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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훈시(訓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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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2.5
이무영
1
두 훈시(訓示)
 
 
2
상철이는 꼭 여섯 끼를 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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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 끼를 굶을 때는 꼭 미칠 것 같았다. 배가 고픈 것보다도 굶는다는 의식에 울화가 치밀었다. 날이 어둑어둑하여지며 뒷집에서 상보는 소리가 달가닥달가닥 날 때는 아무 보람없는 조바심만 바득바득 났다. 저녁때다. 남은 먹는다. 그러나 나는 굶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달이 닥닥 났다. 결박을 지어놓아서 밥을 못 먹는 것처럼 암상이 바글바글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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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쪽쪽 훑인다. 손톱으로 박박 긁어내리는 듯이 쓰리다. 뱃속에서는 꾸르륵꾸르륵 밥에 주린 창자가 네 굽을 놓는다. 창자란 체면도 없는 것이다. 흥건하게 괴는 늦침을 꿀떡 삼키면 잠깐 진정되었다가는 금세 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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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열(心熱)은 신열(身熱)과 함께 순간순간에 바짝 오르고 쑥 내렸다. 불덩이같이 확달은 눈동자에는 음식만이 버언하게 보인다. 모든 욕망도 밥 한술에 그쳤다. 구원한 이상도 원대한 포부도 오직 밥 한 그릇에 얽매어졌다. 진리에 대한 탐구욕도, 광적이라해도 좋을 만하던 명예욕도 오직 오전짜리 우동 한 그릇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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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끼니를 쫄쫄이 굶고 나니 밥 생각할 여념도 없었다. 다만 맥이 폭 풀리는 것이 차츰차츰 숨결이 끊어져가는 것만 같았다. 욕망도 의식도 없는 시야에 밥그릇만이 몽롱한 기억같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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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몇 번이나 일어나려고 벼르다가 쓰러졌다. 죽을 힘을 들여서 일어나기는 하지만 눈앞이 팽팽 내돌렸다. 문짝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곰팡이가 덕지덕지 난 사면의 벽은 몇 백 간의 큰 ‘흙’이 되었다 농짝만큼 줄어들었다. 그나마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커졌다 오므라졌다 한다. 다리에는 그의 상체를 가눌 만한 지탱력이 벌써 없었다. 와들와들 떨리기만 한다. 아찔해서 벽이라도 짚고 나면 허공이다. 그러면 밑을 친 나무처럼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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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어렴풋하게 돌아날 때면 그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쉴새없이 눈물은 줄줄 흘러내린다 ― 그 눈물은 벌써 먹고 싶어하는 눈물은 아니었다. 그것은‘밥이 없어서 굶었다.’는 몽롱한 의식에서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생리적으로 오는 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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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도 제풀에 걷혔다. 벌써 속이 쓰린 것도 의식할 수 없었다. 다만 눈언저리가 폭 솟아나오는 것처럼 쓰리고 아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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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처음 쓰러질 그때의 자세로 한동안 누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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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팔다리같이 고분고분하지 못한 몸뚱이를 겨우 가누어서 바로 누웠다. 여전하게 방안이 팽팽 돈다. 정방형의 방이 구형(矩形)도 되고 장방형도 된다. 그러다가는 타원형이 되어 뱅글뱅글 돈다. 목침이 돈다. 벽에 붙은 글씨가 제각기 돈다. 석유궤짝이 위로 아래로 세로 제 마음대로 뛰고 돈다. 승강기를 탄 것처럼 방고래가 치올랐다 가라앉았다 한다. 필경에는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이 한꺼번에 핑핑핑 돌았다. 삼각형도 구형도 장방형도 모두 타원형이 되어버린다. 타원형이 점점 변하더니 원이 되어 상철을 축을 삼아 팽팽팽 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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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안 된다!’
 
