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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막(序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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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1.11~
최서해
1
序 幕[서막]
 
 
2
서천에 기우는 쌀쌀한 초가을 볕은 ×잡지사 이층 편집실 유리창으로 불그레 흘러들었다.
 
3
“오늘은 끝을 내야지……. 오늘도 끝을 안 내주면 어떡한단 말이오”
 
4
몸집이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길죽한 김은 불도 피우지 않은 난로 앞에 서서 가는 눈을 심술궂게 굴렸다.
 
5
“글쎄 어째 대답이 없소”
 
6
저편 남창 앞에 놓인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최는 김의 말을 부축하는 듯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동창 아래 책상에 기대여 앉은 주간을 건너다보았다. 뚱뚱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키를 가진 주간은 아무 말도 없이 담배를 피우면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7
“여보 주간 영감!”
 
8
퉁명스러운 굵은 소리로 부르는 것은 입술이 두터운 강이란 사람이었다. 그 소리에 주간은 슬그머니 머리를 돌려서 강을 건너다보았다. 김이 서 있는 난로 앞 의자에 앉아서 신문을 보고 있던 강은 신문축을 저편 책상 위에 홱 집어던지면서,
 
9
“그래 우리 소리는 개소리오? 왜 대답이 없소”
 
10
하고 주간을 뚫어지게 건너다보았다.
 
11
“입이 붙었어요”
 
12
가는 눈으로 강과 같이 주간을 건너다보는 김의 소리는 빈정대는 듯하였다.
 
13
“하하하.”
 
14
주간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입을 커다랗게 벌려서 웃었다.
 
15
“입은 안 붙었군! 웃는 걸 보니 힝.”
 
16
하고 김이 빈정대는 바람에 최와 강도 벙긋하였다. 그러나 주간의 두 눈은 실룩하여졌다.
 
17
“그렇게 웃으면 만사가 편할 줄 아시오? 당신은 배가 부르니 웃음이 나지만…….”
 
18
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은 주간의 앞으로 의자를 끌면서,
 
19
“그래 어떻게 작정인지 어서 요정을 내야지 인제는 우리도 더 참을 수가 없는데요!”
 
20
하는 소리는 좀 순탄하였다.
 
21
“글쎄 나만 조르면 어떡하오.”
 
22
주간은 저편 북편 벽 석고 옆에 놓인 책상 앞 의자에 말없이 머리를 떨어뜨리고 앉아 있는 회계를 흘끔 건너다보면서 뇌였다.
 
23
“그러면 누구 보고 말하랍니까? 아하 우리는 주간의 지휘를 받았으니 주간에게 말해야지 그럼 회계보고요.”
 
24
김의 말,
 
25
“글쎄 여러분 생각해 보시구려─. 내가 돈을 가졌으면야 여러분의 월급을 안 드릴 리 있읍니까”
 
26
주간의 소리는 한고삐 늦추는 수작이었다.
 
27
“회계 선생은 왜 저러구만 계시우”
 
28
주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최는 회계를 건너다보았다. 회계는 머리를 겨우 들어서 이편을 보면서 어색히 웃을 따름이었다. 회계는 사장의 심복지인으로 있는 사람이었다.
 
29
“그런데 아마도 무슨 일이 단단히 있는 게야? 왜 주간은 회계나 사장을 보고 말 한마디 못 하오”
 
30
최가 부르짖는 바람에 김은 머리를 끄덕거리면서 회계와 주간을 번갈아 건너다보았다. 이때 회계와 주간은 시선을 언뜻 마주치더니 피차 외면을 하는 낯에는 무슨 고민의 빛이 흘렀다.
 
31
“주간과 영업부장(회계)이 배가 맞아가지고 저희끼리는 월급을 먹은 게지”
 
32
김은 속을 다 안다는 듯이 주간을 보았다.
 
33
“아 그건 참 애매한 소리오! 여보 나도 쌀이 없어서 쩔쩔매는 판인데……. 하하 참 기막힌 소린데…….”
 
34
주간은 변명변명을 하면서 기가 막혀 웃는다.
 
