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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所謂) 대통령(大統領) ◈
해설   본문  
1949
함세덕
1
所謂 大統領 [소위 대통령]
 
2
인물 :
3
리승만 (李承晩 ; 괴뢰정부 대통령)
4
애리쓰 (그의 처)
5
로버-트 (米軍事顧問[미군사고문])
6
유어만 (所謂 유엔 위원단 중국대표)
7
(所謂 유엔 위원단 인도대표)
8
쌀바돌 대표
9
신성모 (申性模 ; 괴뢰정부 국방부 장관)
10
경비장
11
소제부
 
12
때 :
13
1949년 12월
14
소위 신신(新新) 유엔 위원단이 들어오는 날
 
15
무대
16
리승만 괴뢰정부의 미군사고문(米軍事顧問) 로버-트 소장의 사택. 수목이 울창한 후원에 면하야 양지를 받고 로버-트의 거실이 있다. 의자와 쏘파, 탁자, 트루-맨 대통령의 초상화, 성조기, 그리고 지도. 뻬치카 우에 괴뢰의 인형 한 개. 정면 도어를 나가면 긴 복도. 좌편은 정원의 일부.
17
미군사고문 로버-트의 사택. 경비장 장(長)이 정원을 순찰하고 있다. 객사에서 세파-트가 요란히 짖는다.
 
 

 
 
18
경비장   (돌연 공포에 질린 소리로 악을 쓴다) 누구야? (하고 권총을 디리댄다)
 
 
19
"나요 나. 소지부요" 하는 수리와 함께 이집 소제부 박씨, 쟁반에 큰 고기 한 덩이를 들고 나온다.
 
 
20
경비장   난 또 빨갱인 줄 알구 가슴이 덜컥 했지.
 
21
소제부   (놀리듯) 웨 빨갱이가 무섭소?
 
22
경비장   무, 무설 껀 없지만……. 빨리 소지 안 하구 뭘 해? 오늘 유엔 위원단이 오셔. 유엔 위원단이.
 
23
소제부   개밥부터 몬점 주라구 하셨소.
 
24
경비장   개밥?
 
25
소제부   그렇소. (하고 고기를 들어 보인다)
 
26
경비장   (침을 꿀꺽 생킨다) 아니 그 고길?
 
27
소제부   이댁 세파-트 나린 이런 고기 아니문 자시질 않는다오. 그리구 우유허구 비스케트허구.
 
28
경비장   그눔의 갠 팔자두 좋아?
 
29
소제부   우리 시골에선 감자두 못 먹어 모두들 나무 뿌리만 먹구 픽픽 쓰러지구 있는데 여기선 사람두 못 먹는 고기만 개한테 멕이구 있으니 이게 대관절 무슨 눔의 조화야? (하고 로버-트의 방을 흘겨본다)
 
30
경비장   (비굴히) 이렇게 스물네 시간을 꼬박 새구 집을 경비해두 우리한텐 고긴 고사하구 그눔의 먹다 남은 빵쪼각 하나 먹어보래지 않어.
 
31
소제부   그리게 당신두 그렇게 서서 댕길 게 아니라 엎디려서 네 발루 컹컹 짖어요. 이렇게. (하고 엎드려서 개짖는 흉내를 해보인다)
 
32
경비장   (모욕을 당한 듯) 뭐라구?
 
33
소제부   그래야 고기두 빵두 나오지. 두 발루 걸어 댕기문 종시 안 나와요. (하고 볼기짝을 휘휘 저으며 축사 쪽으로 간다)
 
34
경비장   에이 쌍것. (하고 쫓아갈려다가 그만둔다)
 
35
소제부의 소리  어따, 쳐먹어라. 이 오라질 눔의 개야.
 
36
경비장   (또 춤을 꿀꺽 생킨다. 이윽고 주위를 돌아본 후 몰래 엎드려서 가는 목소리로 짖어본다) 월, 월, 월.
 
 
37
리승만 괴뢰정부 고문 로버-트 소장 들어온다. 이 광경을 보자 뒤로 가서 고-도방 구두 발길루 그의 꽁무니를 콱 찬다.
 
 
38
로버-트   까땐.
 
 
39
경비장, 앞으로 고꾸라져 코방아를 찧는다. 코를 움켜쥐고 돌아보니 주인 로버-트가 서 있으므로 허겁지겁 일어나서 경례를 부친다.
 
 
40
로버-트   사택 경비하라니까 그건 않구 당신 거기서 무얼 하구 있소? 당신 요새 어떤 때라는 것 망각했습니다. 삼팔선에 계엄령 내렸소. 그리구 시내는 비상경계요.
 
41
경비장   네, 네. (하고 두껍이처럼 눈만 꿈벅하고 서 있다)
 
42
로버-트   이러다간 빨갱이들이 들와서 마당에다 폭탄을 묻어 놔도 몰르지 않겠소?
 
43
경비장   각하, 2,3초입니다. 2,3초 제가 엎드려서 그런 건 2,3초입니다.
 
44
로버-트   2,3초라두 한눈 팔지 마시오.
 
45
경비장   앞으루 더 명심하겠습니다.
 
46
로버-트   누구 손님 안 오셨드랬소?
 
47
경비장   아 아무두 안 오셨습니다.
 
48
로버-트   오늘 여기 손님 많이 오십니다. 리승만 박사를 위시해서 유엔 위원단, 그리고 그외 또 리승만 손님 많이 오십니다. 경비 똑똑히 하시오.
 
49
경비장   네, 네. 또, 똑똑히 하겠습니다.
 
 
50
로버-트, 주머니에서 쪼코레트 한 개를 꺼내서 던져준다.
 
 
51
로버-트   당신, 일만 충실히 잘하면 우리 미국 사람 정말루 월급 많이 올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구 햄, 통조림, 기타 많이 줄 수 있습니다.
 
52
경비장   앞으루 주, 주의하겠습니다.
 
 
53
로버-트, 실내로 들어온다.
 
 
54
경비장   (떨어진 쪼코레트를 줏으며) 각하, 고맙습니다. (하고 입에다 넣며 밖으로 나간다))
 
 
55
로버-트,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본다. 소제부, 비를 들고 후원을 쓴다. 이때 뿡뿡 하고 자동차가 정지하는 소리. 경비장, 다시 달려온다.
 
 
56
경비장   (로버-트에게) 각하. 리승만 대통령께서 애리쓰 부인을 동반허시구 오셨습니다.
 
57
로버-트   어서들 오시라구 하시오.
 
58
경비장   네. (소제부에게) 그만 쓸구 빨리 들어가. (하고 급히 다시 나간다)
 
59
소제부   나오랬다, 들어가랬다, 이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이야? (밖을 내다보며) 흥, 큰 개가 오는군. (하고 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60
이윽고 경비장에게 안내되어 리승만과 그의 처 애리쓰 들어온다. 모닝에 씰크 해트를 썼고, 그의 얼굴은 항상 겁에 질려 있다.
 
 
61
경비장   (리승만에게) 어서 들어가시지요.
 
62
리승만   (마당에 선 채 공포에 질린 얼굴로) 똑똑히 봐. 똑똑히.
 
63
경비장   각하, 무얼 말입니까?
 
64
리승만   다이나마이트 폭발탄 같은 거 묻은 거 없나 똑똑히 보란 말이야.
 
65
경비장   (주위를 조사한 후) 각하. 아무 것두 없습니다.
 
66
리승만   (초리에 뚫린 구멍을 발견하고 경천한다) 저기 구멍이 있어. 구멍이? (하고 부들부들 떤다)
 
67
경비장   (다시 조사한 후) 각하, 그건 개가 지나간 구멍입니다.
 
68
로버-트   (창문을 열며) 오, 리박사, 애리쓰 부인, 어서 오십시오.
 
69
리승만   안녕하십니까. 로버-트 소장.
 
70
로버-트   아, 현관으루 들어오시지 않구?
 
71
애리쓰   어젯밤 꿈자리가 사나웠어요. 그래서 만일을 념려허구 제가 뒷문으로 들어가자구 했지오.
 
72
로버-트   우리 집만은 절대 념려 없습니다. 어서 올라오십시오.
 
 
73
리승만, 고양이 걷듯 살금살금 걸어서 실내로 들어온다. 반가운 악수.
 
 
74
리승만   그눔 자식들이 어디다 폭약을 묻어놨을지 압니까? 똑 내가 댕기는 길목을 조사했다가 묻어놓니까 인젠 맘 놓구 길을 댕길 수두 없습니다.
 
75
애리쓰   요전, 맥아더 장군헌테 초청받구 비행장으루 나가는데두 집 문앞에다 그눔들이 다이나마이트를 넷이나 묻어놨었습니다. 그날두 내가 어째 께름찍해서 승만더러 뒷문으루 해서 가자구 했기 말이지 정문으루만 갔었드면 대통령두 대한정부두 다 날러갈 뻔했어요.
 