13
어렴풋하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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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큼한 생각이라도 오는 때는 의식이 있는 때다. 죽은 사람의 수족이 가끔 경련을 하듯이 그의 신경은 짤막한 순간에 그의 머리를 다녀갔다. 파뜩파뜩 신경이 깨어 나는 그 찰나에야 그는 ‘음식’의 환영을 보는 것이었다. 그 짤막짤막한 순간에 목침도 궤짝도 음식으로 보이는 것이다. 반자지의 조그만 무늬가 밥그릇도 되어 보이고 쟁반만한 호떡도 되어 보인다. 나글나글한 생과자도 되어 보이고 쫀득쫀득한 식빵 토막도 되어 보였다. 그러나 그 찰나를 지나면 모든 것은 다시 회전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만물이 회전하는 동안 ― 그것은 상철이가 혼수상태에 빠진 동안이다. 그동안은 그의 일생에서 제외되는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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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인가 상철은 무서운 꿈에서 깨었다. 방안은 캄캄하다. 그것은 자기가 도둑질을 한 꿈이었다. 아니, 도둑질도 못하고 쫓겨다닌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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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문지방을 붙들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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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벽을 타고 밖으로 나아갔다. 대문이라야 거적 조각이다. 삼청동 마루턱 빈민굴에도 황혼은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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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따위 세상에 산들 무슨 재미가 토실토실하랴 하는 막가는 마음으로 굶어죽어버리려고도 생각하였지만 벌써 그런 마음은 없었다. 내 살 한 점과 밥 한 그릇과 맞바꾼대도 오히려 사양치 않으려 하였다. 그는 밥에 주린 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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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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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뜩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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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죄를 벌로써 해결하였다. 먹기 위한 수단을 죄로 심판하였으며 그 죄를 씻기 위하여 벌이란 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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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몽롱한 의식에서 솟아오르는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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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생명의 위기가 바로 눈앞에 있음을 막연하게 깨달았다. 그것은 벌써 찰나의 일이었다 . ‘삶’과 ‘죽음’사이에는 오직 짤막한 찰나만이 거미줄같이 약한 지방(脂肪)으로 된 실 끈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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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斯界)의 모든 현실은 진한 안개에 싸인 듯이 몽롱하였다. 쿵, 쾅, 삑, 철썩 하는 모든 음향은 몇 십만 척 지하에서 울려오는 것 같다. 그의 의식이 점점 멀어짐을 어렴풋하게 인식하였다 ― 상철은 무의식적으로 자기의 생명을 약탈하려는 적에게 반항하였다 ― 그는 냉수 한 그릇을 약 먹듯이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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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한 그릇은 식염주사와 같은 작용을 하였다. 그는 잠깐 동안 의식을 회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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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최후의 용기를 뽐내었다. 개천에 가서 머리를 감고 이틀 만에야 이를 닦았다. 먹을 것이 안 생긴다면 달싹하기도 싫었던 것이다. 그보다도 이를 닦아서 입안이 산뜻하면 밥 생각만 더 간절해지는 까닭에 내버려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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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의식중에도 무슨 도리가 있는 것 같았다. 좋은 도리가 있건만 자기의 의식이 불분명하여 그 좋은 도리를 발견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방안을 휘이 돌아보았다. 그러나 있을 리가 만무다. 임금 감하 반대의 스트라이크 사건으로 ×× 고무공장을 해고당한 이래 석 달 동안에 쇠푼될 만한 것은 모조리 팔아먹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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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나니 잊어졌던 밥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슬고슬한 밥! 척척 엉겨붙는 대구탕! 침은 괼 새 없이 삼켜졌다. 쟁반만한 누렇게 굽힌 호떡! 칠칠 흐르는 시꺼먼 꿀! 쫀득쫀득한 지당가우 ―
 
