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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망(熱望)의 독립과 냉철한 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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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6.17
김영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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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望[열망]의 독립과 냉철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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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만은 反託一貫[반탁일관]으로 단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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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성명(五號聲明)에 서명(署名)하여 협의(協議)의 대상이 되고 임정(臨政) 수립이 되면 그 안에 들어가서 조선 자주 독립을 주장 관철해 본다는 것이 근근 민족 진영 대부분의 공위(共委)에 참가 태도인 것 같다. 작년 결렬 공위(決裂共委)에 말썽 많던 참·불참 문제가 하지, 아놀드 양장군(兩將軍)의 그 친절 공정(親切公正)한 보장 선언(保障宣言)으로 겨우 민족의 체면을 유지시켰고 삼천만은 거의가 다 꺼림칙히 여기는 가운데에도 일루(一縷)의 희망을 품고 참가 결정했던 일을 회고하면 1년이란 동안 국내외의 모든 정세는 상당히 급전되어져 있음을 인정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장 정확한 해설자요, 실천자이려는 마샬 장관의 강력한 주장으로 재개된 미·소공위(美蘇共委)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의 안건 처리를 해가는 셈이다. 그리하여 서명(署名)을 요하여도 작년과 같은 보장(保障) 선언은 기어코 내놓을 성의도 시간도 없는 성싶은 인상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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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의 막부(莫府)에서 마샬 장관의 모 외상에게 보낸 서한을 싸들고 매일같이 그 서한은 부연(敷衍)하여 조선인의 의사 발표의 자유 원칙하에서 공위(共委)는 재개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깊이 인식시킨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하지, 러치 씨, 브라운 씨 한두 번 발표만 아니었을 것이다. 미 본국의 진론(眞論)이 그 동안 어떠했던가. 자유 해방된 조선 민족의 자주독립 국가를 완성시키는 책임을 미국이 지는 것을 자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시(是) ‘작년과 불변(不變)’이라는 애매한 소리일 뿐이니 그도 그러할 밖에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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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간단하다. 하지 중장(中將)이 12월 24일 북선(北鮮) 샤 장군에게 보낸 회한(回翰)이 이번 공위(共委) 재개의 기초가 되는 까닭이리라. 전후(戰後) 처리에 있어 미·소(美蘇)가 세계 어느 선(線)에서나 그러하지마는 양군 분담(兩軍 分擔)하의 착란(錯亂)한 정세하에 재개되는 공위(共委)에서 보더라도 소(蘇)의 현실 외교는 능히 미의 민주 외교를 굴종시켜 놓았음이 틀림없고, 민주주의의 명예, 그런 옹호자인 마샬 장관도 첫번 강경 화려히 내펴던 말이 불과 이순(二旬)에 하지 중장의 회한(回翰)쯤 정도로 모 외상에 굴종해 버렸다는 그 심사(心事)의 의도를 어찌 의심없이 본다는 말이냐. 우리가 2차대전의 성격을 잘 이해한다 할 수 있고 미국의 우리 조선에 있어서 최저한의 야망(?)이라 할지, 강토를 세계 민주주의화의 최전선 기지로 등장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잘 이해한다 할진대 저 숙명적인 38 비극선을 악의(惡意)와 위성지념(危性之念)으로만 해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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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대한 연합국인 미·영·소(美英蘇)가 세계 민주화의 명예스런 명의(名義)를 위하여 조선을 해방시키고는 또다시 각자 국가적 이유에서는 신탁(信託) 관리를 규정해 버린 뒤에 오는 것은 소위 국제 협조를 위하여 약소 민족쯤 희생해도 좋다는 강압적인 이론 귀결(理論歸結)이 오늘 공위(共委)가 오족(吾族)에 대한 것, 연(然)한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슬픈 노릇이다. 물론 국내 사정으로 보아도 저 절망적인 민생고(民生苦)만 구원한다는 이유로도 38선 타통(打通)이 즉시 실현되어야 하고, 그러하면 공위를 성립시켜 임정(臨政)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탁월한 정치가군(政治家群)은 들어가 싸우라. 비장한 각오를 지니고 들어가 싸우라. 선인(先人)들이 어디서 어떻게 싸우셨던가. 왜 잘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과연 한 마디라도 민족의 염원을 개진설토(開陣說吐)할 수 있을 것이냐. 그러한 분초(分秒)와 시간이 허락될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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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나라 수도 서울 국제 무대에서 과연 이 세기의 민주주의가 실천될 것이냐. 마샬 장관이 해석한 민주주의가 실천될 것이냐? 슬픈 노릇이다. 삼천만민은 모두가 낱낱이 받은 한 갈래의 피요 뼈요 넋이라. 거기에 길러진 민족의 정기(正氣)? 불타오르면 온갖 불의(不義)와 사악(邪惡)을 태워 버리고야 말았던 것 아니냐. 여기에 민족 천년의 운명을 정해 준다는 공위(共委)가 만일이라도 민족적 염원에 어긋나는 결과를 강제로 만들어 놓는 때의 이 강산에 불같이 일어날 무서운 혼란, 상상만 하여도 눈이 캄캄해진다. 38선이 터지는 날이 통일이 되는 날이런가. 두 동강 난 강토가 이어지니 통일이요, 못 만나던 동포가 3년 만에 다시 만나니 통일이니라. 그러나 그만하면 통일이리요. 저 중국은 38선 없는 불통일(不統一)로 열국의 멸시를 면치 못하고 있지 않은가? 저 인도(印度)는 왜 분할 독립이 되고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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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기만 하면 독립이냐. 국제 조약에 신탁 관리를 규정하고도 정치 간섭을 않는다고 사석(私席)에서 양언(揚言)한 그것이 되는 독립이라면 슬픈 노릇이다. 도대체 막부 결정 3항(莫府決定三項)에 ‘어떠한 이유’로 조선을 신탁 관리해 본다는 조목은 없다. 다른 모든 성명(聲明)에도 그 이유를 명시한 한 줄 문구를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답답하지 않단 말이냐. 협의 상대(協議 相對)로 들어가는 사람, 밖에 앉아서 그 하회(下回)를 기다리는 민중, 다같이 신탁(信託)을 엎어 씌우려는 데에는 단결하고 한사(限死)하고 거부할 것이다. 세계 민주주의의 실현과 오민족(吾民族)의 영원한 자유 번영을 위하여 우리는 공위(共委)의 좋은 결과를 기다리기에도 열심이거니와 설령 공위가 실패된다 하더라도 결코 실망 동요치 않는 민족임을 가장 자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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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民衆日報[민중일보]》 1947년 6월 17일
【원문】열망(熱望)의 독립과 냉철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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