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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영화의 전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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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 5. 2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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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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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리아」를 계기로 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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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진통의 시기는 떠나고 한국 영화는 바야흐로 소생할 수 있는 시기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입장료 무세에서 온 전 영화인의 감격과 이에 따르는 정신적 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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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장래에 관하여 확언할 수는 없으나 지금까지 경제적 고통에서 신음하고 그늘진 문화의 변경에서 허덕이던 영화인은 좋은 조건의 하나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조건은 영화 제작의 하나의 모멘트임이 틀림없으므로 제작은 지극히 용이한 상태가 된 것만은 믿을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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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일 전 영화 「코리아」의 랏수(촬영 후 곧 현상하여 참고로 보는 ‘러시 필름’을 뜻함 ─ 편집자)와 그 음악 및 해설 녹음을 구경했다. 촬영은 근 20개월간을 두고 했으나 전체적인 완성은 ‘무세’가 결정된 최근의 일이며, 그리하여 이 영화는 참으로 의의 있는 시기에 상영될 최초의 35밀리 장편이다. 감독은 전에 「악야」를 만든 신진 신상옥 씨다. 나는 그의 전(前) 작품이 실패된 작품으로 지금까지도 기억되는데 「코리아」에서는 면목을 일신하고 있다. 먼저 35밀리인 관계로 화면이 선명하며 내용과 대상이 보는 사람의 감흥을 돋운다. 그 테마는 우리들이 자랑할 수 있는 신라시대에서 이조에 이른 문화적인 유물과 『춘향전』및 「처용의 노래」를 소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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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대에 와서의 제 사건을 단편적으로 삽입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순전한 극영화도 기록영화도 아닌 지금까지의 영화의 양식에서는 완전히 다른 파격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 영화의 예술성의 우열을 여기서 말하는 것보다는 영화가 표현한 대상의 세계가 한국 사람의 절실한 감정과 우리들에게서 점차 사라져 가는 옛날에의 추억을 다시금 사로잡아주고 있다는 데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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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옥 씨는 지금까지 미지수의 작가이었으나 그 중 「춘향전」연출은 확실히 오리지널한 수법을 구사했으며 여러 석불(石佛)과 건물의 촬영에 작가로서의 높은 심미안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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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진 씨의 음악은 이 영화의 압권이 될 것이다. 그는 영화음악이 가지는 특수한 묘사방법으로써 화면 전개를 돕기 위하여 새로운 작곡과 편곡을 했다. 대개의 우리 영화가 외국 음악의 레코드로 효과를 한 데 반하여 훌륭한 시도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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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에는 영화로서 이해치 못할 몇 점도 있다. 즉 시각적인 표현에만 빠져 그 사념과 메커니즘을 통한 작용이 없고 장편영화의 주요한 조건인 플롯(여기에서는 스토리의 윤곽)이 관객을 끌고 가기에는 다소 박약하다. 그리고 구상이 명확한지 또는 애매한가에 따라 표현은 완전할 수도 있고 불순할 수도 있다는 부알로의 시론처럼 내가 보기에는 신 감독의 전체적인 구상이 명확하지 못하다. 그래서 사물에 대한 통찰력이 외향적인데 그치고 있는 감을 느꼈다. 이것은 자칫하면 그림엽서와 같은 인상을 줄 우려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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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코리아」는 고난의 시기에서 온갖 조해(阻害)를 무릅쓰고 우리의 앞에 나왔다. 프로듀서 정화세 씨는 이 작품이 처음이다. 오는 새 시대의 영화가 바라던 의욕적이며 양식 있는 제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사회에 던졌다. 그리고 시련의 첫 단계를 여기서 열고자 하는 모양인데 그의 전도에 영광 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비단 나 한 사람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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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코리아」에 관해서만 썼다. 이것은 황무지에 가깝던 한국 영화계에 오래간만에 나타난 35밀리 신작이며 작품 자체에도 문화적인 의의가 있으니깐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영화는 「코리아」에서도 증명된 바와 같이 바야흐로 그 전환기에 들어갔다. 이젠 화면이 어두운 16밀리로 제작하지 않아도 제법 수지를 균형시킬 수 있게 되었고 영화인이 이제까지의 우려했던 기분도 청신하게 전환하여야 한다. 영화 제작에서의 낡은 관념의 하나인 선전 목적이나 계몽 목적 하에서만 만든 시기와의 작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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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작가로서의 또는 연기자로서의 창의성과 예술성을 자유롭게 표현하여야만 되고 항상 말하던 안이한 향토성과도 이젠 손을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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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이라고 자랑하였던 것…… 말하자면 다 쓰러져 가는 농촌에서 지주에게 딸을 빼앗기는 농부의 서러움이나 강가에 배가 있고 수양버들 밑에서 울고 있는 처녀의 이야기…… 이러한 일련의 개념성을 버리고 새 시대가 욕구하는 현실과 미래에 걸친 참다운 인간 사회를 우리 영화인은 필름에 기록하고 표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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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들 좋은 때가 왔다고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좋은 제작자를 발견하고 오랜 울적한 심정을 작품으로써 청산하는 일만이 한국 영화인들에게 남은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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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리아」는 아마 앞으로 많은 시비의 초점이 될 것이나 우리의 지나간 문화재와 정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고 전환기에 든 한국 영화계에 한 점의 푸른 시그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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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1954. 5. 2)
【원문】한국 영화의 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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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1954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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