29
목젖은 가라앉은 것 같았다. 입술은 바짝바짝 탔다. 혓바닥은 난도질을 한 것같이 짜릿짜릿하게 아프다. 또다시 눈앞이 아찔하다. 눈앞에서는 갖은 음식이 탈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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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 엉겨붙는 얼큰한 대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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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슬고슬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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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 지당가우! 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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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는 게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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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머리를 내둘렀다. 정신이 돌아난 덕택으로 사흘 전에 먹던 호떡 맛이 몇 십년 전의 달콤하던 ‘로맨스’의 토막같이 기억에 떠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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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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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뜻이 생각이 또다시 그를 유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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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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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각이 창자와 같이 주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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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내둘렀다 . 그러나 그는 벌떡(자기딴에는) 일어났다. 걸레가 다 된 스코치 양복 저고리에 생각이 돌았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주저앉았다. 그것은 벌써 두 번이나 전당포에 들이밀었다가 퇴짜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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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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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치 저고리는 조그만 희망을 자아주었다. 그는 다시 일어났다. 전당은 안 잡더라도 넝마전에서는 삼직하게 생각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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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보여도 살 적에는 몇 십원 준 것이다. 설마 오십전이야 안 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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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고리에 대한 상철의 기대는 컸던 것이다. 오십전!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대금이다. 호떡이 열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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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용기를 내서 종로로 내려섰다. 음식점을 피하기 위해서 발끝만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음식점 근처만 지나가도 굶주린 창자는 벌써 발동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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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까지 내려오는데 그는 십여 차례를 전주에 기대어 쉬었다. 그리고 두 번이나 냉수로 기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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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놈의 세상! 말(馬)은 물 먹을 데를 만들어주고 사람 놈은 비럭질을 해먹어야 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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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얻어먹을 적마다 그는 이런 생각에 공연히 흥분하였다. 의식이 그러니만큼 생각도 주책이 없었다. 소바리를 보고는 고기 생각이 버럭 난다. 바짝 마른 나뭇짐에 불을 퍽 지르면 포동포동 살진 암소 고기가 지글지글 굽힌다. 다리를 찍 찢어서 소금에 꾹꾹 찍어 먹는 것을 상상하다가 픽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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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마전 촌인 태평동을 접어들자 생각은 일변하였다. 될 수 있으면 어수룩한 얼간이를 고르는 것이 상책이다. 일원만 달라리라. 비싸다면 오십전이라도 ― 아니 단돈 삼십전이라도 ― 그것도 안 준다면 십전에라도 팔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우선 궁한대로 호떡이나 두어 개 사먹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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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집을 들여다보니 파동파동 젊은애다. 둘째 집은 영감쟁이나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셋째 집에는 사십 좀 남짓한 어수룩해 보이는 영감쟁이나 대머리가 홀딱 벗겨진 것이 반드럽기가 한량없을 것 같아서 또 그대로 넘었다. 그러나 상철이는 생각하였다. 자기보다 어리석은 사람이 넝마전을 차리고 앉았을 리도 만부당한 일이다. 눈 딱 감고 들어선 집은 요행스럽게 빤질빤질한 자는 아니다. 투덕투덕 살이 찐 것이 호랑감투 씌우기에는 안성맞춤 같아 보였다.
 
50
“이것 하나 사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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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턱 걸터앉으며 신문지 뭉치를 내놓았다. 그리고 슬쩍 주인의 얼굴을 거들떠보았다. 거무튀튀한 상판은 무표정하나 상을 찡그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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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 호박이 궁글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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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은근히 기뻐하였다.
 
54
주인은 전당포에서 하듯이 뒤적뒤적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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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에 팔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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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슬며시 내민다.
 
57
상철은 마음속으로 ‘성공’하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기색을 보였다가는 큰 탈이다. 십전? 삼십전? 오십전? 일원? 욕심은 한량없다.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불렀다가는 제 도끼에 발등 찍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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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전만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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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벌써 호떡 열 개를 타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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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전?”하고 별로 놀라는 티가 없는 것을 보고 아차 좀더 불러 볼 것을 ― 하고 후회하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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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데나 가지고 가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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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도로 밀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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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많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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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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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적고간에 우린 안 사우, 다른 데나 가보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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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전이 많다면 좀 덜해서 사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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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제법 흥정을 붙이듯이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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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십전이라도 안 살 테니 다른 데나 가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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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주인은 딱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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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철은 내장이 털썩 내려앉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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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삼십전이라도 사구려, 벌이를 하다가 병이 나서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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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좀 기대는 수작도 붙여보았다. 그러나 주인은 갑자기 태도를 일변하여 감상하던 아이를 부라리는 수작이다.
 
73
“아따, 안 산다는데 왜 이리 들어붙어!”
 
74
“여보! 안 살 테면 왜 값을 물었소?”
 
