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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批評)의 고도(高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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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2
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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批評[비평]의 高度[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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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春文壇[신춘문단]의 간단한 전망을 쓰라는 것이 편집자의 부탁인데, 생각하면 현대란 어떤 의미에서든 그다지 전망이 容易[용이]한 시대가 아니다. 앞을 내다 보기 위하여는 물론 시대에 비하여 우리의 입장이 일단 높아야 한다. 우리의 눈이 앞에 놓인 멀고 가까운 遮斷物[차단물]이나 장애물을 넘어서야 비로소 眼界[안계]의 넓이를 확보할 수 있다. 언제나 비평이나 평론의 지위가 詩[시]나 小說[소설]보다 높아 보이고 또 사실에 있어 어느 정도까지 높아야 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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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소설이나 한편의 시 뿐 아니라 모든 작품을 이해하고 그것을 서로 비교하여 문학상 혹은 문화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결정한다든가, 더우기 현실생활 가운데서 그것들이 占有[점유]해야 할 지위 같은 것을 밝히기 위하여는 비평의 정신이란 필연적으로 창작의 정신보다 넓은 한계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언제나 일정한 높이의 高度[고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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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평(혹은 평론)의 高度[고도]란 창작의 高度[고도]와 같은 의미에서 비교될 수 있는 것이다. 창작은 현실에 대하여 高度[고도]를 유지하면 足[족]한 대신, 비평은 작품과 현실 양자에 대하여 한가지로 高度[고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판단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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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적 판단(비평이란 본디 斷定[단정]과 判斷[판단]을 의미하는 말임에 불구하고!)이란 작품과 현실과를 관계시켜서 解答[해답]을 끄러낼 줄 알아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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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모든 예술 작품이 모두 다 사상적이었다는 이상으로 어떤 文藝批評[문예비평]이든 그것이 단순한 비평이란 한 조건만으로도 능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이었다고 말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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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어느 의미에선 작품에 대한 高度[고도]를 喪失[상실]하기 시작한다면 文藝批評[문예비평]은 비평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잃은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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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한 비평의 高度[고도]란 것은 항상 현실에 대한 비평의 고도의 가장 단적인 표현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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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말은 결코 文藝批評[문예비평], 내지 평론과 작품과의 분리를 긍정한다는 伏線[복선]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거니와 과거의 傾向文學論[경향문학론]의 결정적 약점을 나 역시 이곳에 두는 자로서 이러한 과제를 취급하는 마당일지라도, 우리는 작품에 대한 비평의 고도가 작품과 비평가의 遊離[유리]의 표현임을 용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벌써 대상 없는 판단을 의미하는 것이며, 대상의 정확한 파악없이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비평도 아무 것도 아닌 단순한 도그마의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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過誤[과오]는 두번 되풀이 하면 곧 罪業[죄업]으로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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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찌기 文藝評論[문예평론]의 眼界[안계]가 社會事情[사회사정]이나 政治現象[정치현상]에까지 미쳤던 事實[사실]을 온전히 경향문학론적 혹은 그 前代[전대]의 啓蒙[계몽] 批評的[비평적]인 과오의 一産物[일산물]로 평가해 버리겠느냐 할제, 우리는 약간 주저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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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문학이 이른바 政治主義[정치주의](그것은 新文學[신문학]의 계몽주의의 연장이다!)라든가 公式主義[공식주의]라든가로부터 소생하기 시작하였다는 수년래, 조선의 文藝批評[문예비평]이나 평론은 작품과 작가에게로 옮아 온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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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작가를 말하지 않고 문학을 議論[의논]한다는 것이 전혀 의미 없는 일인 만큼 이 현상은 비평과 평론을 모두 문학적이게 한 것이며, 하나의 진보라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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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評壇[평단]의 최근 추세를 본다면 평론이나 비평이 작품과 작가를 알게 된 대신 작품과 작가 이외의 아무것도 몰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작품과 작가에 관한 지식만으로 비평은 과연 건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까? 비평의 고도란 것은 본디 작품과 현실 양자의 위에 있는 것으로, 현대 비평은 결국 兩脚[양각]에서 一脚[일각]을 버리고 외다리로 걷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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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대 비평과 평론의 성격을 논함에 무엇보다도 사회적, 정치적, 내지는 사상적 高度[고도]의 喪失[상실]을 지적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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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의 구체적 표현으로서 우리는 여러 가지 사실을 열거 할 수가 있다. 우선 評壇[평단]으로부터의 일체의 原理論[원리론] 즉 文藝理論[문예이론]의 潜跡[잠적]이라든가, 그것에 따르는 필연적 현상인 논쟁의 종식, 공연한 의견 대립의 別無[별무], 결정적인 것은 評壇[평단]의 體系性[체계성]의 결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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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평론이나 비평 활동에 있어 우리는 명철한 판단을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언제인가 말한 바와 같이 현대의 비평은 비평이나 평론이라기보다 단순한 해석의 시대가 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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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시 평론이나 비평이 사회현상이나 정치의 영역에까지 활동력을 움직였던 시대의 그것과 다분히 작품과 이론이 遊離[유리] 되었던 대로의 오류를 그대로 한데 껴서 즉 사태를 있는 대로 다시 한번 반성할 흥미가 필요치 않은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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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도 말한 것과 같이 그 시대에는 사실 작품과 이론이 충분히 결합되어 있지 못하였었으나, 그러나 그때의 批評精神[비평정신]은 작품뿐만이 아니라 일반의 현실에 대하여서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다란 高度[고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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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판단의 가능성만 아니라 실로 展望[전망]의 능력이 부여되어 있었고, 그런 때문에 지도적인 권위가 잠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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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미에서 그때는 판단의 横行時代[횡행시대], 指道性[지도성]이 教權[교권]처럼 군림했던 시대라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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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평론과 비평이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인 것의 萌芽[맹아]가 그때에 있지 않았을까? 例[예]하면 일관한 이론, 체계성, 여기에 따르는 권위, 현실생활과 문학과를 교섭시키는 기능, 판단과 단정의 용기, 그리고 중요한 것은 먼저도 말했지만 행동을 가능케 하는 전망의 高度[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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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一世[일세]를 들어 원리적인 탐구력이 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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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재 그 시대를 단순히 우리의 청춘시대라고 돌려버리기엔 우리는 아직도 청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비평과 평론은 高度[고도]를 갖지 않은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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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그때를 公式[공식]의 横行時代[횡행시대]라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현재는 공식의 死滅[사멸]의 時代[시대]란 것을 아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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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載瑞氏[최재서씨] 같은 이가 도그마에의 매혹을 표시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나,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어느 의미에선 도그마를 경계하지 않으면 아니될 때일지도 모른다. 公式主義[공식주의]란 公式[공식]을 도그마로 만들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바꿔 말하면 결코 책임은 공식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공식을 도그마적으로 사용했었던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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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공식을 공식으로 살릴 수 있는 길을 탐구해야 할 것이 아닐까. 그것은 公式主義[공식주의]의 길이 아니고 문학과 현실을 같은 입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입장(哲學的[철학적], 文藝學的[문예학적]!), 다시 말하면 首尾一貫[수미일관]한 體系[체계]의 건설, 그것 때문에 우리는 인식론의 가치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같은 인식 활동으로서의 작품과 비평, 거기서 우리는 작품과 이론이 遊離[유리]되지 않은, 그러면서도 비평을 현재의 泥濘[이녕]으로부터 높이는 본래의 高度[고도]를 回復[회복]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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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2)
【원문】비평(批評)의 고도(高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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