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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봄은 명월관(明月館) 식교자(食轎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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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2월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1
내봄은 明月館 食轎子[명월관 식교자]
2
(봄을 기다리는 맘)
 
 
3
내봄은 明月館 食轎子己(명월관 식교자기)세. 가령 날이 저물고, 朝飯[조반] 기억은 上古史[상고사]한 ‘페지’요, 호주머니 열 일곱이 독촉장, 광고지, 먼지 부스럭지의 피난처 밖에 못 되고, 돈냥 잇는 아는 놈은, 일부러 피해 갈 때 마침 명월관 앞을 지나면, 이때 痳痺[림비]돼가는 뇌신경이 현기[眩氣]에 가까운 상상의 반역을 진압을 수가 잇겟는가? 없을겔세.
 
4
두어고팽이 ‘복도’를 지나, 으슥한 뒷방으로 들어서거든. 썩 들어서자, 첫 눈에 띠인 것이 神仙爐[신선로]에선 김이 무엿무엿 나는데 신선로를 불러 접시, 쟁반, 탕게 등 大小器皿이 각기 珍味[진미]를 바뜰고 옹위해 선 것이 아니라, 앉엇단 말일세, 此[차] 소위 食童子[식동자]시라, 애헴, ‘안석’을 지고 ‘방침’을 괴고, 무엇을 먹을고.
 
5
爲先[위선] 총검열을 하것다. 다 그럴 듯한데 欲速須緩[욕속수완]이라, 서서이 차려보자. ‘닭얄저냐’를 하나, 초고초장에 찍어 먹고, 댐으로 魚膾[어회], 또 댐으로 김치, 이리다 보니, ‘궤장’과 ‘어리굴젓’이 빠젓구나. 이런 몰상식한 놈들 봣나.“여봐 뽀이 계장과 어리굴젓 가저오구……인력거 보내서 廣忠橋[광충교]밑 사시는 徐生員[서생원] 좀 뫼서와…” 이쯤 상상을 하게 될 것일세. 내 봄은 이런 친구의 이따위 상상 밖에 못 되네.
 
6
‘지난에 왓던 각설’이 죽지 안흐니 또 오는게 아닌가. 봄이 또 오네 그려. 봄이 오니까 봄에 매달려 다니는 온갖 것이 또 딸아오네 그려. 할미꽃도 뫼ㅅ등에서 ‘꼬부랑 꼬부랑’하고 피여날게고. ‘냉이’와 ‘모시조개국’도 胃[위]확장 환자들의 식탁에 出班奏[출반주]를 할게고.
 
7
山[산]이 푸르러지고 산이 푸르러지니 공연한 몽유병걸린 친구들이 자연은 초록치마를 입엇느니 월람만또를 둘럿느니 하고 잠꼬대를 하게 되고 급기야 朴家粉[박가분]으로 맥질한 醜婦[추부]상판 같은 ‘牛耳洞[우이동] 사꾸라’가 近者[근자]의 ‘鑛[광]쟁이’들처럼 벼락 득세를 하게까지 피네 그려! 이런 때에 竹杖[죽장]이 없으면 ‘부집갱이’라도 들고 世累[세루]를 벗은 몸이 산이건 물이건 찾아가는 것이 아닌게 아니라 꽤 괜찬흘걸세. 꽃도 볼 만한게고 종달새 노래도 들을 만한게고, 먼 산 아지랑이 불탄 잔디 속닢도 괜찬흔 게고 쏘는 폐단만 없으면 벌 한마리나 와서 창앞에 웅웅대주고 싶은게지……. 그러나 그런 한가한 팔자가 못 된단 말야. 봄구경이 다 무엔가 결국 내 봄은 公囊公[공낭공]의 생각하는 明月館 食轎子己[명월관 식교자기]세 그려. 바위에 붙은 ‘우무렝이를 보앗지. 꼭 그놈 신세거든. 자고 먹고 그리곤 칠판에 꼭붙어 물우렝이가 아니라 물우렝이 노릇을 한단 말일세. 목에다 줄을 매고 그 줄 끝에다 백두산[白頭山]만한 白墨筩백묵통]을 달앗네 그려. 곰작달삭의 능, 永無[영무], 絶無[절무], 호떡집 종달새 같이 창틈으로 하늘이나 쳐다볼까, 종일 시달리고 나면 쉐빠진 ’시켸‘가 된단 말일세. 풋감 씹는 기분으로 집을 가는 길인데……. 별안간 왜 ― ㅇ 이런 망할 놈의 자동차, 백묵가루 채 못떨은 얼골에 먼지박아지를 덮어 씌우고 가니, 그것이 보기 실흔 연놈이 탄 것일 때, 火[화]아니 낼 부처님 잇나. 발동기 만든 놈은 지옥하층으로 가라고 축원을 하고, 또 걸음을 걷네.
 
