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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수수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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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4
김동인
1931년 발표한 김동인의 소설. 서두에 신문에 보도 되었던 기묘한 사건이라고 시작하는 '큰 수수께기'는 여인에 대한 두가지 에피소드를 엮은 단편소설로, '제1화. 순이는 왜 달아났을까'와 '제2화. 서분이는 왜 남편을 죽이려 하였을까'로 구성되어 있다.
1
여인담
 
 
2
제1화
 
 
3
수일 전의 신문은 우리에게 ‘여인’의 가장 기묘한 심리의 일면을 보여주는 사실을 보도하였다.
 
 
4
장소는 어떤 농촌…….
 
5
거기 젊은 부처가 있었다. 아내의 이름은 순이라 가정해둘까.
 
6
물론 시부모도 있었다. 시동생도 있었다. 그것은 남 보기에도 부러운 가정이었다. 늙은이와 젊은이는 모두 화목하게 지냈다. 제 땅은 없으나마 그들은 자기네의 지은 농사로써 아무 부족 없이 지냈다. 동생끼리도 화목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농촌의 한 화목한 가정이라면 그뿐일 것이다. 아무 불평도 불안도 없이 지내는 집안이었다.
 
7
순이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그의 남편은 스물다섯 살이었다.
 
8
부처 사이의 의도 좋았다.
 
9
아니, 부처의 의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10
순이는 자기의 남편이라는 사람에 대하여 자기가 품고 있는 기괴한 애착을 오히려 이상한 마음으로 보았다. 시집온 지 2년. 시집오기 전에는 듣도 보도 못하던 사내에게 아직 부모들께까지 감추어오던 자기의 젖가슴까지 내맡기고 거기서 불유쾌를 느끼기는커녕 일종의 쾌감까지 느끼는 자기를 기이한 마음으로 보았다. 밤마다 자기를 힘 있게 품어주는 사내, 자기의 온몸을 소유할 권리를 가진 사내, 이러한 꿈과 같은 사내에 대한 첫 공포가 사라진 다음부터는 차차 자기의 마음에 일어나는 그 사내에 대한 애착심 때문에 순이는 때때로 스스로 얼굴까지 붉혔다.
 
11
“여보.”
 
12
첫번에는 몹시도 수줍던 이런 칭호가 차차 익어오고 그의 발소리를 듣기만 해도 분간하리만치 남편에게 익은 뒤에는 그의 눈에는 이 세상에는 남편 한 사람밖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슬하를 떠나서 알지도 못하는 사내에게 안겨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을 것 같던 부모조차 남편의 손톱만치도 귀하지 않았다. 남편은 그에게는 이 세상의 유일의 존재였다.
 
13
밭에서 곤하게 일하는 남편의 점심 광주리를 이고 나갈 때의 즐거움이며 늦게 돌아오는 남편을 기다리고 고대하는 쾌미는 나날이 맛보는 것이지만 나날이 또한 그만치 즐거웠다.
 
14
때때로 그는 생각해보았다.
 
15
‘저게 웬 사람이람. 2년 전까지는 듣도 보도 못하던 사람. 꿈에도 못 본 사람. 이 세상에 저런 사람이 있었는지도 모르던 사람. 나를 부모의 슬하에서 떼어낸 사람. 세 끼 조밥을 먹이는 뿐으로 마음대로 나를 부려먹는 사람. 때때로 성나면 내 따귀도 때리는 사람. 발길질까지도 사양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히 놓이고 밭에라도 나가면 적적하고 장에라도 가면 기다려지고…… 이렇듯 말하자면 원수이면서도 또한 끝없이 알뜰한 저 사람. 대체 누구람?’
 
16
그리고 빙긋 웃으면서 다시 잡고 있던 바느질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17
어떤 봄날, 그 순이네 동리에 베 장수가 왔다. 베 장수는 젊은 사내였다.
 
18
베 장수는 순이의 집에도 왔다. 그러나 베실만 사면 손수 짜는 순이의 집에서는 베를 사지를 않았다. 안 사겠다는 말을 들은 베 장수는 억지로 권하지는 않고,
 
19
“그만두시오.”
 
20
할 뿐 돌아서 나갔다. 우물에 물을 길러 나갔던 순이는 집 앞에서 베 장수를 만났다. 베 장수는 순이를 보았다. 순이도 베 장수를 곁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베 장수의 눈과 마주친 순이는 곧 눈을 도로 바로 하였다.
 
21
그러나 순이는 직각적으로 베 장수의 눈이 자기를 따라 오는 것을 느꼈다.
 
22
순이는 얼른 물을 독에 부은 뒤에 방 안으로 뛰어들어와 거울을 보았다. 그러나 얼굴에는 흙도 먼지도 묻지 않았다. 순이는 수건으로 얼굴을 한번 씻은 뒤에 다시 동이를 이고 우물로 갔다.
 