75
기왕 일은 어긋났다. 농락을 당한 것 같다. 치가 부르르 떨렸다. 트집이나 잡아서 실랑이를 좀 할 작정이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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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도 서슬이 퍼렇게 대꾸를 하고 엉겨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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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러 나온 것인데 값도 못 물어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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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생각이 없었다면 왜 값은 묻느냐 말이오. 누구를 일터면 농락을 좀 해보겠다는 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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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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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주인은 코웃음을 쳤다.
 
81
“왜 그라우. 하도 뻔뻔스럽게 이따위를 팔러 나왔기에 배짱이 어떻길래 그런가 하고 좀 물어보았소. 배짱이 저만이나 하기에 이것을 사라고 내밀었지!”
 
82
상철은 살점이 부르르 떨렸다. 이가 다닥다닥 맞치는 것이 피가 머리로 끓어올라왔다. 분한 대로 하면 곧 덤벼서 행색을 내고도 싶었으나 자기 주먹과 주인 녀석의 주먹을 비교해보고는 한숨과 함께 슬며시 주저앉았다.
 
83
생각하면 ‘없음’으로 인하여 그가 굴욕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은 사 년 전부터다. 그의 형이 사업의 실패로 돈만원이나 되던 것을 톡톡히 털어올려 학교도 중도에 미끄러진 뒤부터다. 그가 처음으로 남에게서 치욕을 받고도 눈물만 머금은 것은 사 년 전이다. D라는 마산 친구가 서울에 왔을 때는 K라는 운동선수가 D와 한잔 먹을 속다짐으로, 마치 사탕 줄게 집에 가라는 격으로 전차표를 준 일이 있었다 ― 그는 받았다. 전차를 타기 위하여 받은 것이 아니라 ‘없음으로 받은 굴욕’을 받기 위하여 그것을 받았다. 그날 밤 돌아와서 상철은 밤새도록 울었던 것이다 ― 이때부터 그의 굴욕사는 시작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래 사 년간 모든 굴욕을 달게 받아온 것이다.
 
 
84
상철은 넝마전을 나섰다.
 
85
이렇다는 작정도 없이 발끝은 남대문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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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시나 하듯이 남대문을 한 바퀴 휘이 돌아서 터덜터덜 조선은행 앞까지 와서 돌층층대에 떼나 쓰듯이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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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한 궁전을 연상시키는 돌기둥, 무시무시하게 쇠문이 달린 돌집 ― 그것은 조선 은행이었다. 이천삼백만 인구의 살림살이를 총 맡아보는 권세있는 집이다.
 
88
상철은 격렬한 현기를 느꼈다. 눈동자가 두개골을 파고들어가는 것 같다. 휘황한 본정통의 전등이 가화(假花)처럼 탈춤을 춘다. 무시무시한 우편국이 눈앞에서 핑핑핑핑 돌고 있다. 시장 한편에 북촌을 향하고 두 아가리를 딱 벌리고 있던 ‘삼월 오복점’도 엔간히 배가 부르던지 입을 봉하고 있다. 상철에게는 삼월 오복점도 거드럭거리는 것같이 보였다. 두 건물이 금방이라도 이마받이를 할 것 같다.
 
89
싸늘한 돌 위에 앉았노라니 궁둥이가 저리다. 아랫배가 싸르르 아파올라오더니 사흘째 굶은 창자 속이 쪽쪽 훑인다. 마지못하여 돌기둥을 짚고 일어났다.
 
90
상철은 컴컴한 마음으로 아스팔트 위를 묵묵히 걸어갔다.
 
91
그날 밤 느직해서였다. 상철은 여섯 가구가 모두 잠든 뒤에야 거적문 꼬리를 따고 살짝 밖으로 나왔다. 제법 행세나 할 듯이 누덕누덕 기운 양복바지에 어울리지 않는 스코치 양복 저고리를 둘렀다. 새까만 중절모자는 푹 쓴 것이 예술가다웠다.
 
92
상철의 겨드랑이에는 책 한 권이 끼여 있었다. 「사회주의 대의」라는 팜플렛이다. 사람이란 속아 사는 것이다. 양복 저고리에 낙망한 그는 호떡에 대한 커다란 ‘희망’을 이 책 한 권으로 옮겼던 것이다.
 
