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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는 미륵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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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5.
고한승
1
말하는 미륵님
 
 
2
나오는 사람들
3
복동 (열두 살 가난한 집 소년)
4
수길 (복동의 동무)
5
일남 (복동의 동무)
6
상봉 (복동의 동무)
 
7
무대 :
8
어느 시골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미륵당(미륵님을 위하는 당집)이니 3면은 얇은 담으로 둘러싸고 그 담 속에 돌로 만든 미륵님이 서 있다. 당집 뒤로는 나무가 무성하고 왼편으로 오랜 느티나무가 하나 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려 하는 초가을 저녁때다. 막이 열리면 잘 집을 찾아 모여드는 까치와 산새들의 소리 들리는데 수길이와 일남이와 상봉이 셋이 나온다.
 
 
9
수길   그래, 이 미륵님이 그렇게 영하단 말이야?
 
10
일남   그럼, 우리 할머님이 그러시는데 우리 아버지가 그전에 몹시 아프셨대! 그런데 아무 약을 써도 낫지 않으시더니 할머님이 이 미륵님한테 치성을 드리시고는 아버지 병환이 금방 나셨다는구나.
 
11
수길   나실 때가 돼서 나셨지. 아무리 미륵님 덕으로 나셨을까?
 
12
일남   그리고 우리 앞집 복순이 있지 않아! 그애가 작년 봄에 눈을 몹시 앓았지? 그래서 아주 장님이 된다고까지 하였는데 이 미륵님에게 매일 정한 물을 떠놓고 빌고, 그 물로 눈을 씻고 이렇게 백날 동안을 정성을 드리고 나서는 지금은 두 눈이 다 멀쩡하지 않어?
 
13
수길   거 대단히 영감하신 미륵님이로구나. 어디 미륵님, 안녕하십쇼.
14
(조롱하듯이 인사를 한다.) 퍽 점잖으신데……. 그런데 왜 인사를 해도 대답을 못해…….
 
15
상봉   돌로 만든 미륵님이 어떻게 말을 하니?
 
16
수길   그러게 말이야. 말도 못하는 돌 미륵이 무엇이 영하담? 복동이도 정신없는 애지 뭐야! 매일 아침저녁으로 여기를 와서 빌고 있으니…….
 
17
상봉   그런데 복동이가 여기 와서 빌고 있는 것을 언제 보았니?
 
18
수길   그저께 내가 저 아랫마을 아저씨 댁에 심부름을 갔다가 오는데……. 바로 이맘때야. 그런데 누가 이 미륵당 앞에서 자꾸 절을 하면서 입으로 무어라 중얼중얼 하고 빌고 있겠지? 그래 가만히 와서 보니까 아, 글쎄 그게 복동이 아니겠니?
 
19
상봉   그래,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20
수길   입 속으로 우물거려서 잘 들리지는 않으나 뭐 어머니 병환 어쩌고 하는 것이 저의 어머니 병을 낫게 해달라는 말이더라.
 
21
상봉   복동이 어머니가 벌써부터 병이 나셔서 아파 누셨지.
 
22
일남   그럼 병환이 대단하시대더라.
 
23
수길   그래서 내가‘복동아!’하고 불렀지- 그랬더니 복동이가 깜짝 놀라 일어나는구나. 나는 하도 우스워서 웃음을 참으면서 ‘너 무얼 그렇게 빌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처음에는 어름어름 하고 말을 잘 안 해. 그러더니 나중에 하는 말이 저의 어머니 병환에는 꼭 산삼을 구해드려야 나시겠다고 어느 의원이 그랬대……. 그런데 산삼이 여간 비싼 것이 아니라는구나.
 
24
상봉   그럼 그전에 우리 할아버지가 산삼을 구해 자셨는데 그때 돈으로 뭐 만 냥이나 주셨다더라.
 
25
수길   그렇대. 그래서 돈은 한 푼도 없고 해서 미륵님께 매일 아침저녁으로 와서 산삼 하나 얻게 해달라고 백날 동안을 빌려고 했대! 그런데 그날이 바로 아흔여덟에 되는 날이래. 꽤 정성껏 다녔지?
 