23
순이가 동이에 물을 길어가지고 머리에 이려 할 때에 뒤에서 딱하니 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다보니 뒤에는 베 장수가 얼굴에 웃음을 담아가지고 서 있었다.
 
24
‘귀찮은 녀석이다.’
 
25
이렇게 생각하며 순이도 조금 웃어 보였다. 그런 뒤에 못할 짓을 한듯이 황망히 동이를 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26
그의 집 뒤뜰에는 세 그루의 복사나무에 꽃이 만개되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순이는 동이의 물을 처분한 뒤에 정신 나간 사람같이 뒤뜰로 나가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27
‘봄날도 좋기도 하다.’
 
28
이런 생각이 때때로 그의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생각이 그로 하여금 이렇듯 뜰에 서 있게 한 바가 아니었다.
 
29
그러면 그의 마음을 지배한 것은 무엇? 그것은 순이도 몰랐다. 그것은 봄날의 탓일까? 그것은 젊음의 탓일까? 그것은 베 장수의 탓일까? 그것은 나무에서 죄죄거리는 새들의 탓일까? 순이는 알 수 없었지만 몹시도 근심스럽고도 상쾌한 듯한 생각은 그의 마음을 이리 주물고 저리 주물렀다.
 
30
“저녁 안 짓나?”
 
31
남편이 그의 등 뒤에 와서 어깨를 툭 친 때에도 그는 한순간 깜짝 놀랄 뿐 더 움직이지를 않았다. 이전과 같으면 에이구 놀랐다, 하면서 정도 이상의 놀람과 애교와 원망을 남편의 위에 던질 그였지만 이번에는 억지로 조금 웃음을 얼굴에 나타냈을 뿐이었다.
 
32
남편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33
“저녁 어서 지어야지.”
 
34
“봄날도 좋기도 하다.”
 
35
순이는 치마를 손으로 한번 탁탁 턴 뒤에 휙 돌아서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남편은 열적은 듯이 저편으로 가버렸다.
 
36
‘봄날도 좋기도 하다.’
 
37
몹시 근심스럽고도 상쾌한 듯이 이 한마디의 말은 저녁을 짓는 동안 순이의 머리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때때로 저녁 짓던 손을 뜻 없이 멈추고 정신 나간 듯이 먼 산을 바라보고 하였다. 그날 저녁같이 맛없는 저녁을 순이는 아직껏 먹어보지 못하였다. 억지로 두어 숟갈 먹은 뿐, 그는 숟갈을 던지고 먼저 부엌으로 나갔다.
 
 
38
밤이 왔다.
 
39
아랫간에서는 시부모와 시동생이 잤다. 윗간에서는 젊은 부처가 잤다. 아랫간과 윗간의 사이에는 문턱이 있을 뿐 문은 없었다.
 
40
곤돈의 아이들과 늙은이는 곧 잠이 들었다. 코로 들이쉬어서 입으로 내부는 시아버지의 코 고는 소리와 벼락같이 요란한 시어머니의 코 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젊은 부처는 잠시 속삭였다. 그러나 마음이 이상히도 들뜬 순이는 이날의 속살거림만은 왜 그런지 이전과 같이 달지를 않았다.
 
41
‘봄날도 좋기도 하다.’
 
42
이 한마디의 괴상한 말은 끝끝내 그의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43
남편도 어느덧 팔을 아내의 가슴 위에 얹은 뒤에 잠이 들었다. 그러나 젊은 아내는 잠이 못 들었다.
 
44
‘봄날도 괴상하기도 하다.’
 
45
밝을 때가 거의 되었다. 문득 밖에 사람의 기척이 들렸다. 그들의 집은 길을 향하여 있는 집. 문밖을 나서서 토방만 내려서면 길이었다. 그 길에 사람의 기척이 들렸다.
 
46
“딱!”
 
47
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48
순이는 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무서운 것을 본 듯이 순이는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보호를 청하는 듯이 양팔을 남편의 목에 걸며 꽉 남편의 가슴에 안겼다. 가슴에서는 무서운 방망이질을 하였다.
 
49
“딱! 딱!”
 
50
길에서는 채근하는 듯이 또다시 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51
순이는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이불을 폭 뒤집어썼다. 그리고 얼굴을 깊이 남편의 가슴에 묻었다.
 
52
‘별 녀석 다 보겠네.’
 
53
그는 마음으로 이렇게 부르짖고 있었다. 남편의 팔이 길게 순이의 허리로 돌아왔다. 순이는 그 팔을 벗어나면 지옥에라도 떨어질 듯이 꼭 남편의 굳센 품에 안겼다.
 