8
또 ‘之[지]’자 稭[갈]쓰는 놈, ‘天[천]’자 草[초] 그리는 놈, 屈曲自在[굴곡자재]한 劉伶[유영]의 亞流[아류] 일당. ‘딱 한놈이 남을 치네. “이자식 눈을 신고다니나” 하니, 생판 제가 받아노코, 이럴 도리가 잇나. 적반하장은 놈들의 가훈인 모양인데 ……압다, 곧, 한번만 五兄第分[오형제분]이 출동을 하면, 당장에 쇠똥 줘먹는 꼴을 보겟는데……아서라, 처지가 못된다……참아라………이래서, 일 것, 쓰자고 타고난 주먹을 여름생각처럼 썩여버리니, 그 때 내맘이 어떠켓나. 집에를 와, 외상쌀이나, 다행이 밥맛은 호전키로 한그릇을 먹고 나니, 식자가 쇠누깔이라, 古文眞寶[고문진보]에서 배운 桃李園序[도리원서]생각이 나네 그려. 생각하면 秉燭夜遊[병촉야유]가 良由以也[양유이야]거든. 아닌게 아니라, 천금주어 안바꿀 春宵[춘소]요, 켜나 안켜나, 물건다무는 십촉전등은 잇으니, 하롯밤 냉수라도 먹고 새볼까 …… 못된다, 공연이 팔자에 없는 外上興[외상흥]을 내다가, 翌日朝九時[익일조구시],“어째, 준비 앙이 해 가지고 왓는겨라오” 하는 날이면, 이것 참 彼不快[피불쾌] 我[아]창피라 “ 아야 국으로 살자” 하고 네굽을 모고 툭 쓰러지니 봄밤은 짧아 열시를 땡땡……
 
9
누어 자랴는데 ‘기억’이란 놈은 언제나 철이 나랴는지 그 언젠가 아마 근 10년전에 본 어느 산촌의 暮景[모경]을 앞에다 버려놋네 그려. 산이 잇고 산기슭으로 10여호 초가가 잇고 집들 앞에 버들죽동이 서고 그 옆으로 냇물이 흐르는데 그 냇가에서 5,6명 애들이 ‘호드기’를 불며 나물을 캐네 그려. 電柱[전주] 하나 없는 마을! 아모 ‘바뿜’아모 ‘ 시끄러움’도 없는 듯한 봄 산촌에 끈였다 이엇다 호드기소리가 들려를 와 잔디밭에 누어서 하늘을 처다보며 이 소리를 들을 때의 내맘이 어떠트라 할가 슬픈 듯 애다른 듯 하여간 울어버리고 말엇네 그려. 朝鮮[조선]의 봄! 조선의 그윽한 봄 정조! 오냐 하로쯤 배탈이 낫다고 缺勤屈[결근굴]를 하고 이런 데를 꼭 한번만 다녀오자 하는 최만흔 음모를 자리밑에서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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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동아일보]』,1935년 2월23일)
【원문】내봄은 명월관(明月館) 식교자(食轎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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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金尙鎔)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3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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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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