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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과 김동인(金東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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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3.16
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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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金東仁[김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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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를 만나니까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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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讀書[독서] 시이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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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합디다. 그럴 듯한 말이외다. 기나긴 겨울 밤을 책도 안 읽고 참말 넘기기 힘들겠지요. 그 말이 너무 眞理[진리]이므로 다른 친구를 만났을 때에 나는 博學[박학]이라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 바삐 그 말을 이용하여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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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친구는 한참 허리가 끊어지도록 웃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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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소릴세. 겨울은 妓生[기생]집 出入[출입] 시이즌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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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내어붙입니다. 그 역시 또한 그럴 듯한 말로서 어떻다고 反駁[반박]할 여지가 없어서 나는 다만 머리를 긁고 말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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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어느 편이 眞理[진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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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眞理[진리]라는 것은 無貞操[무정조]의 여편네와 같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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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貞操[무정조]의 여편네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세상에 무경험인 東仁[동인]에게는」 모르나, 좌우간 萬人[만인]에게 公認[공인]되는 眞理[진리]라는 것은 없다는 뜻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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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글을 잘못 썼읍니다. 이 세상에 眞理[진리]가 하나 있으니, 즉 「만인에게 公認[공인] 진리는 없다」는 것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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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 교만한 自我尊重心[자아존중심]이 많은 東仁[동인]이라 구태여 겨울에 대한 다른 사람의 진리를 그대로 襲用[습용]할 필요는 없겠지요. 필요는 있다 할지라도 자존심이 허락치를 않습니다. 東仁[동인]이는 겨울에 대한 東仁[동인] 자기의 眞理[진리]를 억지로라도 만들어 놓아야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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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사흘을 연구한 뒤에 발견한 사실은 「겨울은 東仁[동인]에게는 病[병] 시이즌이라」는 것이외다. 겨울이 E君[군]에게는 讀書[독서] 시이즌이겠지요. K君[군]에게는 기생집 出入[출입] 시이즌이겠지요. 그러나 내게는 그런 말은 다 아무 뜻이 없는 말로서 겨울은 다만 金東仁[김동인]에게 병을 갖다 주는 시이즌에 지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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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年前[사년전] 겨울은 겨우내 齒科病院[치과병원] 출근으로 담배 먹을 틈도 없이 지냈읍니다. 三年[삼년] 전 겨울은 肺尖加答兒[폐첨가답아]에 겸한 「디스토마」로서 겨우내 에멜틴과 칼슘 주사를 맞으면서 지냈읍니다. 재작년 겨울은 역시 肺尖加答兒[폐첨가답아]가 過[과]하여져서 轉地[전지]로 어느 남쪽으로 향하다가 서울서 惡友[악우]들에게 붙들리어서 四[사], 五日[오일] 暴飮[폭음]한 결과 胃腸加答兒[위장가답아]를 일으켜서 月餘[월여]를 신고하고 그 餘症[여증]은 여름까지 미쳤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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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가운데 그런 경험을 하신 분이 계신지 모르나 病[병](병이라는 것은 딱 싫은 것이외다)이라도 四[사], 五[오]년을 같은 시기에 연속적으로 걸려 놓으면 차차 그 취미는 잊기 힘들게 됩니다. 병이라는 것을 자세 삼아 가지고 일 없는 겨울 밤과 추운 겨울 낮을 아랫목에 뜨뜻이 누워서 천장을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 것은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알지 못할 즐거움이외다. 술을 먹고 달을 쳐다보는 李太白[이태백]이나, 병을 핑계삼고 담배를 붙여 물고 천장의 무늬를 바라보고 있는 金東仁[김동인]이나 조금도 다를 것이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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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라는 것은 한 아름다운 꿈이외다. 아편과 같고 空想[공상]과 같은 한 즐거운 幻覺[환각]이외다. 그런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不幸[불행]하고 가련한 사람이랄 수도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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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까지는 東人[동인]의 몸은 鐵石[철석]과 같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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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병 안 걸리고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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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쁜 듯이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이렇게 말하였읍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엷은 失望[실망]과 病[병]을 기다리는 바람이 감추여 있는 것을 自白[자백]치 않을 수가 없읍니다. 언제나? 아편의 꿈과 같은 즐거운 〈病[병]〉은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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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찢어지도록 병을 기다리고 있을 때에 나는 감기로 눕게 되었읍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愛人[애인]을 맞듯 病[병]을 맞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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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행히 三[삼], 四日[사일] 뒤에 감기는 나았읍니다. 참으로 그때는 실망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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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느님은 자기의 사랑하는 아들 東人[동인]이를 오랫동안 실망의 구렁텅이에 잡아넣기가 싫었는지 一週日[일주일]쯤 뒤에 다시 扁桃腺炎[편도선염]을 내려 주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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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 四[사], 五日[오일]은 병원에도 안 가서 마음껏 병을 돋우어 가지고 이만하면 호흡기(呼吸器)도 상하였으리라 생각될 때에 처음으로 병원에 가서 診斷[진단]을 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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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二月[이월] 그믐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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呼吸器[호흡기]가 상하였다는 醫師[의사]의 宣告[선고]가 있은 뒤 四個月[사개월] 치료를 하는 듯 마는 듯 誠心[성심] 없이 하였으매, 병이 더하지는 않았지만 결코 낫지는 않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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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걱정합니다. 이만 하였으면 나을 터인데 어쩐 셈인가고, 그는 근심스러운 듯이 때때로 묻습니다. 그러다가 종내 결론으로는 어떤 따뜻한 海岸[해안]으로라도 가라는 명령이 내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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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東京[동경]으로 갑니다. 東京[동경]도 平壤[평양]보다는 따뜻하외다. 東京[동경]도 海岸[해안]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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轉地[전지]로 東京[동경]으로 간다는 것은 破天荒[파천황]의 사실인지는 모르겠읍니다. 그러나 병이 속히 낫지 않고도 醫師[의사]의 명령에 어기지 않게 되는 곳은 東京[동경]밖에는 없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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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즐거운 病[병]의 겨울을 따뜻은 하나마 공기 나쁜 東京[동경]에서 지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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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京[동경] 가는 길에 서울서 惡友[악우]에게 붙들리어서 이 글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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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九二五年 三月 十六日[일구이오년 삼월 십육일] 《東亞日報[동아일보]》所載[소재])
【원문】겨울과 김동인(金東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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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과 김동인 [제목]
 
  김동인(金東仁)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25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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