54
‘여보, 밖에 누가 왔소. 나를 나오라오.’
 
55
그는 속으로 몇 번을 남편에게 호소하였다.
 
56
깊이 잠든 남편은 천하가 태평하다는 듯이 깊은 숨을 쉬고 있었다.
 
57
얼마가 지났는지 순이는 한참 뒤에 머리를 이불 밖으로 내놓았다. 한참을 기다렸으나 인제는 밖에 있던 사람의 기척이 없어졌다.
 
58
‘후…….’
 
59
순이는 안심의 숨을 기다랗게 내쉬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는 실망과 기대가 꽤 많이 섞여 있었음을 스스로 속일 수가 없었다.
 
60
‘인젠 갔다.’
 
61
하는 안심 가운데에는,
 
62
‘망할 녀석 왜 갔나?’
 
63
하는 원한이 꽤 많이 섞여 있었다.
 
64
한참 뒤에 순이는 뒷간에 갔다. 특별히 뒤가 마려운 바는 아니었지만 뜰에라도 한번 나가보고 싶어서 뒷간에 갔다.
 
65
뒷간에서 돌아오던 순이는 복사나무 아래에 섰다. 꽃 틈으로 부연 달이 보였다. 별빛조차 그윽하였다. 봄은 하늘에도 무르익었다.
 
66
“봄날도 좋기도 하다.”
 
67
순이는 복사나무 아래서 하늘을 쳐다보면서 이렇게 탄식하였다.
 
68
누가 꽉 순이를 껴안았다. 순간적 환희와 경악으로써 순이가 돌아보려 할 때에 사내의 불붙은 뺨을 쓸었다. 사내의 입술이 순이의 입술을 찾느라고 뺨에서 헤맸다.
 
69
“웬 녀석이야.”
 
70
순이는 작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71
“사람 하나 살리오.”
 
72
사내의 뜨거운 입김이 순이의 입 근처에서 헤맸다.
 
73
“가요.”
 
74
순이는 다시 작은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번은 사내의 응답조차 없었다. 사내의 두 손은 어느덧 순이의 양 뺨을 움켜쥐었다.
 
75
사내의 입술은 마침내 찾을 곳을 찾았다.
 
76
순이는 죽여라 하고 가만있었다.
 
77
좀 뒤에 먼지를 활활 털고 방 안으로 들어온 순이는 옷을 벗어던진 뒤에 남편의 자리로 들어가서 자기의 입을 함부로 남편의 뺨에 문질렀다. 깊이 잠들었던 남편이 조금 기지개를 할 때에 순이는 자기의 온몸을 남편의 몸에 실었다. 그리고 힘을 다하여 남편을 포옹하였다.
 
 
78
이튿날은 장날이었다.
 
79
시부모는 밭에 갔다. 남편은 장을 보러 장에 가려 하였다. 장으로 가려는 남편을 순이는 한사코 말렸다.
 
80
“몸이 편찮으니 좀 곁에 있어줘요.”
 
81
이렇게도 애걸해보았다.
 
82
“장 볼 건 건넛집 아주버니한테 부탁하고 하루만 쉐요. 그맛 장을 보러 20리를 갈까?”
 
83
이렇게 이론도 캐어보았다.
 
84
“내 부탁을 한 번만 들어주구요. 신통히도 듣기가 싫소?”
 
85
이렇게 나무람도 해보았다.
 
86
이상한 공포감에 위협받은 순이는 오늘은 집에 혼자 있기가 싫었다. 시동생들이 있다 하나 아직 어린애들, 누구든 어른이 한 사람 있어주지 않으면 그는 무엇이 무서운지 무서웠다.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순이는 몸을 흠칫하며 놀랐다.
 
87
아내가 한사코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남편은 장에 갔다. 자기가 가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다고 뿌리치고…….
 
88
남편이 장에 간 뒤에 순이는 문을 꼭 닫고 시동생들을 밖에 못 나가도록 단단히 타이른 뒤에 아랫목 궤 모퉁이에 박혀 앉아서 가슴을 떨고 있었다. 어린 동생 둘이서 큰 소리로 농을 할 때에도 순이는 깜짝 놀라 손으로 아서라고 하였다. 조그마한 소리라도 밖에까지 샐세라 하였다.
 
89
“너 어제 베 장수 봤지?”
 
90
이런 말을 순이는 큰 시동생에게 물어보았다.
 
91
“응, 봤어.”
 
92
“사내라도 이쁘게 생겼지?”
 
93
“이쁘긴, 쥐코 같은게…….”
 
94
시동생은 이렇게 결론해버렸다. 순이는 그 시동생에게 눈을 깔아 보였다. 그러나 곧 자기 스스로 자기 말을 취소하였다.
 