76
로버-트   그래서 그런지 리박사 요새 대단 수척해지었소. 아주 안색 좋지 않습니다.
 
77
리승만   (자기 볼을 만져본다)
 
78
애리쓰   그 빨갱이들 망령에 볶이시느라구 통 잠을 못 주무신답니다.
 
79
로버-트   빨갱이들 망령이라니요?
 
80
애리쓰   죽은 귀신들 말이예요. 수면제를 자시구 좀 잠이 들까 말까 하면 벽에서 복도에서 침대 밑에서 그 귀신들이 우굴우굴 나온대요. 머리를 헝크리구 피를 주르르 흘리구 낫을 들구…….
 
81
리승만   (공포에 질리며) 애, 애리쓰, 제발 그 얘긴 다시 끄집어내지 마시요. 생각만 해두 소름이 끼치요. (하고 오한이 끼친 듯 전신을 부르르 떤다)
 
82
애리쓰   요전에두 두 번이나 뇌진탕을 일으키구 졸도허셨어요.
 
83
로버-트   리박사, 아직두 믿음이 약해서 그럽니다.
 
84
애리쓰   정말이에요. 사탄이 승만을 시험허구 있는 거에요.
 
85
로버-트   리박사, 시험에 져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성화루 사탄을 물리쳐야 합니다.
 
86
리승만   (주머니에서 성서를 꺼내며) 사실은 그래서 애리쓰가 주머니에 아주 성서를 이렇게 넣줬습니다. (하고 펼친 후 읽는다) 나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합소서. 대게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애이맨.
 
87
로버-트·애리쓰  애이맨.
 
88
로버-트   (애리쓰에게) 요전 트루-맨 대통령께서 리박사 건강 념려하고 보내주신 주사는 매일 마지십니까?
 
89
애리쓰   아직 못 맞구 있어요.
 
90
로버-트   (의아헌 듯) 웨요?
 
91
애리쓰   의사를 믿을 수가 없으시대요. 그 사람이 언제 어느 때 주사약에다 독약을 섞어서 놀지 알겠느냐구…….
 
92
로버-트   리박사, 시의(侍醫) 그렇게 못 믿을 사람입니까?
 
93
리승만   그야 절대 신임할 수 있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언제 어느 때 그눔 대가리 속에 공산주의가 들어갈지 압니까? 그눔의 공산주의란, 젊은 놈들 머리 속엔 주사바늘보담 더 쏙쏙 잘 들어가니까 맘을 놀 수가 없습니다. (하고 진땀을 씻는다)
 
94
로버-트   그럼 음식이나 잘 자시도록 하십쇼.
 
95
애리쓰   그랬으면 졸 텐데 요샌 그것도 통 못 자신답니다. 언제 어느 때 쿡이 거기다 독을 칠지 알겠냐구……. 그래서 커피 한 잔두 꼭 내가 먼저 먹어보구 디리지요.
 
96
리승만   (신음하듯) 인제 한 놈두 믿을 눔이 없어졌습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들 미국 사람허구 내 처 애리쓰뿐 입니다. (하고 절망적으로 땀을 씻는다)
 
97
로버-트   리박사, 그런 약한 소리 마시오.
 
98
리승만   약한 게 아니라 사실입니다.
 
99
로버-트   리박사, 여기서 쓰러지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4년 동안 우리 계획 다 수포로 돌아가구 맙니다. 리박사 정부허구 한미경제협정 기타 모든 조약 다 날러가버리구 맙니다.
 
100
애리쓰   그러게 말이에요.
 
101
리승만   그걸 생각하면 저두 기를 쓰구 오래 살어야 할 텐데…….
 
102
로버-트   오래 사셔야 합니다. 리박사가 오래 사셔야 우리 미국의 원대한 계획 실천됩니다. (안으로 들어가드니 열지 않은 포도주를 한 병 들고 나온다. 병마개를 열고 따라주며) 자, 포도주 한 잔 드시고 기운을 내시오.
 
103
리승만   (받아서 마신다)
 
104
로버-트   어떻습니까?
 
105
리승만   좋습니다.
 
106
로버-트   (다시 한 잔 부며) 이게 언제 맹근 건지 아십니까?
 
107
리승만   (봉인을 보드니) 1812년…….
 
108
로버-트   그렇습니다. 1812년 보루도제입니다. 즉 나포레온-모쓰코-로 진격하든 해입니다.
 
109
애리쓰   오, 원더풀! 승만은 나포레온하구 히틀러를 가장 존경하신답니다.
 
110
리승만   (다시 마시고) 아, 인제 숨을 좀 돌릴 것 같습니다.
 
111
로버-트   한 잔 더……?
 
112
리승만   좋습니다. 그만 하십쇼. 아주 상쾌해졌습니다.
 
113
로버-트   리박사, 나 동정합니다. 우리 미국 위해 너무 과로하셔서 그러십니다.
 
114
리승만   (두 팔을 체조식으로 두서너 번 올린 후) 너무 걱정마십쇼. 인제 완전히 종전대루 다시 기운이 납니다.
 
115
로버-트   기운 나신다구 또 너무 연애마십쇼. 애리쓰가 요전 저희 집에 오셔서 여간 속상해 하시지 않으십디다.
 
116
리승만   원, 쓸데 없는 소릴…….
 
117
애리쓰   (쏘아댄다) 쓸데 없는 소리가 뭐요? 사실이 그렇지, 로버-트 소장은 당신의 정치적 고문이실 뿐 아니라 사생활의 고문이시기두해요. (로버-트에게) 아주 늙은게 계집엔 망나니에요.
 
118
리승만   (위엄을 부린다) 허, 남편 망신 그만 시키시오.
 
119
애리쓰   (로버트에게) 글쎄 로버-트 소장, 승만이가 내각 조직허든 날은 고 임영신이 년을 위시해서 윤치영이, 김성수, 조병옥, 장택상이 등 첩들이 밤새 승만이 곁에서 떠나질 않었답니다. 내 소원대루 승만이가 대통령이 돼서 한될 껀 없지만 고년들 때문에 속이 안 썩는 날이 없습니다.
 
120
리승만   고연한 소릴 또 하구 있군.
 
121
로버-트   리박사, 애리쓰 부인 애껴주셔야 합니다.
 
122
리승만   그야 물론이지요. 어느 나라 사람인데 제가 안 애끼겠습니까? 트루-맨 대통령과 당신들께 충성하듯 애리쓰에게두 난 충성합니다.
 
123
로버-트   그런데 리박사, 박사와 의논할 게 하나 있습니다.
 
124
리승만   뭔데요?
 
125
로버-트   저 전라남도, 제주도 말입니다. 그 후 토벌상황 어떻게 됐습니까?
 
126
리승만   빨갱이는 아주 씨두 없이 씻어버렸습니다. 산허구 련락허는 산간 부락은 초토전술을 써서 전도 륙만 호 중 삼만 호를 불살러버렸습니다.
 
127
로버-트   얼마나 죽었습니까?
 
128
리승만   30만 중 15만을 학살했습니다. 완전히 예전 귀양살이 하든 섬으루 돌아가구 말었습니다.
 
129
로버-트   거 참 아주 잘됐습니다. 오늘 동경 맥아더 사령부로부터 저헌테 지령이 있었습니다.
 
130
리승만   맥아더 사령부에서요?
 
131
로버-트   네. 제주도 맥아더 라인에 넣기루 돼서 비행장과 군항 설치해야겠으니 리승만 박사께 조차권 얻도록 허라구……. (하고 타이푸한 서류를 한 장 내준다)
 
132
애리쓰   (환희의 소리를 질른다) 오, 맥아더 라인!
 
133
리승만   (받아서 읽어내려간다. 희열과 감격이 얼굴에 쌓인다) 좋습니다.
 
134
로버-트   소장.
 
135
로버-트   그럼?
 
136
리승만   네. 애리쓰, 우리가 기대리구 기대리던 반쏘 반공의 군항과 비행장이 우리 제주도에 설치됩니다. 이 얼마나 영광이오?
 
137
애리쓰   승만.
 
138
로버-트   그럼 리박사, 여기다 조차 승인에 대한 싸인을…….
 
139
리승만   (장중하게 조인을 한다)
 
140
애리쓰   승만, 이것으로서 승만과 대한정부의 지반은 미시시삐처럼 불변하게 되겠소.
 
141
리승만   애리쓰. (하고 팔을 벌린다)
 
142
애리쓰   승만. (하고 포옹)
 
143
로버-트   그런데 리박사, 또 한 가지 말씀할 게 있습니다.
 
144
리승만   (도연하여) 뭡니까?
 
145
로버-트   오늘 유엔 위원단이 들어오는데 창덕궁을 좀 내주실 수 없겠습니까?
 
