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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한 토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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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11
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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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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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음악가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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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느다란 줄이나 뜯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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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금가提琴家는 아니 되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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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th C까지 목청을 끌어 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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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루소> 같은 성악가가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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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솰랴핀>만치나 우렁찬 <베이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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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설움과 우리의 설움을 버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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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에 피를 끓이며 영탄詠嘆 노래를 부르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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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자 끝이 묻어나오도록 성량껏 내뽑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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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움이 복받쳐 몸둘 곳이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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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만 청중 앞에서 거꾸러져도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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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화가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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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드리>처럼 고리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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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처럼 유한悠閑한 그림은 마음이 간지러워서 못 그리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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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툭하고 굵다란 선이 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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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속 용같이 꿈틀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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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호>의 필력을 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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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친구의 얼굴을 그리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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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멓고 싯붉은 원색만 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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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는 꼴을 그려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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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손손이 전하여 보여주고 싶지는 않소.
23
그 그림은 한칼로 찢어버리기를 바라는 까닭에......
 
24
무엇이 되든지 내 생명의 한 토막을
25
짧고 굵다랗게 태워 버리고 싶소!
【원문】생명의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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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훈(沈薰) [저자]
 
  1933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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