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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은 참으로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 냄새가 후끈후끈 나는 사람이었다.
3
내가 그를 만날 때에는 그의 손을 잡고 싶고 그를 떠나서 생각할 때에는 위로 치떴던 눈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 떠진다.
4
서로 오래간만에 만나 이 자리에는 술잔이 오락가락하고 이야기가 이리저리 구을 때이다. 술이 얼근히 취한 박군은 평상시에 늘 보는 그 충직하고도 기개 있어 보이는 얼굴을 번쩍 들더니만 자기가 우연히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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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가서 여관에 들어 있을 때에 그 집에는 젊은 주모(酒母)가 하나 있었소. 들리는 말에 그가 자기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고서 몸이 팔려 이곳으로 왔다 합데다. 그다지 미인은 아니나 사람은 대단히 소탈하고 순직하여 보입디다. 내가 술좌석에 앉았다가 우연히 지나가는 말로 ‘보아하니 나이도 젊고 한 여자가 당당히 시집을 가서 살 일이지 이게 무슨 노릇이란 말이 요?’ 했더니 별안간 그 여자의 얼굴빛이 변하여집디다. 나는 혼자 생각으로 ‘마음씨가 과연 순박한 사람이로구나’하고 여전히 무심히 앉아 있다가 흘끔 바라보니 그의 눈에는 눈물이 괴여 가지고 옆으로 슬쩍 고개를 돌립데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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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곡절이 있는 여자로구나’하고 생각하였을 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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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낮에 나는 볼 일이 있어서 그 곳에서 30리가 되는 유성 온천장으로 왔었소. 이 아래 이야기는 그 이튿날 대전에 전에 있던 여관으로 가서 자세히 들은 말이지마는, 이날 저녁 때부터 이 여자가 손 접대도 아니 하고 저녁도 아니 먹고 자기 방에 혼자 누워 울고불고 하더니 별안간 주인에게 돈을 얻어 가지고 자동차를 온채로 빌려 타고는 그 밤에 나를 찾아 유성으로 달려와서 여관을 샅샅이 뒤졌습디다. 허나 내 성명도 모르고 덮어 놓고 찾으려니 찾을 리가 없었겠지요. 하는 수 없이 대전으로 돌아갔다가 또 자동 차로 왔더랍니다. 이러기 세 차례를 하고 나서 집에 돌아가 잠을 자려니 잠도 잘 수가 없어서 새벽녘에 또 다시 자동차를 타고 와서 찾다가 이왕이니 날이나 새고 간다고 우연히 든 여관이 내가 든 여관입니다. 이튿날 아침에 대전으로 돌아갈 양으로 문 열어 놓은 내 방문 앞을 지나다가 나를 보고는내 옆에 딴 사람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뛰어 들어와 앉으며 줄줄 눈물을 흘려 울며 나보고 대전으로 언제나 오냐고 자꾸 묻기에 나도 얼른 떼어 보낼 셈으로 곧 가겠노라고 해서 보내고는 그날 대전 그 여관에 가서 보니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웠습디다. 주인의 간곡한 청으로 예사로 위로하고 말 몇마디 하고는 그곳에 있기도 싫고 해서 그 길로 그만 고향으로 왔었지요. 그 뒤에 들으니까 그가 며칠을 두고 울고불고 하다가 거제도라든가 어디라든가 하는 자기 고향으로 갔답디다. 그 뒤에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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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박군이 그다지도 그 여자에게 마음이 끌리지 아니 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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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끌리지가 않아요. 그러나 그 뒤에 가끔 가다가 생각날 때에 불쌍한 생각이 몹시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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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 박군에게는 인자 사랑이 싹이 나기 시작하오. 그 여자 있는 곳을 찾아서 어떻게 연애를 성공하여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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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말을 할 때에 박군은 엄연하고도 처창한 표정을 띠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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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연애가 다 무슨 연애요. 나 같은 알거지에게도 연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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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여자가 불쌍하면 구원할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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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온 세계 무산 계급의 젊은여자가 다 그 모양이 되는 것을…… 그 여자 하나만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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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높이는 그의 눈에는 이 사회 제도를 흘겨보는 복수의 감정이 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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