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네 까짓 것이야 단 주먹에 박살이 난다. 속히 내 놓아라.”
6
“이 년아, 네 이 년아, 이 년이 이런.”
8
“이. 저 년이 귓구멍이 맥혀 빠졌나? 이 년아, 글쎄 돈 오십 전만 내란 말이다.”
10
“오십 전이 없거든 이십 전만 내 놓아.”
12
“당장에 뱃대지를 푹 찔러 죽여 버○년, 돈 십전만 내 놓아라 응.”
14
“이 년이 그래도 벼락을 맞지 않았어. 근질근질 하구나. 돈 오전 이라도 내 놓아라.”
16
“이런 빌어먹을 년이 단 돈 오 전도 안 내어 놓는다? 헛 이 년이야…… 에라기…… 이 년…….”
18
“이런 빌어먹을 년이 단돈 오 전도 안 내어 놓는다? 헛 이 년이야…… 에락기○이 년…….”
19
후다닥…… 하며 마누라의 몸은 뜰 한가운데 가 큰 대자로 때려 뉘어졌다.
20
“이 년이 돈 오 전도 없다고 사람의 속을 이렇게 썩힌 단 말이지. 에이 에 이 년.”
21
연달아 박차고 밟고 두들기고 하다가 나중에는 기운이 빠졌는지 방 안으로 뛰어들어가 다 떨어져가는 노랑 장롱문을 뚝 잡아떼고 그 안에 든 의복을 되는대로 방안에 펼쳐 놓으며 그 중에 한 가지를 골라잡고 밖으로 뛰어나와 아직껏 뜰 가운데에 자빠진 마누라를 보자, 손에 쥔 의복으로 두서너 번 갈기고는 그대로 휭 ─ 사라져 버렸다.
22
마누라는 죽은 사람같이 쭉 뻗고 누었다가 이윽고 간신히 일어나 앉았다.
24
그는 단 한마디로 입 안에서만 중얼거리며 일어서려고 몇 번이나 애를 쓰다가 그대로 슬슬 기어 방으로 들어가
26
하며 길게 한바탕 한숨을 하고 방 앞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한 데 뭉쳐 농 안에 밀어놓고 떨어진 농문짝을 집어 농문을 막으려다가 그대로 방 한 옆에 밀쳐놓았다.
28
마누라는 천천히 걸어서 김문서(金文瑞)의 농장(農場)으로 일거리를 찾으러 갔다. 벌써 그 먼 옛날의 꿈으로 사라지고 말은 그 행복스럽든 기억이 하나 둘 머리에 떠오르며, 남편에게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이 든 두○이 화끈화끈 하여졌다.
29
“사람이 팔자라는 건 정말 무섭다. 내가 왜 그 그때 그랬을까…… 아이구.”
30
그는 자기 몸둥이를 물어뜯고 싶을 만치 안타까웠다.
32
“그때, 그이는 그렇게도 애를 썼는데, 이 못된 년이 무슨 개질일 병이 덮쳐서 달아났는고…….”
34
길 가는 사람이 웃을 만치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섰다가 걸어가다가 하며 발끝을 망설이고 있었다.
35
그는 올해 스물아홉 살이었다. 벌써 네 번째 임신을 하여 배는 바가지를 찬 듯이 불쑥 높았다. 첫째와 둘째는 사십구일 안에 죽고 말았다. 그 죽은 것도 남편인 최가가 때려 죽인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셋째는 뱃속에 든 채 최가의 발길에 채여 죽어 나왔었다. 이번 넷째는 웬일인지 아무리 맞고 차이고, 밟히고 하여도 그대로 펄떡펄떡 뛰며
36
“엄마 나는 기어히 살아 나가겠어요, 내가 나가면 엄마의 원수를 갚아 줄게.”
37
라고나 하듯이 좀처럼 낙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김문서의 농장에 일하러 가지 않고는 우선 당장에 목숨 보전을 해 나갈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든 뒤부터는
38
‘이 년아, 너는 전생에 죄가 많아서 나를 배었는 것이다. 내가 나가면 아버지보다 더 골탕을 먹이겠다.’