146
리승만   창덕궁을요? (하고 약간 놀란 듯 애리쓰를 바라본다)
 
147
로버-트   네. 리박사두 알다시피 전번에 유엔 위원단이 왔을때 숙사를 따루따루 했드니 각각 사람들 만나구, 또 신문기자 인타뷰두 함부루 해서 적지 않게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이번엔 될 수 있으면 한테 있두룩 했으면 하는데 …….
 
148
리승만   그럼 거기다 그 사람들 숙살 짓게요?
 
149
로버-트   숙사가 아니라 호텔이지요.
 
150
리승만   지금부터 져가지구?
 
151
로버-트   이번에만 쓸 게 아니라 앞으루두 외국 사신이 많이 올 게 아닙니까?
 
152
리승만   남산 어떻습니까? 양지 좋구, 또 여름엔 시원허구……. 만일 거길 요구하신다면 산 전부 송두리째 드릴 수 있습니다.
 
153
로버-트   창덕궁이 좋습니다.
 
154
리승만   디려두 존데 그걸 디리면 말썽이 많습니다. 전번 경복궁에 당신들 사택 지었을 때두 그렇게 악다거리같이 들구 일어났었는데…….
 
155
로버-트   그럼 이양해주시지 못 하겠단 말씀입니까?
 
156
리승만   그런 게 아니라 사정이…….
 
157
로버-트   오, 애리쓰 부인, 리박사가 이렇게 신용 없는 량반인 줄은 몰랐습니다.
 
158
애리쓰   (난처한 듯 남편을 본다)
 
159
로버-트   리박사, 우리허구 체결한 경제 및 재산 이양에 관한 한미협정은 그럼 전부가 거짓이였든 겁니까?
 
160
리승만   (황급히)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161
로버-트   협정 제2조에 동산· 부동산, 유체· 무체를 막론하고 우리 미군이 관심있는 것은 다 이양해주기루 한 그 협정은 그럼 거짓말이였든가요?
 
162
리승만   (애소하듯) 로버-트 소장. (처에게) 애리쓰, 당신이 말씀 좀 하시오.
 
163
애리쓰   로버-트 소장, 남조선에 있는 물건 치구 승만이 당신들께 못 드릴 게 뭐 있겠어요? 한미협정 체결 후 당신들 말씀하신 모든 광산, 기타 중요한 부원 권리 다 이양해 디리지 않었어요? 그리구 반도 호텔은 승만이 자진해서 당신들께 바치지 않었어요? 사실은 그 창덕궁은 내가 승만이더러 우리들 집을 짓자구 그래서 그러는 겁니다.
 
164
로버-트   그럼?
 
165
애리쓰   네. 허지만 당신들이 꼭 필요하시다면……. (리승만에게) 승만, 우리 창덕궁은 미국 사람들에게 내디라고 우리들 집은 덕수궁에다 짓기루 허면 어떻겠소?
 
166
리승만   당신만 동의한다면……?
 
167
애리쓰   난 덕수궁두 좋아요.
 
168
리승만   그럼 진작 그러지 않구! 로버-트 소장, 그럼 그럼 디리겠습니다.
 
169
로버-트   (승만과 애리쓰의 손을 잡으며) 역시 우리가 맘 턱 놓구 믿을 수 있는 사람 리승만 박사허구 미시스 애리쓰 뿐이요.
 
170
리승만   (감격하여) 정말이십니까?
 
171
로버-트   정말입니다.
 
172
리승만   애리쓰. (하고 팔을 벌린다.)
 
173
애리쓰   승만. (하고 그를 끼어안고 빙빙 돈다.)
 
174
리승만   애리쓰, 그만, 그만. 골이 핑핑 도오.
 
 
175
둘이 쏘파에 가 털벅 주저앉는다. 그 통에 뻬치카 위의 괴뢰가 툭 떨어진다.
 
 
176
애리쓰   (집으며) 오, 아름다운 피에로. 어디서 났어요?
 
177
로버-트   우리 막내딸, 다이나가 이번에 보내셨습니다.
 
178
애리쓰   어쩌면! 올해 몇 살인데요?
 
179
로버-트   여덟 살입니다.
 
180
리승만   (집어서 보며) 거 참, 잘 맹글었는데요.
 
181
로버-트   맘에 드시면 디려두 좋습니다.
 
182
리승만   절대 맘에 듭니다.
 
183
로버-트   그럼? (하고 내준다)
 
184
리승만   고맙습니다. (하고 먼저 있든 자리에 올려놓며) 갈 때 가지구 가겠습니다.
 
185
애리쓰   부인은 그 후 좀 어떠세요.
 
186
로버-트   경과가 대단 좋습니다. 후로리다의 별장으로 전 달에 옮겼는데 이번 크리쓰마쓰엔 다시 올라올 수 있겠다구 했습니다.
 
187
애리쓰   오, 좋와라.
 
188
리승만   애리쓰, 거 온실에 나가 꽃이래두 좀 꺾어서 꽂아 디리시오. 그래서 로버-트 소장 적적지 않게 해디리시오.
 
189
애리쓰   네.
 
190
로버-트   괜찮습니다.
 
 
191
애리쓰, 정원으로 나와 온실이 있는 듯한 후원으로 나간다.
 
 
192
리승만   그런데 로버-트 소장, 인젠 제가 한 가지 청할 게 있습니다.
 
193
로버-트   (경계하며) 뭡니까?
 
194
리승만   요전 협정한 경제원조 말입니다. 시급히 실행해주시기 바랍니다.
 
195
로버-트   그건 밀가루· 약품· 까소링 등 이미 다 내주지 않었소? 아직 덜 내준 건 앞으루 계속해서 배루 올 것입니다.
 
196
리승만   제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라 무기 말입니다. (하고 교활히 그를 본다)
 
197
로버-트   (뜨끔한다) 아, 무기 말입니까? 조곰만 더 기, 기대려주시오.
 
198
리승만   로버-트 소장, 하루가 가면 갈쑤록 우리에게 그만큼 불리합니다.
 
199
로버-트   리박사, 너무 조급히 서둘지 마시요. 한국에게 경제 원조를 주기루 한 건 지난 국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실입니다. 1,100만 달러, 즉, 한국돈으로 환산해서 50억원 원조허기루 했습니다. 다만 남은 건 수송문제 입니다. 아시다시피 구라파루 배가 전부 동원되구 있어 …….
 
200
리승만   그럼 현재 부산에 입항한 것만이래두 빨리 보내주십쇼.
 
201
로버-트   화물차가 부족입니다.
 
202
리승만   호남선허구, 기타 철도를 전부 중지허구, 화차는 이쪽에서 전부 동원허겠습니다.
 
203
로버-트   공출한 곡식을 빨리 실어와야 할 텐데 전부 그쪽으루만 돌릴 수야 있겠습니까?
 
204
리승만   그럼 객차를 돌리두룩 하지요.
 
205
로버-트   그렇게 하면 일반대중에게 이러쿵 저러쿵 또 비난을 받게 됩니다.
 
206
리승만   그럼 트럭을 전부?
 
207
로버-트   트럭은 위험합니다. 유격대에게 습격당할 위험이 있습니다.
 
208
리승만   이것 저것 다 가리구, 실어오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209
로버-트   넉넉합니다. 현재 있는 군용 렬차만 잘 리용해두…….
 
210
리승만   19세 이상 남자에게 증병을 해놓구두 무기가 없어 현지에 보내지 못허구 있습니다. 늦어두 이달 안으룬 경찰 5만 명과 국군 20만명을 무장시켜서 삼팔선과 폭동 지구루 보내야겠습니다.
 
211
로버-트   념려마십쇼. (일어서며) 미안하지만 한 10분 앉아 계십쇼. 오래잖아 위원단이 도착할 텐데 앞으루 해나갈 사업에 대해서 초안하든 거 마저 적어놓구 오겠습니다.
 
212
리승만   그럭허십쇼.
 
213
로버-트   (린실[隣室]로 들어가다가 돌아서며) 리박사, 이번엔 위원단과 충돌이 없두록 해주기 바랍니다. 먼저번 왔을땐 리박사가 도중에서 돌아가라구 해서 모두들 분개해가지구 항의해와서 우리 입장 대단 곤란했습니다. 이번엔 그런 일이 없두룩 허십시다.
 
214
리승만   안심하십쇼. 이번엔 정말루 성심성의 대접허겠습니다. 사실 전번에두 성의가 없었든 건 아니지요. 다만 약간의 오해루……. 그런데 로버-트 소장, 전번의 경험으로 봐서 체류 중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그건 어떻게 미국에서 약간 보조해주셔야겠습니다.
 
215
로버-트   리박사, 우리 리박사 정부에게 남조선 땅떵이 고스란히 내주었습니다. 경복궁, 한강철교, 부산항구, 그리구 재판소와 면사무소의 등기 대장에 있는 가옥, 토지 전부 내줬습니다. 당신들 위해서 온 손님이니 그 비용만은 당신들 정부서 부담하십쇼.
 
