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문예(文藝)와 시대(時代) ◈
카탈로그   본문  
1929.7.2~3
최서해
목   차
[숨기기]
1
文藝[문예]와 時代[시대]
 
 
 

1

 
3
문예는 그 제작의 시대를 따라서 색채를 달리한다. 그것은 문예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온갖 것이 모두 그 시대를 따라서 변하는 것이다.
 
4
月前[월전] 어떤 사찰에 갔다가 들은 바이지만 같은 불상이면서도 그 시대를 따라서 그 제작의 수법이 다르다고 한다. 어떤 시대의 것은 선이 굵고 어떤 시대의 것은 선이 섬세하여서 그 수법으로써 그 제작의 시대를 가릴 수 있고 따라서 제작 시대의 정신 생활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시대와 문예의 관계도 그와 같은 것이다. 어떤 편으로 보면 한 문예품을 가지고 그 문예품 제작의 시대와 그 시대의 생활을 알 수 있는 그 점에 있어서는 조각보다 더 똑똑할 것이다. 이렇게 시대를 따라서 문예의 색채가 달라지는 것은 시대를 따라서 우리의 생활 양식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문예와 생활과의 관계이다. 나는 그것부터 먼저 말하려고 한다.
 
5
생활을 떠나서는 문예를 생각할 수 없다. 문예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 그러하겠지만 문예는 더욱 그러한 감이 있다. 그와 반대로 문예와 생활의 沒交涉[몰교섭]을 논하고 文藝至上主義[문예지상주의]를 주의로 하여 초인간적 문예를 운운하는 것은 암만 하여도 이해하기에 어려운 논이다. 예술(문예)도 다른 학과 같아 학적 분류상의 독립은 더 말하지 않아도 일반이 이미 아는 바이지만 우리의 생활을 떠나서 문예를 위하는 문예도 존재한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예술가들도 작품이란 작품 그 스스로가 무형한 가운데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작자라는 한 개의 인간을 통하여 흘러나왔다는 것은 거부치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작품을 산출하게 되는 그 인격의 생활도 또한 거부치 못할 것이니 생활함으로써 그 인격이 한 개의 인격으로 존재하는 까닭이다. 만일 우리에게서 생활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우리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니 죽은 뒤에 무엇을 제작 산출하랴. 그런데 지금 여기서 말하는 생활은 물질이나 정신의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 양자 일치의 생활 즉 전인격적 생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생을 더 빛나게 하고 더 건실하게 하고 더 아름답게 하려고 誠[성]을 다하고 力[력]을 다하여 활동하는 그 활동을 가리켜 말하는 것이다.
 
6
우리 인류의 문화는 이러한 생활 충실의 욕구에서 발단이 되어 가지고 불완전하나마 오늘날 같은 결과를 나타내게 된 것이니 그 문화의 어느 것 하나가 그렇지 않은 것이 없다. 철학·종교·과학 그 어느 것 하나나 그 스스로 필요하여 그 스스로 된 것이 아니라 우리 인류가 우리 인류의 생활을 충실히하고 아름답게 하고 빛나게 하기 위하여서 만들어 낸 것이다.
 
7
문예(예술)도 그와 같이 우리 인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우리 인류가 산출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문화(종교·철학·과학)와 같은 것은 우리의 생활을 표현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문화로써는 하지 못할 우리 인류의 앞에 표현하여 보이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생활이 없이는 문예를 산출치 못하는 것이다. 한 개의 작품이 있다는 것은 그 작품의 배후에 그 작품을 산출할 만한 생활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니 우리가 어떠한 문예품을 보는 때에 한 개의 문예품으로서만 보지 않고 그 문예품을 통하여 인류 생활의 한 국면을 보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기서‘문예는 생활의 반영’이라는 말을 우리는 믿게 되는 바이다.
 
 
 

2

 
9
생활과 문예의 관계는 위에 말한 바와 같거니와 우리의 그 생활은 고정 불변하는 그것이 아니라 시대를 따라 항상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대를 따라서 온갖 것이 변하더라도 인류가 있는 한에서 변치 않는 것은 생활에 대한 문제와 食[식]과 性[성]에 대한 문제라 하여 그 생활은 영원히 불변한다는 것을 말하는 이가 있으나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生[생]이나 死[사]는 사람으로서는 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食[식]에 대한 요구와 性[성]에 대한 요구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온갖 제도가 다 바뀌더라도 우리 인류가 있고 그 인류에게 남녀가 있는 한에서는 없지 않을 현상이요 요구일 것이다.
 