35
“뭘 쌀이 없어? 쌀 없는 사람이 술만 잘 먹더라! 그럼 당신네가 배 맞은 줄 우리가 모르는 줄 아오.”
 
36
강은 신이 나서 소리를 높였다.
 
37
“어떻게 배가 맞았단 말이오? 배가 맞다는 것이 어떤 것이오”
 
38
주간의 언성도 높았다.
 
39
“그럼 배 안 맞은 게 무언구? 둘이 밤낮 기생집 술집으로
 
40
돌아다니면서……. 남은 밥을 굶기고 제 혼자들만 술을 처먹으니 배 안 맞은 게 무에요”
 
41
강은 펄쩍 뛰는 듯이 의자에서 일어섰다.
 
 
42
“누가 기생집 술집이오? 어디서 보았소”
 
43
주간은 눈에 핏발이 서도록 악을 썼다.
 
44
“으응 알았다. 인제 알았다. 네놈들 속을 인제 알았다. 어젯밤에 ××란 사람하고 ××신문사에 있는 ××하고 명월관에 가서 한턱 한 것은
 
45
누군데”
 
46
강은 호령이나 하는 듯이 끝소리를 길게 뽑으면서 주간을 노려보았다.
 
47
“응 그런가? 자네는 주간을 졸르게. 나는 회계와 말함세! 두 달 월급이나 지불치 않고 저희는 술을 먹어? 좋다. 여보 회계 우리도 한턱 주구려!”
 
48
최는 한 걸음 회계편으로 다가섰다. 회계는 말 없이 돌아앉아서 장부를 뒤지고 있다.
 
49
“하하 그건 ××가 낸 턱이지 어디 내가 낸 턱이오”
 
50
주간은 순스럽게 대답하면서 강을 쳐다보았다. 그때 이편에서는 최가 회계를 졸랐다.
 
51
“여보 영업부장! 이렇게 우리도 좋은 낯으로 말할 때 해결을 지어야지 그렇지 않아서는 재미가 적을걸…….”
 
52
이렇게 최가 회계를 조르는데 강은 주간을 보면서,
 
53
“뭐 오늘 아침에 ××를 만났는데…….”
 
54
“자 예서 이래서는 소용이 없으니 우리 사장을 찾아가세……. 가서 모가지를 분질러 버려야지…….”
 
55
가운데 잠잠히 섰던 김의 소리에 최와 강은 약속이나 한 듯이,
 
56
“그래!”
 
57
하면서 층계가 있는 편을 향하고 나가려 하였다.
 
58
“글쎄 사장한테 가면 무엇 하오”
 
59
주간은 딱한 듯이 물었다.
 
60
“하긴 뭘 해! 월급 달라지!”
 
61
“그러지 말고 며칠 더 참아 봅시다.”
 
62
주간은 아무쪼록 가지 말아 달라는 표정이었다.
 
63
“글쎄 그 양반도 지금 돈이 융통이 되지 못해서 하시는 판인데……. 좀 참으시면…….”
 
64
회계는 의자에서 일어나 여러 사람들 앞으로 오면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65
“응 돈이 없어서 안 주면 달란 말도 안 해!”
 
66
최는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뒤에 섰다가 앞으로 나아갔다.
 
67
“그런 소리 저런 소리 할 것 있나? 가 보고 안 주면 가마라도 뽑아 오지!”
 
68
가운데 섰던 김은 어느새 층계 어구에 갔다.
 
69
“그래 안 주면 가마는? 모가지를 도려 놓지!”
 
70
세 사람은 다 같이 층계로 내려가려고 하였다.
 
71
“글쎄 내 말씀 잠깐 들으오!”
 
72
주간은 달려 나오면서 여러 사람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73
“며칠만 좀 참아요! 가도 그렇게 가면 무슨 수가 있오? 사장도 돈이 있어야지 또 지금 가도 못 만날 터인데…….”
 
74
주간은 딱하다는 듯이 말하면서 여러 사람의 낯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75
“자 그럽시요! 제가 오늘 사장댁에 가겠어요!”
 
