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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의 조각조각 - 내가 사숙하는 내외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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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7
김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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記憶의 조각조각 (내가 秋淑하는 內外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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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것 살아오는 동안 나 亦 文學書類 낱이나 읽은 셈이다. 그 기억을 더듬어 “나는 과연 누구를 조아 햇나? 누구를 배웟는가? 또는 누구를 배우랴 하는가?” 등을 스스로 풀어 본다. 나는 거의 정열타 할 만한 정으로 어느 작가를 사랑하든 일을 생각한다. 그러나 시일리 가면 그와 다른 점으로 나를 달리 유혹하든 또 다른 작가의 출현을 또한 생각게 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여럿을 사랑햇고 여럿을 배우려 햇고 그러다가 여럿을 버린 셈이다. 無節介라도 조타. 無言탄 責도 감수할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엄연한 사실을 말살할 도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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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내가 사숙한 누구를 찾으라면 나는 일시일망정 내맘을 끌엇든 그네들은 들 밖에 없는 운명에 봉착한다. 그러기에 이 글은 대개 내 기억의 조각조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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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雨乳山靑山>을 지어 先考에게 칭찬을 받는 7, 8세 시절이다. 今日 曹操, 명일 玄德의 通鑑생활이 ‘짚’을 씹는 것보다 실혓다. 하로는 단연 집을 벗어나 아랫말 서당을 찻앗다. 때는 하절, 此所謂 ‘唐音時節’이라. 或者는 ‘馬上逢寒食’과 싸우고 혹자는 ‘飛流直下 三千尺'을 자랑한다. 뭇병아리 같이 왱왱대는 중에 一鳳이나 되는 듯 초연이 一座를 정하고 듣기 조케 외오는 草堂잡이가 잇다. ‘哀吾生之須更 義長江之無窮’을 요새 문자를 쓴다면, 제법 멋이 잇게 읽어 재낀다. 과연 어깨짓이 날 것 같다. 나도 古文을 읽자. 고문같은 글을 써보자. 이리해 나는 이런 浮虛한 동기로 일시 東坡, 王勃를 추모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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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10년 중학모를 쓰고 本町 어느 서점의 서가를 뒤지고 잇엇다. 「復活」! 우선 술이 두텁고 제목이 또한 그럴 뜻하다. 첫 장을 들쳤다. “… 돌새에 풀이 싹트고 양지엔 파리가 앵앵댄다. 또 무엇이 어떠어떠니…… 봄은 과연 봄이로다.” 식으로 능청맞게 서두를 설하엿다. 闇夜에 등촉을 본 듯, 첫 몇 줄에 내 맘은 뛰엇다. 나는 여직 이런 글을 읽어 본 적이 없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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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虛의 한을 씹으며 하숙으로 돌아와 一金二圓也를 빌리는 대로 다시 그 서점으로 다름질을 첫엇다. 책을 끼고 狂喜속에 돌아오는, 내 그리운 시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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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나는 이때 비로소, 소위 新文學을 접햇다 할 것이다. 「부활」 의 어느 한줄, 어느 한절, 내 영을 일깨워 주지 안는 것이 없는 듯 하엿다. 나는 오즉 감격, 황홀속에 책장을 뒤젓섯다. 교과서를 돌아볼 여지가 없엇다. 그런 休紙들은 쓰레기통에 버려주면 감사할 심사엿다. 성적이란 다 무엔고? 여기 ‘네프리유―드’ 의 번민과 참회가 잇지 아니한가? 여기 永遠未解의 愛感問題가 잇지 아니한가. 어쩌면 우리의 영혼을 구할가? 