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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남국의 이야기를 ◈
《카탈로그》 본문	1935. 3 함세덕

1

저 남국의 이야기를

2

어머니

3

저녁상을 치섯거든 어서 오세요.

4

송림(松林) 넘은 달빛이 창틈으로 새여듭니다.

5

하날은 차고 거리는 말없는 눈 나리는 밤

6

바느질 하시면서 무릅에 쓸어진 저의 귀에다

7

가-만히 속삭이시든 저- 남국(南國)의 이야기를

8

오날밤도 들려주세요.

9

길-게 뻗은 옥수수 밭에 해는 점으러

10

재빛[灰色] 쌓인 쓸쓸한 목장에

11

양떼들은 돌아가고

12

길 재촉하는 나그네의 나룻배 부르는 소래에

13

머-ㄴ 산맥이 고요히 잠든다는

14

저- 남국의 황혼.

15

짝 찾는 사슴의 구슬픈 울움소래 들릴 땐

16

풀닢엔 위로하는 구슬 같은 이슬의 눈물이 지고

17

새-ㅅ 별이 멀리 낡은 연못에 목욕하러 오면

18

호반의 갈때가 처녀의 치마처럼

19

부끄러히 떤다는

20

저- 남국의 밤.

21

어머니 저- 달빛의 푸른 그늘이 서창(西窓)에 흘럿으니

22

향기 아름다운 풀밭을 소래도 없이 걸어

23

양(羊)젖 짜는 시악씨가 호반에 물길러 왓겟습니다.

24

사분한 남풍에 싸힌 삼월(三月) 달밤

25

피리불며 울엇다는

26

저- 남국의 눈 먼 왕자는 어찌 됏습니까.

27

어머니

28

저녁상을 치섯거든 오세요.

29

잠근 문꼬리 열고 남국의 별이 들어옵니다.

30

오날로 들려주세요 무릅에 쓸어진 저늬 귀에다

31

저- 남국의 그뒤 이야기를

32

《동아일보》 1935. 3. 19.

【원문】저 남국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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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2년 09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