93
삼청동 막바지에서 안국동으로 나오니 책사는 문을 딱딱 걸어잠갔다. 창덕궁 쪽으로 부리나케 올라가자니까 D서점이 막 문을 닫으려고 하는 판이다. 그는 급한 병에 의사를 청하러 간 듯이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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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하나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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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급하게 내밀었다. 애송이 책사 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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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것은 너무 떨어졌군요. 그리고 이 책은 집에도 많이 있습니다.”
 
97
“십전이라도 좋소이다. 십전에 사슈. 내가 몹시 시장해서 그러우.”
 
98
사 년 전에 전차표 한 장을 받고 밤새도록 분하여 울던 그는 벌써 아니었다. 먹기 위하여 뻔뻔스럽게 수작을 붙였다. 주인의 말과 같이 책은 너무나 더러웠다. 책 거죽은 반이나 떨어져나갔다. 그리고 안 되느라고 그 집에는 그보다 깨끗한 같은 책이 오륙 책이나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상철은 떼를 쓰듯이 졸랐다. 이번에 놓치면 굶어죽을 것을 각오한 까닭이다. 책사 주인은 젊은 애송이치고는 무던히 굴었다. 졸리다 못하여 오전 한푼을 던져주고 책을 받아 테이블 위에 던진다. 철궤 문이 덜척 할 때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99
오전 한푼을 손아귀에 꼭 움켜쥔 그는 안국동으로 내려오며 궁리를 하였다. 오전, 이 돈으로는 무엇을 먹으나 든든할 수는 없었다. 분량으로 하면 오전짜리 우동이 나을 것 같으나 호떡만큼 지루가지는 못할 것 같다. 쫀득쫀득한 호떡이라야 좀 오랫동안 징건할 것 같다. 아리이한 화독내가 코를 폭 찌르는 지당가우도 구미에 바짝 당긴다. 그러나 뜨끈뜨끈한 국물에 미끈하게 쭉쭉 뽑은 국수를 한끈에 달아서 후룩후룩 들이마실 것을 생각하니 우동이 괜찮다.
 
100
오전 한푼을 쥔 주먹 속에는 땀이 흥건하게 괴었다.
 
101
상철은 우동과 호떡을 여러 가지로 비교해보았다. 자양분으로는 아무래도 우동이 나을 것 같으나 지루가기는 호떡만 못할 성싶다. 우동이냐? 호떡이냐? 이 큰 경륜을 앞에 놓고 망설일 동안에 막걸리, 소주, 약주, 정종, 맥주를 혼합한 조선 특유의 칵테일에 얼근한 취객 패가 촌충 토막 같은 콧노래를 동강동강 끊어뜨리며 지나갔다.
 
102
“그래도 호떡이 낫지!”
 
103
하고 그는 영단을 내어 결정을 내었다.
 
104
상철은 인사동 골목으로 내려오다가 오른손 쪽 퍼런 칠한 집으로 쫓기듯이 쑥 들어섰다. 썩 들어서고 나니 그래도 우동이 나을 것 같다. 국물이라도 흥건하게 넣어두면 지루가는 것이야 어쨌든 당장 배가 벙그렇게 일어난다. 기왕 들어온 바다. 찻물이나 한 잔 얻어먹을 속다짐으로 걸상에 걸터앉았다.
 
105
상철은 뜨끈뜨끈한 찻물을 석 잔이나 거푸 마셨다. 그리고 두리번두리번 진열장을 넘겨다보았다. 맛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없는 것을 청구할 작정이다.
 
106
“호병 있어?”
 
107
호병 한 개 달라면 더 떳떳스럽겠으나 혹 있다고 가져온다면 낭패라 어리둥절하게 있느냐고만 물은 것이다. 호병이 있다면 다른 것을 청구할 작정이다.
 
108
“어부서. 꿀든 거 있어. 뜨끈뜨끈한 거 자부십시오.”
 
109
“호병이 있으면 졸 건데 ― 그럼 그만둬!”
 
110
상철은 호인의 눈치를 쓰윽 훑어보며 일어섰다. 호인은 못마땅한 듯이 부리부리한 눈을 뜨고 흘겨본다.
 