76
따라나온 회계도 애걸하듯이 말하였다.
 
77
“이건 가는 사람을 못 가게 할 텐가”
 
78
“가는 자유까지 막나”
 
79
“물러나! 나는 가서 결정을 지어야지! 그 전에는 안 돼…….”
 
80
세 사람은 서로 볼부은 소리를 하면서 주간을 밀치고 내려가려고 하였다.
 
81
“아따 이 사람들 장하다!”
 
82
밀치어 나서는 주간은 빈정대는 소리로 뇌였다.
 
83
“뭐?”
 
84
층계를 내려디디는 강은 주간을 쳐다보았다.
 
85
“무어 어찌구 어째”
 
86
“이게 주간인가 편집국장인가”
 
87
최와 김도 강과 같이 주간을 뚫어지게 건너다보았다.
 
88
“그런데 반말은 웬 반말이야”
 
89
주간의 소리는 열이 잔뜩 올랐다.
 
90
“반말? 그래 반말하면 어때.”
 
91
강의 말.
 
92
“받을 돈 받으면 그만이지 이렇게 어수선은 웬 어수선이야”
 
93
주간은 버티는 수작이었다.
 
94
“이게 왜 이리셔요? 그만두셔요.”
 
95
곁에 서 있던 회계는 낯빛이 질려서 싸움을 말린다.
 
 
96
“그럼 받을 돈 받으면 그만이지……. 그래 어서 줄 돈 주어야지”
 
97
최가 달려들었다.
 
98
“하 이 사람이 미쳤나!”
 
99
“아따 요놈 별소리 다하네!”
 
100
최는 주간의 멱살을 잡았다.
 
101
“이놈이 미쳤나? 뉘 멱살을 잡니”
 
102
주간은 발악을 하면서 최의 멱살을 잡았다. 이때 곁에 서 있던 회계는 최와 주간의 손을 잡으면서,
 
103
“글쎄 왜들 이리셔요? 좀 참으셔요. 최 선생! 저를 보시구 제발 이리지 마셔요…….”
 
104
하고 애걸복걸을 한다. 그 바람에 최는 손을 놓고 성난 소처럼 씩씩하면서 주간을 건너다본다.
 
105
“자 가세!”
 
106
여러 사람들은 다시 층계를 내려왔다.
 
107
“망할 놈들 가면 갔지.”
 
108
층계를 한 절반이나 내려왔을 때 위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세 사람의 귀에 들렸다.
 
109
“저놈의 자식 아직도 혼이 덜 난 게로군!”
 
110
가운데 섰던 강이 성난 소리로 끙얼거리면서 올리닫는 바람에 두 사람도 도로 올라왔다.
 
111
“여보 주간! 무에 어째”
 
112
입술이 두툼한 강은 눈을 부릅뜨고 주간의 앞에 달려들어,
 
113
“이놈이 아직도 뜨끔한 맛을 못 봤구나! 월급을 달라는데 무에 어찌구 어째? 그래 우리가 그렇게 만만하더냐? 네놈의 배만 채우면 가만 있을 줄 알았니”
 
114
하고 멱살을 잡아서 끌었다. 싸움이 터졌다. 주간과 강은 서로 밀치고 밀치면서 멱살을 잡고 차고 때린다.
 
115
“이놈아 가자! 이놈! 네놈을 앞에 세월 놓고 받아내야 하겠다. 이놈이 무슨 작죄가 있는 게지 사장이 네 애비냐 네 하래비냐”
 
116
강은 주간의 다리를 드립다 찼다. 꽝 하고 널판 위에 쓰러지는 주간은
 
117
“엑 아이구 이놈이 사람 죽이오!”
 
118
하고 슬프게 부르짖었다.
 
119
“아이구 이것 그만두셔요.”
 
120
회계는 울 듯이 달려들어서 강의 팔목을 잡았다.
 
121
“가만히 있어. 이놈들 두 놈을 한 매에 때려서…….”
 
122
강은 벌떡 일어서더니 의자를 둘러메었다.
 
123
“아이쿠.”
 
