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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외한(門外漢)의 수첩(手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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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8.3~6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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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外漢[문외한]의 手帖[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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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陸 史[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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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이란 사람은 나와는 매우 親[친]한 동무엿다 그럼으로 우리 두사람 사이에는 決[결]코 무슨 秘密[비밀]이란것은 잇을터수가 아니엿다 그러나 지금은 나의 交友錄[교우록]속에 씌여저잇는 그의 『號牌[호패]』에 붉은줄을 그은지도 벌써 한달이 다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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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간단한事實[사실]이 모르는 사람으로본다면 가렵지도 아프지도안흘지 모르겟으나 남달리 相處[상처]해오든 벗을한사람 일허버린 나의호젓한 마음은 어데도 비길수업시 서러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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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아니라 이글을 쓰려는 오늘아침에 이제는 故人[고인]인 R의동생으로 부터 나에게 간단한 편지한장과 『門外漢[문외한]의手帖[수첩]』이란 遺稿[유고]한卷[권]이 보내여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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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遺稿[유고]는 爾來十年[이래십년]에 쓴 故人[고인]의 日記[일기]인 모양인데 그도 逐日[축일]해서 쓴것도 아니고 때때로 마음이 내킬때마다 써둔것이며 그맨끗페 ─ 지에 『○○兄[형]에게』라는 이世上[세상]사람으로서의 絶筆[절필]인듯한 글시가 墨痕[묵흔]이淋漓[임리]한것은 소리업는 내눈물을 더욱짜내는것이엿다 그리고이글內容[내용]은 日記[일기]는 日記[일기]면서도 大部分[대부분]은 나에게 보내는 편지이엿다. 그편지 가운데서 지금이라도 興味[흥미]잇게 생각나는 部分[부분]만을 써서보기로 한다면 그도처음에는 文學靑年[문학청년]이엿든 事實[사실]이잇섯다. 그러나 그는자기가 하고 저한 文學[문학]을 끗끗내 完成[완성]할수잇는 幸福[행복]된사람은 아니엿다. 그러나 그사람은 죽든날까지도 文學[문학]을 斷念[단념]하지는 안헛다는것은 어느해겨울 그와나는 偶然[우연]히도 어느 溫泉[온천]에서 만낫다 그때는 바로東京[동경]에서들 諷刺文學論[풍자문학론]이 한참 擡頭[대두]할 때 이엿슴으로 그도또한 例[예]에빠지지안코 이것의 朝鮮[조선]에잇서서 可能[가능]하다는 說敎[설교]를 하는것이엿다 그때좀더 생각해볼 餘地[여지]가잇다고한 나의말에 그는말하기를 朝鮮[조선]사람은 生活[생활] 그自體[자체]가 諷刺的[풍자적]으로 되여잇다고 떠들어대기에 나는그에게 더眞摯[진지]한態度[태도]로 事物[사물]을 對[대]할必要[필요]가 잇다는것을 말하엿고 그다음날 우리는 서로 갈린채 永遠[영원]히보지못할 사람이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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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그때나와 갈려서 몃칠동안에 쓴것이라고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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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三[일구삼]✕年[년]✕月[월]✕日[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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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兄[형]! S驛[역]에서 兄[형]과갈려서 나는○洞[동]까지 五十里[오십리]나되는 山[산]길을 걸어왔소. 