어찌하여야 이 어그러진 사회를 바루잡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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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 문제가 우리 앞에 노인 것이다. 나는 점수 云云의 선생의 낯에 침을 뱉고 싶엇다. 페―지마다 내 감상을 적어가며 한 달만에 이 한권을 필햇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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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復活] 1권을 읽음으로 나는 내 생의 全額을 찾은 듯하였다. 나는 ‘카―츄샤’ 가 그립고 ‘네프리유―드’가 그리웟다. 그 이상 杜翁이 그리웟든 것이다. 나는 그의 석고상을 床頭에 노코 그의 주름잡힌 이마, 들어간 눈 속에 인간의 고민상을 보앗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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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의 두옹에 대한 내 심정은 한갓 심취만이 아니엇다. 한갓 숭배만이 아니엇다. 진실로 두옹에 대한 그때의 내 심정은 형용할 말이 절햇든 것이다. 나는 그의 저서를 닥치는 대로 사 읽엇다. 「人生論」 「性慾論」 등은 의미부지의 곳도 만헛다. 그러나 모르는 곳은 모르는 대로 그대로 조하 읽엇다. 나는 ‘인생은 무엇이냐’, ‘사람은 어데서 와 어데로 가느냐’ 등의 '어림없는 문제를 안고 인적 끈허진 밤 松林속을 걷는 그 시절을 지금 喜哀不辨의 심정으로 회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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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을 사랑하자. 나를 먼저 회생하자. 인도적으로 살자. 문학을 내 천직으로 살아보자. 이런 유치하고 순진한 결심한 것이 대개 이 시절이오, 그 동기가 또한 대개 杜翁의 감화이엇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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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톨스토이’ 熱은 도가 오를대로 올랏엇다. 熱度는 포만점을 넘어 나려질 수밖에 없을 때다. 때마츰 나는 印度詩聖 ‘타고―러’를 접햇든 것이다. 「기탄쟈리」, 「초생달」, 「園丁」 등의 발췌집인 小○子가 初對面의 인연이 되엿엇다. 그의 詩想은 유현을 흐르는 淸流를 상상케 하엿다. 그처럼 가늘고 맑고 아름답게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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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새노래와 꽃과 별빛과 달 그림자와 흐르는 시내와 우유차의 방울소리 등의 그 내용은 오즉 신비롭고, 오즉 甘夢하엿엇다. 너머나 환영 같은 너머나 안개 같은 詩曲이엇다. 무엇이 보일듯 그러나 아득한 그림자 뿐이엇다. 분명 잡았건만 손은 오히려 버엿든 것이다. 오즉 실비 같이 形跡없는 ‘보드라움’ 이 내 시들랴는 영혼우에 나려질 뿐이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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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풍부한 乳房을 빨고 자란 동심의 ‘거문고’ 가 아니곤 이처럼 ○○○, 아니 懊惱에 가까운 妙曲을 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사람을 환영의 세계로 이끄는 마력이 잇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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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萬古의 빙설을 인 설산의 숭고를 그 작품속에서 본 것이다. 나는 또 문득 南國의 석양이 푸른 江河언덕에 비낀 거기, 어미찾는 송아지의 울음을 들은 것이다. 가모를 대평원, 菩提樹의 두터운 그늘 이런 것 亦 그의 작품의 字와 行우에 어른대는 상상의 그림자다. 그는 〈海邊에서〉로 流轉無雙한 인생을 물결에 비해 읊엇다. 밀려드는 세파는 오늘도 아기들의 쌋는 ‘모래城’을 흩어 놋나니 이 작을 읽고 초연이 생을 재음미하게 된 것이 어찌 필자의 심경뿐이엇으리오. 대학 예과 2년 시절이다. 나는 영어공부를 겸해 英譯 ‘투르게―네프' 의 <연긔> (Smoke)를 읽기 시작하엿다. 한 친구와 會讀키로 하되 질문과 응답을 교대해 하기로 하얏엇다. <연긔>의 첫 몇 장은 작중인물의 소개에 불과하다. 