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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 음악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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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6.1
이익상
1
여류 음악가
 
 
2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해요!”
 
3
경애는 칼날 같은 표정으로 거절은 하였으나, 또 한 번 망신 치를 일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이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궁리도 채 할것 없이 마루가 쿵쿵 울리며, 하녀의 “안 돼.”하는 외마디 소리가 들리더니, 별안간 일본 미닫이문이 홱 열리었다. 그 앞에 나타난 이는 붕대로 머리를 친친 동여맨 김윤택이었다. 주홍빛으로 취한 얼굴이 흰 붕대 밑에서 분노로 차올랐다. 눈깔은 미친개를 연상할 만큼 되었다.
 
4
영감쟁이는 웬 영문인지 모르고 몸을 부르르 떨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조금도 요동치 않고 여전히 빙주(氷柱)같이 앉아 있는 경애의 눈에서는 조소가 흘렀다.
 
5
취한 시선을 늙은이, 아이, 젊은 계집애에게로 번갈아 잠깐 동안 쏘고 섰던 김윤택이는
 
6
“허, 허, 허.”
 
7
헛웃음을 한 번 웃고, 방 안으로 왈칵 들어선다.
 
8
윤택이가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그 뒤에 잇따라 나타난 것은 붕대로 손을 처매고, 반창고로 얼굴을 화장한 윤덕일이었다. 그의 눈도 역시 북망산의 애총(兒冢)파헤치는 여우의 그것과 조금도 틀림없다.
 
9
“이 얼마나 비열한 남자들이랴! 인천에서 더러운 질투에 죽도록 싸우고, 두 놈이 또 일행이 되어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10
경애는 두 남자의 진흙 같은 얼굴에 침을 뱉어도 자기의 침이 오히려 깨끗하리란 생각이 났다. 그러고 어떤 영문을 모르고 서서 벌벌 떠는 늙은 사내 ─ 도망간 계집을 기어코 찾으려는 못난 녀석 ─ 역시 탁아소밖에 못 된 사나이다. 이렇게 생각하매 그는 남자 안 된 것이 매우 다행인 것 같았다.
 
11
“이 요약한 년아! 이것이 아마 늙은 멍텅구리 서방이지? 그렇고 저건 네 자식이지? 저런 자식까지 둔 계집년이 멀쩡한 사내를 둘이나 한꺼번에 농락을 해! 요 육분녀!”
 
12
윤택의 손은 번개같이 다다미 위에 놓인 다반(茶盤)으로 갔다 번쩍 내던지려 할 때에, 영감쟁이의 비둔한 몸이 기적적으로 빨리 경애의 앞을 가렸다. 다반은 늙은이의 얼굴에서 파괴가 되었다. 영감쟁이는 반사적으로 얼굴을 두 손으로 부둥켜안고 거꾸러졌다. 윤택은 깨어진 찻잔을 두 손에 움켜 경애의 얼굴을 겨누어 던졌다.
 
13
경애는 어린아이를 얼싸안으며, 두 손으로 날아오는 찻잔종을 막았다. 아이는 “으아!”하고 부르짖는 것같이 울었다. 경애의 뺨에서는 붉은 피가 주르르 흘렀다. 윤택의 피가 없어질 것을 두려워하여 귀여운 자식에게 젖도 아니 먹이고, 아끼었던 그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말았다. 피를 본 경애는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지르고, 선불 맞은 호랑이처럼 온 방 안을 휩쓸며 뛰놀았다.
 
14
“이 개 같은 자식들! 남을 망신을 주어도 분수가 있지 않니? 이제 아무것도 생각할 것 없으니, 너희들 할 대로 해보려무나!”
 
15
경애의 틀에 머리는 반이나 풀리었다.
 
16
다시 수라장을 이루자 못난 덕일이는 어느 곳으로 뺑소니를 쳤는지 보이지 않았다.
 
17
“이 여우 같은 계집년! 한 방에 사내를 셋씩이나 놓고 보니 마음이 흡족하지? 너 같은 것을 세상에 남겨두었다가는 어떤 속 빠진 남자가 또 봉변할는지 알 수 없으니, 고운 얼굴 껍질을 벗겨버리자!”
 
18
윤택이는 비교적 침착한 어조로 눈을 부라리고 경애에게로 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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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반으로 얼굴에 피 세례를 받은 영감쟁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서 어린아이를 안아 밖에 내놓으며,
 
20
“순사! 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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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낭하(廊下)를 울리며 하인을 불렀다.
 
22
하숙의 여러 손들은 벌써 낭하에 가득 찼다. 하숙 주인과 하녀들이 한 떼를 지어 올랐다. 그들은 방 안으로 쓸려 들어가서, 표범같이 날뛰는 윤택이를 붙들었다. 경애는 머리를 풀은 채 독이 바짝 오른 얼굴을 아래로 폭 숙이고 두 어깨로 숨을 쉬었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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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신문에는 사각애(四角愛)의 갈등이라는 표제 아래 비교적 소상하게 경애를 중심으로 일어난 치정 관계가 게재되었고, 그중에서도 제일 우스운 것은 가장 경애와 정분이 두텁다던 덕일이가 하숙을 도망하여 나가다가 경관에게 붙들리어 유치를 당하였다는 것이오, 가장 여러 사람의 조롱을 사는 것은 경애가 금후로는 방문 기자에게 일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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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9년 6월 1일
【원문】여류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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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류 음악가 [제목]
 
  이익상(李益相)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9년 [발표]
 
  소설(小說)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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