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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적변용(詩的變容)에 대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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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1
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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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的變容[시적변용]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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抒情詩[서정시]의 孤高[고고]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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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속에서 자라난 파란꽃, 붉은꽃, 힌꽃, 혹시는 험하게 생긴 毒茸[독이]. 이것들은 저의가 자라난 흙과 하늘과 기후를 이야기하려하지않는다. 어디 그런 필요가 있으랴. 그러나 이 貞淑[정숙]한 따님들을 거저 벙어리로 알아서는 않된다. 사랑에 취해 홀려듯는 사람의귀에 저의는 저의 온갖 비밀을 쏟우기도한다. 저의는 다만 짓거리지않고 까불대지 않을뿐 피보다 더욱 붉게, 눈보다 더욱 히게 피여나는 한송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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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모든 體驗[체험]은 피가운대로 溶解[용해]한다. 피가운대로, 피가운대로. 한낯 감각과 한가지 구경과, 구름같이 펴올랐든 생각과, 한筋肉[근육]의 움지김과, 읽은 詩[시]한줄, 지나간 激情[격정]이 모도 피가운대 알아보기어려운 溶解[용해]된 기록을 남긴다. 지극히 예민한 感性[감성]이 있다면, 옛날의 傳說[전설]같이, 우리의 脈[맥]을 짚어봄으로 우리의 呼吸[호흡]을 들을뿐으로 (실상 끊임없이 속살거리는 이 죠콘다 ─) 얼마나 길고 가는이야기를 끌어낼수 있을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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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속에서 어찌 풀이 나고 꽃이 자라며 버섯이 생기고? 무슨 솜씨가 피속에서 詩[시]를, 詩[시]의 꽃을 피여나게하느뇨? 變種[변종]을 맨들어내는 園藝家[원예가]. 하나님의 다음가는 創造者[창조자]. 그는 실로 교묘하게 配合[배합]하느니라, 그러나 몇곱절이나 더 참을성있게 기다리는것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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巧妙[교묘]한配合[배합]. 考案[고안]. 技術[기술]. 그러나 그우에 다시 참을성있게 기다려야되는 變種發生[변종발생]의 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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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문학]에 뜻두는 사람에게, 「너는 몬저 쓴다는것이 네 心靈[심령]의 가장 깊은 곳에 뿌리를 박고있는 일인가를 살펴보라, 그러고 밤과 밤의 가장 고요한 시간에 네 스사로 물어보라 ─ 그글을 쓰지않으면 너는 죽을수 밖에 없는가, 쓰지않고는 못배길, 죽어도 못배길 그런 內心[내심]의要求[요구]가 있다면 그때 너는 네生涯[생애]를 이必然性[필연성]에 依[의]해서 建設[건설]하라」고, 이런 무시무시한 勸告[권고]를한 獨逸[독일]의詩人[시인] 라이네르· 마리아· 릴케는 「브릭게의手記[수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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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全生涯[전생애]를 두고 될수있으면 긴 生涯[생애]를 두고 참을성있게 기다리며 意味[의미]와 甘味[감미]를 모으지아니하면 아니된다. 그러면 아마 最後[최후]에 겨우 열줄의 좋은 詩[시]를 쓸수 있게 될것이다. 詩[시]는 普通[보통]생각하는것같이 단순히 愛情[애정]이 아닌것이다. 詩[시]는 體驗[체험]인것이다. 한가지 詩[시]를 쓰는데도 사람은 여러都市[도시]와 사람들과 물건들을 봐야하고, 즘생들과 새의 날아감과 아침을 향해 피여날 때의 적은꽃의 몸가짐을 알아야한다. 모르는地方[지방]의길, 뜻하지않았던 만남, 오래전부터 생각던 리별, 이러한것들과 지금도 분명치않은 어린시절로 마음가운대서 돌아갈수가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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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들을 생각할수 있는것 만으로는 넉넉지않다. 여러밤의 사람의 기억 (하나가 하나와 서로 다른) 陣痛[진통]하는 女子[여자]의 부르지즘과, 아이를 낳고 햇슥하게 잠든 여자의 기억을 가져야한다. 죽어가는 사람의 곁에도 있어봐야하고, 때때로 무슨소리가 들리는 방에서 창을 열어놓고 죽은 시체를 지켜도봐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억을 가지므로 넉넉지 않다. 기억이 이미 많아진때 기억을 잊어버릴수가 있어야한다. 