39
라고나 하듯이 자기 창자를 휘여 잡고 떨어지지 않는 것까지도 생각이 들었다.
40
“에이그, 이 원수 놈의 씨(種)야. ……대처 이번은 왜 낙태도 되지 않고 남의 속에 들어 앉아 나를 괴롭게 구노. 이렇게 배가 불러서 어떻게 그이를 대할고…….”
41
그는 눈앞에 그 옛날의 김문서를 그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42
그가 열일곱 살 적이었다. 그때 마침 한 동리에서 자란 김문서가 상처를 하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서는 동리 앞 샘터에 물 길러간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46
소리를 꽥 지르며 물동이도 집어던지고 그대로 달아나던 그이였었다.
47
“이제 집에야 네만 허락하면 그 날부터 너는 조선에 둘도 없는 호강을 할 것인데, 얘야, 내가 정말 싫으냐?”
48
김문서는 간절히 그에게 사랑을 요구하였으나
49
“아이그 더러워라. 누가 상처한 남자에게 시집갈까.”
50
하고 어디까지든지 달아난 그이였으며 자기 부모도 같은 값이면 첫장가 오는 총각에게 자기 딸을 내어 주려고 곧이 듣지 않은 까닭에 근 잇해나 끌다가 하는 수 없이 최가에게 시집왔던 것이다.
51
얌전한 총각이요, 자기 집도 굶지는 않으며 더구나 동경까지 갔다 온 사람이고 좋다고 시집간 것이 불과 일 년도 못 되어 최가는 ‘갈보’ 궁둥이에만 따라 다니며 술 먹고 노름이나 하는 알부랑자가 되더니 그의 부모가 죽고 난 후는 집안에 있는 먼지까지도 들고 나가 팔아먹지 않으면 못 사는 인종이 말이요, 잔인하고 무도한 비인간이 되고 말았다.
52
그와 반대로 김문서는 어떻게 된 셈인지 살림이 쥐새끼 일 듯 자꾸 불어서 지금은 동리 앞에다 큰 농장을 경영하며 봄철에서 가을까지는 매일 남녀 일꾼을 이삼십 명 씩이나 부리게까지 되었다.
53
그러나 최가의 아내인 그는 아무리 굶주렸어도 이 농장에는, 일하러 갈 생각이 없었다. 아니 생각은 간절하여도
54
“아이그 더러워. 상처한 남자에게 누가 시집가.”
55
하고 뿌리치든 그때가 생각이 나서 차마 거지같이
58
그러나 오늘은 하는 수 없이 나섰다. 당삭이 되었으니 해산이 오늘 내일로 임박하였는데 남편은 집안에 단 하나 남은 솥을 들고 나간 지 사흘이 되어도 소식이 없고 입에 넣을 것이라고는 찬물 밖에 없었다. 가만히 앉아서 굶주리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된 사정이라, 죽을 용기를 다 ─ 하여 집을 나선 것이다.
59
그는 농장 앞까지 갔다. 철망 저편 농장 안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우뚝 서서 바라보다가 가만히 그 중의 한 사람을 불렀다.
61
“누구소? 아 ─ 옥게댁이요 왜? 불렀는가요.”
64
그는 어물어물하며 조금 나와 달라는 듯이 말끝을 흐리어 버렸다.
65
“아이그 지금 일을 하는데…… 주인이 보면 야단을 하니까 할 말이 있거든 당신이 이리 와서 하소.”
66
하고 덕동댁이란 여편네는 다시 허리를 굽혀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공연히 입을 비죽하며 앞뒤를 휘 ─ 한번 돌려본 후 허리를 조금 굽혀 부른 배를 감추듯이 하며 한 손으로 멍든 뺨을 가리고 농장 안으로 달음질하듯 급히 들어갔다.
67
다행히 주인인 김문서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므로 얼른 덕동댁이 엎드려 있는 고랑으로 갔다.
