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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베리아 철도행」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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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조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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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베리아 철도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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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예술, 볼셰비크적 예술은 사상과 감정이 건전하고 재료가 실지다우며 따라서 표현하는 기교가 어디까지든지 순실하고도 능란한데다가 또한 과거 시대의 낡은 방식을 추리고 거기에 새 것을 더한 창조적인 것이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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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자의 고향』에 실린 작품들 중에서…… 최호림 작 ‘시베리아 철도행’ 은 내용에서 정치적 중요한 실착을 거듭하였으며 기교에서 소졸함을 발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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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발표된 그 당시에 이런 오착들을 집어내지 못하고 이제 와서 발견함을 큰 유감으로 생각한다. 사실 내가 ‘시베리아 철도행’ 을 겨우 두서너 절 밖에는 더 읽지를 아니 하였었다. 그 작품이 마음에 맞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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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시베리아 철도행’ 의 내용에 대한 검열을 하여본다면 ─ 이 글제 六[육]절에 ‘흰 중국과 마새 많은 중동 철도’ 라고 하였으니, 누가 흰 중국과 더불어 마새를 일으키었다는 말인가? 원수들만이 마새를 언제나 시끄럽게 일으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저 ‘흰 중국과 마새 많은 ’이라고 하면, 이 글 뜻이 언제나 평화를 위하여 투쟁하는 우리까지 마새를 일으키었다는 의미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은 원수들이나 우리를 무함하고 악선전하는 용서 못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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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제 19절과 20절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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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벌 앞장석이 홍의적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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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악하기 짝이 없던 코산이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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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리에 한달 동안 웅거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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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강간 재물탈취 예사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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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죄양민 벌거벗겨 달아매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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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없이 난타하던 난장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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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섰던 나무들이 떨듯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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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맞는 이 애걸성이 어떠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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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걸성’ ! 일본 침략주의의 앞잡이꾼 코산이 패에게 매맞는, 압박과 강탈을 당하는 노력군중의 ‘애걸성’ ! 이것은 봉건이나 자본사회에서 기름을 다 짜이고 난 찌꺼기 같은 실업자. 거지가 부자를 향하여 돈 한 푼 자선하라는 애걸성, 또는 종이 형벌하는 상전. 원수에게 용서하여 달라는 애걸성이다. 이것은 노예심리를 가진, 자각없는 일부 노력자의 비열한 데에서 나오는 소리이다. 계급의식이 뚜렷한 노력군중으로서 괘씸한 원수의 손에 형벌을 당할 제, 이가 갈리고 눈에 불이 돋는 그의 심정에서 애걸하는 소리가 나올 건가? 아니다! 살이 찢어진다고 하여라, 뼈가 부러진다고 하여라, 그렇다 하더라도 애걸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에 애걸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것은 원수에게 항복하는 것이다. 자기 계급의 빛난 깃발을, 의리를 더럽히는 것이다. 배위자의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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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침략자들의 개들인 코산이패에게 매맞던 노력자들 가운데에 이러한 자각 없는 비열자가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 하더라도 자각 있는 피압박, 피착취자들의 행동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의 뜻은 그때 피압박, 피착취계급의 전체를 대표하여서 한 말이 분명하다. 이 글도 참으로 용서 못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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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이 글에서 사실 취급을 허황하게 한 것을 볼 수 있으니 장거리 여행객으로서 니꼴리쓰크 역에 잠시 중도하차한 사람이 어느 겨를에 ‘수이푼강에 목욕하고 청도공원에 산보하고 또 사탕제조소, 기름짜는 꼼비나트를 방문’ 하였을까? 이런 것이 다 진실성을 떠난 것이다. 이제는 이 작품의 기교에 대하여 말하자. 수삼십 년 전 고려에서 떠돌아다니던 소위 ‘한양가’ 인지, ‘세계 일주가’ 인지 하는 음조에 맞추어서 ‘화란춘성, 만화방창’식의 때묻고 곰팡이 낀 문체로 유치하게 쓴 글이 이것이다. 우리 고려 말에는 어음의 고저가 잘 알리지 않으며 따라서 관능어라는 토사가 말꼬리에 달리게 됨으로 다른 민족어의 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정형률(定型律)의 운문시를 쓸 수 없고 다만 내용률의 자유시를 사용하게 된다. 고려의 신시가 여기에서 십수년을 두고 발달되어 왔다. 어음의 고저가 없는 데에서는 싯줄의 치소곰도 일정하게 가질 수 없다. 그러면 이 ‘시베리야 철도행’ 이라는 시의 전체가 4, 4, 5조로 되었으니, 한 절을 읽고 나서, 소리의 변화가 없는, 단조한 똑같은 것이 두번째 절부터는 싫증이 나서 더 읽을 수 없다. ‘각설이 타령’ 을 듣는 것이 오히려 우습기나 하지, 이 시는 차마 읽기가 괴롭다. 우리가 만일 장편 서사시를 쓰자면 반드시 음조를 자주 갈아대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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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한 그 따위 음조에다가 용어라고는 거의 다 ‘백일청천’ , ‘방방곡곡’ 이라는 한문식 묵은 문자를 사용하였고 다만 한 마디라도 새로운 감각, 시적 감흥을 주는 말이라고는 얻어볼 수가 없다. ‘냉이꽃도 꽃이냐?’라는 말과 같이, 이렇게 육두문자로 마구 쓴 귀글도 시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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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을 ‘가람’ 이라거나 ‘우주’ 를 ‘누리’ 라고 하는 최남선 식의 문화상 민족주의도 우리가 절대로 배척하는 일이지마는 ‘푸른산 흰 구름’ 이라고 쓸 때에 ‘청산백운’ 이라거나 ‘검은 밤 별떼’ 대신에 ‘암야성군’이라고 하여 살고 향기나는 말 대신에 죽고 썩은 말은 사용하는 것도 반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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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베리아 철도행’ 의 평은 이러하다. 그런데 이 글의 작자는 이 따위 4, 4, 5조와 유치한 문체를 가지고 우리 어린 문단에서 폭군모양으로 전제를 쓰려 하였다. 그리하여 다른 형식의 시는 시가 아니라고 배척하였으니 유일룡, 한 아나똘리, 김해운 동무들의 시가 ‘선봉’ 편집부에서 전부 이 자에게 퇴짜를 당하였었으며 어린 시인들의 자라나가는 싹을 자르려 하였다. 〈이하는 빼었음〉
【원문】시「시베리아 철도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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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