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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鯉魚)의 어복기(魚服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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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6.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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鯉魚[이어]의 魚服記[어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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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함이 억지가 아님을 증명할 사실이 있읍니다. 곧 지나에 魚服[어복]이라는 관념이 있어서 唐[당]나라 때 傳奇小說[전기소설]에 〈魚服記[어복기]〉란 것이 있기까지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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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乾元[건원][이]년에 薛偉[설위]라는 사람이 涇州[경주] 靑城縣[청성현] 主簿[주부]로 가니, 同官[동관]에 丞[승]인 鄒滂[추방]과 尉[위]인 雷濟[뇌제]·裴察[배찰]이 있어 날마다 모이게 되었다. 그해 가을에 偉[위]가 병든 지 七[칠]일만에 숨이 없어지고 자꾸 이름을부르되 대답이 없으나 食門[식문]이 따듯한 고로, 家人[가인]이 차마 곧 收屍[수시]를 못하고 둘러앉아 보더니, 二○[이○]일 지난 뒤에 한숨을 길게 쉬고 일어나 앉으면서 家人[가인]에게 묻기를, 「그 동안 인간에서는 幾日[기일]이나 되었는가?」하거늘, 「二○[이○]일이었다」한즉, 「그러면 얼른 여러 同官[동관]들이 시방 생선회를 자시는지 안 자시는지를 보고, 내가 회생하고 매우 기이한 일이 있으니 자시던 것을 놓고 얼른 와서 내 이야기를 들으시라고 해라」 하므로, 하인이 달음질해 가 본즉, 여러 官人[관인]이 한참 회들을 먹으려 하거늘, 이 사유를 고하매 「그래!」 하고 다 달려왔다. 偉[위]가 가로되 「여러분이 戶房[호방] 하인 張弼[장필]을 시켜 생선을 사 오라 하였는가?」 가로되 「그렇다」 또 張弼[장필]더러 물어 가로되 「魚父[어부] 干趙幹[간조간]이란 놈이 큰 鯉魚[이어]를 감추고 작은 것을 내어놓으매, 네가 갈대 틈(葦間[위간])饌에서 큰 놈을 찾아내어 가지고 고을로 들어올 적에, 戶房[호방] 아전 某[모]는 門[문] 동녘에 앉고 刑房[형방] 아전 某[모]는 서쪽에 앉아 바둑을 두고, 대청에 당하매 雛丞[추승]과 雷尉[뇌위] 두 나리는 장기를 두시고, 裴尉[배위] 나리는 복숭아를 잡수셨지? 또 饌間[찬간]으로 내다보니까 厨夫[주부] 壬士良[임사양]이가 좋아서 鯉魚[이어]를 작파했지?」 하거늘, 차례차례 물은대 죄다 그러하였다. 여럿이 물어 가로되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가로되 「아까 작파한 鯉魚[이어]가 곧 날세」 여럿이 깜짝 놀라 가로되 「어디 曲折[곡절]을 들어 보세」 가로되 「내가 처음 병이 들어 열이 심하므로 견디다 못하여 지팡이를 짚고서 서늘한 곳을 찾아 나서니, 이것이 꿈이건마는 그 때는 내가 몰랐네. 쑥 성문 밖으로 나서니, 마치 우리에 갇혔던 짐승과 장에 넣었던 새가 놓여 나온 것 같아서, 세상에 이렇게 시원한 일이 어디 있으리 했네. 차차 산으로 들어가다가 역시 답답증이 나매 강변으로 내려서서 가노라 한즉, 가을 물이 고요하여 바닥이 들여다보이고, 上下[상하] 天光[천광]에 구름이 오락가락하거늘, 문득 목욕이나 좀 할까 하는 생각이 나서 옷을 강변에 벗어 놓고 텀벙 물로 들어가니, 어렸을 적에 물장난하던 생각이 나고, 오래 원하던 일이 홀연 성취한 것 같아서, 언뜻 입에서 나오는 말이 과연 사람 사는 것이 물고기만큼 쾌활하지 못하구나, 어쩌면 잠깐 물고기가 되어서 시원히 헤엄을 해볼꼬 하였더니, 곁에 한 고기가 있다가 하는 말이, 당신이 아니 하니까 그렇지, 꼭 소원이기만 하면 아주 물고기되기도 용이한 일인데, 잠깐 되어 봄이 어려울 것이 무엇이리까, 내 당신을 위하여 주선을 하리다 하고 빨리 