95
“그렇지. 이쁘긴 뭘 이뻐, 멍텅구리지. 너, 너희 형님이나 어머니한테 내가 베 장수가 이쁘다더란 마을 아예 하지 말아, 했다는 쳐 내쫓으리라.”
 
96
그리고 눈이 둥그렇게 되는 시동생을 못 본 체하고 돌아앉아버렸다.
 
 
97
또 밤이 이르렀다.
 
98
시부모와 시동생은 또 먼저 잠이 들었다. 그것을 기다려서 아내는 이불을 끌어당겨 남편과 자기의 머리까지 싹 쓴 뒤에 입을 남편의 귀에 갖다 대고 소곤거렸다.
 
99
“오늘은 하룻밤 자지 말고 이야기로 새웁시다.”
 
100
왜 그러느냐는 남편의 질문에 유난히 무서워서 누가 깨어 있어주지 않으면 못 견디겠노라 대답하였다. 남편은 아내의 등을 쓸었다.
 
101
“어린애! 무섭긴 뭐이 무섭담.”
 
102
그러면서도 남편은 아내를 힘 있게 안아주었다. 아내는 싱겁게 씩 웃으며 머리를 남편의 가슴에 묻었다.
 
103
한참 뒤에 아내의 허리에 걸려 있던 남편의 팔은 힘없이 미끄러졌다. 곤한 그는 어느덧 잠이 들었다. 아내는 남편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질렀다.
 
104
남편은 펄떡 깨었다.
 
105
“응? 응?”
 
106
“오늘 하루만 새워줘요.”
 
107
순이는 울다시피 이렇게 애원하였다.
 
108
“그래.”
 
109
그러나 노역에 피곤한 남편은 한마디의 말을 겨우 낼 뿐 또다시 잠이 들었다.
 
110
밤이 깊었다.
 
111
“딱!”
 
112
문밖에서는 또 혀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젯밤에 순이를 놓아 줄 때의 약속에 의지해 베 장수가 또 온 것이었다. 순이는 뒤집어썼던 이불을 한층 더 엄중히 썼다. 그러나 비록 엄중히 썼다 하기는 하나 순이는 밖에서 또 무슨 소리가 날까 하여 온 신경을 귀에 모으고 기다렸다.
 
113
“딱! 딱!”
 
114
밖에서는 또 채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이는 흐늘흐늘 일어났다. 그리고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베 장수가 순이를 기다리느라고 이리저리 거닐고 있었다. 순이는 문밖에 나서면서 벌써 베 장수를 보았지만 ‘나는 너를 보러 나온 것이 아니라’는 듯이 베 장수 앞을 지나서 저편으로 갔다.
 
115
“여보.”
 
116
베 장수는 순이가 자기 앞을 지날 때에 주의를 끌기 위하여 이렇게 찾아보았지만 순이는 한번 힐끗 돌아보고는 그냥 지나가버렸다.
 
117
그러나 순이의 심리를 이미 알고 벌써 순이의 마음을 잡았다는 굳은 자신을 가진 베 장수는 순이를 따라오지도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버티고 서 있었다.
 
118
아니나 다를까, 순이는 베 장수의 앞을 그냥 지났지만 더 갈 곳은 없었다. 조금 더 가서 샛길로 들어서서 잠시 일없이 서 있던 순이는 다시 돌아서서 제 집으로 향하였다.
 
119
순이는 제 집 앞에서 베 장수를 만났다. 베 장수는 양팔을 벌려서 순이를 쓸어안았다. 그 품 안에서 순이는 몸을 사시나무와 같이 떨고 있었다.
 
120
잠시 말없이 순이를 붙안고 있던 베 장수는 역시 말없이 발을 옮겼다. 순이는 마치 인형과 같이 순순히 그에게 끌려갔다.
 
121
“아까 보고도 왜 모른 체했소?”
 
122
베 장수가 이렇게 물을 때에도 순이는 죽여라 하고 입을 봉하고 있었다. 베 장수는 순이를 힘 있게 포옹하였다. 그때에 베 장수는 아직껏 죽은 듯이 내버려두던 순이의 팔에도 약간 보이는 듯 마는 듯이 힘이 가해진 것을 감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순이도 인형을 벗어나서 약간 사람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123
이튿날 농터에 나갔던 시부모와 남편은 늦게 집에 돌아와서 순이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였다. 윷이라도 갔나 하고 기다렸으나 밤 깊어서도 순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좀 먼 곳에 윷 갔나 하고 기다렸지만 이튿날도 순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순이는 완전히 없어졌다.
 