70
“아이고 하는 수 없어 일 좀 하려고 왔는데 내 할 일이 있을까요, 주인에게 말 좀 해주소.”
71
그는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와들와들 떨며 겨우 자기 뜻을 말했다.
72
“아 ─ 그 말뿐인가요. 그렇지만 지금은 안 되오. 일 시작하는 시간이 넘었는데 내일 다시 오기로 하소. 내가 말해 줄 테니.”
73
덕동댁의 이러한 말에 그는 금시에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았다.
74
“설마, 그이가 봤으면 좀 늦게 온 것쯤이야 어떨라고.”
75
하는 생각이 들자, 덕동댁에게 부탁하는 자기가 가소롭기도 하여 그대로 돌아서며
78
“저 ─ 기 배추밭에 엎드려 있는 게 주인인가 싶어요.”
80
그는 달음질을 하여 그곳으로 갔다. 사람의 기척이 나자 배추 버러지를 잡는 여편네들을 감독하고 섰던 사나이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틀림없는 김문서였다. 넙적한 얼굴, 뚱뚱한 몸집, 쭉 째진 입, 그때나 틀림없는 김문서였다.
81
무턱대고 가깝게 다가선 그의 가슴은 쿵덕하며 내려앉는 것 같더니 갑자기 전신이 덜리며 가슴이 시끄럽게 벌떡거렸다. 말문이 탁 막히고 두 귀가 왱하며 정신이 재르르 ─ 하여 그대로 선 채 두 눈만 멍하게 뜨고 있었다.
83
김문서는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물었다.
85
밭골에 엎드렸던 한 여편네가 벌떡 일어서며 그를 바라보았다.
87
그는 간신히 대답을 하고 그 쪽을 바라보았다.
88
“아이그, 그 마누라 배를 보니 일 하겠소.”
90
‘아 ─ 저 사람이 이 사람의 마누라로구나. 그때 내만 허락했으면 나도 저렇게 복스럽게 되었을걸.’
91
하는 생각이 나며 그 자리에 더 섰기가 견딜 수 없었다.
92
“좀 늦게 오기는 했지만 일이 바쁘니 여기서 배추 버러지를 잡소. 늦게 온 대신 일이나 많이 해.”
93
하고 김문서는 그를 그 예전 어여쁘던 색시 옥남인 줄을 알았음인지 몰랐음인지 싱긋이 웃으며 돌아서서 저편으로 가 버렸다.
94
“아이그 배를 보니 일도 많이 할 것 같지 않은데!”
95
문서의 마누라는 눈을 험상스럽게 치떠 남편의 뒤를 바라보더니 그냥 잠잠하며 자기도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96
그는 멍하니 서서 문서의 뒷모양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축 늘이고 밭고랑에 가 앉았다.
98
일하던 여인부들은 모두 그와 한 동리에 사는 터이라 서로 인사를 하며 이런 농장에 일하러 온 그가 이상타는 듯이 불렀다.
100
그는 고개를 내려뜨린 채 간신히 대답하였다.
101
그 날 아침에 냉이나물 한 죽을 소금에 찍어 먹고 왔을 뿐인 그는 해가 점심 때 가까이 되자 등줄이 당기며 두 눈은 목구멍으로 삼키려는 듯이 들어가고 배 껍질은 배가 고프면서도 찢어질 듯이 따가웠다. 이마에 진땀을 흘리며 그래도 열심히 일을 계속 하였다.
102
점심시간이 되자 다른 일꾼은 제각기 밥 끄러미를 들고 밭 이곳저곳 둘러앉아 먹기 시작하였으나, 그는 가지고 온 것이 없어 슬그머니 밭 깊은 고랑에 가 숨어 앉아 남들이 밥 다 먹기를 기다렸다.
104
그는 조금 전부터 자기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느끼기는 했으나, 일을 중도에 그만두고 갈 수가 없어 참으려야 참을 수 없는 일이였으나 그래도 억지로 참고 있었던 것이었다.