洞里[동리]거리에 疲困[피곤]한 다리를 쉬이면서 생각하기를 아무데나 큼직한 집 草堂[초당]방을 차저드러가면 이밤을 뜻뜻한 아랫목에서 지낼수도 잇겟거니와 그들과함께 살을맛대이고지나며 그들의 生活[생활]을體得[체득]할수가 잇다면……얼마나 愉快[유쾌]한 일이겟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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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兄[형]이일직이 하든말을 생각해보앗소 上海[상해]어데선가? 沐浴[목욕]을 갓슬때 佛蘭西[불란서]사람과 西班牙[서반아]사람과 가튼浴槽[욕조]에 들어갓슬때의 感情[감정]을 얘기한 것을 기억이나 하시는지요 그때는 赤裸裸[적나라]한 몸둥이들이 모두꼭가튼 온도를 느낄수 잇더라고 세계는 모름지기 목간통가티 되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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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의 나의心境[심경]은 그와는 正反對[정반대]로 어데까지나 肉親愛[육친애]를 느껴볼 決心[결심]이엿소 그래서 世界[세계]는 차라리 草堂[초당]방가티되라고까지 생각해도 보앗소 이러한 생각을 하노라면 또다른 한생각이 꼬리를 물고나오는 동안에 나는가젓든 담배를 모조리 다피워 바렸소. 담배라도피우지 안흐면 첫겨울의눈우바람이 몹시도 옷깃을 새여들고 발끄티 저리기도해서 담배도살겸 酒幕[주막]집잇는대로 가까이 차저갓소. 그곳에는 마침담배 가개가잇고 젊은農夫[농부]인듯한 사람이잇기에 五錢[오전]짜리 한푼을던지고 『마코』한갑을 달라고 하엿더니만 나는 여기서 뜻하지못한 失敗[실패]를 하엿소 그것은 내行動[행동]이 몸차림과 어울리지안는 데가 잇섯든지 또는 言語[언어]에 無意識的[무의식적]인 不遜[불손]이 잇섯든지 그 젊은 農夫[농부]는 내얼굴을 자세히 보더니만……『門[문]안에 들어와서 담배를 가저가오』……하며 코우슴을 픽하며 『마코』 한갑을 내아 프로 툭던지는것이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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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처음 이農夫[농부]의 말을듯고 한참동안 어름어름하엿소 그것은 담배가개라고하는것이 우리가 都會[도회]에서 보는담배가개와 가티 白色[백색] 『타일』타로 臺[대]를 싸올리고 『네온』燈[등]을 달고 유리窓[창]을 단것이 아니고 첨하끄테다 石油[석유]궤로 목판을짜서 長壽煙[장수연], 囍煙[희연], 『마코』, 丹楓[단풍] 이런것들을 몃갑式[식] 너허둔것이엿소. 그래 내가들어갈 門[문]이란 어데잇겟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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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곳에서 멀지안흔곳에 장날이엿나부오. 장꾼들이 들신들신하고 그 집으로 들어오기에 나는그만 그곳을떠나 도라나오랴니까 바로내머리 뒤에서 『건방진여석 눈에유리窓[창]을 부치고』……하면서 별러대는 것이엿소. 그때나는 모든것을 다알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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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山村[산촌]에선 유리라는것은 들窓[창]에나 부치는것인데 네눈에 부친 등창을 열고 다시말하면 門[문]안에 들어와서(眼境[안경]을벗고)담배를 가져가란 말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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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眼境[안경]을 쓰게된것은 視力[시력]이 不足[부족]한 탓이엿고 그젊은 農夫[농부]가 내眼境[안경]쓴것을 못맛당히 역이는것은 固陋[고루]한 因習[인습]의 所致[소치]라고 하드래도 그表現方法[표현방법]이 얼마나 내뼈를 저리도록 쑤시는 諷刺[풍자]이엿겟소 果然[과연]여기에 남과 나라는 透明[투명]한 障壁[장벽]이 서서잇다는것을 나는안듯하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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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발길은 무겁게 옴겨젓소. 