26
상봉   그러면 오늘이 꼭 백날째 되는 날이구만.
 
27
수길   그래 오늘 마지막으로 치성을 드리러 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사를 해도 대답 한마디 못하는 이 돌미륵님 이 무슨 재주로 산삼을 구해주겠니? 그러니 이때까지 헛수고만 하고 다닌 복동이가 못난이 아니고 뭐냐?
 
28
상봉   그것 참 바볼세. 미륵님이 산삼 있는 곳을 어떻게 알며 또 알아도 입이 있어야 말을 하지?
 
29
수길   그러게 말이야. 그러니 우리 한번, 복동이를 놀려주자는 말이야.
 
30
상봉   어떻게 놀려?
 
31
수길   글쎄 나 하라는 대로만 해라. 이따가 복동이가 오면 우리들은 이 미륵님 뒤에 가서 숨었다가 우리가 꼭 미륵님이 말하는 것같이 어디‘어디 산삼이 있으니 가서 캐어라’그런단 말이야……. 그러면 복동이는 참말로 미륵님이 일러주시는 것으로 알 것 아니냐?
 
32
일남   백날 동안 정성을 드린 애니까 꼭 속을 터이니 가엾지 않니?
 
33
수하   그러니까 재미있지 뭐!
 
34
상봉   (좋아하며) 참 재미있겠는데…….
 
35
수남   내가 점잖은 목소리로‘복동아 너는 기특한 아이다!’산삼은 아무데 있으니……. 이렇게 할 터이니 너희들 그때 웃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산삼이 어디 있다고 할까? (고개로 사방을 둘러보면서) 옳-지. 저기 저 큰 느티나무 아래 있다고 하자
 
36
상봉   그것 참 됐다. 그러면 우리들은 여기서 복동이가 열심히 나무 밑을 피는 것까지 볼 수 있겠다.
 
37
일남   그렇지마는 미륵님을 놀리고 남의 정성 드리는 것을 속이는 것은 잘못이다. 그만두고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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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길   별소리를 다 하네. 잠자코 구경이나 해라. 야! 저기 온다. 온다.
 
39
상봉   참 복동이가 온다. 어서 숨자!
 
40
수길   그래 어서 어서 숨어! 그리고 절대로 웃지 마라. 입을 꼭 다물어 ! (수길이는 상봉이와 일님이 등을 밀어 미륵님 뒤로 숨기고 자기도 숨는다.)
 
41
(복동, 나와서 미륵님을 신앙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절하며 엎드린다.)
 
42
복동   (가는 소리로 빈다.) 미륵님 ! 내 어머님을 살려주십시오.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내 어머님이올시다. 미륵님! 의원은 산삼을 구해드리라고 하오나 그렇게 비싼 산삼을 구할 길 없습니다. 미륵님! 오늘까지 꼭 백일 동안 제 있는 정성은 다 드린 줄을 아시지요 저는 돈 없는 가난한 아이올시다. 아무것도 드릴 것이 없고 오직 이 정성과 이 마음만은 있는 대로 다 바쳤습니다. 미륵님 ! 내 이 마음만을 받으시고 제발 산삼 있는 곳을 가르쳐주십시오.
43
(나중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해진다.) 미륵님 ! 미륵님 !
 
44
수길   (고개를 내밀어보고) 복동아!
 
45
(복동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미륵님을 쳐다보니 수길은 얼른 고개를 숨긴다.)
 
46
복동   (미륵님 소리로 알고 다시 절을 하며) 네-
 
47
수길   네 정성이 지극하기로 (고개를 내 밀고 웃음을 참으면서) 내가 산삼 한 뿌리를 너에게 줄 터이다. 지금 곧 이 옆에 있는 오랜 느티나무로 가서 그 뿌리 있는 곳을 파보아라. 그러면 너의 어머님 병환을 고치어드릴 산삼이 나오리라.
 
48
복동   (다시 절을 하며 감격한 소리로) 미륵님! 고맙습니다. 참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미륵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공손히 절을 하고 일어나서 느티나무 앞에 와서 한참 보다가 괭이를 가지러 달음질로 나간다.) 괭이를 가지고 와야겠다.
 