105
만일 일을 그대로 두고 돌아가면 어떻게 해산을 할까, 벌써 셋 때를 나물로만 채운 속인데 해산 후에도 입에 넣을 것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리고 또 김문서가 고맙게도 일자리를 주었는데…… 하는 것을 생각하매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106
점심시간인 한 시간 반을 그는 고랑에 끼어 앉아 머리를 높은 고랑 위에 얹고 각각이 밀려오는 고통을 진정하려고 이를 악물고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웅크려 흙을 박박 끌어 쥐었다.
108
그는 허리가 척 무너지는 듯한 아픔이 자꾸자꾸 더해오자 벌떡 일어섰다. 지금 당장에 입에 무엇이든지 넣어 주지 않으면 까빡 재질어질 것 같음을 느꼈던 것이었다. 희미 ─ 한 그의 눈에 아직 채 굵지 않은 봄 무가 고랑을 지여 있는 것이 눈에 뜨이자 번개같이 달려가 한 개를 뽑았다.
109
이리저리 흙을 닦고 나서 복판을 툭 잘라 입에 대이며 다시 고랑으로 들어가 앉으려고 하였다.
110
“아이그 저기 무를 뽑는 게 누구야.”
111
누구인지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는 그 무를 빼앗으러 오기 전에 삽시간에 목구멍으로 씹지도 못하고 삼켰다. 무 꽁지, 무 잎사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 씹어 삼켰다.
115
하고 빨간 새 생명 하나가 이 세상 속에 쑥 나오는 순간이었다.
116
어린 새 생명은 배추 고랑에 엎드러진 그의 속옷가랑이에 끼인 채 연달아 울고 있었다.
117
밭 가운데서 어린애를 더구나 사내애를 해산했으니 그 밭 임자에게 무한한 복이 올 징조라 하여 김문서의 마누라는 친히 산모를 일으키고 태를 끊어서 아기는 자기 치마에 움켜 쌌다. 쌀 한 되, 미역 한 묶음, 명태 다섯 마리를 사 가지고 일꾼에게 산모와 아기를 업히어 그들의 집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118
그는 희미 ─ 하나마 모 ─ 든 경과를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119
봄이라고는 하지마는 냉돌에 그냥 들어 눕기에는 전신이 떨렸으나 하는 수 없이 아기를 가슴에 안은 채 혼미한 잠 속에 빠져버렸다.
120
이제는 쌀이 있고, 미역이 있으나 그것을 익혀낼 솥이 없었다. 이것을 안 문서의 마누라는 냄비 하나와 나무 한 짐까지 지여 하인을 보내 밥과 국을 끓여 먹이게 하였다.
122
그는 밥과 국을 받아 놓고 겨우 이 한 마디를 하고는 목이 메이고 말았다.
123
한 이레 동안은 김문서 집 덕으로 무사히 지났다. 그러나 어느 때까지 이러한 행복이나마 계속 되지 못했다. 해산한지 여드레 만에 그의 남편인 최가가 비틀거리며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124
“이 년, 또 아이 새끼는 왜 내질러 놓고, 당장에 뒤지지 않고.”
126
“이 년, 그래 소문을 들으니 김문서란 놈이 쌀을 보냈다더구나. 어디 나도 배고파 죽겠다. 밥 좀 지여내라.”
128
그는 와락 겁이 나며 아기를 벽 쪽으로 누이고 자기가 남편 앉은 쪽으로 옮겨 누우려고 일어 앉아 자리를 바꾸려 하였다.
129
“이 년 왜 밥 지으라는데 또 꺼빠러져 누워?”
130
하며 헝클어진 그의 머리채를 잡아 제치며 일번은 한 발로 아기를 걷어차며
133
“아이그 맙소. 곧 밥을 짓겠으니, 내 ─ 곧 밥 가져 오겠어요.”