初對面의 수십 인물은 그 이름만도 기억이 극난이다. 친구는 이 부분에서 실증을 내버렷다. 그러나 얼마 아니하야 작품은 적이 佳境에 들게 된다. 미숙한 어학으로 그 독해가 용이치 안앗으나 진진한 흥미에 노고를 노고인 줄 모르고 독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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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잊히지 안는 작중의 한 ‘씨―ㄴ’이 잇다. 주인공은 마침내 일에 成한 것이 없이 사랑마저 깨어저 바린다. 그는 쓰라린 상처를 안고 추억의 땅을 떠낫다. 고국인 露西亞로 도라오는 차중이다. 창외엔 날이 그믈다. 그는 무심히 아마 무념중에 이마를 창에 대고, 밖을 내다 보는 것이다. 기차는 때마츰 고달픈 듯 연기를 토하며 어느 산구비를 돌고 있다. 한없이 토하는 연기, 토해저선 한없이 사라지는 연기다. 문득 없어지고 문득 보이다 문득 안보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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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두가 저럿타” 이것이 그의 심경이였다. “아! 모두가 연긔다. 연긔가 아닌 아무것도 없다.” 그는 그의 사업을 연기에, 비하고 그의 사랑을 연긔에 비하고 그의 전생을 연긔에 비하였다. 그는 마침내 노서아의 모든 것 마저 연기에 비햇든 것이다. 필자 亦 생의 허무와 악착의 무하익을 그와 함께 탄식해 본 일이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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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게―네프’는 ‘톨스토이’의 그 위대하는 面影에 차차 俗風이 띠어 보이게 하도록 내 마음을 다른 방면으로, 매혹한 작가다. ‘톨스토이’ 의 내게 대한 위대성은 그 원인이 대개 그의 사상적 감화에 잇엇든 것이다. 그는 실로 사상적으로 위대한 존재다. 그러나 그는 어딘지 道學者的 修身先生의 풍이 잇다. 그에 비해 ‘투르게―네프'는 얼마나 솔직한, 얼마나 순진한 예술가적 존재뇨, 그의 작품에 오즉 예술이 잇을 뿐이엇다. 애수로 일관된 정조가 예술적 정조임은 물론, 포함된 이론마자 예술의 의상을 떨친 이론이엇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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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루―진」을 읽고, 「전날 밤」을 읽고, 「處女地」 「아버지와 아들」을 읽고 내지 「散文詩」 「獵人日記」 등 단편물까지 구할 수 잇는 대로 구해 읽엇다. 나는 그의 기교에 탄복하고, 그의 작중인물에 잇는 동정을 다하엿다. 고백하면 나는 교정 蘇鐵그늘 밑에서 교실에 가기를 잊고 ‘빼자롭’ (아버지와 아들의 주인공)의 운명을 울엇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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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명목상으롤 망정 전공했다는 것이 영문학이다. 자연 다른 나라 문학에 비해 이나라의 작가, 작품을 좀더 만히 접햇다 할 것이다. '쉑스피어‘는 英國의 그보다 오히려 전인류의 가장 위대한 한 문학적 존재다. ‘쇼―’, ‘톨스토이’의 冷笑가 잇다 할지라도, 그의 贍富한 창작력은 오히려 三嘆의 치가 잇다. '밀턴’의 지식을 뉘 해박치 안타 하랴. 그 웅혼한 음악은 가히 사람을 심취케 하는 무엇이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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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은 내게 잇어 너무나 큰 존재엿다. 내게는 너무나 거리가 먼 까마득한 존재든 것이다. 그들의 위대, 웅혼은 나와는 길을 달리한 위대 · 웅혼인 듯 하엿다. 그들의 위대 · 웅혼에 비할 때 내 존재는 너무나 왜소 · 졸열하였다. 내 왜소, 졸열을 구집을 고집하고 싶은 내 심사든 것 이다. 그들의 ‘큼’을 볼때 내 ‘적음’은 더욱이 貴여워 그 ‘적음’을 어루만지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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擬古主義와 舊穀을 깨트리고, 단연 형식의 자유, 감정의 해방, 내용의 참신을 제창한 浪漫義主의 七雄이 잇지 아니한가? 그들은 내가 못내 애독하얏고, 아즉도 애독하는 시인들이다. 그들이 이미 말한 ‘쉑스피어’ ‘밀턴’에 비해 그 차류적 존재에 불과함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기탄없는 친근성을 가질 수 있는 존재들이엇다. 