[동시]에 小說[소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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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으로 朝鮮[조선]의 古代小說[고대소설]을 참으로 理解[이해]하려면 거기에 關[관]한 이야기 ─ 그 中[중]에서도 더구나 傳說[전설]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春香傳[춘향전], 薔花紅蓮傳[장화홍련전], 沈淸傳[심청전], 興夫傳[흥부전], 鄭[정]두경傳[전], 等等[등등] 作者未詳[작자미상]의 大部分[대부분]이 그러하며 壬辰亂[임진란]을 主題[주제]로 한 壬辰錄[임진록]은 壬辰亂[임진란]에 關[관]한 朝鮮[조선] 各處[각처]의 傳說[전설]을 集大成[집대성]한 것으로,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책 中[중]의 이야기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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勿論[물론] 壬辰錄[임진록]에도 여러 가지 異本[이본]이 있고 또 이야기에도 비슷하면서 닮은 것이 많어서 그것을 統一[통일]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或[혹]은 이러한 點[점]이 도리혀 이야기책 답고, 이야기다운 點[점]인지도 몰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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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壬辰錄[임진록]의 一寫本[일사본]인 黑龍錄[흑룡록]을 中心[중심]으로 하여 壬辰亂[임진란]에 關[관]한 傳說[전설] 中[중]에서 有名[유명]한 것만 몇 개 들어서 그 聯關[연관]되는 바를 可能[가능]한데까지 한번 덛음어 보고저 한다. 자기 鄕土[향토]의 貴重[귀중]한 傳說[전설]을 報告[보고]하여준 여러 學友[학우]들에게 感謝[감사]의 뜻을 表[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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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辰亂[임진란]에 關[관]한 傳說[전설] 中[중]에서 가장 有名[유명]한 것은 四溟堂[사명당]의 이야기다. 黑龍錄[흑룡록]에서 四溟堂[사명당]에 關[관]한 대문만을 먼저 大略[대략] 紹介[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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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溟堂[사명당]은 정작 壬辰亂[임진란] 때보다도 이 亂[난]이 끝난 뒤에 다시 朝鮮[조선]을 侵犯[침범]하려고 하는 日本[일본]에 使臣[사신]으로 들어가서 여러 가지 奇蹟[기적]을 보이어 그여히 倭王[왜왕]을 降服[항복]받었다는 道僧[도승]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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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군하여 배를 타고 일본에 득달하야 대문 보내니라. 왜왕이 개탁하니 하였으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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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거날, 왜왕이 대경하야 제신을 뫃아 의논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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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같은 편소지국에 어찌 생불이 있으리오만 생불이라 하였으니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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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묘책이 있으니 심려하지 마사이다. 삼백 육십 간 평풍을 만드러 일만 일천 귀 글을 지어 병풍에 써서 남대문 밖에 동편으로 둘르고 사신을 청하야 철리말을 급히 몰아 사처에 오거든 글을 의우라 하여 만일 의우지 못하거든 죽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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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즉시 실시하여 삼백 육십 간 병풍에 일만 일천 귀를 써서 동편에 둘르고 사신을 청하여 말을 타고 급히 몰어 들어오니 조선 생불이란 말을 듣고 남녀노소 없이 구경하는 사람이 백리에 연하였더라. 사처를 좌정한 후 왜왕이 예필 후에 가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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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이 생불이라 하니 들어오는 길에 병풍의 글을 보았나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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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삼경에 시작하여 이튼날 오시까지 연송하니 일만 구백 구십 귀를 연하거날, 왜왕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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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다른 귀는 연송치 않이 하나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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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과연 병풍 두 간이 닫히었다 하거날, 왜왕이 그제야 고개를 숙이고 대답지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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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당이 별당으로 나오니 왜왕이 밥을 지어 올리거날, 사명당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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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신이 생불이 분명하니 어찌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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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백 오십자 구리 방석을 만드러 물에 띠우고 앉이라 하면 제 아모리 부처라도 죽사오리다.”
