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그인]
키워드 :
한글 
◈ 초특투빈술(超特鬪貧術) ◈
카탈로그   본문  
1930.6
채만식
1
超特鬪貧術[초특투빈술]
2
─ 꽁뜨 형식을 빌어서
 
 
3
P는 어제 부탁 맡은‘투빈술(鬪貧術)’원고를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았다.
 
4
서랍에서 원고지를 꺼내놓고 잉크병 마개를 빼었다. 철펜을 들고 잉크를 찍으니까 펜 끝에 조금 묻어 나온다.
 
5
“잉크가 또 없구나.”
 
6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그는 벽에 걸린 양복 포켓에서 10전짜리 한푼을 꺼내들고 밖으로 나아갔다.
 
7
바로 하숙집에서 골목을 나서면 문방구 상점이 있다. 8전을 주고 환선(丸善) 잉크 한 병을 사들고 돌아왔다.
 
8
하숙집 노파가 점심 설겆이를 하다가 돌아보며“거 뭐요” 하고 묻는다.
 
9
“잉크요.”
 
10
“건 또 뭐?”
 
11
“다 썼어요.”
 
12
“저런, 아 그러면 글쎄 묵은 병이 있으니 그놈을 가지고 가서 잉끼물만 받어오면 병값을 제하고 줄 것 아니요? 저렇게 돈을 아낄 줄을 몰라!”
 
13
P는 허허 웃기는 하였으나 아닌게아니라 그럴 듯한 이론은 이론이라고 생각하였다.
 
14
그는 방으로 들어와서 잉크를 책상 위에 놓고 보느라니까 이상한 생각이 났다.
 
15
‘투빈술을 쓰자면 쓰이는 정력과 시간은 그만두고라도 원고지에 펜에 잉크(벌써 일금 8전야(也)라를 내 돈을 들이지 아니했는가가 소비 되지 아니하는가?
 
16
다른 원고 같으면 혹 모르겠지만 그래 적어도 ‘투빈술’이라는 원고를 쓰려면서 이러한 손해를 보다니? 가난뱅이 개벽사에서 원고료를 받지 못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인데……투빈술의 필자가 벌써 투빈과는 모순되는 행위를 하고 있지 아니한가’
 
17
이러한 결론을 얻은 P는 양복을 거듬거듬 떼어 입고 개벽사로 쫓아갔다.
 
18
원고를 부탁한 C가 반가이 맞으며, 의자에 앉기를 권한다. 그는 속으로 어제 부탁한 투빈술 원고를 벌써 써가지고 자기가 일부러 가지고 왔나 하여 은근히 기뻐하였다.
 
19
P는 앉으려고도 아니하고 말을 하였다.
 
20
“미안허지만 어제 부탁허신 투빈술은 못 쓰겠읍니다.”
 
21
C는 깜짝 놀라 물었다.
 
22
“원 그렇게 선선히 허락허시고 또 굳게 약속까지 허시군……”
 
23
“나는 그 원고를 아니 쓰는 것이 내 투빈술이니까, 말하자면 원고는 쓰지아니하였더라도 약속은 이행한 셈입니다.”
 
24
“네?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못 알어듣겠는데요?”
 
25
“이렇습니다. 투빈술의 필자는 적어도 자기 자신이 투빈을 하는 사람이라야만 되지 않겠습니까?”
 
26
“그거야 물론 체험이 귀중하지요.”
 
27
“그거 보십시요. 내가 만일 원고를 쓴다면 정력이나 시간의 허비는 그만 두고라도 원고지며 펜이며 잉크가 내것이 없어지지 않습니까? 즉 투빈을 못하는 것이 아니야요. 그러면 투빈을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투빈술의 원고를 써 남에게 읽히겠습니까?”
 
28
P는 이렇게 말을 하고 눈과 입이 동시에 최대한도까지 벌어지는 개벽사 사원들을 뒤에 두고 그곳을 나와버렸다.
 
 
29
<別乾坤[별건곤] 1930년 6월호>
【원문】초특투빈술(超特鬪貧術)
▣ 커뮤니티 (참여∙의견)
내메모
여러분의 댓글이 지식지도를 만듭니다. 글쓰기
〔수필〕
▪ 분류 : 근/현대 수필
▪ 최근 3개월 조회수 : 11
- 전체 순위 : 4313 위 (3 등급)
- 분류 순위 : 852 위 / 1821 작품
지식지도 보기
내서재 추천 : 0
▣ 함께 읽은 작품
(최근일주일간)
• (1) 봄의 서곡
▣ 참조 지식지도
▣ 기본 정보
◈ 기본
  # 초특투빈술 [제목]
 
  채만식(蔡萬植) [저자]
 
  별건곤(別乾坤) [출처]
 
  193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백과 참조
목록 참조
외부 참조

  지식놀이터 :: 원문/전문 > 문학 > 한국문학 > 근/현대 수필 카탈로그   본문   한글 
◈ 초특투빈술(超特鬪貧術) ◈
©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10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