134
“이 년, 이 년. 아무리 이 년 남편이 못 됐기로니, 오래간만에 드려오는 것을 보고 제 뱃대기만 부르면 그만인가 반드라시 드러누워…… 이 년.”
135
“내 ─ 곧 밥 가져오겠어요, 내 ─ 곧 가져올 테니.”
136
그는 일어섰다. 그러나 그대로 나갈 수는 없었다. 아기를 치마에 싸안고 난 후 방을 나섰다. 떨리는 다리로 부엌에 내려가 냄비 뚜껑을 열고 보니 아침에 문서의 집 하인이 지어 두고 간 밥 한 그릇과 국이 있었다. 그것을 하나씩 방 안으로 옮기고 난 후 자기도 들어가 앉았다.
138
하여 단번에 밥과 국을 휩쓸어 삼켜버렸다. 그는 차마 그 밥과 국을 먹는 양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의 산후에 오는 맹렬한 식욕은 혓바닥이 뜯어질 듯이 침이 삼켜지는 까닭이었다. 그는 눈을 돌려 아기에게 젖꼭지를 물리려 했다. 그러나 아기는 젖꼭지를 물지 않았다. 조그만한 입에서 보얀 젖을 뽈쪽 내 놓으며 두 눈은 연달아 뒤꼭지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140
그는 아팠다. 이미 첫째와 둘째가 죽을 때 모양이 지금 아기의 모양에 복사(複寫)되었던 것이다.
142
하며 남편은 벌떡 일어서며 얼빠진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145
얼마 전에 자기 머리채를 잡고 아기를 찰 때 아기는 그 몹쓸 발길에 차여 죽었구나 하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146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몰랐다. 단 한 가지 알고 있는 것은 호미를 들고 가서 공동묘지에 아기를 묻을 것과 동리 구장에게 가서 죽었다는 말을 하는 것 뿐이었다.
147
그 날은 이 동리 ×××를 신축함으로 상동식(上棟式)을 하는 날이었다. 이 날 음식을 장만하는 데 그도 불리워 갔다.
148
“자 ─ 모두 내 말을 듣소. 성동댁, 영동댁, 성남댁은 고기를 장만하소, 그런데 누구든지 장만할 때 간을 맞추느라고 맛을 보든지, 남모르게 집어먹든지 하면 당장에 큰일을 낼 터이니 미리 그렇게 알고 각별이 주의들 해야 되오.”
149
하고 구장인 김영감이 단단히 부탁을 하였다.
151
하고 모두 음식을 장만하기 시작하였다.
153
하는 소리가 어디서인지 우뢰같이 일어나자 그는 깜짝 잊고 나물 국물을 뜬 숟갈을 입술까지 가져가다 말고 돌아다보았다.
154
“아이그, 나으리님, 먹은 것이 아니올시다. 잠깐 맛을 보려고 하였으나 입에는 넣지 않았어요.”
155
하고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159
“제(祭)에 쓸 음식이라 맛을 보지 말라고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이 년이 맛을 본단 말이야.”
160
후다닥, 몇 사람의 손길이 그의 뺨으로 어깨로 가슴으로 내려 덮쳤다.
164
왁자지끈 하는 소리가 이윽고 끊어지자 그는 가마 옆에 쓰러졌다.
166
“글쎄, 그저께 최서방이 들어와 김문서 집에서 가져온 밥과 국을 다 ─ 먹고 부엌에 들어가 남은 쌀을 가지고 나간 채 들어오지 않아서 오늘까지 사흘째 굶었는가 봐요.”
167
“글쎄 내가 그런 줄 알고 여기를 데불고 왔는 거잖아요. 돈벌이는 못하더라도 제사인가 상동식인가가 끝나면 좀 배 부르게 얻어먹기나 할까 했더니…….”
168
같이 일하는 여편네들은 눈물을 흘리며 서로 요란스럽게 떠들 뿐으로 누구 하나 그를 위하여 변명하려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169
“제(祭)에 쓸 음식에 입을 댄 까닭에 지신(地神)과 목신(木神)에게 벌을 맞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