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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믐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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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4월
김상용
生活(생활)의 片想[편상]들
1
그믐날
 
 
2
연말이 되니, ‘외상값 ’이 마마 돋듯 한다. 고슴도치는 제가 좋아서 외를 진다. 그러나 그는 심성이 원래 지기를 조와해서 빗을 진 것은 아니다. 구지 결벽을 지켜보고도 싶어하는 그다. 그러나, 癖[벽]도 運[운]이 있어야 지키는 것―한데 운이란 원래 팔자소관이라 맘대로 못하는 게다. 그도 어쩌다 빗질 운을 타고났을 뿐이다.
 
3
“이달은 섯달입니다. 이달엔 끊어 줍쇼”한다. 言則是也[언즉시야]다. 정월서 열두달이 갔으니 섯달도 됐을 게다. 섯달에 淸帳[청장]하는 법 쯤이야 근들 모를리가 있겠느냐?
 
4
또한 “줍쇼, 줍쇼”하는 친구들도 꼭 좋와서 이런 귀치 않은 소리를 외며 다닐 것은 아니다. 그들도 받을 것을 받어야 저도 살고, 남에게 줄 것도 줄게 아닌가? 듣고 보면, 그들에게 더 눈물겨운 사정이 있을 적도 많다. 그러나, 손에 分錢[분전]이 없을 때 이러한 이해성은 수포밖에 될 것이 없다. 정도 그러하고 의도 역시 그러하나, 현실의 어름은 풀릴 줄을 몰를 때 그의
 
5
‘띠렘마’엔 비애의 구름이 가린다.
 
6
“물론 주지, 그믐날 줄게니 집으로 오소”하였다. 그는 이 순간 감히 물론을 ‘주지’우에 부칠 정도로 ‘동, 끼호테’가 되었다. 그러나, 이 ‘물론’이 전연 零[영]에서 출발한 물론은 아니다. 그도 4년전에 50원 하나를 어느 친구에게 꿔준 일이 있다. 딱한 사정을 듣고 나서, “무슨 방도로라도 그믐께 쯤은 갚아드리리다”하는 답이었다. 이것이 그에게, ‘물론’을 뺕(吐[토])게 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서 빚을 얻고 그 빗을 4년이나 못 갚았다면, 그 친구의 실력도 짐작할 만한다. 이런 때의 문제는 실력이지, 誠意[성의] 유무가 아니다. 들어올 가능성 1에 들어 못올 확실성 9쯤 된다.
 
7
이런 것을 믿다니 …과연 어리석지 아니한가? 그도 算術[산술]시험에 70점을 맞아본 수재다. 그만 총명으로 이 ‘믿음’의 ‘어리석음’을 모를 리가 없다. 말하자면, 그는 이 어리석음을 자취한데 불과하다. 이런 때 떠나려오는 ‘짚푸래기’를 안잡는댔자, 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는 ‘그믐’이란 眼疾[안질]환자의 파리채로 빗장이들을 쫓아버렸다. 이마를 만져 보니, 식은 땀이 축축하다.
 
8
하늘은 선악인의 집웅을 擇[택]치 않고 雨露[우로]를 나려 준다. 게까지는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債[채]의 權務[권무]를 가리지 않고 그믐을 함께 보내심은 그 恒惠[항혜]가 지나쳐, 원망의 눈물이 흘은다. 마침내 빗쟁이들에게 ‘줍쇼’날이 오는 날, 그에겐, 주어야 할 그믐날이 오고 말았다.
 
9
이때, 기다리는 50원이 나 여깃소 하면야 근심이 무에랴? 그러나, 스므아흐렛날이 지나, 그믐이 돼도 들어와야 할 50원은 어느 골목에서 길을 잘못 들었는지, 종내 찾아들 줄을 모른다. 그에겐, “물론 주지! 그믐날 집으로 오소”한 기억이 반갑지 못한 총명 덕에 아직도 새파랗다.
 
10
“집으로 오소” 해놓았는 지라. 빗쟁이들이 다행 일터까지는 달겨들지를 않는다. 평온한 하로속에 일이 끝났다. 일이 끝났으니, 갈게 아니냐? 제대로 가자면, 그믐날도 되고 하니 일직암치 집으로 돌아가야 할게다. 그러나 천―만에. 이런 때 집으로 가는 건 맨대가리로 마라리 둥지를 받는 것과 똑 마찬가지다.
 
11
그는 오며오며 萬策[만책]을 생각해본다. 생각해봐야 다방순례 밖에 타계가 없다. 가장 염가의 호신피난법이다. 그러나 軍資[군자]는? 그는 다떨어진 양복주머니에 SOS를 타전한다. 일금 三十錢也有(야유)의 報牒[보첩]! 絶處逢生[절처봉생]은 만고에 빛날 玉句[옥구]다.
 