111
문고리에 손을 대고 나서보니 차마 발이 돌아서지 않았다. 벙그렇게 갓 구워놓은 호떡이 눈앞에서 탈춤을 춘다. 그는 가만히 서서 넋잃고 생각하였다. 우동을 먹으려면 우미관까지 가야 한다. 거기까지 가기도 큰일이지만 그보다도 단내를 맡은 회충 모양으로 굶주린 창자가 요동을 한다. 입안에는 침이 흥건히 괴었다. 쟁반만한 호떡 둘레에서 칠칠 흐르는 시커먼 꿀을 보니 나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는 그득그득 괴는 침을 삼키며 도로 주저앉았다. 한 번 동한 창자란 놈이 그대로는 진정되지 않을 것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그는 이것저것 다 단념하고 호떡을 하나 청구했다.
 
112
“네에, 꿀든 게 맛이 아주 좋아, 지금 곧 맨들어서!”
 
113
호인은 넉살을 부리며 누렇게 굽힌 호떡을 코밑에 진상한다.
 
114
상철은 오늘처럼 호떡이 맛있은 적이 없었다. 처음에 한쪽 찢어서 입에 넣자 전신의 신경이 극도로 흥분되었다. 쇠가죽같이 질긴 놈이지만 입안에서 녹아버리는 것 같다. 오래오래 씹을 것이 없는 것이 시답잖다. 한쪽 한쪽 떼어먹을수록 맛이 난다. 면적이 점점 줄어들자 더한층 맛이 난다. 맨 마지막으로 한 쪽을 뱃속에 삼키고 신문지 쪽에 헛손이 갈 때는 곧 사람이 미치는 것 같았다. 그것은 사람으로서는 차마 못할 일이었다.
 
115
‘한 개만 더 먹었으면 좋겠다마는…’
 
116
벌써 어금니만이 겨우 맞닿게 된 것을 질겅질겅 씹으며 상철은 호떡을 건너다본다. 목을 매어 끌어내기 전에는 일어나기가 싫었다. 한번 맛을 본 창자는 꿈틀꿈틀 용솟음 치고 위아래로 횡행천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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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더 먹을까? 그리고 뱃심으로 때울까? 아니 모자를 ― 모자는 안 받겠지. 저고리를 벗어줄까? 그것도 안 받는다면? 아니다. 참자! 하나 더 먹으면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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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혓바닥은 애가 타서 널름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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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지!’하고 상철은 무릎을 쳤다.
 
120
‘요새는 만보산 사건으로 놈들이 쥐어지내는 판이다. 한 개만 더 먹고 모자를 내주지! 안 받으면… 뱃심이다!’
 
121
“뜨듯한 놈으로 하나 더 주!”
 
122
상철은 용단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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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으로는 모든 굴욕을 달게 받아온 그다. 그러나 무전취식은 오늘이 그 시초였다. 호떡을 앞에 놓기는 했으나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가슴만 두근두근 고동을 한다. 손을 널름거리다가는 멈칫 하고 물러선다. 그래도 혓바닥만은 염치없이 날름거린다. 먹을 것이냐 참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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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각하였다.
 
125
‘이 호떡을 먹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냐? 참는다며 그것은 무엇을 위해서냐? 나를 위해서다. 먹는 것은 나의 목숨을 위해서요, 참는 것은 자존심과 위신을 위해서다. 양심을 위해서다. 그러면 ― 양심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냐, 아니다! 나의 생명이 생리적 작용을 계속하는 동안이라야 체면도 위신도 양심도 있는 것이다! 양심? 케케묵은 양심. 결벽(潔癖)! 그보다도 나는 살아야 한다. 산 후의 양심이요, 산 후의 위신이다. 젊은놈이 굶어 죽는다면 그다지 큰 명예 될 것도 없을 것이다…’
 
126
그는 한 점을 뚝 떼어먹었다. 입안에 넣고 나니 간담이 서늘하다. 차마 넘어가지 않았다.
 
127
그러나 어차피 일은 저지른 일이다. 떼어놓고 내놓는다고 돈 안 받을 리도 만무하다. 졸려도 먹고 나서 이야기요, 경을 쳐도 먹고 나서 칠 것이다. 모든 것은 먹고 볼 일이다 . 먹은 배를 째랴? 생각만은 어엿하지만 가슴은 답답했다. 처음 잘못 생각한 것이 후회도 났다. 면적이 줄어갈수록 마음이 바짝바짝 죄어졌다. 손아귀에는 땀이 흠씬하다. 귓속이 어수선한 것이 등받이에선 땀이 쪽쪽 흘러내린다.
 