216
리승만   (우는 상을 해가지고) 그럼 그럭허지요.
 
217
로버-트   그럼! (하고 린실로 들어간다)
 
218
애리쓰   (온실에서 꽃을 꺾어가지고 들어온다. 그리하여 화병에다 꽂는다)
 
219
리승만   (화가 나서) 애리쓰, 거긴 반만 꽂구 반은 따루 내놓시오.
 
220
애리쓰   웨요?
 
221
리승만   반은 유엔 위원단께 디리두룩 허시오.
 
222
애리쓰   (눈치를 채고 반을 따루 해서 종이에다 싸며) 오늘두 무기 얘기안 된 모양이구료…….
 
223
리승만   그렇소. 설설 또 꽁무니만 빼시는 거야. 수송문제루만 밀구……. 거게다 유엔 위원단 비용을 날더러 혼자 당하라시는 거야.
 
224
애리쓰   로버-트 소장두……. 내가 들어가 얘기해보겠소.
 
225
리승만   (그의 팔을 잡으며) 해두 소용 없소. 워싱톤에서 무슨 얘기가 있었든 모양이요.
 
226
애리쓰   무슨 얘기가?
 
227
리승만   한꺼번에 내주지 말구 설설 끌면서 조금씩 내주라구. 인젠 유엔 위원단헌테 붙들구 매달리는 수밖에 없소.
 
228
애리쓰   위원단헌테요?
 
229
리승만   그렇소. 그래서 빨리 좀 내주두룩 부탁해달라구 해야겠소.
 
230
애리쓰   그런데 참, 이번 위원단 구성은 어떻게 돼 있지요?
 
231
리승만   위원은 아홉인데 우크라이나가 뽀이코트해서 우수가 됐기 때문에 회의상 곤란해서 이번에 까나다가 자진해서 빠졌소.
 
232
애리쓰   그럼 일곱 나라?
 
233
리승만   그렇소.
 
234
애리쓰   또 전번처럼 이러쿵 저러쿵 말썽들 피면 어떡허오.
 
235
리승만   이번엔 그럴 리 없을 게요. 전번에 씨리아 대표가 끼어가지구 거게 본국에서의 미국에 대한 불만을 여기에 와가지구 풀려구 해서 약간 혼란했든 거요. 허지만 이번에 미국에서 로르크루 바꿔버렸소.
 
236
애리쓰   그거 잘 됐군요. 그녀석 어떻게 밉살머리스런지 혼났어요.
 
237
리승만   이번엔 그 사람들을 아주 후물후물해지두룩 궈 삶어야겠소. 그러니 당신이 송미령이처럼 좀 활약을 허시오.
 
 
238
이때 자동차가 문전에 닿은 소리. 경비장, 들어온다.
 
 
239
경비장   각하께선?
 
240
리승만   저 방에 계시오. 위원단이 오셨소?
 
241
경비장   네.
 
 
242
로버-트, 린실에서 나온다.
 
 
243
경비장   (로버-트에게) 각하, 중국 대표 유어만 씨와 인도 대표 씽씨, 그리구 쌀바돌 대표 마까나씨가 오셨습니다.
 
244
로버-트   어서 들어오시래시오.
 
245
경비장   (다시 나간다)
 
 
246
이윽고 망명 장개석 정권의 유어만과 인도 대표 씽, 쌀바돌 대표 마까나 들어온다. 로버-트와 리승만 달려가 악수, 포옹.
 
 
247
애리쓰   (꽃을 내주며) 대한민국 대통령 승만과 애쓰리는 당신들의 입국을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248
위원단 3인  감사합니다.
 
249
리승만   원로에 얼마나 고생하십니까?
 
250
로버-트   앉이시지요. 그러지 않어두 지금 리박사허구 기대리구 있든 중입니다. 미시스 애리쓰, 내 와이프 대신 좀 접대해주십쇼.
 
251
애리쓰   호호호, 그럭허지요. (하고 교태를 부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252
유어만   아직두 부인께선……?
 
253
로버-트   네. 아주 완쾌돼서 이번 크리쓰마쓰엔 당신들께 자랑의 구-스 료릴 대접하게 될 것입니다.
 
254
     그런데 리박산 요전보다 좀 말르신 것 같습니다.
 
255
리승만   어디 대통령 하기가 그렇게 수월합니까? (하고 볼을 만진다)
 
 
256
애리쓰, 차를 들고 다시 들어온다.
 
 
257
유어만   이거 황송합니다.
 
258
애리쓰   뭘요. (하고 차를 내준다)
 
259
     대통령 부인께서 손수 따라주시는 차를 마신다는 건 참으로 우리들의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260
애리쓰   호호호.
 
261
로버-트   자, 모두들 드십시다.
 
 
262
일동, 차를 마신다.
 
 
263
애리쓰   그런데 두번째 오시는 감상이 어떠세요?
 
264
유어만   자기 고향에 온 듯 감개무량합니다.
 
265
리승만   그 말씀을 들으니 아주 기쁩니다. 그런데 장개석 대통령은 지금 어데 계십니까?
 
266
유어만   대만에 계십니다.
 
267
리승만   요전 우리 진해에 오셔서 며칠 묵구 가셨지요. 그래두 기운은 여전 좋으십디다. 내년에 남경에 다시 돌아갈 작정이라구…….
 
268
유어만   암, 돌아가시구 말구요.
 
269
리승만   그런데 당신들께 한 가지 사과할 게 있습니다.
 
270
위원단 3인  뭔데요?
 
271
리승만   전번 오셨을 땐 너무두 무례를 해서…….
 
272
     원, 별 말씀을……. 그건 오히려 우리가 사과해야 하겠지요.
 
273
리승만   북조선허구 회담해서 통일정불 세워야 한다구 그러셨을 때 사실 난 솔직히 고백하되 약간 섭섭했습니다. 허지만 그게 가능성이 없을 거라구 그저 그러구 있었는데 윤치영 군 허구 김준연 군이 국회에다 그 문젤 내걸구, 유엔 위원단이 자기들이 승인한 대한정불 지금 와서 부인하고 북조선 허구 교섭을 해서 통일정불 세워야 헌다구 허니, 외무처에다 얘기해서 위원단을 나가달라구 그랬든 겁니다. 허지만 결과가 어떻든간에 그 책임은 이 리승만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고깝게 생각하셨드래두 다 푸시구 첨 오셨을 때 그대루 지도 협력해주시기 바랍니다.
 
274
유어만   그야 물론이지요.
 
275
     (자기 깐에는 유-모어를 부린다고) 그런 일이 있었든가요.
 
276
쌀바돌 대표  몰르겠습니다. 금시초문입니다.
 
277
일 동    하하하, 호호호.
 
278
로버-트   (포도주를 따라주며) 유엔 위원단을 위하여. (하고 잔을 든다)
 
279
일 동    건배.
 
280
유어만   리박사와 대한정부의 륭성을 위하여.
 
281
일 동    건배.
 
282
유어만   우리들의 아버지 미국과 트루-맨 대통령을 위하여.
 
283
일 동    건배.
 
284
     태평양 동맹을 위하야.
 
285
일 동    건배.
 
286
리승만   (도연하게) 아 참, 잘들 오셨습니다.
 
287
     특히 유어만 씬?
 
288
유어만   (분연하게) 아니, 어째 나만.
 
289
     갈 데가 없으니 잘 오셨지 뭐요?
 
290
유어만   예끼, 고연 사람.
 
291
일 동    하하하, 호호호
 
292
리승만   여기서 푸군히 겨울이나 나십쇼. 잡숫구 주무시는 건 걱정 없으시게 해디리겠습니다.
 
293
유어만   감사합니다.
 
294
애리쓰   그런데 미세스 모윤숙 씨 없어서 미스터 씽에겐 좀 서운하게 됐어요.
 
295
     뭘요?
 
296
쌀바돌 대표  미국서 그저 안 돌아왔습니까?
 
297
리승만   네, 요전 미스터 씽허구 레이크삭쎄스루 간 후 아직 안 돌아왔습니다.
 
298
쌀바돌 대표  그래서 비행장에 안 나왔드랬군.
 
299
애리쓰   (씽에게) 요전 인도에 데리구 가서 재미 많이 보셨지요?
 
300
     타골의 묘와 마탕가이외성과 그리구 시탈타의 고적을 두루 순례했습니다.
 
301
애리쓰   미스터 씽 오신다는 전보 받구, 승만, 그 사람한테 즉시 귀국하라구 전보쳤답니다.
 
302
     그럼?
 
303
애리쓰   네.
 
304
리승만   작년 경험에 비춰 부족하신 것 있으면 뭐든지 거침 마시구 말씀들 해주십쇼.
 