124
회계는 낯빛이 질려서 저편으로 뛰어가고 몸집이 뚱뚱한 주간은 얼른 일어나지 못하고 팔과 다리로 저항이나 하는 듯이 들었다.
 
125
“여보게 이리 말게.”
 
126
곁에 서서 빙그레하던 최와 김은 달려들어서 일변 강이 잡은 의자를 빼앗았다. 강은 그래도 못 참겠다는 듯이,
 
127
“이놈을 그저 둬? 오늘은 요정을 내야 한다. 자네들 가서 사장놈을 좀 잡아오게! 세 놈을 한데 모아놓고 어디 모가지를 도리세.”
 
128
하면서 주간을 그저 뚫어지게 본다. 주간은 무색한 듯이 엉금엉금 일어나더니 모자를 집어썼다.
 
129
“가긴 어디로”
 
130
강은 툭 쏘면서 주간의 앞으로 대어들었다. 그러나 주간은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나가려고 하는지라 강은 주간의 팔을 잡아서 홱 뒤로 끌어 제치면서,
 
131
“야가 아직도 이리 뻣뻣하냐? 요정을 내야지!”
 
132
하는 바람에 주간은 아무 말도 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133
“여보 회계! 장부 좀 봅시다.”
 
134
김은 회계의 곁으로 가면서 크게 소리를 쳤다.
 
135
“네……”
 
136
회계는 놀라운 듯이 김을 쳐다보았다.
 
137
“네라니 그렇게 큰 소리를 못 들었소!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장부를 좀 보여 주셔요!”
 
138
하면서 김은 저편에 놓인 회계의 책상 앞에 가서 장부에 손을 대었다.
 
139
“장부는 보시면 뭘 하셔요”
 
140
회계는 어느새 김의 앞에 와서 섰다.
 
141
“이건 왜 이래 좀 보면 어떻소”
 
142
하고 커다란 장부를 뽑아서 뒤적거리다가 곁에 세워놓은 초일기도 빼어서 뒤진다.
 
143
“자─ 이게 웬 돈이야? 자 이래도 아니라고 앙탈을 할까”
 
 
144
장부를 뒤지던 김이 무슨 수나 난 듯이 떠들어 놓는 바람에 최와 강은 그리로 갔다.
 
145
“어디 무어야? 응 박영선(朴榮善―주간) 꺼로 팔십 원! 무어야 시월 수당”
 
146
이렇게 강이 또 떠들었다. 회계는 머리를 숙이고 주간은 또 벌떡 일어섰다.
 
147
“얘! 주간 …… 잠깐 섰게……. 주간인지 개다린지 오늘은 그저 둘 수 없는데……. 나는 그래도 오늘까지 저를 믿었지!”
 
148
이때까지 별로 떠들지 않던 김은 나가려는 주간을 잡았다. 이쪽에서는 이렇게 손객이를 하는데 저쪽에서는 강이 회계를 깔고앉아서,
 
149
“이놈아 바로 말해라! 어떻게 된 셈이냐”
 
150
하고 조른다. 소 같은 강에게 깔려서 껠껠하는 회계는 최를 쳐다보면서
 
151
“아이구 최 선생 이것 좀 보시요.”
 
152
하였다. 이러는 판에 어디로 심부름 갔던 하인이 층계를 탕탕 구르고 올라와서 이 광경을 보더니 눈을 둥글해서,
 
153
“이게 웬 일입니까”
 
154
“너는 어디 가서 그리 오래 있니? 이런 놈 좀 때려 죽이지! 너도 월급을 못 받았지? 이놈을 죽여라.”
 
155
하고 최는 주간의 귀빼기를 보기좋게 올렸다.
 
156
“아이구! 이놈!”
 
157
주간은 소리를 지르더니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158
“아이구! 선생님 이것 그만둡시요.”
 
159
하인은 눈이 둥그래서 말린다.
 
160
“이놈 같으니 이 천참만육을 할 놈들 같으니. 응 일은 우리가 죽게 하고 배는 너희가 채우고? 그리고도 큰 소리를 한담! 이 때려 죽일 놈 같으니라구!”
 