124
집안은 이에 불끈 뒤집혔다. 그리고 감 직한 곳을 죄 알아보았다. 그러나 순이의 종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125
그들은 마침내 주재소에 보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닷새 뒤에 읍내 경찰서에 베 장수와 함께 순이가 붙들렸다는 통지가 이르렀다.
 
126
남편은 부랴부랴 읍내로 들어갔다. 경찰서에서 남편과 아내는 대면하였다. 그때 아내는 왁 하니 울면서 남편의 팔에 매달렸다. 성과 결이 독같이 난 남편이 경관의 제지도 듣지 않고 아내를 발길로 차고 함부로 때릴 때에도 순이는 사소한 반항도 없이, 한마디의 원망도 없이 남편의 팔에 매달려서 ‘같이 살아만 달라’고 애걸하였다.
 
127
“이 사람하고 살기가 싫으냐?”
 
128
고 취조하던 경관이 가리키며 물을 때에 순이는 당찮은 소리라는 듯이 경관을 흘겼다.
 
129
“이 사람하고 못 산다 하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소.”
 
130
이것이 순이의 대답이었다.
 
131
“이 사람이 너하고 안 살겠다면 어찌하겠느냐?”
 
132
이렇게 물을 때에 순이는 경관을 내버리고 남편에게로 향하였다.
 
133
“여보, 무슨 짓이라도 하라는 대로 할게 함께 살아만 주어요.”
 
134
“그렇게 살뜰한 남편을 두고 왜 달아났느냐?”
 
135
경관이 이렇게 물을 때에 순이는 몸을 한번 떨 뿐 대답하지 못했다.
 
136
부처의 사이에 타협은 성립되었다. 경관의 중재와 호상의 정애로써 다시 살기로 된 것이었다. 그리고 부처는 나란히 하여 경찰서를 나섰다.
 
137
경찰서를 나갈 때에 어떤 순사가 농담으로 순이에게 이런 말을 물었다.
 
138
“베 장수 놈은 고약한 놈이지? 밉지?”
 
139
그때 순이는 남편을 한순간 힐끗 쳐다보고 남편에게 보이지 않게 순사에게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서 베 장수 역시 밉지 않다는 뜻을 나타냈다.
 
140
경찰서 문밖에서 남편에게서 왜 달아났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에 순이는 애원하는 듯이 그 말은 다시는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뿐 질문의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는 이런 말을 하였다.
 
141
“매일 밤 꿈에 당신을 봤어요.”
 
142
부처는 다시 본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전과 같이 안온하고 화락한 생활은 다시 계속되었다.
 
 
143
순이는 왜 베 장수와 어울려서 달아났나? 먹을 것이 없었나? 입을 것이 없었나? 남편에 대한 애정이 없었나? 시부모가 학대를 하였나? 시동생이 귀찮았나? 생활에 대한 불평이 있었나? 혹은 뒤뜰의 복사나무가 보기가 싫었나?
 
144
위에 기록한 가운데 아무것도 순이가 베 장수와 어울리게 될 근거와 달아날 이유가 될 것이 없다. 그러면 그는 왜 베 장수와 어울려 달아났나?
 
145
여인은 수수께끼다. ‘사랑’ 이라는 것을 마치 배나 능금과 같이 절반으로 갈라서 좌우편으로 붙일 수가 있는 ‘여인’ 은 우리의 도저히 풀 수 없는 커다란 수수께끼며 또한 도저히 알 수 없는 무서운 괴물이다. 순이는 왜 달아났을까.
 
 

 
146
제2화
 
 
147
또 한 가지, 이것 역시 신문지가 보도한 ‘여인’의 기괴한 심리의 발동.
 
148
역시 무대는 농촌. 주인공은 역시 젊은 부처였다.
 
 
149
이번 아내의 이름은 서분이라 해둘까.
 
150
서분이는 열아홉이었다. 그의 남편은 열일곱이었다. 결혼한 지 3년.
 
151
부처 사이의 의를 남들은 좋다 보았다. 시부모며 서분이의 친정 부모들도 좋다 보았다. 서분이도 의가 나쁘다고는 보지를 않았다.
 
152
‘남편은 이상한 존재.’
 
153
이것이 서분이의 남편에게 대한 관념이었다. 그에게는 남편이 어디라 특별히 고운 데는 없었지만 밉게 보이지도 않았다. 때때로 발버둥이를 치며 밸을 부릴 때에는 역하기도 하고 칵 쥐어박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나 어디라 밉게까지 볼 곳은 없었다.
 
154
사람의 일례로 시집은 가는 것, 시집을 가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있는 것. 그의 시집에 대한 관념과 남편에 대한 관념은 대략 이 한마디로 끝이 날 것이었다. 남편과 아내의 사이에 필연적으로 생기는 의무며 권리며 의리며 애정…… 이런 것은 알지도 못하였다. 남편이란 것은 시집의 아들이며 자기를 마음대로 부려먹는 사람이며, 밤에는 한자리에서 자야만 되는 사람. 이 밖에는 부부에 대한 아무런 관념이며 이해가 없었다.
 