305
위원단 3인  부족한 거 없습니다.
 
306
리승만   애리쓰, (들어오라는 듯이) 윤치영 군한테 명월관은 유엔 위원단을 위해 아주 내놓라구 그랬지요?
 
307
애리쓰   그러믄요.
 
308
리승만   유어만 씬 동길 좋아하시는데 그것두 얘기 했소?
 
309
유어만   원 리박사두…….
 
310
애리쓰   아주 맘에 딱 드실 이뿐 여사가 있어요.
 
311
리승만   (위원단에게) 오늘 밤은 저희 집에서 초대허기루 했습니다.
 
312
위원단 3인  너무 애쓰지 마십쇼.
 
313
리승만   애가 뭡니까? 당연히 해야지요. 애리쓰, 윤치영 군한테 전화해서 모윤숙이 떠났나 워싱톤으루 장거리 전화해보라구 하시오.
 
314
     리박사, 그대루 두십쇼.
 
315
리승만   (나갈려는 애리쓰에게) 애리쓰, 나허구 같이 저 방으루 갑시다. 그래서 전화걸 때 걸구, 뭐 빠진 거 없나 좀 생각해보십시다.
 
316
유어만   리박사, 너무 그러시문 가겠습니다. 앉이십쇼.
 
317
리승만   아닙니다. (로버-트에게) 방 좀 빌려두 괜찮습니까?
 
318
로버-트   얼마든지.
 
319
리승만   그럼 잠깐 실례합니다.
 
 
320
리승만과 애리쓰, 안으로 나간다.
 
 
321
유어만   (그가 나가자 로버-트에게) 김구 씰 죽인 게 리박사라구 그리는데 사실입니까?
 
322
로버-트   …….
 
323
쌀바돌 대표  우리들한테까지 비밀루 할 거야 있습니까?
 
324
로버-트   사실이요. 당신들만 알구 절대 비밀루 하시오.
 
325
유어만   괘씸한 사람이군.
 
326
     그러니 자기가 죽여놓구 부인한테 상복을 입혀서 조상을 보냈군요?
 
327
유어만   김구 씬 남북의 통일의 희망을 우리들 유엔 위원단에게 걸구 있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들은 그분의 피살을 유감히 생각합니다. 특히 나허군 중경서부터 친헌 친구였지요. 장개석 대통령께서두 여간 애석해 하시지 않구 있습니다.
 
328
     그래, 요샌 정부가 일 좀 잘합니까?
 
329
로버-트   아주 실패, 실팹니다. 각지서 인민항쟁은 날이 갈쑤록 더 심해가구 지난 × × 일에는 진주까지 폭도에게 점령당했드랬습니다.
 
330
위원단 3인  (걱정스럽게) 신문에서 보긴 했지만……. 거 안됐군요.
 
331
로버-트   장개석 국민당, 저 모양이구……. 리박사 하나를 믿구 있는데 저렇게 실패만 거듭하니 장개석 씨 꼴 안 될까 불안해 못 견디겠습니다.
 
332
유어만   국회허군 그 후 좀 알력이 없어졌습니까?
 
333
로버-트   여전 그렇지요. 뭐 회의석상에서 주먹질, 욕질이 일쑤구 창피해서 볼 수가 없습니다. 소장팔 벌써 여덟 명이나 잡아가뒀으니 이런 눔의 국회가 어데 있습니까? 허-지 장군허구, 띤 중장이 골치앓구 갔다드니 내가 그 대를 이었나 봅니다.
 
334
유어만   거 톡톡히 주사를 한번 놔줘야겠군요.
 
335
로버-트   자기 딴엔 할라구 하는데 원체 두뇌가……똑 한 가지밖에 알지, 둘은 모릅니다. 한민당 김성수허구두 손잡구 잘 해나갔으면 할텐데 그사람들허구두 서루 뜯어 먹을려구 허구 있으니 일이 될 턱이 있습니까? 하루에 두 내각의 장관이 몇 번씩 갈리구 있습니다. 그러구선 매일 무기만 달라구 재촉입니다.
 
336
위원단 3인  무기를요?
 
337
로버-트   그렇소. 내주자니 그 즉시루 공산분자들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요, 안 내주자니 나가 자빠질 것이요. 아주 그것 때문에 두통입니다.
 
338
유어만   허지만 군사원조에 대한 차관은 일천일백만 딸라 내주시기루 국회서 정식 결정을 보았다면서요?
 
339
로버-트   네. 그런데 리박산 아직두 그 10배인 일억 딸라를 요구하구 있습니다. 그리구 국회 결정인 일천일백만 딸라두 한꺼번에 내달라구 야단입니다.
 
340
위원단 3인  한꺼번에요?
 
341
로버-트   네. 허지만 국무성에선 몇 번에 노나서 조곰씩 봐가면서 내주라는 지령이지요.
 
342
유어만   우리 생각에두 역시 몇 번에 노나서 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343
로버-트   당신들한테 써-비슬 각별히 하는 게 필연코 무길 좀 빨리 내주두룩 조언해달라구 그럴려는 것 같소. 만일 그러거든 어물어물해서 넘겨버리시요.
 
344
위원단 3인  그럭허지요.
 
345
로버-트   (타이푸한 서류를 꺼내서 한 장씩 노나주며) 앞으로 당신들이 해나갈 사업에 대해선 다 여기 적혀 있소. 그러니 똑 여기 적힌 대루만 해주기 바랍니다.
 
346
위원단 3인  (받으며) 네.
 
347
로버-트   여러 가지 조목은 많지만 한마디로 총괄하면 쏘련과 인민공화국을 반대하고 대한정부를 협조하는 것입니다. 그리구 일반대중들 헌테는 통일을 위해서 일허는 척허구 날짜만 끌구 가면 됩니다.
 
348
위원단 3인  네.
 
349
로버-트   (위협하듯) 이번 시리아 대표가 못 오게 된 리윤 아시요?
 
350
위원단 3인  ……?
 
351
로버-트   전번에 왔을 때 너무 까불구 우리 미국 시키는 대루 안 했기 때문에 백악관허구 의론해서 떨어트려버린 겁니다. 시리아, 앞으루 마-샬안두 못 받게 됩니다. 당신들이 시리아의 전철을 밟지 않두룩 참고삼아 얘기해둡니다.
 
352
위원단 3인  잘 알겠습니다.
 
353
로버-트   그럼 잠깐 앉어계시오. (하고 린실로 들어간다)
 
354
     시리아두 시리아지만 쌀바돌두 뒤퉁뒤퉁 했었다구 합니다.
 
355
쌀바돌 대표  하마트문 우리두 못 올 뻔했지요. 내가 떠날 때 우리 대통령이 신신 당부합디다. 일체 말을 말구 ‘모른다’, ‘금시초문이다’, ‘장차 알게 되겠지요’, ‘상세한건 사무국장 렌보로그 에게 물어주시오’ 하라구.
 
356
씽과 유어만  하하하.
 
 
357
이 때 리승만과 애리쓰 나온다.
 
 
358
리승만   너무 오래 실례했습니다.
 
359
애리쓰   미스터 씽, 기뻐하세요. 모윤숙은 오늘 아침 워싱턴을 출발했다는 전보가 왔다구 합니다. 그러니 오늘 밤 만찬회엔 미스터 씽에겐 아름다운 시를 읊어디릴 수 있을 겝니다.
 
360
위원단 3인  ……. (박수)
 
361
리승만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께 협력을 빌 게 하나 있습니다.
 
362
유어만   뭡니까?
 
363
리승만   유어만 씨, 중국에서 뼈 아푸게 경험허셨겠지만 미국의 군사원조말입니다. 우리는 최소한 일억 딸라를 요구했는데 미국 국회에선 십분지 일인 일천일백만 딸라 밖에 못 주겠다구 합니다.
 
364
유어만   구라파와 아세아에 대한 전 원조액이 14억인데 남한에 일천일백만 따라면 많은 폭이지요.
 
365
     그렇지요. 우리 인돈, 그것두 못 받구 있습니다.
 
366
리승만   인도허구 우리허군 다르지요. 그런데 그거 일천일백만 딸라두 로버-트 소장은 한꺼번에 안 주구 질질 끕니다. 북조선의 공산군에 대비할려면 금년 안으루 경찰 5만과 국군 20만 명을 무장시켜야겠다는데 무길 빨리 내주지 않어 병정을 증모해놓구두 훈련을 못 시키구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오신 김에 여러분이 좀 적극 얘기해서 급속한 시일내루 한꺼번에 내주두룩 해주시기 바랍니다.
 
367
유어만   그까짓 거야 어렬 거 있습니까?
 
368
     들어오든 맡으루 그런 얘길 꺼집어내면 로버-트 소장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니 앞으로 차츰 눈치봐서 얘기허지요.
 