161
최는 쓰러진 주간을 꿍꿍 밟고 차더니 독살이 잔뜩 오른 눈으로 하인을 보면서
 
162
“너 사장집에 가서 사장놈 오라구 해라! 어서 얼른!”
 
163
하였다.
 
164
“아 왜 이러서요? 강 선생님 그만두셔요.”
 
165
하인은 황송한 듯이 허리를 굽실하면서 벙긋하였다.
 
166
“왜 이러다니 이 민숭어놈 같으니 너는 월급이 싫으냐”
 
167
최는 뚫어지게 하인을 보면서 어성을 높였다. 그 바람에 하인은 어쩔 줄을 모르고 엉거주춤하였다.
 
168
“왜 이러구 섰어? 갔다오면 갔다오는 것이지? 그래야 너도 돈이 생긴다.”
 
169
“어서 갔다와!”
 
170
저편에 서 있는 김까지 최와 같이 하인을 책망하는 바람에 하인은 허리를 굽실하면서 나가려고 하였다.
 
171
“여보게 여보게 날 좀 보게.”
 
172
회계를 깔고 앉았던 강은 하인을 부르더니,
 
173
“사장집에 가서 사장을 보고 우리가 오라더란 말을 말고 회계 선생님과 주간 선생님이 곧 좀 오시라고 하십디다고 말하고 여기 일은 말 말게. 여기 눈치를 보여서는 그 구렁이 같은 놈이 오겠나”
 
174
하였다. 하인은 나갔다.
 
 
175
짧은 겨울 해가 차츰 장안 행길에서 빛을 거둘 때에 사장은 하인과 같이 층계를 구르고 편집실로 올라왔다. 키가 커닿고 얼굴이 얽은 사장은 층계로 올라와서 방안을 보더니 의아한 낯빛으로 이 사람 저 사람을 본다.
 
176
이때는 분주하던 실내가 고요하여지고 여러 사람은 각각 의자에 앉아서 이마를 찡그리고 담배를 피웠다.
 
177
“오십니까”
 
178
회계가 먼저 일어서서 어색한 소리로 사장을 보면서 허리를 굽실하는데 주간도 따라 일어나 서면서,
 
179
“어서 오서요.”
 
180
하였다. 그러나 김, 최, 강은 뻣뻣이 거만스럽게 앉아서 사장을 바라보고 회계와 주간을 보면서 입을 비쭉하였다.
 
181
“무슨 일에 불렀소”
 
182
사장은 사장석에 앉으면서 주간을 건너다보았다.
 
183
“네! 사장을 오시라고 한 것은 저희들이올시다.”
 
184
주간의 대답이 나오기 전에 강은 트집잡는 어조로 내쏘면서 사장을 보았다. 사장은 너무도 의외의 일에 강을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185
“오시라구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월급을 지불해 줍시사고 한 일입니다.”
 
186
강은 가장 공손한 듯이 말하였다.
 
187
“어떻게 변통을 해 주셔야 하겠읍니다.”
 
188
최도 공손하게 말하였다.
 
189
“그래 부르셨소!”
 
190
사장은 불쾌한 안색으로 강을 대하였다.
 
191
“네!”
 
192
김, 최, 강의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대답하였다.
 
193
“그만 일은 여기 주간이 계시니 주간하고 말씀하시지 나까지 부를 께 무엇 있소”
 
194
사장의 어조는 아니꼽게 나왔다.
 
195
“그렇게 오라 하신 게 허물될 게야 무엇이 있읍니까”
 
196
하고 최가 먼저 비꼬는데 강은 주간을 보면서 사장에게,
 
197
“어디 주간이 안다구 합니까? 주간은 모른다구만 하니 어찌합니까”
 
198
하였다.
 
199
“주간 왜 모른다구 했소”
 
200
하고 사장은 노염 있는 눈으로 주간을 건너다보는데 그 노염은 거짓 노염 같아서 위엄 없이 보였다.
 
201
“허허 제가 언제 모른다구…….”
 