 
155
건넛동리에서 어떤 색시가 새서방의 밥에 양잿물을 넣어서 독살을 계획한 일이 이 동리까지 소문났다. 뒷동리에서는 어떤 색시가 잠든 새서방의 목을 무명으로 맸다가 들켰다. 서분네 동리에서도 어떤 젊은 색시가 누구와 공모하여 남편을 방망이로 때려 죽인 일이 있었다.
 
156
이 몇 가지의 사건은 서분이의 머리에 이상히 영향되었다. 비록 농촌에서 나고 농촌에서 자라난 서분이라 하나, 과도기인 현대에 태어난 그는 역시 ‘시대’ 의 공기에 멱 감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희의 여인들이 필요 없이 독약 같은 것을 가장 비밀인 듯이 비장하며, 사랑도 않는 사내의 사진만을 들여다보면서 한숨지으며, 숭배하고 싶지도 않은 발렌티노를(숭배해야만 될 것같이 생각되어) 숭배하는 동안, 농촌의 서분이에게는 또한 농촌 여인다운 마음의 시대적 동요가 있었다.
 
157
‘남편은 죽여도 좋은 사람.’
 
158
근방의 몇 가지의 남편 독살 혹은 독살 미수 사건이 서분이의 마음에 던진 첫번 그림자는 이것이었다. 이것뿐이면 문제는 더 없겠는데, 그의 마음에 들어앉은 이 그림자는 들어앉으면서 곧 한 걸음 더 나아가기조차 주저하지 않았다.
 
159
‘남편은 죽여야 할 사람.’
 
160
첫 그림자는 어느덧 이와 같이 변해버렸다. 남편의 애정이라 하는 것은 성적 쾌미를 이해한 뒤에야 처음으로 생기는 것이다. 부부의 애정이라 하는 것은 ‘남녀의 애정’ 에 ‘의리’ 라는 것이 좀더 가미된 데 지나지 못한다. 부부의 교합이라는 것을 다만 그 아비와 그 지어미가(까닭은 모르지만) 하여야만 되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서분이에게는 남편에 대하여 아내로서의 애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 아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 의의조차 몰랐다. 밤에 한자리에서 자는 것, 이것이 부부이거니, 이 이상은 몰랐다.
 
 
161
아직 성과 애정과 부부 문제에 대하여 아무 철이 없는 서분이의 귀에 몇 가지의 살부 사건이 들어올 때에 서분이는 자기도 남편을 죽여보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 생각의 근원에는 ‘남편이란 죽여야 될 것’ 이라는 막연한 생각까지 섞여 있었다.
 
162
그는 자기의 시부모가 수십 년 전에는 자기와 같은 젊은 부부였다는 것을 생각지 않았다. 자기의 친정 부모가 수십 년 전에는 역시 지금의 자기와 같은 젊은 부부였다는 것도 잊었다. 이성(二性)이 합하여(수십 년 뒤에는) 한 몸과 같이 된다는 것을 생각지도 않았다. 그다지 밉게 보이지는 않지만 남편이란 사람은 왜 그런지 ‘남’ 같이 생각되었다. 비록 죽여버린다 할지라도 아무렇지도 않을 ‘남’ 이었다.
 
163
‘어디 죽여보자.’
 
164
이리하여 그는 어떤 날, 남편의 밥에 바늘을 두세 개 묻었다.
 
165
어른과 아이는 한방에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남편도 숟갈을 들었다.
 
166
이때부터 웬 까닭인지 서분이의 마음은 괴상한 공포로써 도저히 스스로 걷잡을 수가 없었다. 한 술, 두 술…… 남편이 입에 밥을 넣을 때마다 서분이는 입을 벙싯벙싯하였다.
 
167
‘그 밥을 잡숫지 말아요. 그 밥에는 바늘이 들었어요.’
 
168
남편의 입으로 밥이 들어갈 때마다 목에까지 나와서 걸리는 이 말을 도로 삼키느라고 서분이는 몇 번은 ‘어’ 소리를 냈다. 남편을 주의하느라고 자기의 밥조차 잊었다.
 
169
“너 밥 안 먹느냐?”
 
170
서분이는 시어머니에게 두 번이나 이런 채근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171
“네, 먹지요.”
 
172
하고 머리를 밥으로 향하고 했지만, 한 입만 먹은 뒤에는 그의 주의는 또다시 남편의 숟갈로 향하고 하였다.
 
173
‘오늘은 별로 밥을 많이도 먹네.’
 
