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느날 진고개까지 갔다가 탐스러운 백합 몇 송이를 사왔다.
3
꽃은 젊은이뿐이 아니라 노인도 즐겨한다. 그러나 노인이 꽃을 보고 웃는 얼굴에는 그 얼굴의 주름살과 같이 숨기지 못할 애수가 새기어진다.
4
이걸로 보면 젊은이의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조금은 믿음성이 있다.
5
이러한 구별을 하는 것부터가 젊은 마음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꽃을 좋아하는 것만은 속일 수 없다.
6
물에 잠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백합이 하루를 지나고 나니까 확 피어졌다. 청초하고 탐스러운 것도 좋거니와 몰큰한 향내가 방금 사람을 반하게 한다. 꽃은 과연 고운 것이다.
7
사오 일 지나고 나니까 꽃이 시들어가고 향기가 없어진다.
8
향기롭고 번화하게 피었을 때에는 비교심리(比較心理)는 아니 생기더니 시든 때에야 시든 그 꽃을 늙은 여자에게 비하여 보게 된다.
9
시든 꽃을 버려버리고 싶으나 두고 보고도 싶다. 그것이 무슨 연정(憐情)으로가 아니라 시든 꽃과 하숙집의 안노인을 대조하여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젊은 마음일지는 모르겠으나 상태(常態)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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