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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화(月精花)라 하면 진주(晋州)성 안의 사람으로는 모르는 이가 없었고 또 진주에 안 살더라고 명기(名技)를 이야기하는 사람으로는 월정화를 첫 손가락 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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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도 아닌 것이 꽃같고 달도 아닌 것이 달같은 것을 이름함이니 이 월정화는 그만큼 잘 생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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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에 사록(司錄)으로 있는 위재만(魏齋萬)이 월정화를 한 번 본 뒤로는 잊을 수만 없는 것이 아니요 몸채 마음채 다 바치고도 시원할 것 같지 않았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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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마침내 처자도 모르노라 맡은 일도 모르노라가 되고 말았다. 밤이고 낮이고 월정화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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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정신 모르게 취해버린 것을 볼 때에 남들은 미쳤다고만 하지마는 그 부인은 생각다 통곡하고 통곡하다 병이 들었다. 안해가 병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위재만의 마음이 바늘 끝만치도 아프지를 아니하였다. 남편이 돌아도 아니보는 것이 더욱 더 그 안해에게는 아픔이 되어 마침내 눈물과 원한 속에서 병든 안해는 가버리었다. 그것이 가는 안해 그에게도 시원스러운 죽임인지는 모른다 할지로되 새사랑 걸어놓은 위재만에게는 섭섭한 채 분명히 시원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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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재만은 월정화의 사랑에 빠져 안해야 죽거나 말거나 그 사랑 그대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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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재만의 행실머리를 바로 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고을 사람들은 죽은 부인을 애도하는 남아에 월정화에게 미친 위재만을 풍자하여 월정화가(月精花歌)를 지어부르니 온 성안에 그 노래가 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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