174
서분이는 울상이 되어 이런 생각까지 하였다.
 
175
남편의 밥그릇이 거의 밑이 드러나게 된 때였다. 남편은 갑자기,
 
176
“에크.”
 
177
소리를 치며 숟갈을 멈추었다.
 
178
아! 서분이는 바야흐로 입으로 가져가려던 숟갈을 힘없이 떨어뜨렸다. 그리고 죽자, 하고 눈을 지르감았다.
 
179
남편은 두 손가락을 입에 넣고 좀 찾다가 바늘을 하나 얻어냈다.
 
180
“이게 바늘이로군. 이다음엔 밥 지을 땐 머리에 바늘 꽂은 채로 하지 말게. 큰일날라.”
 
181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의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으로 바늘을 담벽에 꽂았다.
 
182
‘후! 안 먹었다.’
 
183
서분이가 지르감았던 눈을 뜰 때에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솟았다.
 
184
그날 밤같이 남편이 사랑스러운 밤이 서분이의 과거에 없었다.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살아온 듯이 서분이는 힘 있게 남편을 안고 안고 하였다. 성을 아는 여인이 오래 떠나 있던 정랑을 만난 것같이, 서분이는 잠들려는 남편을 깨워서는 쓸어안고 깨워서는 쓸어안고 하였다.
 
185
눈물이 때때로 까닭 없이 흘렀다.
 
186
“혀가 바늘에 찔려 아프지나 않소?”
 
187
자려는 남편을 깨워가지고 이런 말도 몇 번을 물어보았다.
 
188
무사한 몇 달은 지났다.
 
189
부처의 의는 남 보기에도 전보다 좋아졌다.
 
190
서분이는 저보다 나이 어린 서방을 밤마다 힘 있게 붙안고 등을 쓸어주고 하였다. 그러나 악마는 어떤 날 또다시 그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191
어떤 날, 남편의 저녁밥에 그는 양잿물을 곱게 풀어서 넣었다.
 
192
왜? 여기 대하여는 서분이도 몰랐다. 시렁에 쓰다 남은 양잿물이 있는 것을 볼 때에 문득 얼마 전에 건넛동리에서 어느 색시가 제 서방을 양잿물을 먹인 것이 생각나면서 기계적으로 행한 일에 지나지 못하였다.
 
193
그날 그는 저녁밥이 먹기 싫다고 동리집에 놀러 갔다. 그의 계산으로는 서너 시간 그 집에서 놀고 남편이 죽은 뒤에 돌아올 작정이었다.
 
194
동리집에서 그는 친구들과 윷을 놀았다. 그러나 윷을 노는 동안 그의 마음은 잠시도 내려앉지 않았다. 자기가 몇 동이던가를 한 번도 기억한 적이 없었다.
 
195
“서분이 너 다섯 동 가는구나.”
 
196
서분이가 정신없이 윷을 놀 때에 동무들이 깨우쳐주는 일이 있을지라도 서분이는 웃지도 못하였다.
 
197
“가면 가지 여섯 동인들.”
 
198
하고는 또 윷을 던지는 그였다.
 
199
몇 번을 귀를 기울였다. 혹은 멀리서 무슨 부르짖음이라도 없나하여…… 몇 번을 혼자서 흠칫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윷을 중도에 내버리고 그 집을 나섰다.
 
200
그의 집에서는 방금 비극이 시작되는 즈음이었다. 그가 거의 집에 이르렀을 때 남편의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그러느냐고 부르짖는 시어머니의 소리가 들렸다.
 
201
서분이는 더 참지를 못하였다. 그는 단걸음에 뛰어가서 토방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문걸쇠를 잡으려다가 손을 도로 내리고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는 벅적하였다. 남편의 토하는 소리와 신음하는 소리, 부모의 덤비는 소리, 쿵쿵 몸이 뛰노는 소리…….
 
202
서분이는 문을 열어젖히며 뛰어들어갔다.
 
203
“어머니, 왜 그래요?”
 
204
“글쎄, 알겠니. 속이 모두 찢어지는 것 같다누나. 이걸 어쩐담.”
 
205
서분이는 남편을 보았다. 남편의 얼굴은 고통 때문에 밉게 찡그려져 있었다.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뛰놀았다.
 
206
순간, 서분이는 마음에 폭발하는 공포를 깨달았다. 그는 눈으로 죽음을 보았다. 죽음이란 얼마나 두렵고 큰 것인지를 보았다. 그 죽음이 제 남편의 위에 임한 것을 보았다. 죽음을 임하게 한 것이 자기라는 것도 자각하였다.
 
207
동시에 남편에 대하여 아직까지 가져보지 못한 관념이 폭발하듯이 그의 마음에 튀어올랐다.
 