369
리승만   고맙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주머니에서 돈뭉탱이를 꺼내서 한 개씩 노나준다) 이건 약소하지만 잡비라두…….
 
370
위원단 3인  아니, 이러시면 저희들이 곤란합니다. 도루 넣십쇼.
 
371
애리쓰   어서 그러지 마시구…….
 
372
위원단 3인  이러시문 정말 미안한데요. (하고 각각 돈을 주머니에다 넣는다)
 
373
유어만   리박사, 그런데 김구 씨가 통 뵈질 않으니 어쩐 일입니까. (하고 씽과 쌀바돌 대표에게 눈을 찡긋한다)
 
374
리승만   (뜨끔하야 동기한다) 배, 백범(白凡, 金九의 호)은 피살 당하셨습니다.
 
375
     그럼 요전 신문의 보도가?
 
376
리승만   네.
 
377
애리쓰   김구 씨 살해당하든 날, 승만의 애통하시는 것은 차마 옆에서 보기 딱할 만큼이였어요. 승만은 그분을 위해 장례비 900만 원으로 성대한 국장을 지내디렸답니다.
 
378
유어만   그런데 일설에는 김구를 죽인 사람이 리박사라구…….
 
379
리승만   (돌연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어느 눔이 그런 무고한 소릴? 백범을 죽인 눔은 국방경비대 안두희요. (하고 가책을 감출려고 포도주를 한 잔 따라서 꿀꺽 마신다)
 
380
유어만   그러게 말입니다. 저두 절대 그럴 리 없을 거라구 부인했습니다.
 
381
애리쓰   오, 분해라. (하고 가슴을 친다)
 
382
리승만   애리쓰, 당신은 안에 들어가 있으시오. (애리쓰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들어가 있으시오.
 
 
383
애리쓰, 안으로 들어간다. 무거운 침묵.
 
 
384
     (화제를 슥 바꿔) 그런데 비행대서 내리자 마자 자동찰 향해 유엔 위원단 나가라구 삐라 뭉텡이가 날러오는데 서울의 경찰두 파업으루 들어갔습니까? (하고 유어만과 쌀바돌 대표를 보고 눈을 찡긋한다)
 
385
리승만   그럴리 없을 겁니다. 지금 당장 나가봐두 알겠지만 수도 경찰은 제 1 차 사무국원 일행이 들어오는 날 그날부터 비상경계를 피구 치안에 분투하고 있습니다.
 
386
     (말없이 가방에서 삐라를 한 장 꺼내서 그의 앞에다 내놓며 유어만과 쌀바돌 대표에게 눈을 찡긋한다)
 
387
리승만   (무안하야) …….
 
388
     대관절 뭐러구 했나 한 번 읽어나 봐주십쇼.
 
389
리승만   밤낮 허는 그 소리지요. 뭐.
 
390
     그래두 우리 알 필요 있습니다.
 
391
리승만   (읽는다) 조국을 미제국주자의 군사기지와 식민지로 팔아먹는 리승만 괴뢰정부를 (화가 나서 춤을 꿀꺽 한 번 생킨 후) 타도하고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의 평화적 통일안을 방해하기 위하야 들어온 신신 유엔 위원단을 구축하라.
 
392
쌀바돌 대표  거리에두 쫙 붙었습디다. 그래 수위더러 나두 한장 줏어오라구 했지요. (하고 삐라를 내놓는다) 여긴 뭐라구 했지요?
 
393
리승만   (읽는다) 작년에 왔든 각설이 죽지도 않구 또 왔다구 했습니다.
 
394
쌀바돌 대표  리박사, 각설이란 말이 무슨 말입니까?
 
395
리승만   (차마 이야기하기 거북한 듯)
 
396
쌀바돌 대표  우리 조사할 의무 있습니다. 무슨 말이지요?
 
397
리승만   떠돌아댕기는 거지란…….
 
 
398
위원단 3인, 분개한다.
 
 
399
유어만   일국의 사신을 모욕해두 유만부득이지, 이런 모욕적인 말이 어데 있소? 우린 조선을 그래두 동방례의지국이라구 존경해왔드니 이건 아주 무례한 나라로군. (하고 힐문하듯 승만을 본다)
 
400
     첨엔 허수아비 위원단, 그 다음엔 내정간섭 위원단, 그 다음엔 협잡 위원단, 그 다음엔 실패 위원단, 그 다음엔 개망나니 위원단, 인젠 또 각설이라구 했군.
 
401
쌀바돌 대표  리박사, 대관절 우리가 여기 와서 뭘 얻어먹었단 말입니까?
 
402
유어만   승만, 그런데 경비를 어떻겠기에 이런 삐랄 던지두룩……?
 
403
리승만   그눔 자식들이 그렇게 주읠 시켰는데두……. (하고 전화 앞으로 가서 다이얼을 돌린다) 내무장관이야? (돌연 호통을 친다) 경관들 뭣들 허구 있는거야? 그렇게 똑똑히 허구 있는데 위원단 자동차에다 삐랄 던졌어? 뭐 어째? 그놈을 잡았어? 취조헐 꺼 없다. 그 자리에서 총살해버려라. 그래, 총살이야. 그리구 앞으루 또 위원단을 모욕하거나 악선전허는 삐라를 뿌리는 놈은 그 자리서 체포치 말구 쏴버려라. (하고 전화기를 탁 놓고 돌아온다. 위원단들에게) 미안합니다. 들어오시든 맡으루 그런 불쾌한 꼴을 보여디리게 해서…….
 
404
유어만   그런데 리박사, 그간 국내 정세는 어떻습니까?
 
405
리승만   모든 게 착착 질서가 잽혀가구 있습니다. 특히 무역과 통상에 있어서는 숫자를 올리구 있습니다. 그리구 전번 발령한 농지개혁령이 실시되구 나서부터는 농민들이 모두 잘살게 됐구 우리 대한정부를 절대 지지허구 있습니다.
 
406
     그럼 폭동두 없어졌습니까?
 
407
리승만   네, 부분적으로 있긴 하나 거의 진압됐습니다.
 
408
유어만   거, 다행입니다. (하고 라디오 스위치를 튼다)
 
409
아나운서의 소리  평양 칠일발 조선 중앙통신. 리승만 망국 도당을 타도 분쇄하고, 조국통일을 쟁취하기 위한 남반부 인민들의 무장유격전은 날이 갈사록 치열해가고 있거니와, 이에 호응궐기한 농민들의 투쟁도 또한 날로 치열화돼 가고 있다.
 
 
410
로버트, 방송소리가 들리므로 황급히 린실에서 뛰어나온다.
 
 
411
아나운서의 소리  노력자지 최근호의 보도에 의하면 지난날 이십이 일 오후 삼시 오십 분경, 전남 함평군(咸平郡) 해보면(海保面) 농민들 약 1천여 명은, 동방면에 진격한 유격대 부대에 호응궐기하였다. 봉기한 농민들의 제 1부대는 악질 분자 이십여 명의 가옥을 습격하여 악질 지주와 테로 단원 이십여 명을 즉석에서 처단하였으며, 제 2부대는 유격대와 더불어 해보지서(海保支署)를 습격, 포위하여 동지서에 잠복중인 괴뢰군 및 소위 경찰 돌격대로써 편성된 괴뢰군경 합동부대 1개 소대를 습격하여 격전 네 시간 삼십 분 만에 이를 완전 소탕하였다. 의기 충천한 농민들은 유격부대와 함께 ‘무상몰수 무상분배의 토지개혁을 단행하라’고 소리 높이 웨치면서 일대 시위를 단행하였다.
 
412
유어만   (스위치를 끄며) 이거 요전보다 더 치열해지지 않었습니까?
 
413
리승만   …….(말이 꾹 맥힌다)
 
414
     폭동은 그렇거니와 북조선은 요즘 어떻게 돼 있습니까?
 
415
리승만   (성이 나가지고 퉁명스럽게) 가보지 않어서 몰르겠소. 그것두 라디오 틀어보시구료.
 
416
     그렇게 역정 내실 꺼야 있습니까? (하고 또 라디오 스위치를 넣는다)
 
417
아나운서의 소리  조국의 통일 독립과 부강 발전을 비료생산으로 분투하고 있는 흥남 비료공장 종업원들은 조국전선의 호소에 호응하야 유엔 조선위원단을 반대 배격하는 투쟁에 총궐기하였다.
 
418
     (질겁을 하야 급히 스위치를 끈다)
 
419
리승만   (통쾌한 듯) 헤헤헤.
 
420
쌀바돌 대표  리박사, 그런데 그 후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421
리승만   (틀어진 채) 난 도대체가 조국통일 인민주의 전선에 대해선 흥미가 없습니다.
 
422
쌀바돌 대표  그럼 그 사람들의 평화적 통일제안에 대해선 아무런 회답두 못 보내셨겠군요?
 