그러고 그것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말할수없는 참을성이 있어야한다. 記憶[기억]만으로는 詩[시]가 아닌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우리속에 피가되고 눈짓과 몸가짐이 되고 우리 自身[자신]과 구별할수없는 이름없는것이 된다음이라야 ─ 그때에라야 우연히 가장 귀한시간에 詩[시]의 첫말이 그 한가운대서 생겨나고 그로부터 나아갈수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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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줄의 좋은 詩[시]를 다만 기다리고 一生[일생]을 보낸다면 한줄의 좋은 詩[시]도 쓰지못하리라. 다만 하나의 큰꽃만을 바라고 一生[일생]을 바치면 아모러한 꽃도 못가지리라. 最後[최후]의 한송이 극히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하야는 그보다 적을지라도 덜고을지라도 數多[수다]히 꽃을 피우며 一生[일생]을 지나야한다. 마치 그것이 最後[최후]의 最大[최대]의 것인 것같이 最大[최대]의 情熱[정열]을 다하야. 주먹을 펴면 꽃이 한송이 나오고, 한참 心血[심혈]을 모아가지고있다가 또한번 펴면 또한송이 꽃이 나오고 이러한 奇術師[기술사]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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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書道[서도]를 까막히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書道[서도]를 例[예]로 이야기할 욕망을 느낀다. 書道[서도]의 大藝術家[대예술가]가 그 一生[일생]의 絶頂[절정]에 섰을때에 한번 붓을 둘러서 한글자를 이뤘다하자. 怪石[괴석]같이 뭉치고 범같이 쭈구린 이 한字[자]. 最高[최고]의 智性[지성]과 雄志[웅지]를 품었든 한生涯[생애]의 全體驗[전체험]이, 한人格[인격]이 왼통 거기 不滅化[불멸화]하였다. 이것이 주는 눈짓과 부르는 손짓과 소근거리는 말을 나는 모른다. 나는 그것이 그러리라는것을 어렴풋이 類推[유추]할뿐이다. 이 무슨 不幸[불행]일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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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하면 한 生涯[생애]가 한 精神[정신]이 붓대를 타고 가는털을 타고 먹으로서 종이우에 나타나 웃고 손짓하고 소근거릴수있느냐? 어쩌면 한참만큼 손을 펼때마다 한송이 꽃이 나오는 奇術[기술]에 다다를수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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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에는 先人[선인]들의 그 부러운 奇術[기술]을 보고 서투른 自己暗示[자기암시]를 하고 念言[염언]을 외이고 땀을 흘리고 주먹을 쥐였다 폈다하는것이다, 거저 뷘주먹을. 그러는중에 어쩌다가 自己暗示[자기암시]가 成功[성공]이되는때가 있다. 비로소 주먹속에 들리는 조그만 꽃하나. 枯花示衆[고화시중]의微笑[미소]요, 以心傳心[이심전심]의 秘法[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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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손을 펼때마다 꽃이 나오는 確實[확실]한 境地[경지]에 다다르려면 무한한 苦難[고난]과 修練[수련]의 길을 밟아야한다. 그러나 그가 한번 밤에 흙을 씻고 꾸며논 舞臺[무대]우에 興行[흥행]하는 奇術師[기술사]로 올라설때에 그의손에서는 다만 假花[가화]조각이 펄펄 날릴뿐이다. 그가 뿌리를 땅에 박고 曠野[광야]에 서서 大氣[대기]를呼吸[호흡]하는 나무로 서있을때만 그의 가지에서는 生命[생명]의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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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시인]은 진실로 우리가운대서 자라난 한포기 나무다. 淸明[청명]한 하늘과 適當[적당]한 溫度[온도]아래서 茂盛[무성]한 나무로 자라나고 長霖[장림]과 曇天[담천]아래서는 험상궂인 버섯으로 자라날수있는 奇異[기이]한 植物[식물]이다. 그는 地質學者[지질학자]도 아니요 氣象臺員[기상대원]일수도 없으나 그는 가장 强烈[강렬]한 生命[생명]에의 意志[의지]를 가지고 빨아올리고 받아드리고한다. 기뿐 태양을향해 손을 뻐치고 험한 바람에 몸을 움츠린다. 그는 다만 記錄[기록]하는 以上[이상]으로 그氣候[기후]를 生活[생활]한다. 꽃과같이 自然[자연]스러운 詩[시], 꾀꼬리같이 흘러나오는 노래, 이것은 到達[도달]할길없는 彼岸[피안]을 理想化[이상화]한 말일 뿐이다. 非常[비상]한 苦心[고심]과 努力[노력]이 아니고는 그生活[생활]의 精[정]을 모아 表現[표현]의 꽃을 피게하지 못하는 悲劇[비극]을 가진 植物[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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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시인]의 心血[심혈]에는 外界[외계]에 感應[감응]해서 혹은 스사로 넘쳐서 때때로 밀려드는 湖水[호수]가 온다. 