37
하니 왜왕이 옳이 역여 구리 방석을 만드러 물가에 놓고 이튼날 제신을 뫃아 물가에 나와 사신을 청하여 왈,
38
“그대가 생불이라 하니 저 방석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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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방석을 물에 띠우고 팔만대장경을 외우니 동풍이 불면 서로 가고 서풍이 불면 동으로 가며 완연히 떠다니며 일엽주를 임의로 타고 만경 창파 대해 중에 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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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날 왜왕이 보고 대경하여 제신에 의론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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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잔치를 배설하고 채단 방석을 놓고 올르라 하여 채단 방석에 앉이면 요물이오, 백목을 취하면 부처련이와 그렇지 아니하옵거든 죽이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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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이튼날 채단 방석을 놓고 사신을 청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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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사명당이 백발 염주를 손에 들고 백목에 앉거날, 왜왕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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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부처면 어찌 비단을 취지 않고 백목에 앉었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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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가 백목을 취하난이 어찌 비단을 취하리오. 백목은 목화나무에 핀 꽃이요, 비단은 버리지 집으로 나오는 것인 고로 취치 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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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왜왕이 다시 말이 없이 잔치를 끝내고 제신을 뫃아 의논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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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신이 생불이 분명하니 어찌하리오.”
54
“내일은 구리로 한 간 집을 짓고 생불을 청하여 구리집에 오거든 문을 잠그고 사면으로 숯을 피우면 아모리 생불이라도 그 안에서 죽으리라.”
55
하니 왜왕이 옳이 여겨 구리집을 짓고 사신을 청하여 방안에 앉힌 후에 문을 잠그고 사면으로 숯을 쌓고 패풀무를 놓아 부니, 불꽃이 이러나며 겉으로 구리고 녹어 흘르니 아모리 술법 있는 생불인들 어찌 살기를 바라리오. 사명당이 간게를 알고 사면 벽상으로 서리 상짜(霜[상])를 써 붙이고 방석 밑에는 어름 빙자(氷[빙])를 써 혼고 팔만대장경을 외우니 방안이 빙고같은지라. 왜왕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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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생불이 혼백이라도 남지 못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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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사관을 명하여 문을 열고 보고 생불이 앉었으되 눈썹에는 서리가 끼이고 수염에는 고두래미가 달였는지라 사명당이 사관을 보고 곷이어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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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국이 남방이라 더웁다 하더니 어찌 이렇게 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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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 사관이 혼이 나서 그 사연을 왕께 고하니 왜왕이 듣고 대경하여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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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생불을 죽이지 못하고 쓸데없이 재물만 허비하였도다. 달내어 화친하는 이만 같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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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한 꾀를 생각하여 무쇠말을 달구어 놓고 사신을 청하여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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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부처라 하니 저 쇠말을 타고 단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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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사명당이 그 간게를 알고 밖에 나와 조선을 바라보고 팔만대장경을 외우니 사방으로 난데없는 구름이 뫃여들어 뇌성이 진동하여 소낙비가 끝이지 아니하고 오니 성중에 물이 고이어 여강여해하여 인민이 무수히 빠저 죽는지라. 