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전문 보기 - 켈트 민족의 「페어리」

독일 민족뿐 아니라 켈트 민족 간에서도 이러한 類話[유화]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읍니다. 원래 서양에는 Fairy라 하여 사람도 아니요 신령도 아닌 일종의 靈異物[영이물]이 존재하여, 그네의 세계 곧 Fairy land ─ 말하자면 仙境[선경]이라고 할 것이 우리 사람 사는 세계에 섞여 있으되 다만 사람이 보지를 못하며, 가끔 어떠한 인연으로써 사람이 이리로 붙들려 들어가서, 기이한 경력을 한다 하는 전설이 무수하게 돌아다닙니다. 그중에도 켈트 민족으로 말하면 강대한 민족에게 그 영토를 빼앗기고 간신히 불국과 영국의 一隅[일우]에 殘喘(잔천)을 지녀 가는 자로, 그 실제적 세력이 미약한 대신 공상적 특성이 발달하여서, 이네의 가진 페어리의 이야기는 구라파국의 다른 여러 민족의 것보다도 가장 시적이요 또 심각한 맛을 가졌다고 하는 터입니다. 웨일즈의 니이스 지방에 행하는 一例話[일례화]를 들건대,

어떤 농군의 집에 라이스와 리웨린이라는 두 머슴이 있더니, 하루는 산으로 나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라이스가 별안간 걸음을 멈추고 음악 소리가 난다고 하거늘, 리웨린이 귀를 기울여 보아도 아무것도 들리는 것이 없으므로, 무슨 헛소리를 들었느냐 하나 라이스는 아니라 하고 「나는 거기를 가서 춤이나 한바탕 추고 갈 것이니, 먼저 가라」 하면서 말을 버리고 어느 쪽으로 달음박질하므로 리웨린이 처음엔 「이리 오라」고 만류해 보다가, 나중에는 괜한 소리 하고 술집으로 가는 것이지 하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러나 이튿날까지 라이스가 돌아오지 아니하고, 또 이튿날도 소식이 없으매, 수색대가 사방으로 파견되었지마는 종적이 도무지 없으므로, 리웨린이 그 동무를 죽였다는 혐의를 받아 官家[관가]에 잡혀 갇히게 되었다.

마침 그 근처에 페어리의 사정을 아는 노인이 있어서 「아마 페어리에게 붙들려 간 것이라」고 단정하므로, 리웨린과 함께 수색대를 데리고 페어리들의 출몰한다는 곳으로 갔더니, 그 때에 리웨린이 돌연히 음악 소리를 듣는데, 다른 사람은 듣지를 못하였다. 그래서 리웨린이 제 발위에 다른 사람들의 발을 얹어서 차례차례 이렇게 하매, 여러 사람이 다 음악 소리를 듣고 살펴 보매, 직경 二○呎[이공척]쯤 되는 바닥에 무수한 꼬맹이들이 모여서 있으며 라이스도 그 중에서 춤추고 있었다. 리웨린의 발은 Fairy Ring이라 하는 테(언저리)의 外廊[외랑](가장자리)에 접해 있으므로 음악을 들은 것인데, 리웨린이 손을 내밀어 라이스를 붙잡아 그 테 밖으로 끄집어내니, 라이스는 한참 꿈을 꾸는 듯하고, 스스로는 한 五[오]분 동안 춤춘 줄로 알았다. 그 뒤에 라이스는 고대 세상을 떠났다.

하는 이야기가 있읍니다. 「페어리 링」이라는 것은 페어리의 출몰하는 곳에 생기는 테니, 그 테 속(언저리 안)이 페어리의 세계로서, 말하자면 시간․ 공간을 초월한 신비한 별천지요 사람이 그 속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페어리에게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웨일즈 지방에 퍽 많이 있으니, 이를테면 푸르헤리라는 곳에서 청년 두 사람이 저녁때 산길을 가다가 한 사람이 Fairy Ring 에 걸렸는데, 一[일]년 지난 뒤에 거의 해골이 되어 발견되었을 때에, 「자기의 데리고 온 가축들은 어디로 갔느냐?」고 물었다 하며, 또 어디서는 한 청년이 페어리 링에 걸려서 一[일]년 동안 춤을 추어서 새 신 신었던 것이 노닥노닥 떨어졌는데, 「단 五[오]시간쯤 동안에 신이 이렇게 떨어졌으니 웬일이냐?」 하고 이상히 생각하였다는 이야기도 있읍니다.

◈ 켈트 민족의 「페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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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트 민족의 「페어리」 ◈
《카탈로그》 본문	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