49
(수길과 상봉이는 하하하 웃으면서 나오고 일남이는 가엾어하는 마음으로 나온다.)
 
50
상봉   하하, 하하. 나는 우스워서 죽을 뻔했다. 하마터면 낄낄거릴 뻔했어.
 
51
수길   내 말을 곧이듣고 몇 번이나 고맙습니다고 절을 하는 꼴을 봐!
 
52
일남   나는 우스운 것보다 복동이가 가엾어서 ‘이것은 거짓말이다’ 하고 일러주려다가 너무도 정성껏 듣는 것을 보고 입이 딱 막혀서 아무 소리 못했다.
 
53
수길   그 꼴이 우습지 않아! 이제 곧 괭이를 가지고 와서 저 나무 밑을 쾅쾅! 팔 테지.
 
54
상봉   그럼! 그 속에서 무엇이 나올까
 
55
수길   돌멩이, 흙!
 
56
상봉   말라빠진 개똥자박!
 
57
수길   하하하하
 
58
상봉   하하하하
 
59
(둘이 허리를 못 펴고 웃다가)
 
60
상봉   저기 복동이가 오나보다.
 
61
수길   그래 괭이를 둘러메고……. 자- 어서 숨어서 보자.
 
62
(일동을 이끌고 미륵당 밑에 숨어서 오다가다 고개를 내어들고 본다.)
 
63
(복동, 괭이를 들고 나와서 느티나무 밑을 판다.)
 
64
(석양 해가 넘어가고 달빛이 비쳐오는 모양)
 
65
(복동, 괭이에 무엇이 닿는 것 같아서 깜짝 놀라 괭이를 던지고 두 손으로 흙을 파헤친다. 얼마 후에 무엇을 꺼내어 들고 달빛에 비쳐 본다. 팔뚝만 한 산삼이다.)
 
66
복동   앗! 산삼! 산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미륵당을 향하여 절하며) 미륵님! 고맙습니다. (또다시 흙속에서 조그만 항아리를 찾아내어 손을 넣어 꺼내보니 달빛에 찬란한 광채를 내는 금덩이다.)
 
67
복동   오! 금! 금덩이! (그만 쓰러져서 울며) 아 미륵님 ! 고마우신 미륵님!
 
68
(수길, 상봉‘일남 놀라 일어나서 내다보며)
 
69
수길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70
상봉   글쎄 말이야.
 
71
(둘은 미륵님을 돌아다보다가 너무 의외 일이라 무서운 듯이 비슬비슬 피해 나온다.)
 
72
일남   복동아-
 
73
복동   (놀라 3인을 보고) 아! 일남아! 수진아, 상봉이도! 너희들 여기를 어떻게 왔니?
 
74
일남   복동아! 우리는 아까부터 여기 숨어서 다 보았다.
 
75
수길   (감격하여) 복동아! 잘못했다. 내가 너를 놀리려고 거짓말을 하였더니!
 
76
상봉   놀린 것이 도리어 잘되었다. 네가 거짓말을 하였기 때문에 복동이가 저 귀한 산삼을 얻고 또 금덩이까지 상을 받은 것 아니냐?
 
77
수길   그렇지만……. (어쩐지 모르는 모양)
 
78
일남   아니다. 수길이가 거짓말한 것이 아니다. 미륵님이 수길이 입을 빌어서 산삼과 금덩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신 것이다. 미륵님은 입이 없으시니까…….
 
79
상봉   그래 그렇다! 수길이가 미륵님 대신 말을 한 것이다.
 
80
수길   아무튼 복동이 정성과 고운 마음을 미륵님이 기특하게 보신 것이 틀림없다. 복동아! 어서 가서 산삼을 어머님께 드려라.
 
81
복동   고맙다! 너희들의 고마운 마음만으로도 어머님 병환이 나으시겠다.
 
82
일남   자, 우리 복동의 정성을 본받아 다- 같이 미륵님께 빌기로 하자.
 
83
(일동 공손히 미륵을 향하여 고개를 숙인다. 달빛은 미륵님 얼굴을 환하게 비춰준다.)
 
 
84
-막-
 
 
85
-《어린이》123호(복간호, 1948. 5.)
【원문】말하는 미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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