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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화의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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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9
박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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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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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나는 이상스러운 경쾌한 기분을 느낀다. 그의 로브로의 정신이 시에 있어서 놀랄 만큼 정확히 묘출되어 있는 것과 직감이나 소재, 테마나 사고가 우리의 체험과 신변 그리고 시정(市井)과 일상의 생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까닭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의 대부분의 시작들은 주제가 그러한 것과 같이 독자로 하여금 매혹의 정을 초래시키는 것인데 이것은 시로서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과는 달리 하나의 중대한 의의를 완수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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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초기의 작품은 소묘의 형식을 취한 ‘바다’를 주제로 하였으나 최근 내가 받은 그의 제3시집 『패각의 침실』은 ‘바다’의 시대를 경과하는 동안에 얻은 존귀한 현대의 감수성과 표현상의 기술로써 근대사회의 문명 형성의 발상지이며 상징인 도시와 그곳에 사는 인간의 제상을 노래한 것이 중요작품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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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출발의 영향은 전 작품에 큰 음영을 주며 반대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그의 시의 입장은 유리하게 전개된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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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침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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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짓밟고 간 나의 피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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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파라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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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모두 빨간 입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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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목 위에 앉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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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기 아래 상품들처럼 나열한다(결혼식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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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이 통속적인 평이한 언어의 작용을 연속하면서도 그는 그의 시적 표현을 효력 있게 만든다. 물론 어디까지 그의 두뇌나 정신이나 감각을 지배하는 것은 천성적인 시인으로서 비극인 까닭에 그의 정신에 부수되는 일체의 고민은 인간으로서의 내성과 견문에 대한 진지한 비판이 진실한 형태와 시기(時機)에 있어서 시로써 형성된다고 나는 오래도록 생각하여 왔다. 물론 이와 같은 처지는 비단 조병화뿐만의 것은 아니다. 그의 시 「미세스와 토스트」, 「나 사는 마을」, 「위치」 등은 이 시인만이 관념적인 비판으로 일상의 소재를 정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나는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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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에서 철학이나 문학을 이야기하기보다 다른 우선 ‘인생’을, 아니 ‘인간’을 발견하는 데 주력하고 인간과의 대항적인 배열은 회화(繪畵)로 선택하였다. 그리하여 회화 속에는 ‘도시’ , ‘바다’ , ‘식목’ 과 같은 고정된 미의 반영과 실신한 사람이 중얼거리는 이야기처럼 아무 ‘맥’ 은 없으나 아름답게 들리며 이에 독자는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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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있어서 더욱이 전시 하 피난 온 부산의 불모의 육지에 있어서 조병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민은 그들의 정신을 각종의 불안 때문에 콤플렉스의 경지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의 시의 각 절은 특수한 몇 편을 제외하고서는 ‘착란’의 릴레이를 한다. 낡은 시의 전통만에 젖은 독자는 ‘이것은 시가 못 된다’고 공격할지 모르나 나는 이러한 것이 도리어 그의 우위로 될 것이며 현대시만이 가질 수 있는 모험적인 시험이라고 믿는다. 원래 시에는 하등의 일정한 표현의 규정이 있지도 않으며 새로운 세대의 의욕적인 시인은 자기 마음대로 시를 변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확신한다. 그리하여 『패각의 침실』은 전체의 시의 구도가 각종 각색인 것처럼 그는 전절과 연관되지 않는 다음 절을 콤플렉스의 정신으로 묘출할 수가 있고 또한 이에 능숙하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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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의 시집을 통독하여 보니(물론 잡지 신문에 읽은 일이 있으나) 이 시인은 절망하면서도 미래에 대하여 그가 늙어가는 것이 싫은 것과 같이 대단한 애착을 가지며 절망 자체가 무척 즐거운 것처럼 믿고 인생과 대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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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꼭 타야 할 최종 열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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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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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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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와 같은 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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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무 불평도 한탄도 없이 인간이 사는 사회가 우리의 현실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즉각적으로 판단한다. 이것은 시인으로의 조병화의 건전성을 노정시키는 방법인바 나는 처음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사고와 체험이 일상의 생활에 부동한 기반을 두고 있는 데서 생기는 요인이라고 한편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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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말만 들어도 시와 같고 이야기는 즐겁고 표현은 어떤 지적인 경쾌미를 주고…… 조병화는 그의 사람됨이 원만한 것과 같이 시를 쓰는데 탁월한 묘법이 생긴 것 같다. 도시에 사는 사람이 우울을 견디지 못하여 주점에 가는 시를 씀에 있어 도시의 불안이나 주점의 복잡을 그는 몇 마디의 간결한 언어로 종결지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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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주점에 기어들어 나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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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표현이야말로 도시에 사는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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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병화는 그가 가지는 시대의식과 비판의 정신으로 현대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일상적인 언어(국어체 실현)에서 일어나는 제상을 그리 중대히 고심하지도 않으며(그는 간접적인 자기 분열이라고 하나) 오직 천성의 비극에 진실하기 위하여 시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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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종말적인 광장”이라고 대단히 문학적인 용어로 이룬 표현은 역시 시가 못 되며 그는 현대의 지식인이 느끼는 솔직한 고발을 평이한 표현으로 노트한 것이 좋은 시가 되었고 또한 이 집결체가 제3시집 『패각의 침실』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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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화의 이름이 시의 역사에 남을 것과 같이 그의 대부분의 시의 독자는 현대에 있기보다도 미래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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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국제』 (1952. 9)
【원문】조병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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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환(朴寅煥) [저자]
 
  조병화(趙炳華) [출처]
 
  1952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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