어디로 가더니, 조금 있다가 머리는 고기요 몸은 사람으로 생긴 數尺[수척] 길이 되는 이가 고래 새끼를 타고 追從[추종]으로 數十魚[수십어]를 데리고 와서, 河伯[하백]의 詔書[조서]를 선포하고 東潭[동담] 赤鯉[적리]를 임명한다 함이 마치 벼슬이나 시키는 것 같더니, 돌아다보니 몸이 이미 魚服[어복] ─ 물고기의 服色[복색]을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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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부터는 마음 가는 곳에 몸이 저절로 가서, 멀고 가깝고 깊고 얕은 데가 모두 수월하지마는, 다만 民籍[민적]이 東潭[동담]에 매인 고로 저녁이면 그리로 돌아와야 하였네. 얼마 있다가 속이 매우 시장하므로 먹을 것을 찾은즉, 문득 漁父[어부] 干趙幹[간조간]이가 낚시를 드리웠는데, 미끼가 심히 고소하기로 삼킬까 하고 가까이 갔다가는 언뜻 정신을 차리기를, 나는 사람이거늘 잠깐 물고기가 되었다가 먹을 것이 없어 낚싯밥을 문단 말이냐 하고, 그것을 버리고 갔더니, 얼마를 지나매 시장기가 더 심하여 고쳐 생각하기를 내가 官人[관인]으로서 장난으로 魚服[어복]을 입었거니, 설혹 낚시를 물기로 趙幹[조간]이란 놈이 설마 나를 죽이랴, 아마 나를 데려다가 고을로 들어가게 하겠지 하고 덤뻑 무니, 趙幹[조간]이가 얼른 낚싯줄을 끌어내어서 손으로 나를 잡을 제, 내가 이놈! 하여도 趙幹[조간]이가 듣지 않고, 노끈으로 아가미를 꿰어서 갈대 틈에 매었는데, 그러자 張弼[장필]이가 와서, 裴尉[배위] 나리가 생선을 사자시니 큰 것으로 내라 하니, 幹[간]이란 놈이, 큰 것은 없고 작은 생선이 一○[일○]여 근이나 있읍니다 하는 것을, 弼[필]이 소리지르기를 큰 것으로 사 오라 하셨는 데, 잔 것이 무엇이니 하고는, 스스로 갈대 틈을 뒤져서 나를 찾아 들거늘, 내가 또 弼[필]이 더러 소리지르기를, 나는 너의 고을 主簿[주부]거늘 形相[형상]을 바꾸었기로 어찌 문안을 아니 하느냐 하되, 弼[필]이 들은 체 아니 하고 나를 들고가며, 그대로 꾸지람을 하나 줄곧 모른 체하고 官門[관문]으로 들어오는데, 보니 아전들이 앉아 바둑을 두기로 소리쳐 부르되 대답하는 자가 없고, 다만 웃으며 가로되, 에끼 그놈 크다 三[삼], 四[사]근은 되겠다고 하며, 그대로 대청 앞으로 들어가니, 鄒同官[추동관]·雷同官[뇌동관]은 장기를 두고, 裵同官[배동관]은 桃實[도실]을 먹다가, 다 큰 생선을 얻었다고 기뻐하면서, 얼른 회를 쳐서 오라 하고, 弼[필]이 漁父[어부][간]이가 큰 놈은 감추고 잔 놈 내놓던 말을 한즉, 裵同官[배동관]이 그 놈을 그냥 둔단 말이냐 매를 치라 하대, 내가 여러 同官[동관]들을 향하여, 우리 彼此[피차] 同官之間[동관지간]에 내가 이렇게 잡혀 온 것을 그냥 죽이면 어디 인사가 있다 하겠소 하고 엉엉 울되, 세 同官[동관]이 못 들은 체하고 厨父[주부]에게 내어주니, 王士良[왕사양]이란 몸이 칼을 들고 에 그놈 좋다 하고 도마 위에 얹거늘 「王士良[왕사양]아, 네 이놈, 너는 내 음식해 바치는 놈으로서 나를 잡을 도리가 있느냐, 어서 나를 데려다가 다른 官人[관인]에게 말씀하라 하니, 士良[사양]이 역시 못 들은 체하고 잘 드는 칼로 내 목을 쳐베는데, 鯉魚[이어]의 대가리가 딱 떨어지자 정신이 번쩍 나서 여러분을 請[청]해 온 것일세」 하니, 여러 사람이 깜짝 놀라지 않는 이가 없고, 다음에 섬찍하기는 하되 낚아 내던 趙幹[조간]과 들고 오던 張弼[장필]과 官門[관문]에서 바둑 두던 아전과 대청에 앉았던 세 同官[동관]과 膾[회]감 만든 王士良[왕사양]이 다 그 입이 벌룩벌룩함은 보았으되, 실상 아무 소리도 들은 것은 없었다. 이에 세 同官[동관]이 다 회를 버리고 종신토록 다시 이것을 먹지 않았으며, 偉[위]는 이로부터 병이 쾌차해서 뒤에 華陽丞[화양승]까지 하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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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입니다. 