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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곳 풍경(風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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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8
최서해
1
어느 곳 風景[풍경]
 
 
2
잠을 깨니 동창으로 아침볕이 흘러든다.
 
3
흐릿한 공기와 꿈 같은 전등빛 속에서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승객들은 모두 경쾌한 기분에 띄인 듯이 빛나는 눈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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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내다 보이는 산과 들은 신록에 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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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까지도 녹음에 물들은 것 같다. 오랜 가뭄으로 논판에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때를 벗지 못하여서 몇 분의 텁텁한 빛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한 봄이 다 가고 여름에 들어선 지 오래도록 익근해서 계모 시하에서 자라난 계집애같이 풀기 하나 없는 먼지투성이 市街樹[시가수] 이파리나 보던 눈에는 別天地[별천지]의 느낌이 없지 않다.
 
 
6
아침볕도 여기서는 한껏 빛난다. 연기와 먼지에 항상 흐리터분한 꿈 같은 도회의 하늘에서는 무엇보다도 빛나는 아침볕조차 흐리어 버린다. 그렇던 아침볕을 여기서 보니 무어라 말할 수 없이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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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과 맑은 볕이 서로 어우러져 빛나는 것을 보고 그런 세계를 꿰뚫어 나가는 나를 생각하니 로맨틱한 정조가 가슴을 친다.
 
8
멀리 푸른 하늘가에 떠 흐르는 푸근한 눈더미 같은 구름을 타고 녹엽을 소리 없이 흔들면서 불어오는 청향을 머금은 아침 바람에 불려서 저 산을 지나고 저 들을 지나고 멀리멀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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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달아남을 따라 沿線[연선]의 풍경은 활동사진처럼 바뀐다. 물이 왔다가는 들어 오고 들어 왔다가는 산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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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새로운 풍경이다. 그렇게 바뀌는 가운데서도 친편일률로 꼭같고 또 보는 이의 가슴을 무겁게 찌른 그것은 ‘촌락’ 들이다. 혹은 들판, 혹은 산 모퉁이에 5,6호 또는 8,9호의 촌락이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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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 촌락들은 양화에 나타나는 한 폭의 정선된 풍경과 같다. 그 풍경을 이룬 것은 모두 아카시아 포플라 숲들이다. 거기는 간혹 오동나무가 끼어 있다. 아카시아의 흰 꽃과 포플라의 푸른 잎이 우거진 사이에 보랏빛 오동꽃이 방긋이 내다보는 것은 더욱 일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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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 자연의 옷에 묻힌 집들을 엿보면 그것은 다 말할 것이 없이 현대 우리 농민의 생활을 말하고 있다. 그 가옥의 소유자, 그 집 속에서 나고 자라는 그네들에게는 지금 여객의 눈을 살찌게 하는 이 모든 景[경]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일 것이다. 그것은 늘 보니 무심하여져서 그런 관계도 없지 않겠지만 목전의 현실에 쪼들리고 쪼들리는 그네의 감정은 언제 자연 에 눈을 던질 만한 그리할 여유를 못 가졌을 것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 가뭄으로 마르는 보리밭을 바라보니 나의 마음은 나로도 알 수 없는 압박을 느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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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차는 어느덧 F역에 닿았다.
【원문】어느 곳 풍경(風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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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곳 풍경 [제목]
 
  최서해(崔曙海) [저자]
 
  # 학생(잡지) [출처]
 
  192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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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2년 08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