사명당이 호령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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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게한 왜왕은 종시 깨닫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나를 죽이랴 하건 이와 어찌 간게에 빠질 일이오, 이제 왜국을 함몰할이니 만일 잔명을 보전하랴거든 급히 항서(降書)를 올리면 비를 끝이게 하려니와 그렇지 아니하면 너의 일본을 동해를 만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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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삼용이 일시에 귀비를 치며 소래를 질르며 천지가 문허지는 듯하거날 왜왕이 대경망극하여 어찌할 줄을 몰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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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길어짐으로 引用[인용]은 이만 하겠는데, 要[요]컨대 四溟堂[사명당]은 倭王[왜왕]으로 불어 人皮 三白[인피 삼백]장과 부랄 三斗[삼두]식 바치겠다는 降書[항서]를 받고 凱旋[개선]하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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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龍錄[흑룡록]의 이 이야기는 너무나 有名[유명]한 것이며 一般 民衆[일반 민중]의 四溟堂[사명당]에 對[대]한 信仰[신앙]은 매우 크며 端的[단적]으로 말하면 壬辰亂[임진란] 以後[이후] 近四百年間[근사백년간] 一般[일반] 民衆[민중]의 情神[정신]을 支配[지배]한 것이 李退溪[이퇴계]보다도 宋尤庵[송우암]보다도 그 누구보다도 四溟堂[사명당]이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딸아서 이 四溟堂[사명당]의 이야기를 몰으고 一般 民衆[일반 민중]의 精神生活[정신생활]을 云云[운운]하는 것은 너무나 皮相的[피상적]일 것이다. 그 可否[가부]야 어쨌든 이 嚴然[엄연]한 事實[사실]만은 率直[솔직]히 認定[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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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溟堂[사명당]에 關[관]한 이야기는 朝鮮 各處[조선 각처]에 참으로 많으나 慶北 尙州[경북 상주]에 傳[전]하는 〈四溟堂[사명당]의 집팽이〉의 傳說[전설]을 記錄[기록]하야 그의 最後[최후]를 紹介[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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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州郡[상주군] 功城面[공성면] 南方[남방] 金泉[김천]서 尙州[상주]로 通[통]하는 길 옆에 四溟堂[사명당]의 집팽이가 지금은 큰 古木[고목]이 되어 남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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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溟堂[사명당]은 이 地境[지경]에 이르러 自己[자기]의 집팽이를 길 옆에 꽃고 상자 아이를 보고 말하기를 이 집팽이가 살어있는 동안은 내가 살어잇는 줄 알고 만약 朝鮮[조선]에 危殆[위태]한 일이 있을 때에는 다시 人間社會[인간 사회]에 나와서 朝鮮[조선]을 求[구]하겠다. ─ 하고 그대로 살어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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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집팽이는 지금은 古木[고목]이 되었으며 東便[동편]으로 뻗은 나무가 하지나에는 每年[매년] 잎이 피고 꽃이 피는데 中年[중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음으로 이 現象[현상]이야말로 確實[확실]히 四溟堂[사명당]이 살어 있고 다시 出現[출현]할 時期[시기]가 온 것이다 하야 그 方面[방면]에서는 야단이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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以上[이상]은 朴喜範君[박희범군]의 報告[보고]에 依[의]한 것이며 同君[동군]이 四年前[사년전]에 實際[실제]로 여기에 가서 調査[조사]하야 온 結果[결과] 果然[과연] 그 古木[고목]에는 꽃이 피었는데 그 나무는 그 地方[지방]에서 도모지 보지 못하는 種類[종류]의 나무로 그 地方[지방] 사람들도 나무 일홈을 몰라서 ‘모르게나무’라고 불으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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筆者[필자]도 어려서(忠北 槐山[충북괴산])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記憶[기억]이 있으며, 더구나 四溟堂[사명당]의 復活[부활]에 關[관]하야는 그는 絶對[절대]로 죽은 것이 아니고 朝鮮[조선]이 危殆[위태]할 때면 나타나서 세 번 朝鮮[조선]을 救[구]하야준다도 하였는데, 아즉도 한 번 있음으로 나라에 무슨 큰일만 있으면 반다시 그는 復活[부활] 할 것이라는 말까지도 記憶[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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歐羅巴[구라파] 中世紀[중세기]의 一般[일반]이 그 悲慘[비참]한 現實[현실] 속에서 自己[자기]들을 救援[구원]하야줄 것이라는 唯一[유일]한 希望[희망]을 神[신]에게 ─ 基督[기독]의 復活[부활]에 걸고 살었드시 李朝[이조] 中葉[중엽] 以後[이후]의 朝鮮[조선]의 民衆[민중]도 그 悲慘[비참]한 現實[현실] 속에서 四溟堂[사명당]에게 그네들의 모 ― 든 希望[희망]을 부치었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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昨年[작년] 八月[팔월] 十五日[십오일]의 朝鮮[조선]의 解放[해방]이 四溟堂[사명당]의 힘인지 어쩐지 或[혹]은 또 地方[지방]에 딸아서는 原子爆彈[원자폭탄]은 四溟堂[사명당]의 發明[발명]이라는 風說[풍설]이나 떠돌고 있지나 안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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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協同[협동]』창간호, 금융협동조합, 194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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