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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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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난(學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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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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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조선미술사(朝鮮美術史)의 출현을 요망하기는 소학시대(小學時代)부터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 스스로의 원성(願成)으로 전화(轉化)되기는 대학의 재학 시부터이다. 이래‘창조(創造)의 고(苦)’는 날로 깊어 간다. 동양인의 독특한 미술품에 대한 골동적(骨董的) 태도는 조선의 미술품을, 그리 많지도 못한 유물(遺物)을 은폐시켜, 세상의 광명을, 학문의 광명을 받지 못하게 하는 한편, 무이해(無理解)한 세인(世人)의 백안시적(白眼視的) 태도들은 유물의 산일(散逸)뿐이 아니라 학구적 열정의 포기까지도 조장(助長)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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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곳에는 세키노(關野)씨의 물품목록적(物品目錄的) 미술사가 있었다. 그것은 한 재료사(材料史)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갖고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미술사가 될 만한 것은 아니다. 독일 신부(神父) 에카르트(A. Eckardt) 씨의 민족감정(民族感情)에 허소(許訴)하려는 비락구적(非學究的) 조선미술사가 또 하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그것이 어떠한 예거(例擧)를 OO지 간에, 감사한 일존재(一存在)임에 불과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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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다만 이러한 유물 그 자체의 수습(收拾)과 통관(通觀)뿐에 있지 아니하다. 뵐플린(H. Wölflin) 일파가 제출한 근본개념과 리글(A. Riegl) 일파가 제출한 예술의욕과의 환골탈태적(換骨奪胎的) 통일원리와 프리체(V. M. Friche) 일파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이미 후지와라(藤原) 씨가 지적한 바와 같이〔중국의 육법론(六法論)은 평가의 기준이요 사관(史觀)의 기준이 아니 된다〕, 그 기계론적(機械論的) 사회보다도 변증적(辨證的) 이과(理果)를 어떻게 통일시켜 적응해야 할까! 이는 방법론적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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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미술의 배경을 이룰 역사의 그 자체에 참고할 만한 서적(書籍)이 없다. 근래의 운명론적(運命論的) 관념론적(觀念論的) 침략사적(侵略史的) 서술은 하등 소용이 아니된다.〔그러나 근자에 백남운(白南雲) 씨의『조선사회경제사(朝鮮社會經濟史)』는 제목만이라도 대단한 기대를 준다.〕다시, 이러한 토대적(土臺的) 역사의 출현만도 아니다. 조선 사상(思想)의, 특히 불교의 교리판석(敎理判釋)과 체계경위(體系經緯)를 서술한 자를 갖지 못하였다. 미술사를 다만 형식변천사(形式變遷史)로만 보지 않으려는 나의 요구는 이와 같이 망양(茫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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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득롱망촉적(得隴望蜀的) 야심이라고, 또는 당랑거철적(螳螂拒轍的) 계획이라고 지탄을 받을는지 모르나, 적어도 나에게는 감정을 떠난 이지(理智)의 욕구이며, 따라서 이것이 확실히 나의 창조의 고민을 구성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임을 외쳐 주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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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문제가 이러한지라, 나의 조선미술사는 비너스의 탄생이 천현해활(天玄海闊)한 대기(大氣) 속에서 일엽패주(一葉貝舟)를 타고 천사(天使)의 유량(嚠喨)한 반주(伴奏)를 듣는 O과는 너무나, 실로 너무나 멀다. 칠 일을 위한(爲限)하고 우주만상(宇宙萬象)을 창조하던 조물주의 기적적 쾌감을 가져볼 날이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메피스토(Mephisto)에게 끌려가려는 파우스트(Faust)의 고민상이 나의 학난(學難)의 일면상(一面相)이라고나 할까.
【원문】학난(學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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