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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한 번 ‘내가 중학생이면’ 하고 쓴 것이 있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여학생(女學生)이면’ 하고 잠깐 생각해 보기로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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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학생이면 첫째 애를 써서 우등하지 않겠습니다. 밤새움을 안 하고도 안타깝게 애를 쓰지 않고도 우등을 할 수 있으면 애를 써서 피할 까닭은 물론 없으나 억지로 우등을 꼭 하겠다고 학교 책 읽기에만 몸을 달리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대단히 말하기 거북하지마는 사실대로 말하면 이 세상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은 학교에서 책으로 배우는 것 외(外)에 더 많이 있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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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오늘 조선서의 실제 형편으로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그것만 잘 외어 가졌다 하여 그가 반드시 실생활을 우수히 해 나갈 자격자가 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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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자기 일신이 늙어 죽는 날까지 학교 울타리 안에서만 학생으로서만 살다가 죽을 사람이 아닌 이상 학교에서만 우등하는 것보다는 실생활에 우등을 하도록 공부하는 편이 유익하고 영리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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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정력이 열 냥어치라 하면, 학교 공부에 일곱 냥어치를 쓰고 적어도 적게 잡아도 석 냥어치는 별러서 학교에서 못 배우는 좋은 산 지식을 구하기에 쓰겠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신문이나 잡지를 읽어서 실사회 실생활의 산 기록을 읽고 그 호흡에 젖어 가는 것도 큰 공부요, 강연회, 도서관에 가는 것도 큰 공부요, 좋은 선진(선배)을 찾아가거나 좋은 회합에 들어 좋은 정신을 길러 가는 것도 큰 공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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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런 여러 가지를 도무지 못 본 체하여서까지 억지로 우등만 하겠다고는 안 하겠다는 말입니다. 결국 줄여서 말하면, 불과 3, 4년 일인 학교 공부에는 보통 급제로만 나아가더라도 정직한 평생의 일인 실생활에 우등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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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6월 15일,《학생(學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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