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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백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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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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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집 처녀가 옥양목 쪽을 가지고 와서 주머니 꽃 그려주시오, 하고 왔다. 본래부터 잘 그릴 줄은 모르나, 배운 솜씨로 하는 자수 밑그림 쯤이야 그대로 어울러 놓을 줄 아는지라, 그까짓 옥양목쯤에야 사양하면 도로 우습고 하여 섭적 응낙하고 먹을 갈아 제법 멋들어진 도안으로…… 라고는 하고 싶으나 그렇지도 못하고 그저 자수하기 쉽도록 한편은 매화를 그리고 한편은 연을 그려 처녀 앞에 밀어놓은 후 이 다음 비단 헝겊을 가지고 오면 아주 좋은 그림을 정신들여 그려주마 했다. 처녀는 아주 감복하는 듯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만져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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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고맙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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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몇 번이나 치하했다. 나 역시 조그마한 수고거리도 못 되는 노력으로 남을 이같이 기쁘게 하여 주었음이 그리 불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득의 만면 비슷한 얼굴 그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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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은 더 잘 그려주마. 이까짓 것이 무엇 그렇게 잘 그렸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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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제법 듣기 좋게 대답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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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처녀가 이윽히 그림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 난 후 조금 얼굴이 불그레해지며 입을 떼기 주저하고 부끄러운 태도를 지었다. 나는 아주 영리한 사람처럼 얼른 알아채고 처녀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가를 알려고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처녀는 폼을 비비 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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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비는 안 그려주는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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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나는 갑자기 하하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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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진작 말하지 무엇이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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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다시 옥양목 쪽을 받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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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린 그림이 모두 나비를 그리지 못할 매화와 연화이니 처녀 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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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시킬 수 없어 다시 돌려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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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야, 매와 연에는 나비를 그리면 격이 아니다. 이다음 다른 꽃을 그리거든 나비를 네 소원대로 그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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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달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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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만 꼭 여기 그려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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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격을 찾는 내 말은 들은 척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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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에 나비를 그리면 다른 사람이 웃는단다. 나비를 그리면 더 고울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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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그래도 이만치 고운 꽃에 나비가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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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처녀는 부끄러워는 하면서도 빡빡이 조른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보자기에서 옥양목 쪽을 끄집어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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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비를 소원하면 여기 다른 그림을 그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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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온갖 친절을 다 보였다. 그러나 처녀는 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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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다시 그리면 이만치 곱게 못 그립니다. 아무 꽃이면 무슨 상관 있는가요, 꼭 한마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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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나는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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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려주마. 다른 사람보고 나 그렀다고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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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매화에다 나비 두 마리를 그려주었더니 처녀는 기쁨을 금치 못해 하며 돌아갔다. 처녀가 돌아간 후 벼루를 치우며 생각하니 옥양목에라도 자수만 하면 꽃 주머니라고 귀하게 여길 그들에게 격을 찾는 내가 고소되어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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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조선여류문학전집』, 1937년
【원문】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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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신애(白信愛) [저자]
 
  1937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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