128
‘이놈이 지랄을 하면 어짤고?’
 
129
생각지 않으려 해도 호떡에 손가락이 갈 때마다 머리에 떠오른다. 그보다도 걱정은 파출소로 모실까봐 몸이 달았다. 안 되느라고 바로 파출소 코밑에서 무전취식을 한 것이다.
 
130
호떡이 아니라 가시를 먹고 물 달라기도 면구해서 손수 찻물을 가지러 갔다. 청인은 이것저것 모르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만두를 가리키며 하나 더 먹으란다.
 
131
“아니, 그만 먹어.”
 
132
하고 생각하고 나니 어차피 일은 저지른 일이다. 한 개 먹고 경치나 두 개 먹고 경치나 경치기는 매일반이다. 일이 그릇되어 유치장 맛을 보더라도 든든하게 먹어둘 필요가 있다. 돈 일, 이원에 살인하는 청인이다. 오전인들 큰돈으로 안 알 리가 만무하다. 어수룩하게 모자만 뺏을 리도 없는 터이고 보니 기왕 유치장 맛을 볼 바에야 든든하게 창자나 채워둘 필요가 단연 있다.
 
133
“그래, 고기 넣은 놈으로 하나 더 주!”
 
134
하고 상철은 다시 만두 한 개를 족여대었던 것이다.
 
135
그러고 나니 배도 엔간히 뻥그러졌다.
 
136
배는 불룩해졌으나 다음 생각을 하니 기가 막혔다. 따귀 몇 대는 떼어놓은 당상이요, 유치장을 면하기도 벌써 틀렸다. 그렇다고 징건히 앉았을 수도 없다. 저쪽에서 눈치채기 전에 미리 토설하는 것이 상책일 것 같았다. 오른손에는 오전 한 푼을 잔뜩 움켜쥐고 일어섰다.
 
137
“여보, 장괘…”
 
138
하고 상철은 어린양같이 고분고분히 다가섰다. 그러나 다음 말이 안 나왔다. 청인은 벌써 눈치를 챘는지 눈을 부리부리하며 대답 없이 딱 버티고 섰다.
 
139
“돈이 이것밖에 없소. 이것만 받고 내 모자를 맡아두오.”
 
140
“모라!”
 
141
하고 청인은 대번에 서슬이 퍼렇게 덤벼든다. 그는 벌써 유치장과 모진 매를 생각하고 진저리를 쳤다.
 
142
“당신이 돈이 어부서 왜 호떡이 먹었어! 모라! 우리 사라미 돈이 내!”
 
143
“여보, 돈이 이밖에 없소. 이 모자를 맡아두…”
 
144
“안 돼! 돈이 내! 우리 사라미 모자 무신 일이 이서?”
 
145
청인은 벌써 허리춤을 움켜쥔다. 그리고 뭐라고 소리를 쳐서 자는 놈을 일으킨다.
 
146
“돈이 안 냈어, 파출소 가서! 나쁜 사라미.”
 
147
“그러면 이 양복을 잡아라. 내일 십전 가져와서 찾아갈 테다.”
 
148
“안 돼. 우리 모라! 우리 대국 사라미 대국 옷이 이서, 대국 모자 이서. 양복 옷이 무신 일이 이서. 우리 모라! 돈 어부서 파출소 가…”
 
149
상철은 도리어 괘씸한 생각이 났다. 그만큼 사정을 하면 들어줌직도 한 일인데… 하는 생각도 났다. 아무리 타국 놈이기로서니 이렇게 맥맥할까 생각하니 도리어 분한 생각이 버럭 났다. 그러는 동안에 지나가던 사람도 구경삼아 둘러섰다. 취한 양복쟁이 하나가 청인에게 사정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청인은 기가 나서 고개만 내두른다.
 
150
“모라! 우리 사라미 돈 내 ― 돈 안 냈어, 파출소 가.”
 
151
양반이 금관자 내세우듯 파출소만 내세운다.
 