아주몃해를두고 어느沙漠[사막]이라도 걸어온듯한 疲勞[피로]를 깨다랏소. 하늘은 점점어두어오고 눈조차 함박으로 퍼붓는듯 하엿스나 나는다시 옷깃을 단속지는 안헛소 될수잇수면 차디찬 눈보라가 내보드러운 목덜미살을 염이듯이 얼어부트라고 하여본것은 一種[일종]의 自己殘虐[자기잔학]일른지도 모르겟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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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時間[시간]이나 지낫을가 나는果然[과연] 어느집草堂[초당]방에 손이되엿소 방안에는 醋抹[초말]냄새가 코를 찌를망정 모이는사람은 대략六七名[육칠명]이나 되엿고 年齡[연령]은 最低十八[최저십팔]로 最高三十二[최고삼십이], 人品[인품]은 모두 順厚[순후]하고 황소가티 質朴[질박]한놈도 잇스며 암사슴가티 외로운 연석도 잇섯소. 그날밤은 내라는存在[존재] 그들로 보면 낫서른손이여서 一動一靜[일동일정]을 注意[주의]는 하면서도 조금도 惡意[악의]는 갓지안헛든 모양이엿소 그러기에 나더러 世上[세상]의 자미잇는 얘기를 들려달라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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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나는 어떠한 얘기를 들려줄까 하고 망서리는판에 그들중에도 年齡[연령]과 知識[지식]의 程度[정도]가잇서서 三十[삼십]에 가까운 사람들은 『華容道[화용도]』를 들려달라하고 그중한사람은『春香傳[춘향전]』을 얘기하라하엿소만은 여기도 또한 意見[의견]은 一致[일치]되지안헛소 그중에도 第一[제일]얼굴이 말숙하고 나이가二十五歲[이십오세]쯤 되여보이는 農夫[농부]한사람 말을드르면 普通學校[보통학교]를 中途退學[중도퇴학]은 하엿서도 그들가운데서는 識者然[식자연]하고 내로라는드시 뽐내면서 『西洋[서양]』얘기를 무에나 들리라는 것이오 그래서 結局[결국]은 『春香傳[춘향전]』派[파]와 『西洋[서양]』派(파)가 折衷[절충]한結果[결과] 나는이珍貴[진귀]한 『西洋春香傳[서양춘향전]』을 親切[친절]하게도 講座[강좌]를 擔任[담임]하게되엿스며 그는 得意滿面[득의만면]하야 내 담배갑에서 『마코』한개를 빼여물고 人造絹[인조견] 玉色[옥색]관사 홋족기에서 성냥을 꺼내여 담배를 피우는것이엿소 이방에서는 모두들이사람을 『하이카라상』이라고 부르는데 그 『상』짜가 나에게는 조금귀익지못하나 아마 이것을 都市[도시]말로飜譯[번역]하면 『모 ─ 던뽀이』란 말도갓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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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西洋春香傳[서양춘향전]』이란 珍本書[진본서]는 가난한 나의 文獻學知識[문헌학지식]으로는 到底[도저]히 알어낼 自信[자신]도업고 그러타고 그들에게 『린드뻑』이 大西洋[대서양]을 어떠케 橫斷[횡단]하엿다든지 『크레오파트라』의 國籍[국적]이 어느나라냐고 說往說來[설왕설래]를 하여보앗자 『하이카라상』이라는 이방의『쏘크라테쓰』도 그까지는 興味[흥미]를느끼지 못할것갓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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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나는 생각다못해 『쉑스피어』의 『로미오와주리엣트』를 얘기하기로 하고 위선그主人公[주인공]의 이름을 그들이 알어듯기 쉽게 『노미』이와 『준』이가 이러케 얘기를하니 그래도 모두그것이 자미가 잇섯든지 『준』이가 追放當[추방당]튼날새벽에 『노미』를 차저가 離別[이별]을하는 판인데 이곳에야 『나이팅겔』이울수가 잇슬리도 업겟고 생각다못해 俗談[속담]에 꿩갑에 닭이라니 닭을울리고 『준』이를 떠나보냇구려! 그래도 이때는 모두들感歎[감탄]해서 흥흥 콧소리를치며 신삼고 가만이치든손을쉬이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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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벌써 千前[천전]두時[시]나 되엿는데 박가테서는 눈보래가 쉬지안코 나렷소. 사람들은 차차 긴하품을 하다가는 제대로 팔을베고 자는이도잇고 또 그자는이의 다리를베고 자는 사람도잇스며 나중에는 『하이카라상』과 나만이남어서 나는 이洞里[동리]의 서러운傳說[전설]을 듯는것이오 『옛날에 이洞里[동리]와 건너마을이 편을갈러서 正初[정초]이면 『줄댕기』가 始作[시작]되엿고 그때는 사람들이 수 ─ 百名式[백명식] 모혀서 그중에도 젊은 사람들은 處女[처녀]나 총각이 제각기 마음잇는 사람들과 사랑을 속삭이면서 永遠[영원]히 그子孫[자손]들은 變[변]함업시 이洞里[동리]를 직혀왓건만은 至今[지금]은 어쩐일인지 그사람들은 누가 오란말도 업고 가란말도 업건만은 다들 어데인지 한집식 두집식 洞里[동리]를떠나고 그럴때마다 젊은이들의 싹트기始作[시작]한 사랑은 그봄이 다가기도전에 덧업시 흘러가고 만다는말을 다 마치지도 못하야 이사람은 창졸간에 미친듯이 쓸어저 흑흑 느껴가며 우는 것이엿소. 