이 靈感[영감]을 기다리지않고 재조보이기로 자조 손을 버리는 奇術師[기술사]는 드디여 빈손을 버리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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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感[영감]이 우리에게 와서 詩[시]를 孕胎[잉태]시키고는 受胎[수태]를 告知[고지]하고 떠난다. 우리는 處女[처녀]와 같이 이것을 敬虔[경건]히 받들어 길러야한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기만하면 消散[소산]해버리는 이것은 鬼胎[귀태]이기도한다. 完全[완전]한成熟[성숙]이 이르렀을때 胎盤[태반]이 회동그란이 돌아떨어지며 새로운 創造物[창조물] 새로운 個體[개체]는 誕生[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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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는 다시 靈感[영감]의 도음의손을 기다려서야 이 長久[장구]한 陣痛[진통]에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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胎盤[태반]이 돌아떠러진다는 말이 있고, 꼭지가 돈단 말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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눅은 꿀을 드리우면 내려지다가 도로 올라붙는다. 이 스스로 凝縮[응축]하는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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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잡혔든 쌀알이 굳어지는것을 거러잡는다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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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쌀과 누룩을 비져넣어서 세가지가 다 原形[원형]을 잃은다음에야 술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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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百年[백년]동안 地下室[지하실]에 묵여두었던 美酒[미주]의 馥郁[복욱]한 香氣[향기]를 詩[시]는 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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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것들이 先人[선인]이 그體驗[체험]한바 味覺[미각]을 무어라 說明[설명]치못하고 떠러트린 낯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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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꽃에 比喩[비유]하나, 구슬에 비기나, 과실에 비기나, 衣裳[의상]에 참으로 우악스럽게 구두에 견주나 마찬가지로 比喩[비유]가 그것 그 물건은 아니다. 如標指月[여표지월]이란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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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詩人[시인]이 느려놓는 이야기가 아니라, 말을 材料[재료]삼은 꽃이나 나무로 어느순간의 詩人[시인]의 한쪽이 혹은 왼통이 變容[변용]하는것이라는 主張[주장]을 위해서 이미 數千言[수천언]을 버려놓았으나 다시 도리켜보면 이것이 모도 未來[미래]에 屬[속]하는일이라 할수도 있다. 詩人[시인]으로나 거저 사람으로나 우리게 가장 重要[중요]한것은 心頭[심두]에 한點[점] 耿耿[경경]한 불을 길르는것이다. 羅馬古代[라마고대]에 聖殿[성전]가운대 불을 貞女[정녀]들이 지키는것과 같이 隱密[은밀]하게 灼熱[작열]할수도 있고 煙氣[연기]와 火焰[화염]을 품으며 타오를수도 있는 이 無名火[무명화] 가장 조그만 感觸[감촉]에도 일어서고, 머언 香氣[향기]도 맡을수있고, 사람으로서 우리가 아모것을 만날때에나 어린호랑이 모양으로 미린 怯[겁]함없이 만져보고 맛보고 풀어볼수있는 기운을 주는 이 無名火[무명화] 詩人[시인]에 있어서 이 불기운은 그의 詩[시]에 앞서는것으로 한 先詩的[선시적]인 問題[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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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가 詩[시]를 닦음으로 이 불기운이 길러지고 이 불기운이 길러짐으로 그가 詩[시]에서 새로 한거름을 내여드딜수있게되는 交互作用[교호작용]이야말로 藝術家[예술가]의 누릴수있는 特典[특전]이요 또 그 理想的[이상적]인 코 ─ 스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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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千里文學創刊號所載[삼천리문학창간호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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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