12
그는 다방문을 연다. ‘뽀이’의 “드럽쇼”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 소리에 대해 모자를 벗지 아니할 정도로 오만하다. 30전 군자는 그에게 이만한 오만을 가질 권리를 준 것이다. 차 한잔을 앞에 놓고, 활동화보나 들치면 세 시간을 있어도, 여섯 시간을 있어도 당당한 이집의 손님이다. 그는 우선, ‘거미줄 같은 니코친’ 망 속에 무수한 삶은 문어대가리를 보았다. 그는 그들의 睥睨비예]하며, 가장 점잖게 座[좌]를 정해 본다. 一厘[일리]에 투매되는 ‘그리아―핀’의 ‘가의 뱃노래’는 그 정취가 과도로 애수적이다.
 
13
그는 커픠 한잔을 命[명]하였다. 얼마 아니해 卓[탁]우에 노여진다. “오 ―거륵하신 커―ㅅ잔!”하고 그의 기도는 시작된다. 어서 염라대왕이 되사, 이 하로를 올가가주소서 하는 애원이다. 어쨌던, 그의 군자가 핍진키전에 그는 이날 하로를 鏖殺[오살]해야 할 嚴訓[엄훈]하에 있다.
 
14
겨울밤이 열시 반이면, 밤도 어지간이 깊었다. 그는 이 사막에서 세 ‘오아시스’를 찾노라. 30필의 낙타를 다 읽은 隊商[대상]의 신세다. 그는 지금 가진 것을 다 버린 가장 성결한 처지에 있다. “지금까지야, 설마 기다리랴?” “지금 또야 오랴?” 비로소 안도의 성이 심장을 두른다. 거리의 찬 바람이 휘―지날 때, 그는 의미모를 뜨거운 두 줄을 뺨에 느꼇다. 누가 그의 왼볼을 치면, 그는 진심으로 그의 바른볼을 제공했으리라.
 
15
문간을 들어스자 “오늘은 꼭 받아 가야겠다고 다섯사람이나 기다리다 갔소”한다. 이건 누굴 숙맥으로 아나, 말 안하면 모를 줄 아나봐 댓구를 하고도 싶다. 그러나, 부엌을 바라보자 마자, 그의 배가 와락 고파진 이때, 그에겐 그 말을 할만한 여력이 없다. 그는 꽁문이를 퇴ㅅ마루에 내던젔다. 그리고 맥풀린 손으로 신발끈을 끌르랴 한 이 때다. 바로 이때다. 바로 이때, “참 아까, 50원 가저왔습듸다!”한다. 귀야, 믿어라! 이어인 하늘 음성이냐? “무어? 50원을 가저와? 50원을!” 이런 때 아니 휘둥그래지면, 그의 눈이 아니다. 자―기적이다! 기적을 믿어라,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냐? 그래도 기적이 없다는 놈에겐 자자손손 殃禍[앙화]가 나려야 한다. 오―고마우신 기적의 50원!
 
16
열하니가, 다 뭐냐? 새로 한시 안야, 세시라도 좋다. 50원아! 가자. 감금된 청백 고결을 求[구]하러, 50원아, 십자군의 행군을 어서 떠나자! 어느 놈이고, 올 놈은 오라, 그래, 너의들의 받을 게 얼마냐? 주마한 그믐날 이다. 주다 뿐일까, 장부의 일언을 천금 주어 바꿀 줄 아는가?
 
17
그에겐 지금 空腹[공복]도 피로도 없다. 포도를 울리는 그의 낡은 구두는 개선장군의 말굽보다 우렁차다. S상점의 문을 드드린다. 아모 답이 없다. 고연 놈들! 벌서 문을 닫다니……받을 것도 안받고 벌서 문을 닫혔어 고연 놈들!
 
18
“문, 열우―”하고 또 문을 두드린다. “누구십니까?”한참만에야 문이 열렸다. “내요. 돈 받으소, 아까 왓드래는걸, 어―마침, 친구에게 부뜰려서……하하, 친구에게 부뜰리면, 어쩔 수가 없거든……”“그럿습죠! 하하”‘줍쇼’ 때에 비해 그의 음성은 간지러울 정도로 보드라ㅅ다.
 
19
“어―한데, 사람이란 준다는 날은 줘야지―그렇지 않소ㅡ, 어―한데, 모두 얼마드라……” S상점의 심을 마치고, 다시 개선장군의 말굽소리를 내며, 그는 다음 상점을 찾어가는 것이다.
 
 
20
(「新家庭[신가정]」4권 4호, 1936년 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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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용(金尙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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