208
‘저 사람은 내 사람.’
 
209
지금 자기의 독수 때문에 고통하며 혹은 죽을는지도 모르는 그 사람은 시부모의 아들이라기보다도 친정 부모의 사위라기보다도 서분이 자기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렬히 불붙어 올랐다. 저 사람은 내 사람. 죽기까지 동고동락을 하여야 할 사람…… 구원하여야겠다. 어떤 일이 있든 구하여야겠다. 결코 죽게 해서는 안 되겠다.
 
210
“여보, 정신 좀 차려요.”
 
211
그는 한번 남편의 어깨를 흔들어본 뒤에 맹렬히 그 집을 뛰쳐나왔다.
 
 
212
서분이는 곁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절꺽 열고 머리만 디밀었다.
 
213
“아주머니, 양…… 양…….”
 
214
“누구냐?”
 
215
“서분이야요. 양…… 양잿물 먹은 데 뭘 먹으면 나아요?”
 
216
“글쎄, 잘 모르겠군. 왜 그러냐?”
 
217
“어서! 큰일났어. 양…….”
 
218
“글쎄 왜 그래? 누가…….”
 
219
그냥 어떻다는 것을 서분이는 문을 탁 닫아버리고 그 집을 나와서 다음 집으로 갔다.
 
220
세 집 만에야 서분이는 양잿물을 삭이는 방문을 겨우 알았다.
 
221
“뜨물을 먹여봐라.”
 
222
이 말을 듣고 누구가 양잿물을 먹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도 않고 집으로 달려온 서분이는 곧 부엌으로 들어가서 뜨물을 한 바가지 떠가지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223
“에케, 에케, 얘 미쳤다?”
 
224
철레철레 뜨물을 흘리며 들어오는 며느리를 시부모는 경이의 눈으로 쳐다보며 피하였다.
 
225
“뜨물이 약이래요.”
 
226
이 말뿐, 서분이는 남편에게로 가서 날뛰는 남편을 쓸어안고 머리를 억지로 자기의 무릎 위에 눕힌 뒤에 뜨물을 부어넣었다.
 
227
푸 - 퉤 -. 남편은 뜨물을 뱉었다. 서분이는 다시 먹였다. 먹이고 뱉고 이러는 동안에 몇 모금의 뜨물을 남편은 마셨다. 뜨물을 남편의 입에 붓는 동안 서분이는 정성을 다하여 신령께 축수하고 있었다. 제 목숨을 죽일지언정 이 사람은 살려주세요. 죽지 않게 해주세요.
 
228
그것은 뜨물의 덕인지 서분이의 성의의 덕인지 남편의 생명만은 붙었다. 그러나 입속과 창자가 모두 해져서 목숨은 붙었다 하나 매우 위독하였다.
 
229
서분이는 잠시를 곁을 떠나지 않고 위독한 남편의 병간호를 하였다. 세상의 어떤 어머니가 제 자식에 대하여 이렇듯 지극한 사랑을 가졌을까. 한 주일을 간호할 동안 서분이는 자리에 누워보지도 않았다. 정 졸음이 오면 잠시 남편의 자릿귀에 기대어서 깜빡 잘 뿐 자지도 않았다. 이 지성의 간호에 남편의 병은 나날이 나아갔다. 한 주일 뒤에는 조금 밥도 먹게 되었다.
 
230
그러나 세상의 입은 무서웠다.
 
231
알지 못할 급병으로 날뛰는 남편을 서분이는 어떤 근거로써 양잿물 먹은 줄을 알고 그 방문을 물으러 다녔을까. 여기서 말썽은 말썽을 낳았다. 그리고 그 말썽은 차차 전파되어 귀 밝은 경찰에까지 들어갔다.
 
232
서분이는 남편의 병상 앞에서 경관에게 끌려갔다.
 
233
아직은 마음을 놓지를 못하겠으니 이틀만 더 병간호를 한 뒤에 마음대로 잡아가달라는 서분이의 탄원도 아무 효력이 없이 그는 앓는 남편을 남겨두고 돌아보며 돌아보며 주재소로 끌려갔다.
 
234
“나는 아무렇게 되든 당신이나 얼른 쾌차해요.”
 
235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서.
 
236
시부모도 따라 나오면서 눈물로 며느리를 보냈다.
 
 
237
지금 서분이는 옥창에서 남편의 병든 몸을 생각하며 눈물짓고 있겠지. 여인의 향하는 의표(意表) 외의 일은 도저히 우리로서는 해석할 수가 없는 일이다. 서분이는 왜 남편을 죽이려 하였을까.
 
 
238
여인은 수수께끼다. 여인은 하느님의 특작(特作) 제품이다.
【원문】큰 수수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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