202
주간은 외면을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203
“이놈들을 그저 두어서는 늘 그 꼴이 되겠으니 주먹맛을 좀 보여 주어야 하겠군!”
 
204
하고 강은 사장의 앞으로 가더니,
 
205
“그래 월급을 못 주겠어? 응 어떤 놈은 주고 어떤 놈은 따돌리나”
 
206
하면서 멱살이나 잡을 듯이 달려들었다.
 
207
“이게 무슨 해거요? 내가 돈을 두고 안 주우”
 
208
사장은 강을 노려보았다.
 
209
“그래 네가 돈이 없어서 못 주니? 이놈아!”
 
210
어느 겨를에 사장의 멱살은 강에게 잡히었다.
 
211
“이놈 이 후레아들놈 같으니 점잖치 못하게!”
 
212
사장은 멱살을 잡혀서 발악을 하였다.
 
213
“무어 어쩌구 어째? 우리는 체면도 없다. 그래 돈을 못 줄 테냐”
 
214
“돈? 돈이 없다. 없어…….”
 
215
주간과 회계가 달려들어서 말리는 것을 김과 최가 달려들어서 막는다.
 
216
“이놈 내가 모르는 줄 아니? 이놈 회계와 주간의 월급은 선불을 하고 우리는 그래 못 주겠니”
 
217
강은 사장을 깔고 앉아서 죽으라고 때렸다.
 
218
“아이구! 나는 돈 없다. 이놈 주간놈인지 회곈지 한 놈들이 너의 월급만 주면 관계치 않다 했지”
 
219
사장은 소리를 슬프게 질렀다. 그 바람에 김은 회계를 최는 주간을 붙잡고,
 
220
“옳지 너만 먹으면 관계치 않으냐”
 
221
조르는데 사장을 깔고 앉았던 강이 벌떡 일어나더니 하인을 보면서
 
222
“얘! 이 방에 있는 의자며 책상 할것없이 말끔 집어내라! 팔아 먹고 볼 일이다.”
 
223
하더니 자기부터 벽에 걸린 시계를 떼고 책상을 둘러메려고 한다.
 
224
“이놈아 왜 가만히 있니”
 
225
강은 하인을 보고 소리를 질르더니 그 다음에는 전화를 뗀다.
 
226
“이것 저것 팔아도 우리 월급이 못 된다!”
 
227
맘대로 하라는 듯이 뻣뻣이 서 있던 사장도 전화를 떼는 데는 가만 있지 않고 달아오면서,
 
228
“돈을 주면 그만이지 남의 전화는 왜 떼”
 
229
하고 소리를 질렀다.
 
230
“그럼 내라. 지금 내라.”
 
231
강은 그저 전화통을 잡고 서서 소리를 질렀다.
 
232
“여보 회계!”
 
233
사장은 황급하게 회계를 불렀다. 그 바람에 방안은 잠잠하였다.
 
234
“네!”
 
235
회계는 대답하면서 사장을 보았다.
 
236
“모두 얼만지 회계를 밝히오? 엑! 흉한 놈들.”
 
237
사장은 끝말을 흐려 버렸다.
 
238
“모두 두 달치니 삼칠 이십일 세 분의 것이 두 달치니 사백 이십 원하고 저 하인의 것이 사십 원하니 사백 육십 원이야요!”
 
239
“응 소절수 떼게.”
 
240
사장은 말하면서 도장은 건넸다. 사백 육십 원의 소절수는 사장의 손을 거쳐서 강에 손으로 들어갔다.
 
241
“어따 갖다 잘 먹어라!”
 
242
사장은 톡 쏘면서 소절수를 던졌다.
 
243
“응 받는다. 확실히 받았다. 잘 먹고 말구! 너 이놈의 근성이 이렇다. 왜 줄 돈을 벌써 주었으면 피차 생색이지 발악발악을 하다가 준단 말이냐? 응! 이건 서막이나 이제 더한 불떵어리가 너의 머리에 떨어져야.”
 
244
하는 강과 같이 여러 사람은 모자를 집어썼다. 방안은 어수선하였다.
【원문】서막(序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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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분류 : 근/현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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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서막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7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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