423
리승만   못 보낸 게 아니라 안 보냈소. 난 미리 당신들한테 한마디 얘기해두지만 남북의 통일에 대해선 절대 반대요. 그러니 또 요전번처럼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을 꺼집어내거나, 북조선허구 협상해서 운운의 얘기를 할려거든 지금 이 자리서 트랭크 가지구 돌아가주기 바라오.
 
424
     (분개한다) 뭐라구요? 당신이 누굴 위협허는 셈입니까? 그렇게 언론의 자유가 없어서야 어떻게 우리가 위원단의 임무를 다할 수 있겠소? 가라면 가지요. 유어만 씨, 쌀바돌 대표, 돌아가십시다.
 
425
유어만   가십시다.
 
426
쌀바돌 대표  가십시다. 그래서 레이크석쎄스에다 사무집행할 수 없어 부득이 돌아왔다구 보고허십시다.
 
 
427
애리쓰, 언성이 높으므로 안에서 뛰어나온다.
 
 
428
애리쓰   (애원하듯) 미스타 유어만, 미스터 씽, 미스터 마까나 참으시오.
 
429
쌀바돌 대표  미시스 애리쓰, 말리지 마십쇼. 두 번씩이나 돌아가란 모욕을 듣구 누가 있겠습니까?
 
430
유어만   · 씽 · 마까나, 린실로 훅 들어가버린다.
 
431
애리쓰   (승만에게) 승만, 사과허시오. 어서 가서 사과해요. 우릴 위해 멀리서 오신 손님을 그게 뭡니까? 더구나 개인두 아니구 총회서 파견한 공식 대표에게.
 
432
리승만   애리쓰, 내가 저 사람들한테 불만이 있었든 것은 사실이오. 허지만 난 큰 것을 위해 이 사소한 감정을 다 버렸었소. 더구나 오늘은 로버-트 소장께 무기 얘길 좀 부탁해달라구 헐려구 더 한층 각별히 웃는 낯으로 대했었소.
 
433
애리쓰   승만…….
 
434
리승만   내가 얼마나 위원단 사람들을 각별히 접대헐려구 했으면 미국에 가 있는 모윤숙이헌테 급히 귀국하라구 전볼 쳤겠소?
 
435
애리쓰   승만…….
 
436
리승만   그랬는데 저 사람들은 나한테 어떻게 했소? 여기 로버-트 소장두 즉접 목격하셨지만 처음부터 도전적이구 비꼬는 언행이었소.
 
437
애리쓰   승만, 그건 꼭 오해요.
 
438
리승만   (거기에는 대답지 않고) 들오든 길루 내가 마침 김구 씰 죽이기나 한 거처럼 ‘리박사, 김구 씨가 안 뵈니 어찌된 노릇이요?’ 그리구 또 ‘폭동은 그 후 진압했습니까?’,‘북조선은 요새 어떤지요?’ 그리구 나중에 가선 그눔의 이갈리는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 이야길 꺼집어내니 이게 다 나더러 들어보라는 게 아니구 뭐겠소? 그러니 내가 속 안 상하게 됐소?
 
439
애리쓰   승만. (하고 남편이 측은하야 못 견디겠다는 듯, 오오오 하고 울며 안으로 들어간다)
 
440
로버-트   (이때까지의 침묵을 깨뜰고 입을 연다) 내보기엔 리박사가 고연한 일에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441
리승만   뭐라구요?
 
442
로버-트   저 사람들이 사업을 할려면 남한의 정세를 상세히 알아야 할 게 아닙니까? 위원단은 리박사와 대한정부에게 문의할 권리가 있구, 또 리박사, 여기에 대답할 의무가 있습니다.
 
443
리승만   그야 물론이지요? 허지만 빤히 다 아는 것을 묻는 건……. 김구 씨 죽은 건 천하가 다 아는 일이구, 우리 남한에 폭동이 매일같이 잦어가는 건 세계가 다 알구 있는 노릇 아닙니까?
 
444
로버-트   (그의 말을 도중에서 막으며) 난 도대체 리박사가 북조선허구 협상헌다는 얘기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쓰시는 것 같소. 사실, 그 얘긴 우리 미국(米國)서 위원단께 퍼트리두룩 시켰을 것입니다.
 
445
리승만   그럼?
 
446
로버-트   유엔 위원단의 목적은 표면상으로는 어디까지든지 조선의 통일 독립을 원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국통일 민주주의 전선에서 평화적 통일안을 제출해왔으니 아무리 철면피기루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남북 분렬의 책임이 우리한테 있는 게 인민들께 폭로되구 맙니다. 우리 분렬의 책임을 쏘련과 북조선에게 전가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사실은 그런 랑설을 위원단에게 퍼트리게 했던 거지요. 그것두 리박사와 대한정불 협조키 위한 한 외교수단에 불과합니다.
 
447
리승만   로버-트 소장두 말 마시오. 당신들이 나를 위해서 그랬다면 이번 뉴욕 총회의 보고에다 나와 우리 정불 그렇게 무참히 비난할 수가 있겠소? 내 위신은 그 보고서루써 아주 국제적으로 추락되구 말았소. 자기들 손으루 맹글어주구 또 자기들 입으루 인정한다구 그래놓구 어떻게 그런 보고를 한단 말이요?
 
448
로버-트   리박사, 조선의 고담에 미운 자식에겐 떡을 주구 이뿐 자식에겐 매를 주라구 하지 않았습니까?
 
449
리승만   그럼 정말루 나를?
 
450
로버-트   그렇소. 리박사와 대한정분 우리 미국의 가장 귀여운 아들입니다.
 
451
리승만   로버-트 소장. (하고 눈물을 닦은 후 그의 손목을 잡는다) 당신들이 나와 우리 정불 그렇게 사랑하신다면 이 자리서 그 물적 증거를 보여주시요.
 
452
로버-트   물적 증거라니요?
 
453
리승만   무기 말입니다. 그거만 내주시면 모든 건 해결됩니다. 내가 유엔 위원단에게 그렇게 모욕당할 리유두 없구 또 총회에서 그런 비난을 받을 리유도 없지요.
 
454
로버-트   리박사, 우리 미국 배루 실어와 부산에 있습니다. 또 빨리 내주구두 싶습니다. 허지만 리박사, 나 믿을 수 없어 못 내줍니다.
 
455
리승만   믿을 수 없다니요?
 
456
로버-트   리박사, 나허구 약속한 거 어디 실천했습니까? 리박사 말만 믿고, 풀 무성하기 전에 유격대 전부 토벌한다고, 나 워싱턴에다 보고했소. 틀렸습니다. 다음에는 락엽기에는 소탕한다고 보고했소. 이것도 거짓말 됐습니다. 12월까지는 완전히 근멸한다고 해서 나 또 속고서 보고했습니다. 어디 근멸 됐습니까? 리박사 약속,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다. 폭도군 날로 날로 그 수 늘어가고 있습니다. 오, 골치 아퍼. (하고 머리를 움켜쥐고 실내를 흥분하야 왔다갔다 한다)
 
457
리승만   로버-트 소장, 이번에는 꼭 틀림없습니다. 폭도가 있는 부근의 부락은 전부 불살러버리고 폭도에게 물자를 대줄 위험성이 있는 부락은 전부 소제를 시켜버렸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폭도들을 눈쌓인 산속에다 꽉 가둬서 굶어죽고 얼어죽게 할 작정입니다. 그 후에 가서 일제 소탕을 하면……. 그러니 하로바삐 무기를…….
 
458
로버-트   리박사, 그거 또 말뿐입니다. 비행기 내주면 비행기째 이북으로 날러가버리구 군함 내주면 군함째 넘어가 버리지 않습니까? 현재 제주도· 지리산· 오대산을 위시해서 남한 각지서 폭동군이 쓰구 있는 무기와 탄약은 전부 우리가 당신들께 내준 겁니다. 이러니 우리 미국 아무리 무기 주구 싶어두 어떻게 내주겠소?
 
459
리승만   허지만 그거야 낸들 어떡허겠소? 말단에서 그놈들이 가지구 넘어가구, 뺏기구 하는 걸 내가 일일이 쫓아 댕기면서 막을 수두 없구……. 그렇다구 이게 어디 우리 대한만 있는 현상입니까? 중국두 그렇구, 휘립핀두 그렇구, 희랍두, 인도네시아두, 다 그렇지 않소?
 
460
로버-트   (신경질적으로) 다른 나란 끌구 들어갈 필요 없습니다. 난 리박사허구 얘기허구 있습니다.
 
461
리승만   당신이 나만 실패허구 있는 것처럼 그러니 얘기요.
 