10
그러나 같은 生死[생사]의 현상에 대하여서도 그 관찰과 비판이 시대를 따라서 같지 않고 같은 食[식]과 性[성]에 대한 요구이면서도 그 목적의 대소와 요구의 수단과 방법이 시대를 따라서 다른 것이다. 어떤 시대에는 생을 예찬하고 사를 두려워하여 면하려고 하였으나 어떤 시대에는 그와 반대로 사를 예찬하고 생을 괴롭게 보았다. 식이나 성에 대해서도 그것을 초월하여서 살려고 한 시대도 있었고 그 속에서 살 길을 찾으려고 한 시대도 있었다. 이것을 무시하고 인류 생활의 저류는 어느 때나 변함이 없으니까 각 시대를 통하여 근본 사상이 같다고 하는 것은 타당치 못한 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시대를 따라서 思想感情[사상감정]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다는 것은 즉 시대를 따라서 생활이 다르다는 것이니 각 시대의 독특한 문화는 각 시대 생활의 산물인 동시에 요구일 것이다.
 
11
문화의 일부분인 문예도 그렇게 산출된 것이다. 그러므로 문예는 시대를 따라서 다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달라야만 할 것이니 바뀌는 새 생활에 지나간 시대의 산물인 낡은 문예가 영합되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 생활이 달라짐을 따라 반드시 다른 문예를 요구하게 되고 그에 따라 산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시대를 물론하고 그 시대에 영합되는 문예는 그 시대의 생활 의식이 움직이는 문예이다. 그 생활의 의식이 강렬히 움직일수록 그 시대에 가장 영합하는 문예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문예의 영원성과 시대성이다.
 
12
시대의 구속을 받지 않고 초월하여 어떤 시대에든지 맞는 문예를 논하는 것이 전자의 주장이다. 거기 반하여 그 시대 의식을 치중하는 것이 후자의 문예론이 되는 것이다. 이 양파의 논은 근자에 외사 더욱 드러나게 된 것이니 그것은 문예에는 시대성이 필요하다는 사상이 현대 문예를 지배하게 된 것이니 이것은 확실히 재래의 문예를 사상에서 일보를 나아간 현대 생활이 낳은 문예론이라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위에도 말하였거니와 우리는 시대를 초월하여 생활할 수 없음으로써다. 시대를 떠나서 생활할 수 없다면 그 시대의 그 생활 밖의 것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느낄 수도 없거니와 그 시대 생활에 불필요한 다른 것을 요구할 리도 없는 것이다. 요구한다면 그것은 무용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시대를 초월하여 어떠한 시대에든지 적합한 문예품을 지으려는 것은 공상이요, 설사 지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무용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일부 비평가들이 이백, 두보, 섹스피어 등 지나간 시대의 문호의 작품을 불후의 것으로 말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혹은 그것을 읽고 느끼는 바가 있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것은 지나간 시대의 생활을 감상하려는 데 불과하고 그 시대의 정조를 환기시켜서 그 스스로의 보수적 의식을 만족케 하렴에 불과하다. 이런 것은 확실히 사회적 혹은 시대적으로 보아 지형적 현상일 것이다.
 
13
그것은 新女性[신여성]의 복장을 하였으되 구도덕을 예찬하며 노동자가 부르조아 의식을 소유한 것이나 동일한 논법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니 이러한 것은 前[전]사회 의식이 그들의 생활과 그들의 교육과 그들의 사회의 지배를 前[전]사회(예하면 부르조아지)의 산물인 보수군 혹은 자본가군의 통치 밑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현실적 의식과 교양과 투쟁을 지시 하는 프롤레타리아의 온갖 활동은 물론 이 현실 활동의 우리들이 가져야 할 의식과 투쟁이 전면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 것이며 그리 되어야 한다. 다만 문제는 간단하나 이 새로운 의식 새로운 시대는 다만 프롤레타리아의 의식과 그 시대를 말함이다. 따라서 우리들의 프로 예술 운동의 현실적 의식은 실로 역사적 획시대적으로 그 중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원문】문예(文藝)와 시대(時代)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평론〕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4
- 전체 순위 : 6254 위 (4 등급)
- 분류 순위 : 1426 위 / 1758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고향
• (1) 함박눈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문예와 시대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 문학평론 [출처]
 
  1929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문예(文藝)와 시대(時代)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