나는 이것을 웨우느냐 물어볼힘도업고 울지말라고 慰安[위안]을 줄수도 업섯스며 다만나 혼자 생각기를 너도 또한불상한 未完成初戀[미완성초연]의 殉情者[순정자]로 구나하고 動靜[동정]을 살피노라니 이사람도 그냥잠이 들고 먼데닭이 자즌 홰치는 소리가들리며 눈은끗첫는지 박가튼 바람이 몹시부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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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몃時間[시간] 남지안흔 이밤을 到底[도저]히 잘수는업섯소. 내머리는海底[해저]와가티 아득하고 내가슴은 雲母[운모]와가티 무거웟소. 도라누울 내야 도라누울수도 업스려니와 여페사람들의 코고는소리는 검은屍體[시체]를 실흔馬車[마차]의 수레박휘를 갈고가는듯하오. 그럴수록 방안의 靜寂[정적]은 무거워저서 자꾸만 地球[지구]의 中心[중심]으로 沈殿[침전]되는 듯 하엿소. 나는 참다못하야 눈을감고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웟소. 바로 그때엿소. 누구인지 내머리마테서 말하는 사람이잇섯소. 그사람이 누구인지는 記憶[기억]할수 업스나 惑[혹]은 저녁전에 담배가게에서본 農夫[농부]일른지도 모르겟소 그가 나에게 한말은 分明[분명]코 『門[문]안에 드러와서 ……』엿소. 나는 여기서 눈을번쩍뜨고 가만히 생각해 보앗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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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러타. 나는 門外漢[문외한] 이다』아무리하여도 人生[인생]의 門[문]안에들어서지 못할 나이라면 차라리永遠[영원]한 門外漢[문외한]으로 이世上[세상]을 수박것할드시 지나갈일이지 그좁은門[문]을 들어가려고 애를쓸 必要[필요]가 어데잇겟소. 門[문]박게서 살어가면 責任[책임]과 負擔[부담]도 가벼우려니와 그門[문]안에 우리가 직혀야할 寶物[보물]이잇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모두 門[문]안에서 직힐때에 나혼자만 門[문]박게서 그모든것을 파수본다면 그것도 나의한가지 任務[임무]가아니겟소 그러타면 나는 달게 人生[인생]의 門外漢[문외한]이 되겟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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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남들이모두 門[문]안에서 보는世上[세상]을 나는門[문]박게서 보겟소 남들은 기피보는 世上[세상]을 나는널리보면 또그만한 自矜[자긍]이 잇을것갓소. 오늘은 高氣壓[고기압]이 어데잇는지 風速[풍속]은 六十四[육십사]미리오 이洞里[동리]를 떠나아무도 발을대지안흔 大雪原[대설원]을 걸어 가겟소. 前人未到[전인미도]의 原始境[원시경]을 가는느낌이오. 누가나를 따라 이길을 올사람이 잇슬는지? 업서도 나는 이길을 永遠[영원]히가겟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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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이까지보고 위선이遺稿[유고]를 더펏다. 그리고 생각해보앗다. 이것은 한사람이 人生[인생]의門[문]안에 들어오지못하고 永遠[영원]히 걸어간 記錄[기록]이다 오! 그러면 나도 亦是[역시]門外漢[문외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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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丑[정축][칠], 二九[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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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 : 《朝鮮日報[조선일보]》(1937년 8월 3~6일)
【원문】문외한(門外漢)의 수첩(手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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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 문외한의 수첩 [제목]
 
  이육사(李陸史)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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