특히 惡魔派의 영광스런' 누명을 쓴 ‘바이론’, ‘쉘리 ―’, ‘키―쓰’는 그럿케도 내 20시절의 심금을 설레는 세 시인이다. 나는 지금 오히려 내 맘이 울적할 때 ‘쉘리 ―’의 <雲雀賦> · <나포리海邊의 失望曲> · <悲嘆> · <西國賦>를 낭송하는 것이다. ‘키―쓰’의 <杜鵑賦>는 아마 내 종생의 애송시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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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이론’은 이 두 시인에 비해 훨신 더 큰 매력으로 내 넋을 끌엇엇다. 그는 진실로 정열의 騷人, 분방의 화신이다. ‘바이론’ 스스로도 말했거니와 그는 과연 삼림에 숨은 사자, 용암이 부글대는 活犬山이다. 한번 시상이 솟을 때 그 과용의 세에 스사로를 잊엇엇다. 저절로 흘러 형식을 이루리 조탁의 小枝를 농할 여유가 그에게 없엇다 한다. 그는 약관시절에 이미, 英國은 물론 전세계 문단을 풍미한 쾌남아다. 그러나 불행이 결혼에 잇어 경솔하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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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己者를 염하는 심정은 ‘앵글’ 족이라 다르랴? 하로 아침 만 육천 부의 ‘해적’을 산 英 민족은 전날 ‘바이론’을 찬하는 혀로 다음날 ‘바이론’을 睡駕하엿다. “나는 하로 아침에 깨여 내 高名해짐을 알았노라” 한 ‘바이론’의 득의도 南柯의 한바탕 꿈으로 깨여젓다. 그는 “내가 英國에 맞지 안는가? 그러치 안흐면 영국이 내게 필요치 안타” 하고 ― 笑로 조국을 떠나 버렸다. 찬할 일은 아니되 얼마나 쾌한 일이뇨. 시인의 보금자리는 상아의 탑 밖에 될 것이 없다 하야, ‘退要의 굴’에서 제불구와 비겁을 자위하는 徒輩도 잇다. 그에 비해 ‘바이론’은 과연 거대한 씩씩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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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을 들면 능히 풍운을 이르키고 칼을 잡고 三軍을 질타한 그다. 미와 예술의 나라, 希臘을 구키 위해 몸소 矢石聞에 서질 안핫는가. 이 또한 얼마나 壯하뇨, 나는 시인인 그를 사모하얏다. 또한 장부인 그를 부러워도 한 것이다. 비겁한 선보다 대담한 죄를 찬한 그는 스스로도 범한 過가 잇다. 그러나 그 과실마저 무슨 誘惑이냥 내 맘을 끌엇섯다. 當年의 열광을 말하는 듯 아직도 내 床頭를 떠나지 안는 손때 묻은 <하롤드의 巡禮>를 또 한번 나는 바라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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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두뇌의 명석, 풍자의 辛辨도 취할 만하다. ‘골스워―디’ 는 그의 법률관, 도덕관, 사회관에 공명한 것이다. ‘하―디’, ‘엘리엍’을 읽고 ‘스케일’의 웅대, 묘사의 能, 인생 투시의 明을 놀랏고, ‘깃싱’은 동양적 閑雅와 목가적 전원미에 감하얏다. 문장의 優麗는 ‘오스카 · 와일드’, ‘스티―븐손’ 이 딸코 십엇다. ‘췌스터―톤’ ‘떼―바스’는 백출 하는 기지가 부러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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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으로 내 기억의 ‘깜팽이’ 모음을 그만두자. 생각하면 나는 어떤 작가를 앙모 · 추종은 하면서도 오히려 내 전부를 바치지 못한 어여쁜 존재다. 위대하나 그들의 他다. 적어도 ‘나’는 타로 못바꿀 ‘나' 가 아닌고. 나는 결국 위대한 뭇 그네들을 영양삼아 적건 크건 간에 타로 못 바꿀 ‘나’ 를 기를 밖에 없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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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亞日報」, 1935년 7월 25,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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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 ○○○○ 부분은 원본에서도 미해득된 곳임을 표시함.
【원문】기억의 조각조각 - 내가 사숙하는 내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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