462
로버-트   다른 나라 얘긴 마시요. 우린 이 이상 더 밑빠진 가방에다 투자헐 수 없습니다. 이 이상 더 우리 미국 무기로 공산군을 무장시켜줄 순 없습니다. (하고 격양하야 실내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463
리승만   지금 와서 그런 소릴 하시면 어떡헙니까? 당장20일 안으루 맥아더 사령부에서 쌀 또 60만 석 걷어보내야지 않겠소? 금년도 공출량은 350만 석이요. 이걸 농민들한테 강제루 걷어낼래면 무기 없인 절대루 불가능 합니다.
 
464
로버-트   …….
 
465
리승만   난 당신들이 요구허는 대루 다 내겠소. 심지언 제주도까지 내주지 않었소? 그런데 당신들은 그까짓 얼마 안 되는 무길 가지구 그렇게 린색하게 합니까?
 
466
로버-트   …….
 
467
리승만   당신두 알다시피 누가 나를 지지합니까? 인젠 국민학교 아동 하나까지 나를 지지하는 사람은 없어졌소. 이게 누구 때문이요? 모두가 당신들 미국에게 충실허기 때문이 아니요? 나두 인젠 어떻게 헐 수가 없소. 그러니 도루 미국으루 보내주시오. (하고 의자에 가 털석 주저앉는다)
 
468
로버-트   (그말엔 뜨끔한다)
 
 
469
이때 때르르 하고 탁상전화의 벨이 운다. 로버-트, 받아서 들드니 말없이 리승만에게 수화기를 준다.
 
 
470
리승만   (전화기에다 대고) 내무부 장관이야? (눈이 휘둥그래진다) 뭣이? 광주에 유격대가……. 그래서 뭐 국방군허구 합류했어? 그래서 시민들허구 경찰서 점령했어? (미칠 듯이 악을 쓴다) 죽여라, 죽여. 남녀노소 할 거 없이 폭동에 가담한 자는 학살해라, 학살. (하고 전화기를 탁 놓는다)
 
471
로버-트   …….
 
472
리승만   (안색을 히끗히끗하여) 당신들은 나를 나무래지만 모든 건 쏘련 때문이요. 쏘련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 한 천하 없는 영웅두 벨 거 없소. 장개석 씬 누구만 못 해서 저렇게 됐겠소. 당신들 미국과 우리가 여기서 헤어날려면 3차전쟁이 일어나는 길밖엔 없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를 전쟁에 휩쓸어 넣구 쏘련과 공산주의 국가들을 거꾸러트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군 해결 안 되지요.
 
 
473
이때 또 따르르 하고 전화벨이 운다. 리승만, 이번에는 기대리지 않고 직접 받는다.
 
 
474
리승만   (악연한다) 무엇이? 국방군 금강부대가 무기를 든 채 이북으로 넘어가버렸어?
 
475
로버-트   (성급히 실내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한다)
 
476
리승만   에이, 이놈 자식들아, 무얼 하구 있는 거야? 당장 삼팔 이북으루 밀구 들어가라. 그래서 3일 안으루 평양을 점령허구 인민군대를 무장해제시켜버려라. 만일 그렇지 못하면 네놈두 김석원이, 채병덕이처럼 파면이다. (하고 전화를 탕 끊는다)
 
477
로버-트   …….
 
478
리승만   (절규한다) 삼팔 이북으루 밀구 들어가야 하오. 삼팔 이북으루. 그래서 평양에 대한국기를 꽂아야 합니다. 나에게 무기를 주시오. 무기를……. (하고 규환하다 뇌진탕을 일으키고 뒤로 털컥 나가자 빠진다)
 
479
로버-트   (린실을 향하여) 미세스 애리쓰.
 
 
480
린실에서 애리쓰와 유엔 위원단이 뛰어나온다.
 
 
481
애리쓰   승만.
 
482
로버-트   (황급히) 빨리 의사를…….
 
483
애리쓰   (창밖을 향하여) 경비장, 경비장.
 
 
484
경비장, 달려온다.
 
 
485
애리쓰   빨리 의사를. 리박사가 졸도하셨소.
 
 
486
경비장, 급히 다시 나간다. 이 사이에 로버-트와 유엔 위원단 3인은 리승만을 안어다 쏘파에 눕힌다. 애리쓰, 대야에 물을 떠온다. 그리하여 수건을 짜서 이마를 적신다.
 
 
487
애리쓰   (로버-트 소장과 위원단에게) 우리 승만을 이렇게 만들어 논 건 당신들 책임입니다. 오, 오, 오. (하고 운다)
 
 
488
이때 경비장에게 안내되어 로버-트의 군의 들어온다.
 
 
489
의사    (진단을 하고 나서) 뇌진탕입니다.
 
490
애리쓰   승만, 오, 오, 오. (하고 운다)
 
491
의사    너무 큰소리 마십쇼. 생명엔 별일 없으실 것 같습니다. (하고 주사기에다 약을 담는다)
 
492
리승만   (헛소리를 한다) 죽여라, 죽여. 그리구 삼팔 이북으로 쳐들어가라. 무기, 무기, 무기를 주시오.
 
493
일 동    …….
 
 
494
의사, 정맥에다 바늘을 쿡 찔른다. 리승만, 소스라치 듯 일어난다.
 
 
495
애리쓰   승만.
 
496
리승만   (급히 팔을 빼고 주사침 들어간 자죽을 닦는다)
 
497
로버-트   리박사.
 
498
리승만   (거진 실성하다시피) 나에게 무기를 주시오.
 
499
로버-트   리박사, 무기는 오늘 군용렬차 제× 호에 실어서 부산서 출발케했습니다.
 
500
리승만   그럼?
 
501
로버-트   그렇습니다. 오늘밤 일곱 시엔 룡산역에 도착할 것입니다. 아마 지금쯤 추풍령 근방을 달려오구 있을 것입니다. 네! (하고 증서를 한 장 꺼내준다) 사실은 리박사께 경고하느라구 했던 게 그만 이렇게……. 그러니 안심허시구 누십쇼. 그리구 주살 마지십쇼.
 
502
리승만   (받아서 급히 주머니에다 소중히 넣으며) 난 아무 이상 없습니다. 나 잠깐 골이 팽 했지만 무기 얘길 들으니 다 났습니다. 애리쓰, 빨리 집으루 돌아가야겠소. 그래서 국방부 장관, 참모총장, 모두 불러놓구 삼팔 이북으루 밀고 들어갈 계획을 짜야겠소.
 
503
유어만   인제 괜찮습니까?
 
504
리승만   아- 념려 없습니다.
 
 
505
애리쓰, 외투를 그에게 입혀준다.
 
 
506
리승만   그럼, 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507
리승만, 한 손에 괴뢰인형을 들고, 한 손에 애리쓰의 팔짱을 끼고 급히 도아를 열고 나가려 할 때 밖에서 급히 달려오든 괴뢰 정부 국방부 장관 신성모와 꽝 부듲친다. 승만과 국방부 장관, 각각 뒤로 나가 동그라진다.
 
 
508
리승만   (이마를 쥔 채) 누구냐?
 
509
신성모   (급히 일어서서 경례하며) 각하, 국방부 장관 신성모입니다.
 
510
리승만   무슨 일이냐?
 
511
신성모   대통령 각하, 무, 무서운 소식입니다. 나는 영국에서 20년이나 선상생활을 했지만 일찌기 이런 무서운 소식을 들은 쩍은 없습니다.
 
512
리승만   (벌떡 일어나며) 무슨 소식이냐?
 
513
신성모   너, 너무두 놀라와서 아뢰옵기조차 다…….
 
514
리승만   얘, 가깝하다. 빨리 아뢰라.
 
515
신성모   각하, 저는 아까 대통령께 전화를 끝마추구 서류를 정리하다가 무, 무서운 무전을 받았습니다.
 
516
리승만   (눈이 휘둥그래지며) 그래서?
 
517
신성모   무기를 싣고 부산을 출발한 군용 렬차가 추풍령 근방을 지날 무렵 돌연 유격대의 불의 습격을 받어…….
 
518
리승만   (눈이 접시만해진다) 무엇이, 유격대가?
 
519
신성모   네. 렬차를 습격허구 무기를 전부 탈취해가지구 산으로 달아났다구 합니다.
 
 
520
로버-트를 위시해서 일동 악연한다. 리승만, "아, 아, 아" 하고 그 자리에서 뇌진탕을 일으키고 다시 뻣뻣해진다.
 
 
521
애리쓰   승만.
 
 
522
로버-트는 불쾌하야 고개를 돌리고 섰고, 위원단 3인과 신성모, "각하"하고 그를 부축한다. 소제부, 마당을 쓸러 나오다 창 너머로 이 정경을 발견한다.
 
 
523
소제부   (앞치마로 바람을 내며) 아이, 시원하다.
 
524
― 막 ―
 
 
525
(《종합 단막희곡집》, 문화희곡사, 1949 )
【원문】소위(所謂) 대통령(大統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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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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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세덕(咸世德) [저자]
 
  1949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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