152
마침 그때 구경꾼 중에는 아는 얼굴 하나가 눈에 번뜻 띄었다. 그는 중학교 동창인, 바로 사 년 전 그에게 전차표 한 장을 주어서 처음으로 굴욕을 주던 운동선수 K였다! 언뜻 반가운 생각이 홱 떠돌다가 얼굴이 화끈했다. 그리고 모르는 체하는 것을 볼 때 창피한 생각보다도 분한 생각이 왈칵 났다. 그리하여 청인의 손목을 잡아끌고 문밖으로 나섰다.
 
153
“가자! 파출소로 가…”
 
154
청인은 호기있게 따라섰다. 구경꾼이 상두꾼 모양으로 너도나도 뒤에 대어섰다. K가 따라선 것도 물론이다. 그러나 벌써 굴욕적 기분은 없었다.
 
155
상철은 파출소로 끌려갔다. 들어가서도 청인은 허리춤을 놓지 않았다.
 
156
“뭐냐!”
 
157
하고 대모테 안경을 쓴 순사는 잽싸게 아래위를 쓱 훑어본다. 벌써 자기에게 대한 첫 인상이 좋지 못했던 것을 그는 간파하였다.
 
158
상철은 자기가 한 전말을 이야기하였다. 못마땅한 듯이 제법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듣고 난 순사는 마루청을 쾅 구르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때는 벌써 널따란 손바닥이 상철의 왼빰을 다녀간 후였다.
 
159
뺨을 얻어맞았다는 의식에 치는 떨렸다. 그는 잠자코 맞았다. 애걸하지도 않았다. 비릿비릿하게 변명도 않았다.
 
160
“허우대는 커단 자식이!”
 
161
순사는 저의 할애비 상투나 끌던 놈처럼 다룬다.
 
162
“이놈아, 겨우 호떡 무전취식을 해? 쥐새끼 같은 녀석. 기왕 할 테거든 큼직하게 해… 배랑동이 놈아!”
 
163
“요릿집 무전취식은 일없나요?”
 
164
상철은 일껏 궁리를 해서 반항한 말이다. 그러나 그 대답은 양쪽 뺨과 앞 정강이가 대신 받았다. 주먹 세례 몇 번에 코피는 좌르르 쏟아졌다. 앞 정강이는 아픈지 만지도 분간할 수 없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뱃속이 두툭한 것이다. 사지가 비비꾀고 아픈 것보다 호떡 두 개의‘혜택’을 입어 그날 밤 마루청에 쪼그리고 앉았어도 시장한 줄만은 몰랐다.
 
 
165
며칠 지난 어떤 날 아침이었다.
 
166
꺼먼 모자를 수굿하게 쓰고 누르끄레한 스코치 저고리에 흰 바지를 입은 한 청년이 종로 큰 마당 집에서 처적처적 걸어나왔다. 그의 발소리는 사색에 몰두한 사람의 그것과 같이 후렴이 있었다. 두 손은 양복바지 주머니에 감추어졌다. 가끔 우뚝 서가지고는 무엇을 생각한다. 생각 끝에는 씩씩한 웃음이 초조해진 얼굴에 활짝 핀다. 혼자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한다.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걸었다. 천천히는 걸을지언정 크나큰 신념에서 발을 떼놓는 것같이 힘차 보였다. 그 걸음은 도로를 걸어간다기보다 철리(哲理) 위를 뚜벅뚜벅 걷는 것과 흡사하였다. 한 발짝 한 발짝 떼놓을 때마다 한 가지 한 가지 철리를 깨우치는 것 같았다. 뚜벅거리는 그 발소리에 따라서 암흑의 세계는 광명으로 ×화되는 것 같았다. 널따란 마당을 다 나아가서 그는 네번째 우뚝 섰다. 그리고 체조하듯이 좌향우를 하더니 마당 건너 커다란 집을 향하여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자기도 들릴지말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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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선생! 고맙습니다. 호떡 두 개는 나의 앞길을 밝혀주었습니다.”
 
 
168
〈「동광」33호, 1932년 5월〉
【원문】두 훈시(訓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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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훈시 [제목]
 
  이무영(李無影) [저자]
 
  동광(東光) [출처]
 
  1932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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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