魂[혼]이 빠져 나가서, 魚服[어복]을 입고 鯉魚[이어]가 되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물고기도 그 껍질을 썼다 벗었다 한다는 관념을 여기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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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魚服記[어복기]〉의 주인공이 물고기가 되어서 소리를 지른 것이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아니하였다는 대문은, 우리가 전에 소개한 일 있는 果川[과천] 狐峴[호현]의 행인이 쇠가죽을 썼다가 소가 되어 팔려 가서 말은 하되 통치 않았다는 이야기와 똑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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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고개의 이야기도 물론 짐승의 가죽을 쓰고 짐승이 되는 관념을 나타내는 것이요, 또 〈三說記[삼설기]〉의 「세 선비」 이야기에 마음 검칙한 사람이 욕심부리다가 뱀이 되었더니, 마음을 고쳤다 하고 허물을 벗기고 시험한즉 도로 마찬가지이므로 다시 허물을 씌워 뱀을 만들었다 하는 것도 역시 껍질이 짐승을 만드는 관념에서 생긴 이야기입니다. 그런즉 우리 조선에도 이러한 套式[투식]의 이야기가 드물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또 희랍의 신화로 美術上[미술상]에도 많이 쓰인 제목이 된 垨擸名人[수렵명인] 악타이온(Actaeon)이 山中[산중]에서 사냥하다가, 月神[월신] 아르데미스의 목욕하는 것을 몰래 보고, 이 여신의 역정을 사서 벌로 사슴으로 변화함을 당하여, 제가 데리고 다니던 사냥개에 쫓겨서 아무리 「나는 너의 주인 악타이온이다, 주인을 몰라보느냐?」하고 소리를 질러도, 저 쪽에서는 듣지 못하고 그만 물어죽였다는 이야기도, 〈魚服記[어복기]〉와 狐峴說話[호현설화]에 참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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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나의 다른 한 例話[예화]인 〈幻異志[환이지]〉의 板橋三娘子[판교삼낭자] 이야기, 三娘子[삼낭자]라는 젊은 과부가 路傍[노방]에 주막을 내고 행인이 들어오면 術法[술법] 묻힌 煎餅[전병]을 먹여 당나귀를 만들어 재물을 뺏고 당나귀는 당나귀대로 싸게 팔다가, 어느 사람에게 들켜서 속임에 빠져 도리어 제가 그 煎餠[전병]을 먹고 당나귀가 되었더니, 다른 道人[도인]이 이것을 불쌍히 여겨 당나귀 아가리에 손을 넣어서 쭉 갈라서 벗기매 도로 사람이 되어 달아났다는 이야기도 재미있는 한 본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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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 말씀해 온 것은 요하건대 동물과 사람과는 껍질 하나로써 형상이 변화되고, 또 동물에게는 제각기 고향이 있어서 각기 제 고장에서는 사람과 같은 모양으로 생활한다는 관념은 꽤 오래 또 널리 각 민족의 사이에 존재하고, 동방 고대 민족의 사이에 더욱 그 證迹[증적]이 두드러진데, 조선에도 그 意趣[의취]를 띤 이야기가 더러 있느니라 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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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八年[일구삼팔년] 六月[유월] 二○[이○]~三○日[삼○일] 每日申報[매일신보]
【원문】이어(鯉魚)의 어복기(魚服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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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崔南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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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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